최근 2-3년간 그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은 추리소설을 읽었다.  물론 추리소설 마니아면서 '경성탐정록'을 쓴 한모 작가형제에 비하면 한참 멀었지만, 내 개인적인 독서인생에서 볼 때, 정말이지 많은 추리소설을 본 것 같다.  특별한 동기는 없었고, 그냥 막연하게 재미있겠다 싶어서, 다시 잡았는데, 머리를 식혀주는 놀라운 효과를 보면서 이제는 항상 가까이 두는 쟝르가 되어버린 것이다. 

 

시작은 요령없이 그냥 그렇게 아무 책이나 잡았지만, 지나고나니 다른 쟝르처럼 추리소설도 입문 시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는 것 같다. 

 

보통 처음에 독서를 시작하면 특정 작가나 쟝르를 target하기보다는 전집류 - 문학전집, 역사전집, 위인전기 등 - 로 시작하여 이미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들을 섭렵하면서 독서근육을 키우게 된다.  요즘처럼 책이 쏟아져 나오지 않던 시절, 심지어는 도서대여점도 생기기 전, 작은 container봉고 트럭을 몰고 다니던 이동식 대여점에서 책을 빌려보던 때가 생각나는데, 역시 이 때에는 전집류가 유년기 영장류 최강의 독서 아이템이었던 듯 싶다. 

 

어쨌든, 전집류 과정을 통과하고 나면, 대략 자기가 좋아하는 쟝르나 작가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진정한 독서인생의 시작인 셈인데, 예를들면, 전집류로 읽은 책을 제대로 된 번역본으로 사서 보는 것, 전집에서 reference된 작가나 책을 찾아보는 것 등에서 점차 active하게 책과 작가를 찾아다니면서 읽게 되는 것이고, 이후로는 독자적인 방법과 시스템을 구축하여 독서와 장서수집 또는 도서관 출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추리소설에 있어서 위의 전집류에 해당하는 시리즈를 하나 꼽는다면 주저없이 '동서문화사'의 '동서 미스터르 북스'를 추천하고 싶다.  200권으로 이루어진 이 셋트에는 정말이지 다양한 추리소설, 탐정소설, 활극, 전쟁소설등이 선별되어 있다.  내가 란포나 세이초, 아니 일본의 고전 추리소설을 만난 경로도 이를 통해서이고, 브라운 신부와도 근 20여년만에 다시 만난 것도 이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값도 한국 기준으로는 매우 싼 편인데, 대부분 나온지 좀 되어 세일폭도 꽤 크다.  이 책들을 보면서 흥미가 가는 작가가 생기면, 다시 단행본으로 나온 특정 작가를 찾아서 독서의 범위를 넓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면, 타 출판사에서 나온 '브라운 신부' 전집, '란포 단편집' 또는 '세이초 전단편집' 등으로 넓혀 간 것인데, 지금은 엘러리 퀸 시리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내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몇 권을 다시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여왕폐하 율리시즈호는 전쟁소설인데, 이 책이 아니었으면 나는 예전에 나온 2차대전 영화로만 알고 있었던 '나바론'이 소설인지는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문신살인사건의 경우 작가의 다른 작품은 이제는 구하기 어려운 것으로 아는데, 매우 특이한 문신에 대한 표현과 살인전개가 기억에 남는다.  특별요리는 well, 단편모음집인데, 특별요리...과연 무엇일까?

 

이들 외에도

 

 

 

 

 

 

 

 

 

 

 

 

 

 

알랭 드롱이 주연했던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원작은 저 유명한 Talented Mr. Ripley였다.  맷 데이먼과 쥬드 로, 그리고 귀네스 펠트로가 주연한 Talented Mr. Ripley는 그러니까 remake인 셈이다.  어쩐지 영화를 볼 때, 고풍스러운 무엇인가가 있다고 느껴졌었다 (시대적인 배경 외에도). 

 

너무도 재미있게 보았던 멜 깁슨의 Payback의 원작인 인간사냥.  역시 동서 미스터리 북스가 아니었다면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이지 우연한 기회에 특별한 이유없이 - 아마도 값이 좀더 쌌었던가? - 산 책이었는데, 이런 유쾌한 결과가 나왔다.  개인적으로 무궁무진한 영화의 source가 되는 서양의 문학/소설 infra를 부럽게 한 책이기도 하다.

 

 

 

 

 

finally,

 

Issac Asimov형님의 추리소설이다.  일종의 외도였던 셈인데, 나중에 읽는 그의 자서전을 보니 자신이 속해있던 추리소설가 친목그룹을 모티브로 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룹 이름이 Baker Street Boys였던 것 같은데 정확하지는 않다.  물론 이는 코난도일과 홈즈를 기념한 것이다. 

 

Asimov의 자서전은 Logos에서 구했는데, 정식 출판본이 아니라 editor의 review용으로 pre-print되어 나온, 다소 희귀한 판본이다.  투박한 종이커버로 I, Asimov라고 써있고, 리뷰용이라는 문구만 붙어있는데, 아마 정식 출판본과 약간 내용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특정한 작가군 외에도 이렇게 생각하지도 않은데서 특별한 책을 만나고 싶다면 약간은 옛 시대적이지만, 이런 전집류의 approach도 나쁘지 않은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