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늘 느끼게 되는 것은 어떤 책이든지 기대치와 다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 신간평가단은 책을 스스로 고르고, 어떤 책을 받아서 읽게될 지 미리 알게 된다는 점에서 보통의 독서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즉 책을 읽기 전에 어떤 기대, 혹은 단정을 은연중에 가지게 된다. 그런데 막상 책을 받아서 읽고나면 그런 기대와 단정이 바스라지는 경우가 많다. 어떤 책은 매우 좋을 것 같았으나 기대에 못 미치고, 어떤 책은 별로 흥미를 가졌던 주제도 아니고, 식상한 내용일 듯 싶었으나 예상외로 매우 좋았던 경우도 있다.

 

이런 예상한 무엇인가가 바스러질 때의 즐거움은 다른 곳에서도 온다. 개인적으로 신간평가단을 하면서 빼놓지 않고 꼭 하는 일 중의 하나는 같은 책을 읽고 있는 다른 평가단 분들의 글을 읽는 것이다. 물론 여기 알라딘의 모든 책들은 대체로 리뷰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찾아서 읽을 수도 있으나, 평가단의 경우처럼 같은 책을 거의 같은 시기에 읽는 경우가 그렇게 흔치만은 않고, 또 평가단 분들은 대체로 일정 정도 이상의 독서이력을 지니신 분들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인문 분야의 평가단 분들이 올리는 글들은 (거의 의무적인 마음을 가지고) 빼놓지 않고 읽는 편인데, 읽을 때면 상당수의 글에서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고는 한다. 같은 책을 같은 시기에 읽고도 역시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는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그러하지만, 많은 그 글들에서 내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지점을 발견하기도 하고, 새로운 사유의 흔적을 발견하기도 하며, 같은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을 보며 감탄하기도 한다. 즉 이는 기존의 어떤 (나의) 고정된 사유가 바스러지는 것이기도 하고, 즐거움이기도 하며, 또 배울 점이기도 하고, 자극이기도 하다. 

 

그래서 꼭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간 나름 고민하며 좋은 글들을 쓰기 위해 노력하셨을 다른 평가단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 앞으로도 건필하시라는 말씀드리고 싶다. 그리고 또한 좋은 책을 선정하시기 위해 노력하셨을 평가단 담당자님께도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어떤 분께서 쓰셨듯이 나에게는 (비록 약간의 고민을 주는) 즐거움이지만, 누군가에는 일이었을 터. 성실히 일을 수행해주신 그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 이번 평가단에서 좋았던 책 5권

 

마지막의 고민을 주는 즐거움이다.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나름의 객관적인(?) 수치를 따르기로 했다. 내가 이번 평가단 도서 중에서 별 5개를 준 것은 다음의 세 권이다.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 지그문트 바우만

 

바우만의 이 짤막한 글은 경고이자, 호소이며, 선언이다. 그리고 동시에 어느 노학자의 필사적인 시도이기도 하다. 오이디푸스의 비극을 예언했던 그리스 신화의 예언자 테레시아스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가 눈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다가올 파국을 볼 수 있는 혜안을 얻었는지도 모르겠다. 작금의 우리들은 눈앞에 있는 것에 정신이 팔려 다가올 파국을 결코 보지 못한다.

 

 

 

명작순례 / 유홍준

 

책을 읽으면 잠시 다른 세상이 보이는 책이다. 복잡한 세상을 벗어나 조용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어선 느낌이랄까. 유홍준 교수는 친절한 안내자가 되어 그냥 무심히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춰 세워 예술품들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책의 깔끔한 만듦새도 인상적이다.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 류신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서울 시내를 배경으로 산책자 고유의 리듬으로 전개되는 일종의 로드 무비. 그가 제시하는 공간에서의 사유도 인상적이지만, 그가 소개하는 수많은 다른 작품들의 조각들, 그러니까 일종의 결정적 씬(scene)들이 독자를 멈칫거리게 한다. 영화 감상의 기본은 공감이며, 공감을 낳지 못하는 영화는 결코 보는 이를 매료시킬 수 없다. 아마도 이 멈칫거림은 산책자 구보에게, 혹은 언젠가 그 앞에서 구보와 같이 맴돌았을 나 자신에게 보내는 공감과 응원의 흔적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별 4개를 받은 것은 총 6권인데, 팬심을 담아 과학과 관련된 책 2권을 고른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 로버트 트리버스

지구의 정복자 / 에드워드 오스본 윌슨

 

위에서 ‘무엇인가가 바스러질 때의 즐거움’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사실 어쩌면 가장 큰 즐거움은 ‘기대했던 것이 기대한 것보다 더 좋았을 때에 주는 즐거움’이 아닐까. 류신의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는 이 친밀하지만 낯선 공간 서울을 어떻게 풀어냈을까 기대했었는데(그래서 추천도서 중 1권으로 선정하기도 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더 즐거운 산책이었고, 말 그대로 ‘읽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이번 평가단 활동 중에 가장 좋았던 도서로 선정하고 싶다.

 

 

덧.

휴..드디어 마지막 도서에 대한 리뷰를 썼구나..하고 안심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이 페이퍼를 써야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부랴부랴 써서 올린다. 아..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더 하자면, 이 ‘신간평가단’이라는 명칭을 바꿔보는 것은 어떨까. 조금 딱딱하기도 하고, ‘평가단’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뭘 평가하나...싶어서 참 민망하다. 이왕이면 우리말 이름으로 하나 새롭게 지어보는 것은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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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4-03-06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간평가단' 대신 어떤 이름이 좋을까요?
맥거핀님의 의견이 궁금하네요.
[서울 아케이드 프로젝트] 담아갑니다. ^^

맥거핀 2014-03-07 00:56   좋아요 0 | URL
하하..질문을 한 사람에게 다시 질문으로 받아치는 것은 반칙입니다.^^

그런데 저도 막상 생각해보니 마땅한 게 떠오르지는 않더군요.
한 번 생각해보고 생각나는 게 있으면 또 댓글을 달죠.^^
근데 '신간평가단'은 아무래도 좀 그렇지 않나요..? (나만 그런가...)

희선 2014-03-07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분들 글도 다 찾아보신다니 맥거핀 님은 부지런하시군요 같은 시기에 같은 책을 보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자신과 다른 생각을 잘 받아들이시는군요 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못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주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주 달랐을 때는 저런 생각도 할 수 있구나 하는 정도... 어떤 글(책)에서든 배울 점을 찾으려고 한다면 좋을 텐데요

가끔은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때는 있군요 하지만 같은 책을 보고 쓴 글은 거의 안 보기도 합니다 친하게 지내는 분이 우연히 그 책을 보고 글을 쓴다면 모를까, 그래서 같은 책을 보는 때가 적어요 제가 더 늦게 보는 편입니다 그래서 책을 보고 나서 어떻게 쓰면 좋을까 할 때가 있습니다 쓸데없는 말을...^^


희선

맥거핀 2014-03-07 01:21   좋아요 0 | URL
하하..아뇨. 저 위의 글은 그래도 약간 포장을 한 거구요. 물론 위에 쓴대로 인문서평단 분들의 글들은 거의 보기는 하지만, 그렇게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때도 많아요. 어..저 의견은 조금 이상한데..하면서 반박할 거리를 찾아보거나 혹은 책을 다시 확인해보는 때도 있고, 혼자 툴툴거릴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또 그렇게 하면 그것도 결과적으로 다시 한번 책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니까 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근데 특히 이번 서평단 분들은 약간 고수 느낌(?) 나는 분들이 많아서 책에 대해서 몰랐던 부분을 많이 배우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소설 부분이나 영화와는 또 달라서 인문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분야의 책들 같은 것은 어떨 때는 책 그 자체보다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다른 글들을 보며 더 많이 배우게 되는 때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뭐 어떻게 쓰면 좋을까..정해진 건 없으니까요.
다 각자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내에서요.^^

희선 2014-03-07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래는 위에만 쓰려고 했는데... 댓글저장을 누르니 바로 위에 맥거핀 님이 쓴 답글이 나타났습니다 언젠가도 그런 일이 한번 있었습니다 그때는 1분 차이였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말을 더해서 몇 분이나 차이가 나는군요^^


희선

맥거핀 2014-03-07 01:24   좋아요 0 | URL
희선님도 아무래도 야행성에 가까우신 것 같군요. 저도 요새는 거의 새벽에 알라딘에 오게 됩니다. 컴퓨터 앞에서 마음 편히 앉아있을 때가 요새는 새벽 외에는 잘 없네요. 예전에는 일 때문에라도 하루종일 컴퓨터 모니터를 보고 있는 때도 있었는데..뭐 그래서 '댓글 조우'를 하는 건 좋지만요.^^

아이리시스 2014-03-13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맥거핀님 이제 끝난다, 그럼 이제 소설리뷰 많이 볼 수 있는 건가요? 신난다, 아싸~+_+ (뒤늦게와서 이러고 있다..) 저는 오늘부터 <미시시피 미시시피>를 읽을 거예요. 요즘은 독서가 쫌 뜸하기도하고 책못산지도 한참됐고, 아, 시간없어서 포인트 쌓이는거 오랜만입니다. 좋아요^-^(좋은거맞냐?)

2014-03-15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7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8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7 0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8 17: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19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2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