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센 편이다. 꽤 즐겨 마시는 편이기도 하고. 물론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음식조절이상 술도 조절해서 적절히 띄엄띄엄 마셔야 한다는 것을 느끼기에 조금씩 먹도록 노력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오늘은 St. Patrick's Day가 아닌다. 아무리 찾아도 초록색 옷이 없어서 코디는 포기하고, 출근길에 마트에 들러 기네스 맥주와 간단한 안주가 될 것들을 사들고 사무실로 기어들었다. professional로 가득찬 건물에서 주정뱅이 찍히지 않도록 물론 종이백에 숨겨들고 말이다. 아침부터 술을 먹은 기억은 딱 두 번정도. 97년에 한양대 후문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저녁 7시에 호프로 시작해서 다음 날 아침 해장술까지 달린 기억, 그리고 대학졸업을 앞둔 마지막 수업 오전 7시에 당시 즐겨 마시던 싸구려 맥주 - red dog - 를 병째 마신 기억이 난다.
나이를 먹어서 좋은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 어느 정도는 재량껏 사고싶은걸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렇게 나같은 자영업자, 그것도 늘 사람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 가끔은 이런 일탈을 즐길 수 있다는거다.

기네스를 마시는 두세가지 잔이 있는데, 모두 pint사이즈의 투박한 유리잔이다. 솜씨있는 바텐더가 제대로 따라주면 마시는 내내 저 크라운이 조금씩 가라앉기만 하면서, 사라지지 않는 신기함을 볼 수 있다. 그래도 플라스틱잔에 내가 따른 이 녀석도 그런대로 신선함이 유지된 (질소팩이 들어간 캔이다) 듯, 아직까지는 거품이 남아있다.
Happy St. Patrick's Day...
작년에도 비슷한 포스팅을 했는데, 어느새 일년이 지나 다시 그 자리에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