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증상이 고질병이 된 건지 나았다 말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 탓에 운동은 좀처럼 pre-COVID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금씩 나이와 함께 능력수치가 저하되는 것 같다. 빨리 해가 길어져서 퇴근하고 매일 걷는 저녁을 희망하고 있다. 아침과 저녁은 여전히 쌀쌀하지만 해가 높이 뜬 오후에는 1월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봄공기의 느낌으로 따뜻함과 선선함이 적당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불만이라면 일이 너무 바빠서 그리고 예전처럼 새벽에 산뜻하게 일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출근이 늦어져서 오후에 넉넉하게 한 바퀴 걷는 것이 어렵다는 점이다. 


같은 장소에서 사무실을 운영한지도 4년이 다 되어간다. COVID를 겪으면서 더욱 심해진 remote work와 탈사무실화 탈집중화가 계속 되고 있어서 SF를 비롯한 여러 곳의 commercial property의 lease가 매우 soft해졌다고 한다. 지금 사는 곳에서 가까운 곳에 눈여겨 보고 있는 장소가 있는데 soft해진 김에 값이 좀 내려가는 걸 기다려볼 생각이다. 장소의 layout이나 구성도 맘에 들고 지금보다 조금 더 넓은 공간에 벽을 좀 치고 구성을 맞춰서 일하기에도 좋고 서재로도 아늑한 공간에 contractor에게 의뢰하여 탈착할 수 있는 책장을 commission을 주고 방 하나는 책장으로 둘러쌓인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대충 10X10 ft 정도의 공간에 창문과 문을 제외한 모든 벽을 그렇게 하면 4년 전 이사올 때의 상태에서 많은 책을 버렸지만 다시 사들인 더 많은 책까지 많이 늘어난 살림을 예쁘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을 이사가는 것 이상 어려운 것이 사무실이 이사가는 것인데 일을 하면서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하고 logistics가 딱 맞아떨어지기 어려운 특성상 한시적이지만 rent를 양쪽으로 내야할 가능성도 높고 moving service를 원하는 날에 맞춰 예약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무실 rent가 아까워서 젤 좋은 건 rent 비용을 조금 넘더라도 사무실로 쓸 작은 오피스텔 같은 걸 사는 건데 값을 능력은 있어도 downpay를 많이 내야 융자가 나오기 때문에 결국 rent로 매달 비용을 낭비하게 된다. 이는 대자본에 유리한 구조인 현대의 자본주의 시스템의 특성인데 아쉽게도 아직은 이 시스템을 벗어날 길이 없다. 


이삿짐을 쌀 생각을 하면서 옆 방에 쌓여있는 책을 보니 사무실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사들이기 시작한 책과 함께 해온 지난 11년의 시간이 떠오른다. 한창 책을 읽는 행위의 외로움을 느끼면서 책에 대한 책을 읽다가, 하루키를 읽다가, 어린 시절 읽지 못했던 추리소설과 SF를 미친 듯이 구해서 보았다. 한국어책에 너무 편중된 독서를 고치기 위해 영어로 된 책도 조금씩 읽어왔는데 여전히 비율상 한국어가 월등히 높은 건 여전하다. 무술에 대한 책도 많이 보았고 지금은 읽지 못할 전집을 구하는 것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 흔적이 책장 곳곳에서 보인다. 


지금은 어떤 지향점을 갖지 못하고 이 책에서 저 책으로 계속 옮겨다니는 장황하고 혼란스러운 독서행위가 마치 만성이 되어버린 부상처럼 좀체 고쳐지지 않아서 고민이다. 아직까지도 다 읽지 못한 것들이 계속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 잡고 있는 책 외에도 한 세 권 정도를 띄엄띄엄 읽어가고 있다. 아니 꾸역꾸역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가운데의 The Collapse of the Third Republic은 COVID 이전에 시작해서 on-and-off로 읽어왔으니 3-4년이 넘도록 다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이다. 빽빽한 예전 시절의 책 구성으로 본문만 천 페이지가 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고는 있지만 잘 쓰인 책이라서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 하나씩 읽기 위해 구해둔 천병희선생의 고전번역본, 같은 이유로 하나씩 모으고 있는 박종현선생의 고전강해, 얼마전 드디어 완간이 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언제 읽을지 모를, 그리고 모으기 전에 절판이 될까 무서운 '자치통감', 그리고 아직도 사들이지 못한 수많은 책들을 다 읽을 날이 올런지 모르겠다. 잠시 눈을 돌리면 책이 절판될 수도 있는 것이 한국시장이라서 한국어로 된 책을 모으는 건 늘 불안을 동반하니 읽는 것도 문제지만 구하지 못하게 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겠다.


계속 바빠지는 생활속에서 하고 싶은 것은 많은 사람이라서 시간은 늘 부족하고 일도 해야 하니 갈수록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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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23-01-27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른쪽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다니다 말다 한지가 벌써 한 2~3년은 된 것 같습니다. 서재 이사는 정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설레기도 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마음에 쏙 드는 멋진 서재 꾸미시기 바랍니다. 제 경우에는 예전에는 이중레일 책장을 그렇게 깔고 싶었는데 지금은 책을 많이 처분해서 공간이 남아서 그런지 요즘은 그 생각은 많이 안나는군요..ㅎㅎ

transient-guest 2023-01-27 10:00   좋아요 0 | URL
고질적인 증상이 되는 것 같아서 일단 자세를 고쳐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날이 좀더 따뜻해지면 빅5 잘 가르쳐줄 분 찾아서 PT를 받아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재에 대한 꿈은 방대한데 공간과 주머니사정에 맞춰야 하니 고민이 여기에 있습니다. 저도 좀 처분하고 그래야 하는데 아직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하니 이게 또 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바람돌이 2023-01-27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집 이사하는거 못지않게 사무실 이사도 힘들거 같아요. 그래도 또 새로운 공간에 가면 새로운 설렘이 있을듯요. 힘내세요.

transient-guest 2023-01-31 02:05   좋아요 0 | URL
그간 쌓인 먼지를 툭툭 털어내는 기분으로 뭔가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맘이 있어 설레네요.ㅎ 감사합니다.

stella.K 2023-01-27 14: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유, 어깨도 아프신데 사무실 이사도 하시는군요.
저도 요즘 어깨가 신통치 않아 살살지내고 있습니다.
펴엉생 사무실을 가져봤거나 갖게 될 것 같진 않은데
요즘 한국에선 공유 오피스가 인긴가 보더라구요.
저도 공유 오피스 한 번 써 보고 싶단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구요.
집에선 당췌 집중이 안 돼서.ㅠ
이사 장난 아닐텐데 어깨 조심하시고 이사 잘 하시기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23-01-31 02:07   좋아요 1 | URL
이곳에서도 공유오피스나 심플하게 plug하고 play하는 컨셉으로도 많은 빌딩이 나옵니다. 다만 저는 업종이 달라서 선호하지는 않지만요. 글을 쓰는 건 카페나 도서관도 좋고 공유도 좋지만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저는 저만의 방을 갖고 싶습니다. 이사는 미리 잘 계획해서 기왕이면 떨어진 경기에 조금이라도 좋은 조건으로 미리 공간을 잡고 1-2개월 free로 받아서 조금씩 준비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3-01-27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Y평˝으로 이야기하는 한국에 사는지라,
10X10 ft 네모란 공간감은 잘 상상은 안 되지만
transient님 그 공간을 채워가시는 데 얼마 시간 안 걸리시리란 건 압니다.

사업도 대박 나시어서 책 곡간 채우시고, 직원분들에게도 책을 팍팍 선물하시기를.
어깨도 회복되셔서 원하시는 동작 & 운동 하시면 좋겠어요

transient-guest 2023-01-31 02:08   좋아요 0 | URL
10x10이면 100 sg ft으로 아주 기본적인 사무실의 넓이가 됩니다. 이곳에서는 요즘은 지대가 올라서 8x8이 기본으로 바뀌는 것 같습니다만. 1000 sq ft 정도 공간을 잘 잘라서 나눠놓으면 책장을 세워둘 벽도 많이 생기도 해서 좀 잘 알아보려고 합니다. 이번에 가면 5년 이상 머물 곳으로. 감사합니다. 어깨는 좀 천천히 펴질 것 같습니다만 드는 무게는 확실히 나이가 듦에 따라 줄어드네요.

2023-01-27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1-31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