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박훈정, 2013 

    

 

(글에 영화의 결말에 대한 부분이 들어 있습니다.)

 

 

 

영화, 특히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영화들을 즐겨 보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를 보고 몇 가지의 참조 목록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유위강, 맥조휘의 <무간도> 시리즈, 크로넨버그의 <이스턴 프라미스>, 코폴라의 <대부>, 두기봉의 <흑사회>, 그리고 그 외 수많은 누아르 영화들. 감독의 인터뷰에서도 드러나듯이 이 영화는 그런 수많은 영화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으며, 그 몇몇의 설정들과 이야기의 전개 구도, 그리고 씬의 구성에서까지 그 입김들을 드러내 보인다. (<씨네21> 893호 박훈정 인터뷰 "그런 영화들과 비교되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장르영화라면 어차피 그 장르의 이야기틀에서 벗어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틀 안에서 훌륭하게 잘 만들었다는 말을 들어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 영화가 말 그대로 '신세계'인가, 아닌가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즉 그 영화들과 이 <신세계>가 얼마나 비슷한지, 혹은 얼마나 다른지가 아니라, 얼마나 그 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는지, 그 신세계가 얼마나 잘 짜여진 세계인지를 살펴보는 것이 되어야 할 것처럼 보인다.

 

아직까지는 영화감독으로서가 아니라,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등의 시나리오 작가로서 더 알려진 박훈정 감독은 이 영화 <신세계>에서 예의 그 장기를 잘 펼쳐보인다. 시나리오로서 이 영화가 가지는 몇 가지 강점들이 있다. 먼저 하나는 <부당거래> 등에서도 잘 보여줬듯이 여러 겹의 꼬인 이야기를 상당히 이해하기 쉽도록 만들어낸다는 점이다. <부당거래><신세계>에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은 여러 관계로 복잡하게 얽혀 있으며, 통상 이런 이야기에서는 둘 중의 하나, 즉 캐릭터나 이야기 중의 하나는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 두 영화에서 모두 개별의 캐릭터는 살아 있고, 인물들의 구조화된 관계는 특징적인 씬과 몇 가지 장치들에 의해 훌륭하게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예를 들어 정청(황정민)이 처음 등장하는 씬을 보면, 정청과 이자성(이정재)이라는 캐릭터와 이 두 사람의 역학관계를 동시에 잘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또 하나의 좋은 점은 관객에게 미리 공개를 해야할 패와 숨겨놓아야 할 패를 상당히 영리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 영화에서 관객이 이 전체 구도, '신세계' 작전의 전모를 깨닫게 되는 것은 영화의 중반부가 한참 지나서이다. 시나리오를 하나의 건물이라고 생각해본다면, 관객은 그 건물 안에서 완전히 길을 잃지 않을 일정 정도의 지도를 확보해야 하지만, 건물안에 총 몇 개의 방이 있고, 몇 층 구조로 되어 있는지 알 필요는 없다. 그것마저 다 알게 된다면 관객은 그 건물에 대한 탐험을 중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좋은 점은 감독이 이야기를 조급해하지 않는다는 것이 보인다는 점이다.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들에서 때로 보이는 악수 중의 하나는 너무 많은 이야기를 초반에 털어내려고 하는 방식이다. 즉 많은 배경과 많은 이야기들을 초반 30-40분 안에 쏟아 부은 후, 나머지 시간들은 그 이야기를 수습하는 데 소모하고, 관객은 그 소모전을 보느라 지쳐간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사건은 단계적으로 드러나고, 인물들의 숨겨진 역학 관계는 하나씩 차근차근 그 패를 드러내 보인다. 그렇다면 이 느긋함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박훈정 감독이 이 전체 이야기를 영화에서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미리 구조화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훈정 감독의 말대로라면 이 <신세계>는 전체 이야기에서 중반부에 해당하며, 속편이 제작된다면 아마 이 앞이나 뒤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즉 이 앞에는 이자성이 정청과 손을 잡고, 정청과 이자성이 이 정도 위치에 오르기까지의 나름 파란만장한 이야기(그러니까 여기에 '왜 정청이 끝내 이자성의 정체를 밝히지 않았는가'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가 들어있을 것이다)가 있으며, 이 뒤에는 이자성이라는 새 수장을 맞은 골드문과 경찰의 반격이 있다. (물론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무간도> 시리즈의 진한 그림자를 볼 수 있다. <무간도> 시리즈 역시 1탄은 중간의 이야기였으며, 2탄은 그 이전, 3탄은 그 이후의 이야기였다.)

 

 

좋은 이야기를 했으니, 몇 가지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해야겠다. 먼저 시나리오 작가로서의 박훈정이 아니라, 감독으로서의 박훈정. 영화의 어떤 촬영스타일이나 편집으로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서도 최근 한국영화들의 어떤 고질병 같은 것이 드러나는 것 같다. 그것은 클로즈업의 남발과 필요 이상의 숏나누기인데, 이 영화에서 클로즈업은 상당히 많으며, 때로는 상당히 익스트림한 클로즈업까지 서슴치 않는다. 물론 이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라 누아르 영화이고, 이런 누아르 영화에서 중요해지는 것은 배우의 실제 액션이 아니라, 액션의 전과 후, 그 액션의 전조와 여운을 잡아내는 것이며, 따라서 상당한 클로즈업이 필요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의 클로즈업은 필요 이상이라는 인상을 주며, 화면 구도를 계속 답답하게 느끼게 한다. 모든 장면에 방점을 찍으려는 것은 어떠한 장면에도 방점을 찍지 않는 것과 같다. 또한 그것은 최근 영화들의 특유의 숏나누기와 결합되어 조금 더 관객을 몰아붙이는데, 이 영화도 역시 숏을 잘게 나눔으로써 영화의 리듬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어떤 최근의 착시 경향들에 보조를 맞추는 것 같다. 그러나 리듬이 일종의 강박적이고 기계적인 메트로놈이 되는 순간, 그것은 실제로 리듬이 사라지는 것과 같다.

 

그리고 이 영화의 어떤 이상한 소실점. 영화의 시작부, '신세계' 작전에 대해 영화는 배우의 입을 통해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 시나리오가 좋군, 한 번 해봐. 그러나 이제 우리는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으니, 이 작전에 대해 이제 이야기할 수 있다. 시나리오는 좋았고, 작전은 거의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마지막에 결국 이 작전은 어떻게 되었는가. 최종적으로 보면 작전은 실패하였고, 그 작전은 실패를 넘어서 그 시나리오를 써내려간 작가, 그러니까 강과장(최민식)을 잡아먹었다. 그것은 어쩌면 시나리오가 너무 잘 짜여졌기 때문이 아닐까. 즉 강과장이나 고국장(주진모)은 그 시나리오의 완벽함에 스스로가 너무 도취된 것은 아닐까. 그런데 하나 재미있는 것은 이 이야기는 단지 '신세계'라는 작전에 대해서가 아니라, 이 영화 자체에 대입해도 그렇게 틀려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거의 완벽하게 짜여져 있지만, 그 완벽한 시나리오가 어딘지 모르게 너무 잘 들어맞는다는 인상을 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너무 잘 맞아들어 갔을 때 우리는 대체로 이렇게 묻는다. 이거 짜도 너무 짠 거 아냐? 다시 말해서, 이야기에는 하나의 딜레마가 있다. 즉 이야기는 '짠 것'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너무 짠 것'처럼 보여서는 안된다. 즉 이야기가 최종적으로 성공하는 순간은 그것이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는 순간이다.

 

다시 반복하자면 우리는 여기에서 '개연성'이라는 하나의 장벽을 만난다. 즉 이야기가 너무 잘 짜여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인상을 주는 순간, 그것은 도리어 이야기가 잘 짜여져 있지 않다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왜냐하면 너무 잘 짜인 이야기는 실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에서도 예를 들어 몇 가지의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은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고, 보다 큰 부분에서도 그렇다. 보다 큰 부분에서의 질문이라면 이러한 것들일텐데, 이중구(박성웅)는 그 자신이 그것이 독배였음을 너무 잘 알고 있었음에도 왜 그 독배를 기꺼이 마셨는가. 혹은, 정청은 왜 이자성의 정체를 끝내 밝히지 않았는가. 아니면, 강과장은 자신이 그토록 몰아치면, 이자성이 어떻게 나올지를 정말 몰랐을까. 강과장 정도의 캐릭터라면, 뭔가 어떤 대비책을 만들어 놓았어야 하지 않을까, 같은 질문들. 즉 이 영화는 묘하게도 저건 영화네, 하는 인식을 우리에게 심어주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형사들이 몰아닥쳤을 때, 여자의 양수가 터지는 부분 같은 것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이 시나리오에 감독 자신이 너무 취한 결과일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 좋은 시나리오는 '신세계' 작전처럼 때로 감독 자신을 잡아먹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므로 많은 참조목록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 <신세계>는 아쉽게도 그 참조목록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양쪽의 일종의 아버지들을 등장시켜, 마치 거대한 두 세계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던 <무간도>를 넘지 못하고(<신세계>의 강과장과 이자성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라기보다는, 사이 엄청 안좋은 직장선후배처럼 보일 뿐), 인간의 정체성, 악의 기원에 대한 탐구, 어떤 종교성에 대한 질문에서는 <이스턴 프라미스>에 미치지 못하고, <대부>의 묘한 숭고함과 절제미나 <흑사회>의 잔인한 비정함에는 꽤나 모자르다. 그러나 뭐 그렇게 실망할 것도 없다. 위에 든 영화들은 누아르의 대표격인 작품들이고, 거장의 작품들이 아닌가. 박훈정 감독은 이제 고작 이 영화로 두 번째 작품을 만들었을 뿐이고, 나는 영화는 찍으면 찍을수록 크게 나아질 수 있으나, 이야기를 직조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어떤 천부적인 능력이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고,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박훈정 감독의 능력은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신세계>는 잔재주가 아닌, 이야기의 구조로서 승부하려는 스트레이트한 영화이고, 그 스트레이트한 주먹의 상당 부분은 아직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웃음기 없이 이만한 크기로 직선으로 밀어붙이는 한국 누아르 영화는 적어도 최근에는 없었다. (감독 말대로 이 영화들이 같이 언급된 자체가 영광이 아닐까?) 감독의 다음 펀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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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3-02-28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독은 좋겠다, 맥거핀님 칭찬 막 받고 기대까지 받아..@.@ (이제 감독까지 질투함)

그랬구나.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이 각본을 쓴 게 아니었구나. 뭔가 달랐어. 음, 두 감독이 함께 맞붙어서 비슷하게 가고 있다면 다행일까요. 배우들이 A급이니까 둘 다 평타 이상을 칠 것 같긴 했지만요. 예전에 페이퍼에 베를린 보러 가겠다고 썼을 때 감독이 류승완인 줄 몰랐어요. 네, 저는 대부분 모르고 가요. 언젠가는 그걸 다 꿰고 있을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냥 보는 걸로 벅차요. 일단 양을 넣자는 주의로 변함. 저는 말이죠, 통틀어 류승완 감독 영화가 좋았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그래서 더 어릴 때는 내가 남자들이 좋아하는 세계를 겉핥기로도 이해를 못하는건가 싶기도 했는데 이제와서 보면 모두의 공감을 자아낼 티끌만큼의 무언가가 류승완에게 늘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그냥 내 취향으로 퉁치면 좋겠지만 적어도 항상 오르막에서 확 오르지 못하고 주저앉고마니까 기대치가 높은데 그걸 충족시키지 못하는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무간도]는 함부로 따라하면 안되는 건데, (저 완전 팬이에요ㅠㅠ) 따라하고도 욕 안 먹고 칭찬 받으니까 이 감독의 펀치는 저도 기대돼요. 역시 찍는 것보다는 이야기가 먼저여야 해요. 꼬인 거 보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게 티가 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액션+느와르 리뷰는 어느 경지의 리뷰입니까? 저는 드라마말고는 영화리뷰 거의 다 패스하고 지나가는 게 안쓰는 건 줄 알았는데 못 쓰는 거였어요. 리뷰가 아니라 초딩 감상문 같아서요(눈물난다..)..

2013-02-28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맥거핀 2013-03-01 13:14   좋아요 0 | URL
저는 류승완 감독 영화는 나름 좋아하기는 하는데, 뭐랄까 영화들에 매니악한 부분이 있어서, 보다보면 조금 약간 몰입이 안되는 부분들이 있기는 하죠. 글쎄..아마도 본인이 막 그런 걸 넣고 싶은가봐요. 남들 보기에는 아..이거 아닌데, 싶어도 이 장면은 그래도 넣어야돼 뭐 그런거요. 그런데 사실 보면 그런게 더 매력적이기는 해요. 매끄러운 무엇인가가 있지만, 감독의 특유의 냄새랄까 그런 게 없는 영화들이 요새 많은데(저는 감독의 능력의 문제라기 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 보다는 뭔가 껄끄러운 부분이 있는게 낫죠.

저도 <무간도> 엄청 좋아해요. 예전에 <무간도> DVD 박스세트 처음 나왔을 때 돈은 없는데, 그게 막 지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먹을 거 줄여가면서 질렀어요. <무간도> 얘기하니까 아무래도 비교를 조금은 하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이정재 씨가 양조위보다 너무 연기를 못해요. 물론 이정재 씨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미안하지만 아직도 약간 발연기를...물론 제가 양조위를 심하게 좋아하는 면이 있기는 하지만요.

리뷰는 그냥 막 쓰세요. 뭐든지 다 쓰다보면 좋아지겠죠, (라고 사실은 저한테 말합니다.)

2013-03-01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2-28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난일까 했는데, 다 읽고 보니 칭찬이군요.^^
전 좀 뻔한 영환가 해서 안 볼 뻔.. (근데 시간 없어서 못 볼지도요. 일단 스토커와 라스트 스탠드 먼저 기회를 줘야 하고, 그리고 직장도 다녀야 하니까...-_-)
여튼 리뷰를 읽고 보니, 영화가 보고 싶어집니다.
(디파티드는 보고, 무간도는 아직 안 본 어이없는 이력도 빨리 청산을 해야겠고요~ㅎㅎ)

맥거핀 2013-03-01 13:23   좋아요 0 | URL
디파티드는 무간도를 리메이크 했다고는 하지만, 도리어 설정이 상당히 다른 부분도 있으니까요. 다른 영화라고 볼 수도 있겠죠. 무간도보다 디파티드가 더 좋다는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열심히 깠는데...일단 글 제목부터가 공격적이잖아요.ㅋ

아카데미도 있고 해서, 원래 2월에 좋은 영화가 많이 나오는 달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유달리 한 가락 하는 감독들의 영화가 많이 나오네요. 홍상수와 김지운과 박찬욱의 영화가 거의 동시에 나오는 이런 때는 거의 못 본 것 같은데..

네오 2013-02-28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훈정 감독의 대해서 그냥 생각나서 하는 말입니다만,,2010년 김지운의 <악마를 보았다>에 시나리오작가로 처음 접한 뒤,,대한민국의 부조리한 법현실에 대해서 잘 말해주는 것 같아서 그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만,,마치 과거의 데이빗 마맷의 초롱초롱한 글빨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만,,류승완의 <부당거래>를 처음보고,,아 이 작가 대단히 영민하다고 생각했어요,,그러나,,그때 류승완의 <짝패>가 저희 거의 홀릭정도의 페어버릿 필름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찍지 않는 그에 대해서 맹렬히 비난했지만, ,최근의 다시 <부당거래>를 보고 (이미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법률시스템에 특히 검사에 대해서,,대해서 열렬한 관심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거의 명작에 가까운 냄새를 맡았습니다,,정말 좋던군요,,다시 박훈정으로 돌아와서 그의 데뷔작이 <혈투>였지요,,인기가 거의 없어서 흥행에 참패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이렇게 <신세계>로 각광받다니 어리둥절 하군요,,그는 우리나라 시나리오 작가 중에서 플래쉬 백 효과를 가장 효율적으로 쓰는 작가 같더군요,,<혈투>의 시대적 배경은 아직도 논란중인 토론거리인 광해군의 북벌파견이라,,관심 있게 지켜보았는데,,사실 지루한 감도 있었죠,,이야기 인물이 세명이니깐요,,아무튼 <신세계>는 황정민의 깡패연기를 다시 볼수 있다니깐,,기대해봅니다,,

맥거핀 2013-03-01 13:33   좋아요 0 | URL
감독의 얘기를 보니까, <혈투>는 여러가지 여건상 하고 싶은 것은 별로 하지 못했다는 말이 있더라구요. 다른 기사에 보니 <혈투> 때 대기업의 투자를 일부러 받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암튼 감독 입장에서는 투자사의 입김에 휘둘리고 싶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여러모로 예산상에서 아쉬움이 남는 모양입니다. (뭐 모든 영화들이 어느정도는 다 그렇지만)

그래서 제가 알기로는 원래 시나리오에서 영화가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더 좁은 공간의 이야기로 축소된 면도 있구요. 영화에서 공간의 문제는 예산상의 문제로 제약을 받을 수 있지만, 말씀하신 플래시백 같은 것은 뭐 감독의 역량이 된다면 저예산에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거니까요. 플래시백하니까 생각나는데, 이번 영화에 붙은 마지막 사족이 생각이 나는군요. 저는 마지막에 왜 그런 사족이 붙었을까 의아했어요. 감독도 이게 사족이라는 걸 알텐데, 마지막에 그런 걸 붙이는 것은...속편에 대한 의지일까요?

황정민의 연기는 요새 충무로 배우 중에는 거의 원탑급인듯 합니다. 약간 과잉된 면이 없잖아 있지만, 뭐 그런 건 할 수 있는 때 해야죠. 이 영화는 황정민보고 지르라고 하는 영화니까요. 최민식은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톤을 바꿔서 상당히 절제하는 것 같고...이정재가 상당히 못 받춰주는 와중에서도 연기는 좋았어요.

넙치 2013-03-01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다르시군요.ㅋ
상업영화는 상업영화만의 규율이 있다고 가정해요. 현실감이 없어도 괜찮다,뭐 이런..그래서 맥거핀님이 지적하신 너무 잘짜여진 아귀도 좋아요. 어차피 우연없는 이야기는 없으니까요. 개연성 부족이 과할 정도는 아니게 보여요.
카메라 움직임이나 편집술도 저는 너무 훌륭하게 봤어요.액션씬을 제거한 대신 속도감을 유지한 게 빠른 교차 편집인데 이게 의미없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이 영화에서는 아주아주 유의미한 거 같아요.생략에서 나오는 쇼트간 파생 의미 생산으로 저는 해석. 익스트림 클로즈업도 전 강조로 보지 않았어요. 쓰러져가는 건물 외경 샷 그리고 이어지는 건물 안 벽과 인물만을 확대해서 잡아내는 방식은 인물이 어디에 있는지 있게하는 효과가 있더라구요. 누가 궁금하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저는 왜 제 생각을 길게 쓰고 있는지.쩝. 쓰고나니 뻘쭘.

맥거핀 2013-03-01 13:50   좋아요 0 | URL
생각듣는 거 재밌고 좋은데요. 언제도 좋으니 생각을 많이 나눠주세요.^^

저는 마지막을 맞춰놓고 이야기를 만들어나간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즉 그 마지막을 주기 위해 이야기가 중간에 조금 개연성이 없어진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정청이 이자성을 덮는거나, 강과장이 그대로 당하는 것이 그래서 조금 걸렸어요. 물론 박훈정 감독이 후속작을 꿈꾸는 것 같으니, 그 이야기들이 후속작의 중요한 지점이 될 수도 있겠죠. 즉 정청과 이자성의 덮을 수밖에 없는 숨겨진 관계나 강과장이 마련했던 대비책이 나중에는 중요하게 등장할 수 있겠죠.

저는 속도의 문제는 글쎄요...빠르게 한다고 해서 긴박감이 생기는 건 아니니까..예를 들어 <흑사회> 같은 영화보면 사실 중요부분에서 매우 느리게 숏이 연결되는데, 그 때 엄청난 긴장감이 나오니까요. 어차피 이 영화도 액션이 중요한 영화가 아니니까요. 중요한 액션을 감독 스스로가 제거할 정도니까.

아..그리고 말씀하신 건물 외경 샷과 인물이 연결되는 씬이 어디서 나왔었죠? 따지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요.ㅋ

넙치 2013-03-02 11:12   좋아요 0 | URL
강과장과 이자성이 접선하는 건물에서요. 두 사람의 만남 중 몇 번째 만남이었는지는 비루한 기억력 탓에 모르겠고, 암튼 두 사람의 접선 중인데요. 외경을 역시나 비스듬한 부감으로 자리잡고 있다가 이자성이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면서 카메라가 이자성을 따라들어가고 강과장이 등장하는데 어느 순간, 강과장의 얼굴과 연두색 벽만 잡는 샷에서 저는 감동을.ㅋ 그 뭐랄까, 강과장과 이자성의 정체성 혼돈, 나아가 선과 악의 경계의 모호함까지도 함축하는 느낌까지도 확대 해석할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또 하나는, 건물 외경이 아니라 이자성의 집안에서 이자성 아내가 유산 후 아내의 얼굴 잠시 보여주고 이자성의 얼굴이 문을 배경으로 클로즈업된 후 문을 열자 며칠 전 있던 전투의 상흔으로 똘마니들이 얼굴에 반창고를 죄다 붙이고 있는 장면에서 감독의 연출력에 후한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더라구요. 문의 본래 기능이 공간 분리인데 문을 열기 전에 이자성의 얼굴 클로즈업에서 잠깐 집이란 걸 잊고 문을 열면 집 밖이란 걸 알게 하는..내면과 외면, 뭐 이런 함축을 달아 봅니다.하하.

맥거핀 2013-03-03 00:59   좋아요 0 | URL
아..영화를 상당히 세밀하게 보시는군요. 저는 사실 중간부분부터 리듬을 잃고 좀 루즈하게 본 것도 있고, 원래 대강 보는 것도 있고 해서 말씀하신 첫번째 장면은 사실 잘 기억이 안나네요. 아무튼 다른 인터뷰에서도 보니까 감독이 공간의 문제에 많이 신경을 쓴 것 같기는 하더라구요. 예를 들어 강과장에게 낚시터를 부여하고, 접선장소로 바둑교실을 부여하는 것 같은 것 말이죠. 부감 얘기하니까 생각나기는 하는데, 요새 한국영화가 부감을 좀 과하게 쓰는 듯 하는 인상도 있어요. (물론 부감이 잘 쓰면 상당히 좋은 그림이 나오기는 합니다만..)

두번째 말씀하신 장면은 생각이 나는데, 아마 그게 마지막 휘몰아치기 직전이었죠. 저는 사실 그 장면에서 아내의 표정이 너무 의미심장해서 공간에 그렇게 주목해서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게 공간을 쓰실 요량이면 좀 클로즈업은 자제하시지, 하고 저는 여전히 투덜투덜...^^ (말씀하신 부분들을 생각해보니 공간의 문제에 주목해서 한 번 더 봤으면 좋겠네요. <파우스트>도 꽤 오래전에 봤는데 공간문제를 주목해서 다시 한 번 봐야겠다..그랬는데, 그것도 못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꽃도둑 2013-03-04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선 진득하니 댓글까지 다 읽었어요,,^^
영화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인지 용어들은 여전히 생소하군요,
하지만 재밌어요,,ㅎ

맥거핀 2013-03-06 15:34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뵈니 반가워요~. 댓글까지 차분하게 읽어주시고..뭐 지식은 없어도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그걸로 좋죠.

이제 봄인데 꽃향기도 맞고, 따스한 햇볕도 느낄 수 있는 좋은 데 많이 가셨으면 좋겠네요. 뭐 이건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