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생활자의 수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2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이동현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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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세기를 풍미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옙스키(1821~1881)를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통해 다시 만난 이유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이 책의 제목에서 지난 달 읽었던 또다른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르 솔제니친(1918~2008)의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비슷한 냄새가 났다는 점과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강신주의 [감정수업]에서 작가의 대표작 [죄와 벌]과 재회했었던 기억이 알라딘 중고서점 한 켠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이 낯선 소설을 선택하게 한 것이다. 

 

1부 '지하의 세계'

 

[지하생활자의 수기]는 1부 '지하의 세계'와 2부 '진눈깨비의 연상에서'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수기의 필자'가 '자기 자신과 자신의 견해를 소개하고, 자신같은 인물이 우리 주위에 나타난 까닭을, 아니 나타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고'있다고 소개한다.

나는 병적인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 나는 남의 호감을 사지 못하는 인간이다. 이것은 아무래도 간장이 나쁘기 때문인 것 같다. 하기는 나 자신의 병에 관해선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을 뿐 아니라 내 몸의 어디가 나쁜지 그것조차 확실히는 모른다.

1부의 첫 문단이다. 첫 도입부가 인상적인 허먼 멜빌의 [모비딕]이나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과 함께 앞으로 어떤 강렬한 느낌으로 남을 '시작'이다. 40년 가까이 지하생활을 하고 있다는 우리의 주인공은 시작부터 속시원하게 자기가 정상이 아님을 고백하고 있다. 동시에 이 고백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지 잔뜩 긴장하게 만드는 위협처럼 들린다.

 

아니나 다를까, 횡설수설이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한창 떠들어 놓고 여태 했던 이야기를 뒤집는다. 이래도 불만 저래도 불만이니 이 친구 대책이 없다. 20대에 지금으로 말하면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주인공은 왜소한 체구에 내성적인 성격으로 소위 진상 민원인을 상대할 때도 드러내 놓고 화풀이도 못한다. 속으로나 소심한 복수를 하다가 가끔 화를 내면 며칠이나 불면증으로 시달릴 만큼 유약하다. 

나는 짓궂은 인간이 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결국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위인이다. 악인도 될 수 없었고, 선인도, 비열한도, 정직한 인간도, 영웅도, 벌레도 될 수 없었다.

우연히 먼 친척이 유산을 상속해 주는 바람에 '오직 먹고 살려고' 해왔던 관리생활을 그만 두고 골방에 틀어박혀 (자신 생각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상을 향해 넋두리를 쏟아낸다. 그의 이 무조건적인 적개심이 어디에서 왔을까? 그의 악의에 찬 발설은 들을만한 가치가 있는가?

어떻게 해서든 살아나가자니, 스스로 여러 가지 모험을 궁리해 내서 인생을 창작할 필요가 있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이날 이때까지 얼마나 많이 화를 냈는지 모른다. 그것도 무슨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공연히 화를 내는 것이다. 나 자신 화를 낼 만한 이유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일부러 나 자신의 약을 올려주다 보면 나중에는 정말로 화가 나서 못 견디게 된다.~~~이것 역시 생활의 따분함에 기인한 것이었다.

'지하생활자'는 19세기의 교양인임을 자인하면서 높은 지적 수준으로 '주위의 누구보다 현명'하다고 주장한다. 세상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의식의 절반으로도 충분하다며 '선'이라든가 아름다운 것으로 대표되는 위선을 혐오하고 마치 '벽'처럼 누군가에 의해 규정된 규칙을 희롱한다. 예컨데 '2+2는 4' 같은 수학 산식을 조롱하며 오히려 '치통'같은 것에 쾌감을 느낀다.

 

물이 담긴 비이커에 떨어진 한방울 올리브유 처럼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다가 누군가의 사소한 언행에도 모욕의 감정을 느낀다. 이런 것이 한 번 두 번 누적되어 모욕이 '숙명'처럼 느껴졌을 때 그는 그만의 토굴속으로 들어가 빗장을 걸어 버린다.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주인공은 '의식의 과잉'에 빠져 있는 환자이다. 외로움이 정신병을 만들었다. 그는 그 원인 제공자에게 화살을 겨누기 위해 그 무엇을 찾고 있다. 악의에 차 복수할 대상을 찾고 있다. '사람이 복수를 하는 것은 그 안에 정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란 두 발로 걸어다니는 배은망덕한 동물'이므로 복수는 정당할 수 있다.

 

지하생활자는 독자를 겨냥해 따지듯이 화풀이하다가 하소연하다가 하면서 자기가 글로 남기는 이 행위 자체를 애매하게 설명한다. 진짜 이야기는 2부 '진눈깨비의 연상에서'가 될 것임을 정말 긴 독백으로 설명했던 것이다.

 

2부 '진눈깨비의 연상에서'

 

24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은 자존감이 낮아 직장에서도 친구사이에서도 누구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도 없고 길거리에서 누구와 어깨라도 부딪힐라 치면 마음 깊숙히 '꽁'하고 있다가 쫓아가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실행에 옮기지도 못한다. 현실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할 수 없고, 남다른 '두뇌'를 활용한 상상속에서만 괴로워하다가 자신의 비겁함, 무능함, 소심함을 정당화한다. 멸시와 모욕과 치욕 따위는 전부 현실에서 이루어지지만 항변은 그렇게 심연으로만 빠져들다 드디어 현실에다 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만난다.

 

우연히 알게 된 친구의 송별연 자리에 우격다짐으로 참석하고자 한 주인공은 출발 전 까지 갈까말까를 한 참 고민하다가 결국 약속 장소에 도착한다.

그들은 아무도 와 있지 않았을뿐더러, 예약한 좌석을 찾아내는 데 무척 애를 먹었다. 테이블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이건 어떻게 된 판인가? 애써 물어본 끝에 간신히 급사한테서 안 것은, 회식은 다섯시가 아니라 여섯시로 약속됐다는 것이다. 식당측에서도 여섯시가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물어보는 것조차 부끄러운 지경이었다. 이제 겨우 다섯시 이십오분이었다. 만약에 그들이 시간을 변경했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마땅히 알려줘야 할 게 아닌가. 그런 때 이용하라고 속달 우편이라는 것도 있다..... 그런데도 나한테 나한테.... 더군다나 급사들 앞에서까지 이런 개망신을 시키다니! 

 105~106P

 

이렇게 누구도 원하지 않은 장소에 나타난 '지하생활자'는 모임 내내 무리들로부터 무시를 당한다. 무리는 마지막 회포를 풀기 위해 창녀촌에 가기로 의기투합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여자를 살 돈도 없어 그를 끼어주지 않으려는 동창생들에게 화대를 구걸한다. 결국 돈을 빌리지만 심한 모멸감을 던진 후 먼저 떠난 동창생들을 뒤쫒으며 외친다.

 

"이게 바로 그거다. 마침내 현실과 맞부딪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속으로 결투까지 염두해 두고 쫒아간 곳에서 그들은 만나지 못하고 창녀 리자를 만나게 되자 일장 연설을 늘어놓은 지하생활자. 난생 처음 우월적 지위에서 착한 청자를 대상으로 올바른 삶을 설파하는 이 은둔 고수의 모습에 리자는 좋은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다음날 다시 찾아온 그녀에게 무지막지한 상처를 주면서 다시 삐뚤어진 본성을 드러내고 마는 지하생활자. 그는 구원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친 것이다. 그리고 영원할 것 같은 '지하세계'로 파고들어 '지하생활'에 길들여져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다.

 

스스로 인정하듯이 그는 '겁쟁이'이자 '노예'였고, '외톨이'였으며, 공상에 사로잡힌 '책벌레'에다가 '웃음가마리(하는 짓이 남과 달라서 남의 구경거리가 되는 사람)'였다. '파리 새끼'나 '벌레 새끼'라고 여겨지기도 하고, 누군가에는 '폭군' 노릇도 했던 '바보'같은 자였다. 지나치게 높은 자존감, 그러나 현실세계에 대한 부적응은 세상과 조화하거나 타협하는 방법을 상실하게 만들었다. 세상에서 받은 모욕과 멸시에 대한 분노를 어쩜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을 지도 모를, 서로 위로가 될 수도 있었던 '리자'를 향해 폭발함으로써, 결국 자기 스스로 자신을 구제불능이라고 단정해 버리고 자신 만의 감옥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참 불쌍한 한 인간을 보았다. 그러나 이 책의 한줄 한줄을 꼼꼼히 읽다 보면 슬픈 생각이 든다. '지하생활자'가 한 몸으로 받아 낸 그의 문제가 오롯이 그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때문이다. 그는 19세기 러시아 사회의 여러 모순들이 만들어 낸 돌연변이 같은 '괴물'에 불과하다. 권위가 흔들리는 신분 사회, 숨막힐 정도로 엄격한 교육제도, '차르'의 독재와 맹목적인 복종이 낳은 삐뚤어진 가치체계 등이 낳은 사생아다. 그러나 이 따위 불합리 부조리로 콘크리트화된 사회에 어쩜 이렇게 무력할 수 있는가?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다니.

 

21세기 대한민국에는 또 얼마나 많은 '지하생활자'가 존재할 것인가. 여러 이유로, 19세기 러시아와는 비교도 안되는 수많은 외톨이들이, '히키코모리'가 자취방에서, pc방에서, 골방에서, 학교에서 스스로 외부를 차단하거나 차단당한 채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있음을 매일 매일 목도한다. 과학은 발전하고 세상은 더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사람은 더 외로워졌다.

 

"빌라에서 어머니는 변사체로 발견되고 아들은 침대에서 아사 직전의 상태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옆집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웃집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확인한 내용입니다. 사망한 어머니는 거의 백골화가 진행되어 정확한 사망 시간을 추정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아들은 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어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 보입니다. 경찰은 사체를 부검하는 한편, 어린 아들의 건강이 회복하는 대로 사건의 진상을 밝힐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런 뉴스는 이제 드물지도 않다. 재앙이 일상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공포가 어디나 만연해 있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는 '사람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 아닐까? 어려울 때 서로 돕고 바쁠 때 손을 보태 일을 거들고 서로의 안부를 챙기며 사람 냄새 풀풀 내며 살던 때도 분명 있었는데... 숨쉴 구멍을 주자. 바쁜 세상 빠르게만 살지 말고 서로서로 손을 내밀며 살자. 나는 순진하게도 누군가가 어려울 때, 외로울 때 용기를 내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더이상 일상이 공포가 되지 않도록...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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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배스커빌의 사냥개 세계추리베스트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하영 옮김, 정태원 작품해설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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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부터 가지고 있는 취미 하나, 경제적 이유때문에 진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온라인 상으로나마 오래된 영화 포스터를 모으고 있다. 그 중에 피터 쿡, 더들리 무어가 출연한 영화 [배스커빌의 사냥개, 1978] 포스터가 생각난다. 포스터 중앙에 약간 코믹한 모습의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가 있고 뒤쪽으로 사나운 사냥개 한마리가 달빛을 배경으로 침을 흘리며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사실 이 영화 아직 못 봤다) 소설을 읽기 전까지 이 포스터는 아서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의 사냥개,1902]에 대해 가벼운 소품이겠거니 하는, 일종의 편견을 심어 주었다.

 

 

올 여름 두번째로 만난 셜록 홈즈 시리즈인 [배스커빌의 사냥개]는 나의 근거 없는 편견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영국 서부 지방에서 내려오던 광견의 전설을 소재로 한 이 에피소드는 홈즈가 수사했던 어떤 시리즈 보다 진지하고 흡입력 있게 사건 발생지인 '덴버셔'로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특히 왓슨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사건을 맡은 홈즈는 다른 사건들을 핑계로 왓슨 박사만 덴버셔에 있는 배스커빌 가로 '파견'한 것이다. 사건 의뢰인이자 배스커빌 가의 피상속자 헨리 배스커빌 경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변 인물과 사건의 관계 등을 홈즈에게 가감없이 전해야만 하는 임무를 띤 왓슨은 최선을 다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홈즈는 표면적으로 사건 밖에 위치한다.

 

이 작품은 아서 코난 도일이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를 모리어티와 함께 폭포 속으로 사라지게 한 후(죽인 후)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견디다 못해 다시 쓰게 된 첫번째 홈즈물이다. 물론 사건의 발생 연대는 홈즈의 죽음 이전으로 설정하는 영리함을 보여 주었다. 어찌됐건 이 작품은 당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근 30년만에 새로 읽은 지금 그 이유를 알만하다.

 

그 이전의 작품들도 훌륭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묘사가 훨씬 더 섬세하고 구체적이어서 읽는 내내 시각적 경험을 하게되는 것이다. '밀실 살인'의 대가로 평가받는 미국의 추리소설 작가 존 딕슨 카(1906~1977)는 이 작품을 '홈즈 스토리 중 홈즈가 스토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고 스토리가 홈즈를 지배하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까지 추켜세웠을 정도다.

 

대저택의 유산 상속, 정체 모를 자의 미행, 전설의 괴물개의 울부짖음, 공포를 양산하는 늪지대와 황무지, 탈옥한 사형수의 등장 등 사건은 계속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홈즈 없이 홀로 사건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왓슨, 과연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홈즈는 어떻게 최후의 역습을 준비할 것인가?

 

p.s.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콤비 홈즈와 왓슨을 보면서 지금 나와 손발을 맞추고 있는 동료들을 돌이켜 본다. 오늘 따라 어렸을 적 단짝 친구들이 보고 싶다.

"자네는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빛을 전달해 주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해.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천재를 자극하는 놀라운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왓슨, 자네에게는 내가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고백해야 겠네."            본문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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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기 2015-09-02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이라는 거대한 전당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이다”
─ 〈더타임즈〉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져가고 싶다”
- 소설가 팀 보울러
 

비가 은근이 내리던 지난 7월 24일 안산 M락페스티발 현장인 안산시 대부도 바다의 향기 테마파크에 다녀왔다. '국카스텐', '장기하와 얼굴들'과 같은 국내 유명 밴드 뿐만 아니라 '노엘 겔러거와 하이 플라잉 버즈' 같은 세계적인 뮤지션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하루종일 내린 비로 행사장은 진창이 되고 옷과 신발을 엉망으로 만들었지만 수만의 청춘들이 발산하는 열기는 날씨 따윈 아랑곳하지 않았다.

 

'culture shock!'

 

그날의 메인 공연은 전날까지는 듣도 보도 못한 '노엘 겔러거와 하이 플라잉 버즈'였다. 처음 듣는 그들의 노래가 낯설지 않을 정도로 듣기에 편했다. 전체적으로 비교적 잔잔한 선율에 노랫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노엘 겔러거의 건조한 음색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공연 막바지에 접어 들자 도심 한 가운데 홀로 방치된 비문명인처럼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다. 그날 마지막 곡은 'Don't look back in anger'. 반주가 시작되자 2만여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손을 머리 위로 흔들면서 흥을 타더니 가수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이른바 '떼창'이었다. 나와 나랑 직업도 갖고 나이도 엇비슷한 채00만 장승처럼 나무토막처럼 눈만 휘둥그래 뜬 채 어색하게 서 있었다. 어느 공연장에나 볼 수 있듯이 앞에 있는 열성팬들 일부만의 모습이겠지 생각하며 뒤를 돌아봤다. 앞에서서 뒤통수만 보여주던 관객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2차 충격을 받은 것은 그때였다. 내 바로 뒤의 사람부터 공간의 맨 끝에 있는 사람들 까지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각양각색의 입을 오므렸다 폈다 하면서 따라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 광경을 보니 도대체 이 밴드가 어떤 밴드인지 궁금해 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만큼이나 대중문화와 멀어져 있으며 특히, 젊음의 문화와 동떨어져 있는지 느낄수 있었다. 의식 한켠에는 이 정도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잘생기고 예쁜 아이돌 그룹이나 적어도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국내외 유명 밴드여야 한다는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이다. '윤도현 밴드'나 '스콜피온스'처럼. 그런데 이 얼마나 대책도 답도 없는 생각인가. 이미 노엘 겔러거는 웬만한 사람들에게는 절대적 추앙을 받고 있는 아티스트 였던 것이다. 다른 세상에서 다른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살던 나같은 '이방인'에게나 생소할 뿐이다. 어쨌거나 그날 이후 난 노엘 겔러거와 하이 플라잉 버즈의 팬이 됐다.

 

인터넷에는 이미 그날 그들의 공연 동영상이 올라와 있다. 관객들의 '떼창' 역시 생생하게 들린다. 무대의 화려함도 그대로다. 그 날 느꼈던 심장의 고동소리가 들린다. 살아 있다. 가끔 일상의 일탈은 새로운 활력이 됨을 다시 한 번 절감했던 좋은 날이었다.

 

 

 

 

 * 올해로 6회째를 맞은 밸리록페스티벌. 총 80여 팀의 국내외 아티스트 참여

 

노엘 토머스 데이비드 갤러거(Noel Thomas David Gallagher, 1967년 5월 29일 ~)는 영국 록 밴드 오아시스의 전 주요 작곡가이자 리드 기타리스트이며 때때로 보컬리스트로도 잘 알려진 영국의 뮤지션이다. 맨체스터 버니지에서 그의 남동생인 리암 갤러거와 자라며, 노엘은 13살에 수습 기간동안 다일 로버트슨으로부터 기타 레슨을 받았다. 노엘은 건축 회사에서의 일련의 어중간한 일들을 하다가 1988년 맨체스터 출신의 밴드인 인스파이럴 카펫츠의 로디이자 기타 테크니션으로 합류한다. 인스파이럴 카펫츠의 투어 동안 그는 남동생인 리암이 (오아시스라는 이름을 갖기 전의 이름인) The Rain이라는 자기만의 밴드를 만든 것을 알게 된다. 영국으로 돌아온 후 노엘은 그의 동생으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훗날 그들의 창조적인 방향으로 가득차게 되는 곡들을 쓰며 빠르게 지배하였다.

몇 년 안에 오아시스는 그들의 데뷔 앨범인 《Definitely Maybe》(1994)로 이른 성공을 얻게 된다. 노엘은 오아시스가 계속하여 많은 평론들과 상업적인 성공을 즐기는 동안 브릿팝 운동의 중심을 떠맡았다. 그의 거리낌 없는 의사 표현은 그를 "원로 정치인"과 같은 평판을 갖게 해 주었고, 이에 NME는 그를 "록 음악계에서 가장 영리한 사람"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이 때의 밴드 경력은 그들의 두 번째 앨범인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1995)와 브릿팝 밴드 동료인 블러와의 라이벌 관계로 요약할 수 있다. 브릿팝이 소멸하고 난 이래로 노엘은 오아시스의 정규 앨범 4개를 더 냈다. 2009년 8월 28일, 파리공연 직전 남동생 리암과의 말다툼 이후에 그는 밴드를 떠났다. 2009년 10월 23일, 노엘 갤러거는 그의 솔로 경력을 쌓을 의도를 확실시하였고, 이후 노엘 갤러거스 하이 플라잉 버즈(Noel Gallagher's High Flying Birds)를 결성하였다.

특히 브릿팝이 정점을 찍는 동안 오아시스 활동은 난기류로 얼룩져 있었다. 그는 리암과 몇 차례의 충돌이 있었고, 갤러거 형제의 싸움과 과격한 라이프스타일은 영국 타블로이드 신문을 매번 장식했다. 그러나 그는 브릿팝의 선두주자로 흔하게 여겨졌다. 한 때 NME는 많은 브릿팝 밴드들(쿨라 셰이커, 오션 컬러 씬, 캐스트를 포함한)의 성공에 노엘의 영향이 있었다고 말하며, 그들을 "노엘락(Noelrock)"으로 칭하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노엘의 작곡 능력을 높게 평가하며, 조지 마틴은 노엘을 '그의 세대에서 가장 훌륭한 작곡가'라고 표현하였다.

- 한국어 위키백과 -

 

 

 

Don't Look Back in Anger Oasis |

Slip inside the eye of your mind,
Don't you know you might find, a better place to play.
You said that you'd never been,
But all the things that you've seen, will slowly fade away.

So I'll start a revolution from my bed, 'cause you said the brains I had went to my head.
Step outside, summertime's in bloom.
Stand up beside the fireplace, take that look from off your face.
You ain't ever gonna burn my heart out.

And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Her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Take me to the place where you go, where nobody knows, if it's night or day.
But please don't put your life in the hands, of a rock 'n' roll band, who'll throw it all away.

I'm gonna start a revolution from my bed, 'cause you said the brains I had went to my head.
Step outside 'cause summertime's in bloom.
Stand up beside the fireplace, take that look from off your face, 'cause you ain't ever gonna burn my heart out.

And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she's walking on by.
My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we're walking on by.
Her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So, Sally can wait. She knows it's too late as she's walking on by.
My soul slides away; but don't look back in anger,
Don't look back in anger,
I heard you say.

At least not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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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오랜만에 내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이름때문에 별명이 '레드 드래곤'인 친구이다. 하긴 꼭 이름뿐만이 아니다. 몸짓이 커서 누가 봐도 '드래곤'의 위용이 느껴지던 친구였으니까. 가만 있자.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아니 적어도 15년은 된 것 같다. 간간히 통화를 한 적이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이 이렇게 긴 세월이 지난 연후라니. 한때 항상 붙어다니던 패거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느 쪽이든 간에 무심하긴 했다.

 

책상 정리를 하는데 깊은 곳에서 불쑥 튀어나온 서류봉투 하나가 눈에 거슬렸다. 뭔가 보니 사람들한테 받았던 편지꾸러미다. 한때는 이런 것들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고 보관되었다니 신기하다. 그 중에 레드 드래곤한테 온 편지도 한묶음이다. 신년카드도 있고 성탄절 카드도 있다. 생긴것과는 달리 글씨체는 계집애처럼 곱다. 아무런 그림이나 문구 없는 편선지에 쓴 것도 있고 대학노트를 좌~악 찢어 갈겨 쓴 것도 있다. 대부분 내가 군에 있을 때 '위문편지'라고 쓴 것이다. 한결같이 누렇게 빛이 바랬다.

 

어째거나 편지꾸러미가 발견된 타이밍이 절묘하다. 마치 일부러 찾기나 한 것처럼. 그렇지만 이런 우연은 생각보다 자주 목격된다는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문득 작정했다. 내일 만나면 친구한테 받은 것을 돌려주겠다. 나도 새삼스럽고 부끄러운데 직접 쓴 친구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그런 편지를 썼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질지도 모른다. 민망한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니 만남이 파할 무렵 불쑥 주어야지.

 

주고나면 아쉬울 때니 몇몇은 내용만이라도 보관해야 할 것 같다.

이산화탄소같은 남자 호석군에게

 

호석아! 너와의 만남이 어느새 1년이 다돼가는구나. 나에게 너를 친구로 만났다는 것이 큰 기쁨이었다. 너로써는 힘들고 또 외로웠던 일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힘들고 외로울 때는 항상 너의 뒤에 친구들이 있다고 생각해라.

슬픈일 고달픈 일은 93년의 뒤로 다 떨쳐버리고 희망차고 기쁘게 94년을 맞이하거라

그리고 우리의 우정이 새해에는 더욱 두텁게 그리고 항상 신선한 점을 보려고 노력하고 서로의 잘못된 점을 충고해주는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만사이 만사 만사이(황비홍 4 주제가)

 

산소같은 남자가

  성탄절 카드다.

보고싶은 친구 호석이에게

 

그동안 전화 여러 번 했다는데 한 번도 못 받아 미안하다

니가 전화했다는 말을 전해들었을때 좀 더 일찍 올 걸 하는 생각과 목소리라도 득고 싶었는데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런데 이렇게 편지를 받으니 기쁘기 한량 없구나.

나는 좀 바쁘게 지낸다. 도서관(4열람실)에서 매일 지낸다. 고시공부한다고 갑쭉거리고 있다. 그리고 과외도 하고 연애도 하고 있다(00하고)

이런 것들이 나를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친구들...

00쓰니까 니가 의아해 할 것이다. 이런 일도 있었나?

사귄지는 한 4개월 됐다. 그동안 너에게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

확신이 없어서 그랬다. 애인있다니까 부럽지 짜싸.

그동안 나를 잡아주었던 학회일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래서 나를 바쁘게 하기 위해서 일을 자꾸자꾸 만들어 간다.

우러 학회 94학번은 다 나갔다. 94학번은 이제 없다. 이제 학회를 위해 흘린 눈물도 없구나. O.T.때 생각난다. 너하고 같은 조 "얼씨구 좋구나 7조"

이런 얘기 고만하고 연극부는 영문학제 때 연극할려고 열심히 하고 있다. 밤 늦게까지 연습하는 열성이 부럽기도 하고 보기 좋더라.

내가 안 도와줘도 잘하는 같더라. 그렇지만 연극은 꼭 보러갈 것이다.

뭔 소린지 모르겠지만....

떠오르는 스트라이커 권호석(하하하) 미완의 대기가 이제야 물이 오르는구나. 나는 족구도 별로 못한다. 실력 다 죽었다. 너 휴가나올때 같이 공도 차고 땀도 흘려보고 같이 부대끼고 싶구나.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면 휴가나올 때 책좀 사가 읽어라 짜싸.

그리고 나에게 친구들에게 편지 자주 쓰고 펜팔이라도 해. 그리고 글좀 써서 붙이고. ......

니가 준 '솔'은 잘 피웠다. 니 생각하면서 폈다.

물론 나중에 두가치는 버렸지만. 미안하다.

건강하다니까 다행스럽다. 그래도 항상 건강에 유의해라.

힘들 때는 친구들 생각하고.

편지 자주 쓸께. 편지 늦어 미안해.

 

1994. 9. 23. 밤 11:50분에

현재에도 친구고 미래에도 영원히 우정을 나눌 친구

호석이에게

내가 군대에 간것이 1994년 6월이었으니까 이 편지는 이등병으로 한참 박박 기고 있을 무렵 보낸 것 같다. 친구가 쓴 편지를 주~욱 읽다보니 태반이 술 한잔 먹고 쓴 것 같은 느낌이다. 자주 쓰겠다던 편지는 지금 세어 보니 여섯 통 남짓. ㅋ

땅콩 형제에게

 

아직까지 줄 것이 없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담배뿐입니다.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깐 조금씩만 피우세요.

그리고 군생활 열심히 하세요. 건강하세요.

 

땅콩 형제가

마지막 것은 편지봉투가 없어 언제 보낸 것인지 모르겠다. 대체 무슨 소린지...

 

잊었던 순간들이 물살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싱싱하게 떠오른다. 친구는 어떻게 변했을까. 카톡에 사진 한 장 안올린 녀석.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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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덫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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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세번째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이다. 미스 마플이나 탐정 푸아로가 등장하는 정통 추리물이라기 보다는 1939년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가까운 서스펜스 소설이라고 봐야겠다. 작가의 자기 복제라고 해야할까? 내용이나 구성 등 전체적으로 유사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동요 '열꼬마 인디안'의 가사에 따라 사건을 진행시킨다면 [쥐덫]에서는 '세마리의 눈먼 쥐'라는 동요가 주요 모티브가 된다. 한정된 공간에 모인 수상쩍인 사람들, 어느 누구도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설정과 예상치 못한 반전 등 [쥐덫]은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많이 겹친다.

 

이 작품은 원래 1947년에 80세 생일을 맞이한 영국 왕대비를 위해 BBC 라디오의 부탁을 받은 작가가 [세 마리의 눈먼 쥐]란 제목의 라디오 드라마용 작품으로 쓴 것으로 그로부터 3년 후 단편소설로 고쳐쓴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듬해에 다시 희곡으로 수정되었는데 1952년 10월 6일 초연된 이래 지금까지도 공연되고 있다니 소설보다는 연극으로 더 유명세를 탄 셈이다.

 

Three blind mice    

 

Three blind mice                                     세 마리의 눈먼 쥐

Three blind mice                                     세 마리의 눈먼 쥐

See how they run                                   그 쥐들이 어떻게 뛰어가는 지 보세요

See how they run                                   그 쥐들이 어떻게 뛰어가는 지 보세요

They all ran after the farmer's wife            쥐들이 모두 농부의 마누라 뒤를 따라 가네요

She cut off their tails with a carving knife   농부 마누라는 고기용 칼로 쥐꼬리를 잘랐어요

Did you ever see such a sight in your life   그런 장면 지금껏 본 적이 있으세요?

Three blind mice                                      세 마리 쥐가 당한 장면같은 거요.

 

* 농구, 하기 등 심판이 세명이 있는 경기에서 "Three blind mice " 동요는 판정을 잘 못하는 심판을 비판할 때 불리기도 한다.

- 박스안 내용은 흑곰저널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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