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오늘이 수요일이다. 지금 시간은 수요일 오후 2:38. 평소 같았으면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지만, 어제 복잡한 케이스를 거의 끝내고, 고객의 확인을 받았기 때문에 오늘 오후까지 예정되어 있는 업무가 조금 일찍 끝나버렸다. 5월의 첫 주를 보내면서 꾸준히 전화도 받고, 업무는 언제나 진행형인 만큼의 양은 쌓여 있지만, 그래도 따뜻한 볕을 쬐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나니, 사무실에 오후 내내 앉아있을 자신이 없어졌다.
점심때 짐을 싸들고 나와서 운동을 끝낸 후 - 중간에 잠깐 전화가 들어와서 15분 정도 상담을 하기는 했다 - 서점으로 와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하여 최대한 구석진 테이블을 찾아서 노트북을 켜놓고, 책을 한 권 들여다보면서 노닥거리고 있다.
나만의 사무실을 갖게 되었을때, 가끔 나른한 오후에 조금은 게으르게, 이런 시간을 갖고 있는 자신을 그려보곤 했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고, 특히 전화를 받거나 진지한 업무를 보는 것은 어렵지만, 그래도 잠깐 slow한 날, 일을 조금 미루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가능해진 것 같다. 사람이나 일이나 역시 혼자라면 조금은 가볍다. 최소한 반은 가벼운 셈이다.
다만, 이런 good time에도 불편한 점이 한 가지 있는데, 화장실이다. 짐을 그대로 두고서 화장실을 다녀오기에는 믿을만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서 물을 많이 마시는데, 여기에 커피까지 들어가니 금강산 댐이 무너지는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다. 평화의 댐 같은건 애시당초 존재할 수 없으니 결국 이 좋은 자리를 포기하고 짐을 싸들고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다 풀어놔야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거다. 젠장...
퇴근시간까지 2-3시간이 더 남았는데, 여기에 그저 마냥 한가한 이 시간을 즐겼으면 한다. 책 한 권 정도 읽어주면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책감을 살짝 달래줄 수 있다. 그나저나 화장실...어떻게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