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블루레이]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 콤보팩 (2disc: 3D+2D)
조 루소 외 감독, 스칼렛 요한슨 외 출연 / 월트디즈니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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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3.27. 무료한 일상.

마블 최고의 히어로 영화라고 여기저기서 호평 일색인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를 보고 왔다. 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가 등장하는 어벤져스 2’가 한창 서울에서 촬영중이어서 주요 언론에서부터 호들갑을 떨어왔던 터라 관심이 있던 차였다. 어떤 자치 단체장은 다가오는 6.4지방선거 용 홍보물에서 자신이 어벤져스 2 촬영유치를 했다고 실적으로 포장하는 바람에 해당 지자체 촬영일정이 취소까지 되었다고 하니 마블의 사회, 경제적 효과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각설하고 이 영화 참 잘 만들었다.

 

마치 성룡표 마셜 아트를 연상케 하는 화려한 액션, 눈을 의심케 하는 현란한 시각효과, 마블의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스토리 라인 등등, 오락 영화로서는 한치의 흠도 없을 듯 하다. 기존의 데어 데블’, ‘헐크’, ‘판타스틱 4’ 등에 실망스러웠던 터에다 이 영화의 전편인 캡틴 아메리카도 다소 진부한 기억이 남아 있었으나 그 모든 걸 말끔히 지워버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같은 묵직한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마블의 대다수 영웅들은 나의 촉각들을 긴장시킨 적이 없었다. 알버트 퓬의 1990년 동명의 영화도 있다지만 직접 본 적이 없어 비교할 순 없으나 이 영웅은 배경, 탄생과정부터 독특하긴 하다.

 

마블이 영리하긴 하다. 마블은 자사의 다양한 캐릭터들을 헤쳐 모여식으로 조합하여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했다. 만화 특유의 황당함은 가끔은 조물주도 놀라게 하는 첨단 과학으로 인해 그럴 듯하게 여겨지는데 물의가 없다. 시대배경이 다른 캐릭터는 급속냉동이라는 설정으로, 어느 행성의 신화나 전설에서나 어울릴 캐릭터는 공간이동이라는 설정으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공존한다. 미치광이의 의도된 실험으로 초인이 되거나, 스스로 실험대상이 되어 괴물이 되거나, 억만장자의 경제력으로 초강력 슈트의 주인이 되거나, 망치 하나 같고 우주 공간에서 떨어져 한낱 인간으로서는 범접할 수 없는 외계 로열패밀리 일원이었던 종족이 어우러져 어벤져스 군단이 되어 악과 대치한다. 관객들은 열광하고 블랙홀처럼 영화시장을 흡수하고 있다. 말 그대로 경이롭다(marvel;경이, 경이로운 결과).

 

그 어벤져스 시리즈의 중간다리 격인 이 영화 속에서도 곳곳에 어벤져스 속편임을 짐작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지뢰처럼 숨겨놓고 있다. 어벤져스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나 역시 이 종합 선물세트를 보지 못했다)이라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기시감 효과에 대한 포석을 각각의 캐릭터가 원톱으로 활약하는 인크레더블 헐크’,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시리즈’, ‘토르등에 마치 PPL처럼 숨겨놓았던 것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앞으로 마블이 어떤 마술을 부릴지 기대된다. 그들이 써먹지 않은 스파이더맨, 판타스틱 4, 데어 데블, 퍼니셔 같은 카드들을 기존 연합군과 어떤 형태로 합종연횡을 할지 얘깃거리가 실로 무궁무진할 테니 말이다.

 

책장 한켠에 있는 월드 워 헐크에서는 헐크 대 판타스틱 4,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등과 대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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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엘 쾰마이어의 그리스 로마 신화
미하엘 쾰마이어 지음, 김시형 옮김, 이경덕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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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 세계인이 가장 많이 읽는다는 18가지의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독일 최고의 신화작가라는 미하엘 쾰마이어가 소개하고 있는 책이다. 18가지 이야기의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세계의 탄생  2. 신들과 인간들  3. 에우로페와 카드모스  4. 크레타  5. 오이디푸스  6~8.헤라클레스  9. 이나코스  10. 다나이데스  11. 안티오페  12. 암피온과 제토스  13. 탄탈로스와 그의 아들  14. 아트레우스와 티에스테스  15. 아가멤논과 오레스테스  16. 트로이 전쟁  17. 일리아스  18. 오디세이아

 

'신화'는 그 자체가 '미궁'이라서 독자는 나름의 '아드리아네의 실타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고 이윤기 선생의 조언이 틀린 말이 아니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세포와 혈관, 무기물 그리고 유기물 따위가 어우러져 하나의 온전한 사람이 존재하는 것처럼 신화 역시 셀수 없이 많은 사건과 등장인물이 뒤엉켜 있다. 주인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캐릭터가 삶의 주체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 읽을 때마다 읽고 있는 이야기가 어느 지점에서 전개되고 있는지 길을 잃기 일수여서 답답한 나머지 각자의 이야기마다 가계도를 그리고 사건 흐름도를 그려보기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크레타 전설권과 티베 전설권의 윤곽이 잡혔다.

 

수소로 변신한 제우스가 티로스 왕 아게노르의 딸 에우로페(유럽)를 납치하여 데려다 놓은 곳이 크레타 섬이었고 제우스와 에우로페의 사이에서 난 미노스는 크레타 섬의 왕이 된다. 이렇게 크레타 전설권의 시조가 된 미노스왕은 헬리오스의 딸 파시파에와 사이에 파이드라, 아드리아네 등을 두었다. 파시파에의 어처구니 없는 음욕에 의해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태어나고 미노타우로스 뿐만 아니라 파이드라와 아드리아네 모두가 불세출의 그리스 영웅 테세우스 모험담의 희생양이 된다. 미노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한 미궁을 만든 다이달로스와 그의 아들 이카루스 까지 크레타 전설권의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티베 전설권도 시작은 에우로페였다. 제우스에 의해 납치된 딸을 찾기 위해 에우로페의 아버지 아게노르는 아들들을 사방으로 보낸다. 그 중에 영민한 아들 카드모스는 먼저 아폴론을 모시는 델포이 신전의 신탁을 받아보기로 한다. 그러나 엉뚱하게도 신탁의 내용은 '에우로페를 찾지마라! 발길 닿는데로 가다가 소떼를 만나면 반달 모양이 새겨진 소를 따라가라. 소가 쓰러진 곳에 도시를 세워라.'였다. 카드모스는 신탁의 내용대로 도시를 세우니 그 도시가 바로 카드메이아(카드모스가 세운 도시)였다. 그 도시에는 용(뱀)이 한마리 있었는데 그 용을 죽이고 이빨을 모두 뽑아 이것을 땅에 뿌리니 무장을 한 군인들이 솟아나와 서로가 서로를 죽이다가 결국 다섯이 남았는데 이들이 바로 스파르타인의 조상이 되었다고 한다. 카드메이아는 후에 카드모스의 자손들인 암피온과 제토스 쌍동이 형제 때에 이르러 제토스의 아내 이름인 '테베'로 그 이름이 바뀌게 된다. 암피온은 니오베와 결혼했는데 이로써 테베 전설권은 니오베와 그녀의 저주받은 가문까지 확대된다. 니오베는 바로 탄탈로스의 딸이자 펠롭스의 동생이었던 것이다. 니오베, 암피온, 제토스가 연이어 불행한 죽음을 당한 후 테베의 왕위는 오이디푸스의 친부 라이오스 왕에게 이어지면서 거대한 테베 전설권의 이야기는 끝없이 펼쳐진다. 

 

미하일 퀼마이어는 익숙한 이야기에다 다른 책에서 깊이 있게 소개하지 않는 이야기의 전후를 상세하게 소개해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신화 영역의 확장을 도와준다. 이를 테면 프로메테우스를 소개하면서 그가 만든 인간의 재료에 관한 이야기인 '자그레우스' 이야기를 덧붙여 주고, 제우스에게 사랑을 받았다는 이유로 헤라에게 괴롭힘을 당한 이오 이야기를 하면서 이오의 아버지 '이나코스'를 중심으로 어찌하여 그의 후손들이 끔찍한 저주를 받게되었는지 들려주는 식이다. 특히 탄탈로스 손자들이자 펠롭스의 아들들이며 니오베의 조카들인 아트레우스와 티에스테스 형제간의 끝없는 증오와 파멸을 소개하는 부분에 가서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형 아트레우스의 동생에 대한 맹목적인 증오는 결국 조카들을 죽이고 그 시신을 토막낸 뒤 동생에게 머리와 팔다리를 조각상이라고 보여준다. 동생 티에스테스는 조각상이 죽은 자신의 아들들임을 깨닫고 충격으로 움직일 수 도 없었으나 이어지는 형의 말은 그 이상이었다. "방금 네가 먹은 그 맛있는 음식은 사라진 몸통으로 만들었어."... 이어지는 티에스테스의 복수. 틀림 없이 수많은 공포영화에 영감을 주었을 이 이야기는 다나오스와 아이깁토스 쌍동이 형제 이야기와 함께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증오, 복수, 파멸, 몰락의 원형이다.

 

아가멤논과 메넬라오스는 바로 아트레우스의 아들들이다. 그들의 앞날이 불안한 이유이다. 아시다시피 이 두 형제는 각각 제우스와 레다의 쌍둥이 자매인 클리타임네스트라와 헬레나와 결혼한다. 헬레나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고,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전쟁에서 돌아온 아가멤논을 정부와 짜고 살해하고 자식들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여인이다. 아-, 이렇듯 신화의 세계는 잔인하단 말인가. 천만의 말씀. 늘 이런 복수극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로 돌아가 아름다운 다프네 이야기나 애틋한 에로스와 프시케 이야기, 아니면 피그말리온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정화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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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공부법 - 통찰력을 길러주는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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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문학이 각광받는 시대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던 것은 아니다. 벌써 20년도 훌쩍 넘었던 때다. 대학 시절 문과대학에 진학했을 때 여기저기서 들릴듯 말듯 옥죄오던 분위기는 '인문학은 죽었다'는 것이었다. 상아탑은 학문을 탐구하는 곳이 아니라 직업전문학교가 되어 순수학문은 경시 되고 도서관은 고시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 아니면 토익 토플 같은 어학공부, 자격증 취득 공부하는 친구들로 가득했다. 나 역시 군복무를 마치고 형법, 행정학 따위 등의 수험서 이외에 다른 책을 읽은 기억이 없다. 몇번의 고배 끝에 공직에 들어와서는 근육과 혈관의 긴장 속에 업무를 배우고, 업무와 사람에 치였으며 승진할 때가 되자 또다시 수험서를 붙들고 주경야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게다가 희노애락의 개인사가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겹치다 보니(4년 동안 3번의 장례식과 1번의 결혼식을 치렀다) 인문학 서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이런 것이 나태함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뭐 좀 볼려고 하니 이거 뭐 어색하기가 그지 없다. 우선 익숙한 것부터 시작했으나 이미 심신은 꾸준한 독서에 적합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 깊숙한 곳에서 꿈틀거리는 지적 허기는 무엇인가 읽고 공부해야 한다고 계속 채찍질하고 있었다. 닥치는대로 막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글자를 읽는 것 같을 때도 있었다. 그런 혼란 중에 또다시 일에 몇일 집중하다 보면 읽은 것들은 서로 얽켜 실체 없는 잔상으로만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독서노트를 적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거창하게 '인문학 노트'. 잘 안되었다. 도움이 필요했다. 그때 회사에서 진행하던 '저자와의 만남'이라는 독서 모임에서 소개한 책이 안상헌씨의 [인문학 공부법] 이었다.

 

공부법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 중에 [인문학 공부법]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도서관에 가고 서점에 갔지만 너무 많은 상품이 눈과 정신을 혼란하게 할 뿐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풍요속에 빈곤이랄까 지천에 깔린 환경에서는 진짜 귀하고 가치있는 것을 골라내기 쉽지 않다. 설사 어느하나 부족함 없이 모든 개체가 훌륭하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무얼 하나 집어 내기에는 갈등의 순간이 너무 많아 선택하기 전에 지쳐버리는 것이다. 그때 누군가 '이거 읽어봐'하면 세상의 근심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눈앞이 밝아진다.

 

[인문학 공부법]에서 배운 지혜들, 또는 문장들

 

"열정은 책을 계속 읽도록 해주고, 목적은 책에서 무엇을 얻어야 하는 지를 잊지 않도록 해준다."

"인문학은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는 질문의 학문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새로운 삶을 위한 문장을 얻는것이다."

"적당한 수준의 목표는 에너지를 불러오지만, 너무 높은 목표는 에너지를 금방 소진 시킨다."

"계획은 생활에 새로운 질서를 잡아가는 일이고, 실천은 새로운 질서를 만들겠다는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작업이다."

 

단테-"배운 것을 기록해 두지 않으면 지식은 있을 수 없다."

 

"지식은 서로 연결되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인생을 빨리 사는 것이 좋은 방식이 아니 듯 책도 빨리 읽기 위해 읽는 것은 현명한 일이 아니다."

"오직 자신이 만든 것만 자신의 것이다."

"20대의 소설읽기는 간접체험 해보는 기회였다면 지금(40대)의 소설읽기는 삶을 새롭게 들여다 보기 위한 '창문열기' 같은 것이다."

"읽다가 삶의 교훈을 얻게 되거든 그것을 '자신의 문장'으로 정리해야 한다."

"소설에서 인생을 배우지 못하면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니다."

"마흔 이전의 삶은 나를 지켜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들을 생산하기 위한 공장같은 것이었다."

"내 인생은 무거운 곳에서 시작해서 점점 가벼운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감동은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이미 내재해 있다. 작가와 작품은 기회를 줄뿐, 그것을 끄집어 내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몫이다."

 

피카소-"예술은 진실을 깨닫게 하는 거짓말이다."

빅터 프랭클-"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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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불을 지피다
잭 런던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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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닥불]은 참 절실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잭 런던(Jack London)의 주목할 만한 단편중에 하나인 이 소설의 배경이 알래스카의 극한이라는 것과 추위와 고독이 우리가 숨쉬고 있는 곳곳에 스며있는 외면적이자 내면적이기도 한, 사실은 최종적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이 아닌가하는 인식때문이다.

 

 

   한 사나이가 영하 50도의 혹한 속에서 홀로 길을 가고 있다. 그의 유일한 동반자는 주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한 마리의 늑대개 뿐이다. 사나이는 단순한 성격으로 어떤 개념에 대한 구체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여러 가지 성격적 결함은 그의 비극적 종말을 예감케하는 메타포가 된다. 사나이는 실수로 눈 덮인 얼음을 밟아 다리를 적시게 되는데 이미 기온은 그의 상상 이상으로 내려가 불을 피워 발을 말려야만 했다. 시시각각으로 얼어오는 팔다리를 의식하며 가까스로 불을  피우는데는 성공하지만 전나무 아래에서 피운 불은 나무위의 눈덩이가 쏟아지는 바람에 꺼지고 만다. 생명을 상징하는 불이 꺼지자 사나이는 허겁지겁 다시 불을 피우려 하지만 이미 손과 발은 감각을 잃은 후였다. 그는 처절하게 몸부림치지만 이내 소용없음을 깨달은 후 '모가지가 잘린 수탉(a chicken with its head cut off)'처럼 볼쌍사납게 죽어가느니 편안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눈밭에 주저앉고 만다. 사나이는 죽음을 맞이하고 홀로 남은 늑대개는 새로운 불씨를 찾아 남은 여정에 나선다.

 

 

   참 단순한 줄거리다. 하지만 주인공이 장벽에 부딪혀 그것을 극복하려고 하는 처절한 과정이 그대로 삶의 모습이라 할 만 하다. 영화로 만든다면 틀림없이 '로드무비(road movie)'가 될 것이다. 여기서 길은 삶을 의미하는 인생행로라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사실이다.  주인공이 캠프로 가는 여정에서 만나게 되는 갖가지 장벽들(추위, 고독 등)은 실제 삶에선 훨씬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이런 장벽들과 처절한 투쟁을 하며 정해진 목표를 향해 나아가려 하지만 대다수는 자신들의 나약함, 혹은 장벽의 거대함 때문에 자의든 타의든 좌절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도 그 과정이 잘 나타나 있다. 주인공 자신은 스스로를 과대평가 한다. 이런 추위에서는 절대로 혼자 여행해서는 안된다는 어느 고참자의 충고에는 아랑곳 없이 길을 나선다. 이미 그는 이런 혹한을 경험한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온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떨어졌고 그의 준비는 미흡했다. 그가 첫번째 불을 피웠을 때 그는 고참자를 비웃는다. 결코 사교적이지 못한 그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데 이점은 이런 위험한 여행에서 혼자 길을 나선 점에서도 확인된다. 심지어 그가 데리고 다니는 개조차도 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Ths trouble with him was that he was without imagination.

 

 

   그는 물질적인 것은 빈틈이 없으나 누군가에게 감명을 줄 수 없다는 결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점은 그의 결점이 타인에 의해 부과된 혹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대중속에 있는 개인의 소외현상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회현상이 아닌가. 주인공의 고독은 그의 결점을 구실로 한 대중들의 묵시적인 담합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나이의 고독은 생명의 불이 꺼졌을 때 더 절실해 진다.

 

 

   The old-timer on Sulphur Creek was right. he thought.......

  after fifty below, a man should traveled with a partner.

 

 

    사나이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자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누군가를 찾게 된 것이다. 얼어붙은 손발로는 불을 피울 수도, 개를 죽여 그 배속에 손을 넣어 녹일 수도 없기 때문에 혼자임을 후회하고 고독의 절정을 맛본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동안 그는 자신의 나약함에 울부짖는다.  

 

 

   The warmth and security of the animal angered him,

  and he cursed it till it flattened down its ears appeasingly.

 

 

   인간은 어쩌면 나약하기 때문에 외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동물처럼 털이나 발톱도 없고 좋은 시각이나 후각을 가추지도 못했기 때문에 그것을 극복해 오는 과정에서 현대사회와 같은 거대한 문명이 태동했고, 그 대가로 고독이라는 정신병을 부여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 잭 런던이 정착을 못하고 여기저기로 방랑한 것도 그런 정신병적 증상이 아니겠는가.

 

 

   Then the man drowsed off into seemed to him the most  

 comfortable  and satisfying sleep he had ever known.

 

 

   사나이의 고독은 죽음 앞에서 비로소 해소된다. 표면적으로 그의 죽음 자체가 고독하게 진행되지만, 사나이는 죽음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서 고독을 초월했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잭 런던의 모닥불을 한 인물의 고독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졌던 이상주의 소설가 잭 런던은 이 짧은 작품에서 고립된 주인공이 삶과의 투쟁에서 인간의 내면적 약점(비사회적 성격)과 외면적 약점(나약한 신체조건)때문에 좌절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날 때부터 나약한 존재이며 또 사회화 과정에서 서툴렀던 한 인물을 통해 인간의 고독은 어디에서 왔는가하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삶의 끝까지 짊어지고 가야할 마지막 동반자라는 역설적인 결론을 가져오고 있다.

 

 

 

이글은 한창 푸르렀던 1997년 11월 26일에 썼던 것이다. 여기저기 흘러다니다가 흩어질까 두려워 나의 서재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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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사랑과 영혼
제리 주커 감독, 데미 무어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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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3. EBS 세계의 명화

제리 주커가 감독하고 페트릭 스웨이지, 데미 무어, 우피 골드버그가 출연한 고스트(사랑과 영혼)」를 처음 본 것은 갓 고등학교에 진학한 1990년 겨울이었을 것이다. 대전시 은행동 중앙시장에 위치한 중앙극장에서 동생과 함께 본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이번에 25년 만에 다시 보게 되는 셈이다.

 

금융전문가로 일하는 샘과 도예가인 그의 여인 몰리, 그리고 샘의 동료 칼은 새로 이사할 뉴욕의 아파트를 청소하고 있다. 이사를 마치고 동거생활에 들어간 샘과 몰리는 더 없이 행복했다. 샘은 금융전문가로서 회사에서의 생활도 헌신적이었다. 샘은 자신에게 다가온 이 꿀맛 같은 행복이 달아날까 두려워한다. 어느 날 밤 몰리는 잠을 못 이루고 홀로 도자기를 빚고 있는데 반라의 샘이 몰리를 감싸 안는다. 이때 언체인드 멜로디가 흐르고 둘은 사랑을 나눈다. 며칠 후 저녁 샘과 몰리는 연극 맥배스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다가 강도를 당하고 샘은 칼에 맞아 죽게 된다. 갑작스런 죽음에 샘은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몰리 곁에 맴돈다. 그러던 중 몰리가 칼과 함께 산책을 간 사이 샘을 공격했던 강도가 몰리의 아파트를 방문한 것을 목격한 샘은 미행 끝에 강도범의 주거지를 확인하고 모종의 음모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몰리에게 위험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한 샘은 돌아오는 길에 눈에 띠는 점술집에 들러 영매 우다메를 통해 몰리에게 위험을 알리고자 한다. 우다메는 혼령의 모습은 보지 못하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이다. 샘과 자신과의 사사로운 내용까지 이야기하는 우다메의 말에 처음 가졌던 의심을 지우고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들은 몰리는 이 사실을 칼과 경찰에게 알리지만 우다메가 사기꾼이라는 사실만 전해듣는다. 그러나 칼은 몰리의 말을 듣고 강도범이 살고 있다는 집을 찾게 되는데 샘이 칼과 함께 동행한다. 그런데 강도와 만난 칼은 놀랍게도 음모의 한축이었고 칼이 강도를 고용해 샘으로부터 고객명단이 있는 주소록을 뺏으려다가 샘을 죽게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칼이 범죄집단과 연루되었고 범죄집단에게 400만 달러를 송금하지 않으면 목숨마저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는데 계좌 관리인인 샘의 주소록과 패스워드가 필요했던 것이다. 배신감에 치를 떠는 샘. 칼은 다시 몰리를 방문해 직접 샘의 주소록을 확보하고 400만 달라 신규계좌를 개설하고 익일 아침 범죄집단에게 돈을 송금할 계획을 세운다. 샘은 우다메를 이용해 중간에서 400만 달러를 가로채 거리에서 모금활동을 하는 수녀들에게 기부해 버린다.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칼은 그날 밤 안도한 마음으로 몰리를 유혹한다. 가까스로 칼을 저지한 샘은 아무것도 만질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한다. 더욱이 몰리는 더 이상 우다메의 말을 믿지 않아 도울 길이 없다. 결국 지하철 유령에게 사물을 만질 수 있는 능력을 배운 샘. 다음 날 일이 잘못되었음을 안 칼도 샘의 존재를 인식하고 강도범을 보내 우다메를 죽이려고 하고 400만 달러를 돌려주지 않으면 몰리도 죽이겠다고 하면서 11시에 돌아오겠다고 한다. 우다메를 쫓던 강도범은 샘에게 홀려 죽임을 당하고 샘은 우다메와 함께 몰리의 집으로 돌아온다. 샘의 존재를 믿지 않는 몰리를 위해 우다메는 자신의 몸을 샘에게 빌려주고 샘과 몰리는 재회한다. 이 때 다시 한 번 주제곡 언체인드 멜로디가 흐른다. 음악이 끝나기도 전에 들이 닥친 칼.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칼은 죽게되고 샘과 몰리는 진정한 이별을 하게된다

 

Unchained Melody

Andy Williams | The Righteous Brothers

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touch a long, lonely time

Time goes by so slowly

And time can do so much

 

Are you still mine?

I need your love, I need your love

God speed your love to me

 

Lonely rivers flow to the sea, to the sea

To the open arms of the sea

Lonely rivers sigh, "Wait for me, wait for me

I'll be coming home, wait for me"

 

Are you still mine?

I need your love, I need your love

God speed your love to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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