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며칠전에 회사에서 자선 바자회가 있었다. 마침 나는 휴가중이었으므로 '전'에게 바자회 물품 중 도서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해 두었다. 그래서 구입한 책이 총 8권, 그 중에 김진명 작가의 소설이 두권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1026]과 [신 황태자비 납치사건].

 

 

 <바자회에서 구입한 도서들>

 

휴가를 마치고 회사에 출근해서 책을 직접 볼 때까지 김진명 작가의 두 소설 중 [1026]은 내겐 다소 낯선 책이었다.  [한반도], [황태자비 납치사건], [살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작가의 전작들이 빠른 전개와 나름 흥미있는 역사적 사실을 그럴듯하게 가공해 팩션 소설로서 재미를 주었기 때문에 우선 [1026]을 손에 잡았다. 신작이거나 적어도 내가 빼먹은 작품 중에 하나라는 생각과는 달리 서문에서 작가는 이 작품이 [한반도]의 개정판임을 알려준다. 출간 10주년을 기념해서 두권짜리를 합본했고 양장으로 된 세련된 옷으로 갈아 입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내용은 작품의 '소재와 역사적 사실을 제외하고는' 새책이라 할만큼 손을 봤다고 한다.

 

[한반도]를 언제 읽었었는지 기억에 남아있지 않다. 스토리도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을 둘러싼 미국의 음모를 파헤지는 팩션 소설이라는 정도가 전부랄까? 어쨌든 다시 책을 펼쳤다.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등장한다. 1026, 케네디 암살, KAL 007, 김형욱 실종 미스터리, 팬암 103, 에버레디 계획 등등. 그리고 책장은 여느책보다 빨리 넘어간다. 굴곡있는 한국 현대사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하나의 추리 소설로 엮어내기 위해 들였을 작가의 노고가 눈에 보이는 듯 하다.

 

그래도 많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잘 빠진 한편의 정치 스릴러가 나올 수 있을까 자문해 보았다. 글쎄, 회상장면과 특정 인물의 장광설로 두시간 가까이를 떼워야 할 것 같다. 더욱이 가끔은 '오글거리기'까지 하는 일부 독백들이나 부연설명을 버텨낼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설명은 너무 잦은 칭찬처럼 감각을 무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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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얼마전에 '알라딘'의 고전 다시 읽기 코너에 [동물농장]이 소개 된 적이 있었다. 조지 오웰이 1945년에 발표한 풍자소설이자 짧은 우화인 이 소설은 최고의 영문소설 중에 하나라는 찬사까지 얻고 있다. 또한 1999년 영국 BBC 방송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천 년 동안 최고의 문학가 부문'에서 세익스피어, 제인 오스틴에 이어 조지 오웰이 3위에 오를 정도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위대한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일단 책을 손에 잡자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우선 동물들을 의인화한 덕으로 심야의 독서가 피곤하지 않았다. 인간 주인에 의에 착취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동물들이 농장주인 인간을 몰아내고 동물들만의 자치가 이루어지는 농장을 만들었지만 결국 지도자를 자청한 돼지들의 권력투쟁과 부패로 좌절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소비에트 연맹에 대한 풍자로 유명하다. 여러 해설들에서 언급한 것처럼 등장인물들을 다음의 실제 인물들과 연결시키면 더 재미있다. 아래 박스안은 위키백과사전에서 참고한 각 인물들과 사건들이 상징하는 실제 인물과 사건들이다.

 

* 돼지들

- 메이저 영감 :  마르크스를 상징하며 레닌도 부분적으로 상징

- 나폴레옹 : 버크셔 종으로 스탈린을 상징, 첫 프랑스어 판에서는 '세자르(시저)'로 번역

- 스노볼 : 스탈린에 의해 쫓겨난 트로츠키와 그의 휘하에 있던 혁명가들을 상징

- 스퀼러 : 나폴레옹의 영원한 충복. 뱌체슬라프 몰로토프 혹은 프라우다를 상징

- 미니무스 : 나폴레옹을 찬양시를 짓는다. 막심 고리키 혹은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를 상징

- 새끼 돼지들 : 소련 공산당의 일당독재 혹은 권력세습을 상징

- 혁명 돼지들 : 나폴레옹의 독재에 반기를 들려다 반역자로 몰려 개들에게 살해당한다. 트로츠키파로 몰려 숙청당한 일군의 공산당원들을 상징

 

* 동물들

- 복서 : 소박하고 부지런하기만 한 말. 러시아 혁명 이후에 공산혁명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풍자했으며, 마지막에 복서가 팔려나가는 장면은 나폴레옹을 비롯한 혁명을 이끈 지도층이 민중을 배신했다는 은유이다.

- 클로버 : 교육을 어느 정도 받았지만 무기력한 중산층을 상징

- 몰리 : 동물 농장의 규칙을 어기고, 각설탕에 눈이 멀어 몰래 옆 농장에서 일을 한다. 러시아 혁명으로 축출된 부르주아를 상징

- 벤저민 : 혁명에 대해 신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당나귀. 소련 내에 존재하던 유대인들, 현실도피하던 지식인들 혹은 조지 오웰 자신을 상징한다는 시각이 있다.

- 뮤리엘 : 글을 천천히 읽을 줄 아는 늙은 염소. 소설의 마지막에 뮤리엘이 죽는 것은 남아있던 지식인층의 소멸을 상징

- 닭들 : 집산주의에 따른 사유재산 금지와 재산 국유화에 저항하던 쿨라크(부농 계층, 러시아어 발음으로는 꿀락)를 상징

- 9마리의 개 : 태어나자마자 나폴레옹에 의해 격리 교육된 개들스탈린 시대의 비밀경찰이었던 내무인민위원회를 상징

- 모세 : 러시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까마귀로, 존스 씨의 스파이

- 양들 : 우둔하며 스탈린을 광신적으로 따르는 우매한 민중을 상징

 

* 인간들

- 존스 씨 농장에서 동물들에 의해 쫓겨난 뒤, 프레드릭과 필킹턴의 도움을 받아 농장을 탈환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알콜 중독자가 되어 수용소에서 사망하였다. 러시아 제국의 니콜라이 2세를 상징

- 프레드릭 : 프레드릭은 아돌프 히틀러, 그의 농장 핀치필드는 나치 독일을 상징

- 필킹턴 : 필킹턴은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을 상징하며 그의 농장 폭스우드는 자본주의 국가를 상징.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카드 게임은 테헤란 회담, 나폴레옹과 동시에 "스페이드 에이스"를 뽑은 것은 냉전을 뜻하며 오웰이 돼지와 인간을 구별할 수 없었다고 표현한 것은 소련과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보인 행태가 다를 바 없었다는 말이었다.

- 윔퍼 : 나폴레옹이 인간 세상에 동물 농장을 알리기 위해 고용했다. 1930년대 당시 소련 체제의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소련을 찬양한 서구 지식인들(장폴 사르트르, 버나드 쇼 등) 혹은 체제와 관계없이 소련과 거래하는 중립국들을 상징

 

김진명 작가는 소설 [한반도]에서 극중 인물의 입을 빌려 '대중이란 늘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는 존재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는 선동가들이나 위정자들은 그럴싸한 이론과 사상으로 대중을 현혹시키고 맹목적으로 만든다.  [동물농장]에서 나의 주목을 끄는 것은 '돼지들'이나 그와 맞서는 '인간들'이 아니라 양측의 틈바구니에서 제한된 정보만으로 맹목적으로 변해가는 '동물들'이다. 특히, '복서'처럼 희생만 강요당하다가 결국 배신당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항상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군중심리에 사로잡혀 맹신적으로 돼지들을 추종하는 '양들' 또한 얼마나 비참한 캐릭터인가.

 

우리 주변의 여러가지 다양한 갈등을 접하게 되면 흑백논리가 만연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네편  아니면 내편, 좋은 놈 나쁜 놈, 적과 친구... 어떻게 상대방은 전부 틀렸고 나는 모두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이해가 안갈때가 많다. 건전한 토론은 어린 아이들 장난으로 치부해 버리고 구호만 난무한다. 마치 '양들'의 외침인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처럼 칼로 두부 자르듯이 단번에 재단해 버린다. 우리를 '양들'처럼 만들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를 한낮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자들이다.   

 

[동물농장]은 사회주의에 대한 풍자소설만으로 읽혀서는 안될 것 같다. 기원전, 의인화된 동물들의 짧은 우화로 인간사에서 적용할 여러 교훈을 선사한 '이솝'처럼 작가 조지 오웰은 20세기 최고의 우화인 이 소설을 통해 인간사회에서 구현될 수 있던 가장 극악한 폭력이 어떻게 시작하고 전개되는지, 또 그 결과는 얼마나 처참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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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수상자

국적

문학 분야

1901

쉴리 프뤼돔

프랑스

시인

1902

테오도어 몸젠

독일

역사가

1903

B. 비외른손

노르웨이

소설가, 시인, 극작가

1904

프레데리크 미스트랄
J. 에체가라이 이 에이자기레

프랑스
스페인

시인
극작가

1905

H. 솅키에비치

폴란드

소설가

1906

조수에 카르두치

이탈리아

시인

1907

러디어드 키플링

영국

시인, 소설가

1908

루돌프 오이켄

독일

철학자

1909

셀마 라게를뢰프

스웨덴

소설가

1910

파울 폰 하이제

독일

시인, 소설가, 극작가

1911

모리스 메테를링크

벨기에

극작가

1912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독일

극작가

1913

R. 타고르

인도

시인

1914

수상자 없음

 

 

1915

로맹 롤랑

프랑스

소설가

1916

V. 폰 헤이덴스탐

스웨덴

시인

1917

카를 겔레루프
H. 폰토피단

덴마크
덴마크

소설가
소설가

1918

수상자 없음

 

 

1919

카를 슈피텔러

스위스

시인, 소설가

1920

크누트 함순

노르웨이

소설가

1921

아나톨 프랑스

프랑스

소설가

1922

J. 베나벤테 이 마르티네스

스페인

극작가

1923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

아일랜드

시인

1924

부아디수아프 레이몬트

폴란드

소설가

1925

조지 버나드 쇼

아일랜드

극작가

1926

그라치아 델레다

이탈리아

소설가

1927

앙리 베르그송

프랑스

철학자

1928

시그리 운세트

노르웨이

소설가

1929

토마스 만

독일

소설가

1930

싱클레어 루이스

미국

소설가

1931

에리크 악셀 카를펠트

스웨덴

시인

1932

존 골즈워디

영국

소설가

1933

이반 부닌

소련

소설가

1934

루이지 피란델로

이탈리아

극작가

1935

수상자 없음

 

 

1936

유진 오닐

미국

극작가

1937

로제 마르탱 뒤 가르

프랑스

소설가

1938

펄 벅

미국

소설가

1939

프란스 에밀 실란페

핀란드

소설가

1943

수상자 없음

 

 

1944

J. V. 옌센

덴마크

소설가

1945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칠레

시인

1946

헤르만 헤세

스위스

소설가

1947

앙드레 지드

프랑스

소설가, 수필가

1948

T. S. 엘리엇

영국

시인, 비평가

1949

윌리엄 포크너

미국

소설가

1950

버트런드 러셀

영국

철학자

1951

페르 라게르크비스트

스웨덴

소설가

1952

프랑수아 모리아크

프랑스

시인, 소설가, 극작가

1953

윈스턴 처칠

영국

역사가,웅변가

1954

어니스트 헤밍웨이

미국

소설가

1955

할도르 락스네스

아이슬란드

소설가

1956

후안 라몬 히메네스

스페인

시인

1957

알베르 카뮈

프랑스

소설가, 극작가

1958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수상거부)

소련

소설가, 시인

1959

살바토레 콰시모도

이탈리아

시인

1960

생 종 페르스

프랑스

시인

1961

이보 안드리치

구 유고슬라비아

소설가

1962

존 스타인벡

미국

소설가

1963

게오르기오스 세페리아데스

그리스

시인

1964

장 폴 사르트르 (수상 거부)

프랑스

철학자, 극작가

1965

미하일 숄로호프

소련

소설가

1966

슈무엘 요세프 아그논
넬리 작스

이스라엘
스웨덴

소설가
시인

1967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

과테말라

소설가

1968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

일본

소설가

1969

새뮤얼 베케트

아일랜드

소설가, 극작가

1970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소련

소설가

1971

파블로 네루다

칠레

시인

1972

하인리히 뵐

독일

소설가

1973

패트릭 화이트

오스트레일리아

소설가

1974

에이빈 욘손
하리 마르틴손

스웨덴
스웨덴

소설가
소설가, 시인

1975

에우제니오 몬탈레

이탈리아

시인

1976

솔 벨로

미국

소설가

1977

빈센테 알레익산드레

스페인

소설가

1978

아이작 바셰비스 싱어

미국

소설가

1979

오디세우스 엘리티스

그리스

시인

1980

체슬라프 미우오슈

미국

시인

1981

엘리아스 카네티

불가리아

소설가, 수필가

1982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콜롬비아

소설가, 언론인, 사회비평가

1983

윌리엄 골딩

영국

소설가

1984

야로슬라프 세이페르트

구 체코슬로바키아

시인

1985

클로드 시몽

프랑스

소설가

1986

올레 소잉카

나이지리아

각색가, 시인

1987

조지프 브로드스키

미국

시인, 수필가

1988

나기브 마푸즈

이집트

소설가

1989

카밀로 호세 셀라

스페인

소설가

1990

옥타비오 파스

멕시코

시인, 수필가

1991

나딘 고디머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1992

데렉 월컷

세인트루시아

시인

1993

토니 모리슨

미국

소설가

1994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일본

소설가

1995

시머스 히니

아일랜드

시인

1996

비수아바 심보르스카

폴란드

시인

1997

다리오 포

이탈리아

극작가

1998

주제 사라마구

포르투갈

소설가

1999

귄터 그라스

독일

시인,소설가

2000

가오싱젠[高行健]

프랑스*

소설가·극작가

2001

V.S. 나이폴

영국

소설가

2002

임레 케르테스

헝가리

소설가

2003

존 맥스웰 쿳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소설가, 비평가, 번역가

2004

엘프리데 옐리네크

오스트리아

시인, 소설가

2005

해럴드 핀터

영국

극작가

2006

오르한 파묵

터키

소설가

2007

도리스 레싱

영국

소설가

2008

장 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프랑스

소설가

2009

헤르타 뮐러

독일

 

2010

마리오 바가스 르로사

 

 

2011

토마스 트랜스트뢰머

 

 

2012

모 얀

 

 

2013

앨리스 문로

 

 

2014

패트릭 모리아노

 

 

2015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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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자칼의 날 1
프레데릭 포사이드 지음, 강혜정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7월
평점 :


1993년에 영화 [클리프행어]가 국내에 개봉했을때 누구에게라도 뒤질세라 극장으로 달려갔었다. 영화는 말 그대로 쫄깃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두시간 남짓 적지않은 시간을 나의 온 신경과 시선을 빼앗았다. 시원한 극장에서 시야 가득 설원을 배경으로 통쾌한 액션을 보는 재미에 6월 무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나중에 영화제목 'Cliffhanger'를 사전에서 찾아보니, 명사로서 두가지 의미가 설명되어 있다. 첫번째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이라는 의미와 두번째 '매회 아슬아슬한 장면에서 끝나는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뜻이 있다고 설명한다. 단순히 단어를 해부해서 '벼랑에 매달려 있는 사람' 쯤으로 이해한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하긴 맨손으로 벼랑에 매달려 있으면 손에 땀 좀 나긴 날 것이다.

 

벼랑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사건하면 생각나는 소설이 있다. 바로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1971년 소설 [자칼의 날] 이다. 이 흥미진진한 소설을 거의 20년 전에 읽었었다. 이후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동명의 영화도 정말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최근 작가가 실제로 첩보활동을 했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이 소설을 다시 읽기로 마음 먹었다가 이제야 읽었다. 20년 전 읽었던 책은 단권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번에 것은 국일미디어에서 출간한 2권 짜리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의 암살 미수 사건을 소재로 베일에 싸인 암살범 '자칼'과 그를 쫒는 베테랑 형사의 추격전을 다루었다. 시작은 이렇다. 1950년대 말에서 1960년대 초 프랑스는 식민지 알제리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어 있었다. 알제리 독립을 위해 투쟁하던 '알제리민족해방전선(FLN)'의 저항을 억제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정계에 다시 등장한 샤를 드골은 1957년 1월 대통령에 취임하고, 1962년 4월에 알제리가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게 된다. 골치아픈 알제리 문제를 일거에 해결했다는 찬사 이면에 이런 조치에 배신감을 느낀 군부를 중심으로 한 프랑스 내 극우주의자들은 비밀결사조직 OAS를 결성하고 드골 암살계획을 세운다. 여섯 차례나 시도한 암살 계획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자 암호명 외에 어떤 실체도 드러나지 않은 최고의 전문 암살꾼을 고용하기로 결정한다.

 

30대 후반의 건장하고 잘생긴 암살자 '자칼'은 모든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혼자 움직인다. 치밀함, 무기에 관한 해박한 지식, 뛰어난 변장술, 무엇보다도 어떤 순간에도 냉정을 잃지 않는 침착함으로 사상 최대의 '표적'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자칼'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심장이 오므라들것 같다. 작가는 무기, 프랑스 정부 조직, 형사들의 습성 등 소설 속 세상에 대한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와 함께 빠른 전개를 통해 흡입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악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했으면서도 '1:프랑스 정부'라는 불균형한 대결구도를 설정함으로써 오히려 악인에게 동화되는 일종의 '스톡홀름 신드롬'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드골 대통령이 암살당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없으니 '자칼'의 계획은 실패할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작가가 창조한 뛰어난 캐릭터의 힘이 아닐까.

 

오랜만에 다시 읽은 [자칼의 날], 역시 명불허전이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양 손을 흥건하게 적신 땀, 벼랑에 매달려 있다가 이제야 벗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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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감독의 [사도]. 아주 흔한 소재의 역사물이지만 전혀 진부하지 않은 영화다. 충무로의 블루칩 유아인과 명불허전의 송강호의 조합도 괜찮았다. 나랏일이 아닌 집안문제,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 임오화변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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