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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이란 것은 참 이상한 것이, 하고 있을 때는 매번 책을 고르고, 안되는 머리로 서평을 짜낸다는 것이 꽤나 힘겨운 일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끝내고 다음 기수의 활동을 보면 매번 부러움에 빠진다는 사실이고, 늘 아..왜 나에게는 저런 책이 오지 않은걸까, 저런 책이었으면 조금 더 의욕적으로 썼을 수 있었을텐데,라고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늘 궁금해지는데, 정말로 다음 기수에는 책이 좋아지는 걸까, 아니면 그건 단지 시기심어린 나의 착각에 불과한 걸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알 수 없어서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시기심이라는 답이 싫어서 정말 책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편하게 믿어버린다고 해도 그것은 또 한편으로는 제대로 책을 골라내지 못한 내 책임도 최소 1%는 있는 것 아닐까. 그러니 마선생님의 말씀이 맞다. 내일을 위해서 오늘을 사는 것은 아니며, 오늘은 오늘의 행복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야한다는 것. 그것은 초딩들도 아는 거고, <여왕의 교실>을 보며 옛일이 생각나 없는 눈물콧물 찾아내 흘린 나도 알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일단 오늘은 '책을 고를 수 있는 행복'이라는 오늘의 행복을 찾아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더 나은 최선을 보였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책 내용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이렇게 새벽 2시가 넘어서 졸린 눈을 비벼가며 쓰는 부실한 추천 페이퍼가 그나마 최선이다. 적어도 마감기한인 8월 5일까지는 알라딘 서재에 들어오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지금 나는, 첫 추천 페이퍼부터 이래서 죄송하지만 다음부터는 서점에서 책도 좀 만져보고 성실히 올리겠습니다, 라는 변명을 길게 늘여서 변명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중이다.
자연과 인간 / 가라타니 고진 / 비
변명에는 꼼수가 세트인 법이다. 책을 제대로 들춰보지도 않고 책을 추천하는 꼼수 중의 하나는 믿을 만한 저자의 책을 고르는 것이다. 가라타니 고진이라면 감히 '믿을 만한 저자'라고 불러도 괜찮겠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 천정환, 소영현, 임태훈 외 엮음 / 푸른역사
아니면 믿을 만한 출판사의 책을 고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푸른역사'의 책들을 좋아한다.
폭격 / 김태우 / 창비
미완의 파시즘 / 가타야마 모리히데 / 가람기획
그것도 아니면, 믿을 만한 분의 추천을 참고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로쟈님이 추천하신 책이거나 네오님이 첫등으로 올려놓으신 책이니 믿을만 하겠지.
패션:철학 / 라르스 스벤젠 / 도서출판 Mid
그래도 마지막 한 권은 '실용적으로' 필요한 책을 골라보자. 어떻게 그렇게 매번 TPO를 각각 모두 빗나가는 패션테러를 감행하느냐고 묻는 어떤 이들에게 이것이 나름 철학적인 사고의 결과물이라는 개드립을 치고 싶어서 골라봤다. 물론 그래봤자 거울이나 한 번 더 보고 오라느니, '패완얼'이라느니 하는 타박을 들을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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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의 교실>의 마지막 장면들을 보고 떠오른 어떤 옛추억들에 대한 글들을 쓰다가 이상하게도 눈물이 찔끔찔끔 나와 다 지워버렸다. 언젠가 쓸 기회가 있겠지. 아.. 어쩌면 너무 졸려서 나온 눈물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