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것도 있고, 책을 읽는 속도도 좀 떨어지고, 무엇보다 그냥 서재활동의 재미가 떨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고, 주기적으로 글도 쓰고, 다른 분들의 서재를 돌아다니면서 구경하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좀처럼 그렇게 되지 않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내 개인만 놓고 보았을 때, 이것은 북플이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분명 북플을 런칭하여 좀더 넓은 서재활동의 지평을 여는 등, 마케팅 차원에서는 알라딘의 저변확대가 꽤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슬슬 북플 자체의 기능도 그렇고,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알람도 그렇고, 서재에 가봐도 별 내용이 없는, 북플을 통해 맺어진 '친구'관계도 그렇고, 모두 심드렁한 것이다. 봄이 와서 몸과 마음이 늘어진 것 같지는 않고 (사실 그럴 여유도 없다), 내가 좀 지친 탓은 있지만, 어쨌든, 나에게 있어 북플은 득보다는 실이 더 많은 venue가 아닌가 한다.
일단 전화기에서 북플 앱을 지웠다. 나는 가능하면 PC를 통해 서재에 들어와서 예전에 했던 것처럼 그렇게 조금씩 다른 분들의 글을 읽고, 행여나 댓글이 달렸을까 하며 설레어하는 맘을 다시 느끼고자 한다.
같은 취지에서, 원래 서재친구를 맺고, 관심을 갖고 방문하여 교류하던 분들의 서재를 즐겨찾는 서재에 제대로 리스팅 될 수 있도록 북플을 정리할 생각이다. 혹시라도 나의 이런 결정 때문에 조금은 서운한 분들이 생긴다면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하지만, 서재는, 그리고 서재를 통해 맺은 관계와 내 글쓰기는 '북플'이라는 마케팅 플랫폼보다 나에겐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일년에 알라딘을 통해 사들이는 책을 생각할 때, 난 알라딘이 나에게 '북플'을 통해 얻은 마케팅 효과를 훨씬 상회하는 이득을 주었기 때문에, '북플 따위'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게으름이나 의욕저하를 '북플'에 blame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건 두고 보면 알겠지...
어쨌든 난 '북플'을 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