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 동물농장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얼마전에 '알라딘'의 고전 다시 읽기 코너에 [동물농장]이 소개 된 적이 있었다. 조지 오웰이 1945년에 발표한 풍자소설이자 짧은 우화인 이 소설은 최고의 영문소설 중에 하나라는 찬사까지 얻고 있다. 또한 1999년 영국 BBC 방송의 조사에 의하면 '지난 천 년 동안 최고의 문학가 부문'에서 세익스피어, 제인 오스틴에 이어 조지 오웰이 3위에 오를 정도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위대한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일단 책을 손에 잡자 쉽게 책장이 넘어갔다. 우선 동물들을 의인화한 덕으로 심야의 독서가 피곤하지 않았다. 인간 주인에 의에 착취당하고 있다고 생각한 동물들이 농장주인 인간을 몰아내고 동물들만의 자치가 이루어지는 농장을 만들었지만 결국 지도자를 자청한 돼지들의 권력투쟁과 부패로 좌절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소비에트 연맹에 대한 풍자로 유명하다. 여러 해설들에서 언급한 것처럼 등장인물들을 다음의 실제 인물들과 연결시키면 더 재미있다. 아래 박스안은 위키백과사전에서 참고한 각 인물들과 사건들이 상징하는 실제 인물과 사건들이다.

 

* 돼지들

- 메이저 영감 :  마르크스를 상징하며 레닌도 부분적으로 상징

- 나폴레옹 : 버크셔 종으로 스탈린을 상징, 첫 프랑스어 판에서는 '세자르(시저)'로 번역

- 스노볼 : 스탈린에 의해 쫓겨난 트로츠키와 그의 휘하에 있던 혁명가들을 상징

- 스퀼러 : 나폴레옹의 영원한 충복. 뱌체슬라프 몰로토프 혹은 프라우다를 상징

- 미니무스 : 나폴레옹을 찬양시를 짓는다. 막심 고리키 혹은 블라디미르 마야콥스키를 상징

- 새끼 돼지들 : 소련 공산당의 일당독재 혹은 권력세습을 상징

- 혁명 돼지들 : 나폴레옹의 독재에 반기를 들려다 반역자로 몰려 개들에게 살해당한다. 트로츠키파로 몰려 숙청당한 일군의 공산당원들을 상징

 

* 동물들

- 복서 : 소박하고 부지런하기만 한 말. 러시아 혁명 이후에 공산혁명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프롤레타리아 계급을 풍자했으며, 마지막에 복서가 팔려나가는 장면은 나폴레옹을 비롯한 혁명을 이끈 지도층이 민중을 배신했다는 은유이다.

- 클로버 : 교육을 어느 정도 받았지만 무기력한 중산층을 상징

- 몰리 : 동물 농장의 규칙을 어기고, 각설탕에 눈이 멀어 몰래 옆 농장에서 일을 한다. 러시아 혁명으로 축출된 부르주아를 상징

- 벤저민 : 혁명에 대해 신랄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당나귀. 소련 내에 존재하던 유대인들, 현실도피하던 지식인들 혹은 조지 오웰 자신을 상징한다는 시각이 있다.

- 뮤리엘 : 글을 천천히 읽을 줄 아는 늙은 염소. 소설의 마지막에 뮤리엘이 죽는 것은 남아있던 지식인층의 소멸을 상징

- 닭들 : 집산주의에 따른 사유재산 금지와 재산 국유화에 저항하던 쿨라크(부농 계층, 러시아어 발음으로는 꿀락)를 상징

- 9마리의 개 : 태어나자마자 나폴레옹에 의해 격리 교육된 개들스탈린 시대의 비밀경찰이었던 내무인민위원회를 상징

- 모세 : 러시아 정교회를 상징하는 까마귀로, 존스 씨의 스파이

- 양들 : 우둔하며 스탈린을 광신적으로 따르는 우매한 민중을 상징

 

* 인간들

- 존스 씨 농장에서 동물들에 의해 쫓겨난 뒤, 프레드릭과 필킹턴의 도움을 받아 농장을 탈환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알콜 중독자가 되어 수용소에서 사망하였다. 러시아 제국의 니콜라이 2세를 상징

- 프레드릭 : 프레드릭은 아돌프 히틀러, 그의 농장 핀치필드는 나치 독일을 상징

- 필킹턴 : 필킹턴은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을 상징하며 그의 농장 폭스우드는 자본주의 국가를 상징. 소설 마지막에 등장하는 카드 게임은 테헤란 회담, 나폴레옹과 동시에 "스페이드 에이스"를 뽑은 것은 냉전을 뜻하며 오웰이 돼지와 인간을 구별할 수 없었다고 표현한 것은 소련과 서구 제국주의 국가들이 보인 행태가 다를 바 없었다는 말이었다.

- 윔퍼 : 나폴레옹이 인간 세상에 동물 농장을 알리기 위해 고용했다. 1930년대 당시 소련 체제의 진실을 보지 못한 채 소련을 찬양한 서구 지식인들(장폴 사르트르, 버나드 쇼 등) 혹은 체제와 관계없이 소련과 거래하는 중립국들을 상징

 

김진명 작가는 소설 [한반도]에서 극중 인물의 입을 빌려 '대중이란 늘 선전과 공작에 이용당하는 존재들'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의 질서를 바꾸려는 선동가들이나 위정자들은 그럴싸한 이론과 사상으로 대중을 현혹시키고 맹목적으로 만든다.  [동물농장]에서 나의 주목을 끄는 것은 '돼지들'이나 그와 맞서는 '인간들'이 아니라 양측의 틈바구니에서 제한된 정보만으로 맹목적으로 변해가는 '동물들'이다. 특히, '복서'처럼 희생만 강요당하다가 결국 배신당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항상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는 구호를 외치면서 군중심리에 사로잡혀 맹신적으로 돼지들을 추종하는 '양들' 또한 얼마나 비참한 캐릭터인가.

 

우리 주변의 여러가지 다양한 갈등을 접하게 되면 흑백논리가 만연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네편  아니면 내편, 좋은 놈 나쁜 놈, 적과 친구... 어떻게 상대방은 전부 틀렸고 나는 모두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가능한지 이해가 안갈때가 많다. 건전한 토론은 어린 아이들 장난으로 치부해 버리고 구호만 난무한다. 마치 '양들'의 외침인 '네 다리는 좋고, 두 다리는 나쁘다' 처럼 칼로 두부 자르듯이 단번에 재단해 버린다. 우리를 '양들'처럼 만들려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들은 우리를 한낮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는 자들이다.   

 

[동물농장]은 사회주의에 대한 풍자소설만으로 읽혀서는 안될 것 같다. 기원전, 의인화된 동물들의 짧은 우화로 인간사에서 적용할 여러 교훈을 선사한 '이솝'처럼 작가 조지 오웰은 20세기 최고의 우화인 이 소설을 통해 인간사회에서 구현될 수 있던 가장 극악한 폭력이 어떻게 시작하고 전개되는지, 또 그 결과는 얼마나 처참할 수 있는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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