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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평가단이 되었다. 예전에도 느꼈던 부분이지만, 평가단 활동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지금과 같이 읽고 싶은 책을 골라내는 것이다. 그 선택이 별 의미가 없을지라도, 무엇인가를 선택한다는 것은 항상 어렵다. 더구나 읽은 소설도 많지가 않고, 아는 작가도 별로 없는데, 소설 분야에서 골라야 한다니. 그래서 (늘 선택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마는 나 자신에게 동아줄을 던져 준다는 의미에서) 적어도 한 가지의 시답잖은 원칙을 세워보기로 했다. 그것이 설혹 가늘디 가늘거나, 썩은 동아줄이라 한다 해도 말이다.

 

그것은, 우리(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지난 몇 년의 한국사회는 알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고, 그 연쇄의 끝(이자 시작)에는 바다에 차갑게 가라앉은 배와 아이들이 있었다. 많은 분들의 말대로, 문학은 사회의 집단적 무의식을 반영하고, 한편으로 작가들에게는 이 무의식을 계속 표면 위로 끌어올릴 의무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현재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작가들의 목소리를 더 듣고 싶고, 그것으로 점점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바라볼 수 있기를 바란다. 어찌되었건 나도 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거창하게 말하면 그렇고 솔직히 말하자면 사실 국외 작가를 상대적으로 잘 몰라서 책을 골라낼 자신이 없다.)

 

나머지 원칙은 그야말로 시답잖은 것으로 SF 작품을 읽는다(개인적 취향), 되도록 추리물을 피한다(이것에까지 머리 쓰고 싶지가 않다), 로맨스물은 피한다(사랑은 현실에서) 같은 것들이라, 더 이야기할 것은 없는데, 이것 한 가지는 얘기해두는 편이 좋겠다. 그것은 (내 떨어지는 취향을 겸허히 인정하고) 다른 평가단 분들의 추천을 꼼꼼이 읽어 그분들의 안목에 상당히 빚을 질 생각이라는 것. (그러니까, 묻어 가겠다는, 아니 거저 먹겠다는 얘기다.)

 

그래서 서설이 길었고, 아무튼 몇 권을 골랐다.

 

 

 

모든 빛깔들의 밤, 김인숙, 문학동네

 

일단 이름을 신뢰하는 작가에 의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그리 녹록한 이야기는 아닐 것 같지만, 녹록하지 않은 것이 이야기뿐이랴.

 

 

디 마이너스, 손아람, 자음과모음(이룸)

 

<소수의견>을 썼던 손아람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목차에 쓰인 수많은 단어들이 불러오는 아련하지만, 또 그렇게 되돌아보고 싶지 않은 심상들. 그것들은 어떻게 부서져 오늘의 사회를 만들었나. <소수의견>의 빠른 개봉을 바라며 추천한다.

 

 

도시의 시간, 박솔뫼, 민음사

 

아마 예전에 단편을 한 두 편 읽었던 것 같다(그런데 솔직히 기억은 잘 안난다). 젊은 작가가 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은 늘 좋다. 사실은 그것이 젊은 이야기를 가장한 늙은 이야기였더라도 말이다.

 

 

벌거숭이들, 김태용, 문학과지성사

 

단편집에서 이름을 자주 들었던 작가다. 그 중에 분명히 한 두 편쯤은 봤지 싶은데, 역시 기억이 잘 안난다. 상당히 밀도 있는 문체를 구사하는 작가 같다. (다만, 표지를 꼭 이렇게 만들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평, 파트릭 모디아노, 문학동네

 

다른 분들의 추천을 믿고 골라보는 한 권이다. 잭 밴스의 <최후의 성>, 어슐러 르 귄의 책들과 경합(?)을 벌였으나, 몇 가지 이유로 이 책을 선정. 불새 출판사의 책을 고르자니 양심에 걸리고, 시공사의 책들을 고르자니 알량한 존심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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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1-04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이번에 소설 신간평가단으로 시작하시네요.
축하합니다. 저는 작년에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탈락되었어요.
오랜만에 인사 드립니다. 새해에도 좋은 기운 성하길 빌어요.
파트릭 모디아노의 `지평`을 고르셨네요. 가져갑니다.~~

맥거핀 2015-01-04 22:5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프레이야님. 네..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해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기회 잡은 것이니, 고마운 마음으로 즐겁게 쓰는 게 맞겠죠.

새해에는 서재에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고자 하는 모든 일에서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cyrus 2015-01-04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신간평가단 활동을 하시는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도 좋은 책과 영화 많이 소개해주세요. ^^

맥거핀 2015-01-05 12:36   좋아요 0 | URL
네..이번에는 소설 쪽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조금 더 써보려고 하는 데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cyrus님 글은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많이 쓰셔서 저도 얻는 게 많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희선 2015-01-05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소설, 저도 잘 안 보는데...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을 아주 안 보는 건 아니고, 청소년 소설을 좀 보기도 했군요 지난해에는 그것도 그렇게 많이 못 본 것 같습니다 소설을 봐도 사회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보기 때문에... 예전에 우리나라 소설을 보면서도 그런 거 잘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본 소설은 다 그때보다 더 예전 일을 다룬 것이었군요 그 시대를 다룬 것도 봤을 텐데, 제가 잘 몰랐겠죠 그래도 미스터리를 보면서는 조금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불새, 시공사 왜일까 싶군요 저는 이런 것도 잘 모르는군요

어두운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모든 이야기가 다 희망을 말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맥거핀 님이 모든 빛깔들의 밤, 을 보면 어떤 생각을 쓸까 보고 싶기도 하네요

새로운 한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세요


희선

맥거핀 2015-01-05 12:43   좋아요 0 | URL
솔직히 말해서 저도 국내작가 장편을 읽어본 적이 언제인지 까마득합니다. 단편은 그래도 문예지 같은 것도 보고 문학상 같은 것도 보고 그러는데...위에 사회 어쩌구 쓴 거는 있어 보이려고 쓴 거구요. 요새 국내 작가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했어요. 능력 있는 젊은 작가들이 누구인지도 궁금하구요. (출판사 얘기는 뭐 검색하면 아실만한 이야기니까요. 별 의미는 없어요.)

한동안 저도 어두운 얘기는 피해다녔는데요. 특히 작년 세월호 사건 이후로는 이야기까지 어두운 것을 봐야하나 그런 생각이 조금 있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그냥 가리지 않고 다 보려구요. 뭐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고...그런다고 현실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니.

네..저도 새해 첫주니만큼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려고 노력해보겠습니다. 희선님도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2015-01-12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1-12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