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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배스커빌의 사냥개 ㅣ 세계추리베스트 4
아서 코난 도일 지음, 김하영 옮김, 정태원 작품해설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1월
평점 :
오래전 부터 가지고 있는 취미 하나, 경제적 이유때문에 진품을 구입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온라인 상으로나마 오래된 영화 포스터를 모으고 있다. 그 중에 피터 쿡, 더들리 무어가 출연한 영화 [배스커빌의 사냥개, 1978] 포스터가 생각난다. 포스터 중앙에 약간 코믹한 모습의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가 있고 뒤쪽으로 사나운 사냥개 한마리가 달빛을 배경으로 침을 흘리며 으르렁 거리는 모습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사실 이 영화 아직 못 봤다) 소설을 읽기 전까지 이 포스터는 아서 코난 도일의 [배스커빌의 사냥개,1902]에 대해 가벼운 소품이겠거니 하는, 일종의 편견을 심어 주었다.

올 여름 두번째로 만난 셜록 홈즈 시리즈인 [배스커빌의 사냥개]는 나의 근거 없는 편견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 영국 서부 지방에서 내려오던 광견의 전설을 소재로 한 이 에피소드는 홈즈가 수사했던 어떤 시리즈 보다 진지하고 흡입력 있게 사건 발생지인 '덴버셔'로 독자의 관심을 집중시킨다. 특히 왓슨의 활약이 돋보이는데 사건을 맡은 홈즈는 다른 사건들을 핑계로 왓슨 박사만 덴버셔에 있는 배스커빌 가로 '파견'한 것이다. 사건 의뢰인이자 배스커빌 가의 피상속자 헨리 배스커빌 경의 안전을 확보하고 주변 인물과 사건의 관계 등을 홈즈에게 가감없이 전해야만 하는 임무를 띤 왓슨은 최선을 다해서 임무를 수행하고 홈즈는 표면적으로 사건 밖에 위치한다.
이 작품은 아서 코난 도일이 [마지막 사건]에서 홈즈를 모리어티와 함께 폭포 속으로 사라지게 한 후(죽인 후) 독자들의 거센 항의에 견디다 못해 다시 쓰게 된 첫번째 홈즈물이다. 물론 사건의 발생 연대는 홈즈의 죽음 이전으로 설정하는 영리함을 보여 주었다. 어찌됐건 이 작품은 당시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고 하는데, 근 30년만에 새로 읽은 지금 그 이유를 알만하다.
그 이전의 작품들도 훌륭했지만 이 작품에서는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묘사가 훨씬 더 섬세하고 구체적이어서 읽는 내내 시각적 경험을 하게되는 것이다. '밀실 살인'의 대가로 평가받는 미국의 추리소설 작가 존 딕슨 카(1906~1977)는 이 작품을 '홈즈 스토리 중 홈즈가 스토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고 스토리가 홈즈를 지배하는 유일한 작품'이라고 까지 추켜세웠을 정도다.
대저택의 유산 상속, 정체 모를 자의 미행, 전설의 괴물개의 울부짖음, 공포를 양산하는 늪지대와 황무지, 탈옥한 사형수의 등장 등 사건은 계속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홈즈 없이 홀로 사건 속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왓슨, 과연 무사히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홈즈는 어떻게 최후의 역습을 준비할 것인가?
p.s. 역사상 가장 유명한 명콤비 홈즈와 왓슨을 보면서 지금 나와 손발을 맞추고 있는 동료들을 돌이켜 본다. 오늘 따라 어렸을 적 단짝 친구들이 보고 싶다.
"자네는 스스로 빛을 내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빛을 전달해 주는 사람인 것만은 분명해. 천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천재를 자극하는 놀라운 힘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왓슨, 자네에게는 내가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고백해야 겠네." 본문 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