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 (완전판) - 살인을 예고합니다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7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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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읽었다. 지역 주간지에 실린 '살인 예고 광고'. 지역 주민들은 살인게임을 즐기는 파티 초대장으로 이해하고, 친구들이 광고 내용대로 문제의 10월 29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에 '리틀 패덕스'로 모여 든다. 리들 패덕스의 안주인 블랙록은 누군가의 장난이겠거니 손님을 맞이 하고, 순박한 시골 이웃들은 호기심 가득히 파티 시작을 기다리는데 이게 왠 일인가? 정해진 시각이 되자 불이 꺼지는 것까지 좋은데 우당탕 하더니 어지러운 후레쉬 불빛과 이어서 들리는 세 발의 총성. 괴성과 혼란한 상황 속에서, 불을 켜자 보이는 것은 시체가 되어 누워 있는 복면 쓴 낯선 사나이와 권총 한 자루.

 

파티가 아니라 진짜 살인이 벌어진 것이다. 두발의 총성은 집주인을 향해 날아 갔고 세번 째 총알이 복면 사나이에게 들어간 건데, 어설픈 강도가 실수를 한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음모가 있는 것인지, 지역 경찰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자연스럽게 제인 마플이 수사에 합류하고, 이어지는 제2, 제3의 희생자들. 리들 패덕스의 구성원인 블랙록과 그녀의 오랜 친구 버너 양, 블랙록의 두 조카인 줄리아와 패트릭, 식모와 하숙생 그리고 그날 손님으로 온 일곱명의 이웃 주민들, 이 중에 범인이 있다. 제인 마플은 어떻게 진범을 잡을 것인가.

 

자타공인, 마플 양이 등장하는 작품 중 단연 수작으로 꼽힐 만큼 몰입도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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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서기 2017-06-1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의 시체』와 함께 마플 양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애거서 크리스티가 꼽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들 중의 하나이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또 한 번 자신의 여왕 자리를 확고하게 정립했다.” _ 《타임스》
 
드라큘라 1 펭귄클래식 46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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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마니아 펜실바니아의 어느 외딴 성,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 브람 스토커의 19세기 말 공포소설 [드라큘라]는 첫 발간 당시 그닥 주목을 끌지 못했다고 한다. 서간, 녹음, 신문기사, 일지 등등 등장인물들의 여러 기록을 시간 순으로 배열해 놓은 방식이 다소 번잡스러웠으나 새로운 것은 아니었고, 그 시기에는 이 작품 말고도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걸작들이 대거 쏟아졌던 시기였다. 아서 코난 도일 경은 역대급 캐릭터 셜록 홈즈를 내 놓았으며, H.G. 웰즈는 과학소설이라는 틀로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여러 작품들을 내 놓았다. 그리고 동향이자 한 때 연적이었던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0)]으로 한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만은 아들의 놀라운 이 고딕소설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필적할 만한 작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모친의 혜안은 1970년대에 들어서야 사실도 증명되었으니 지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드라큘라 백작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무수한 영화, 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 및 각종 패러디가 한 몫 했을 터. 특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내게도 아주 인상깊게 남아 있다. 그 원작 소설을 이제 읽었다.

 

반 헬싱 교수와 조나선 하커, 미나 하커, 퀸시 모리스, 닥터 스워드 등 소위 '빛의 전사들'이 사악한 흡혈귀에 맞서는 기본 줄거리에 숨겨진 수많은 함의를 좇는데 수월하지는 않았다. 다소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고, 이야기가 각 캐릭터의 개인적 기록으로 진행되다 보니 각 인물에 대한 과도한 찬사(특히 미나 하커에 대한 숭배 수준의 립서비스) 따위의 손가락 오그라드는 장면도 꽤 있어 묵직한 인내심을 요할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마지감 책장을 넘기자, 대부분 고전의 지위를 얻은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이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남는다. 공포 고딕소설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것이 작가의 의도이건 아니건 간에) 시대의 고민이 감지되는 것이다. 남성위주의 가부장적 전통에 대한 옹호 또는 반감,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문화충돌, 이교도와 기독교의 대립, 미신과 과학기술의 대결, 성적 결핍에 대한 두려움 등등...

 

드라큘라, 투명인간, 지킬박사, 도리언 그레이, 모로 박사 등등, 공포문학에 있어 유독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많은 주요 캐릭터가 쏟아졌던 이유가 무엇일까? 공부가 필요하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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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 범우 비평판 세계 문학 61-1
크누트 함순 지음, 김남석 옮김 / 범우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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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사람의 바닥까지 드러난 처절한 삶을 이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한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배고픔을 이기려고 톱밥을 씹고, 손가락을 빨다가 차라리 '손가락을 씹어 먹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는 지경이라니. 그런데 주인공은 이런 궁핍한 속에서도, 죽음에 이를지도 모르는 굶주림을 겪으면서도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는 것, 폐를 끼치는 것, 비굴해지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어쩌다 생긴 수입이 있어도 불쌍한 사람을 보면 툭 주어버리기 일쑤고, 점원이 착오로 거슬러 준 잔돈을 받았다가 죄책감에 시달리며 역시 불쌍한 사람에게 적선하고서는 안도한다. 내성적이고 자존심이 강한 성격? 아니, 그는 미쳤다. 되도 않는 글을 쓴답시고 현실과 단절을 선택하면서 고결성만 추구하는, 읽는 내내 갑갑함을 느끼게 하는 것도 도가 지나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인상적인 소설이다. 1920년 노벨상을 수상했지만 말년에 히틀러와 나치에 동조하는 말과 글을 남겨 그 명성을 다 날려버린 노르웨이 작가 크누트 함순의 초기 대표작인 [굶주림(1890)]은 어느정도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다고 한다. 배운 것도 없이 이런 저런 직업을 전전한 젊은 작가는 자신의 무명시절의 처절함을 당시로서는 아주 낯선 서술기법으로 묘사해 단박에 세계문학에 주목을 받았다. '고통스럽게 불안해 하는, 소외된 현대의 인간이 최초로 문학작품 속에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별한 사건도 없이 크리스티아나(오슬로의 옛 이름)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비정상의 주인공이 서술하는 일관성 없는 전개는 아주 철저하게 화자 중심이다. 이런 방식은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푸르스트, 버지니아 울프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프로이트와 융 같은 심리학자들도 그 영향 아래에 있다고 하니 대단하다. 

 

함순의 정치적 견해는 일단 뒤로 하고, 그의 또다른 대표작 [대지의 축복]이나 [목신 판]을 가급적 빨리 구해 읽어 보고 싶다.

 

 

- 접어둔 페이지

 

과자를 파는 여자 하나가 내 곁에 앉아서 상품 위에 갈색으로 된 코를 쳐박고 있었다. 그 여자의 앞에 있는 자그마한 탁자 위에는 먹을 것이 화가 날 정도로 수북이 쌓여 있었다. 나는 무의식중에 외면해 버리고 말았다.  100쪽

 

갑자기 조심해! 하는 싸늘한 소리가 날카롭게 들려왔다. 나는 이 고함소리를 똑똑히 듣자, 부자유스러운 다리로 한껏 빨리 움직여 허둥지둥 몸을 비켰다. 괴물과도 같은 빵차가 나의 곁을 바싹 지나가며, 바퀴로 나의 윗저고리를 스쳤다. 좀 더 날쌨던들 나는 무사히 비켜설 수가 있었을 것이다. 발가락 두서너 개가 갈리고 말았던 것이다. 구두 속에서 발가락이 우지직 납작해진 것같이 느껴졌다. 164쪽

 

나는 넘어지지 않고 죽어도 서서 죽고 싶었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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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0
에드거 앨런 포 지음, 김기철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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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셔가의 몰락], [모르그가의 살인], 그리고 [검은 고양이]..., 포우 하면 우선 떠오르는 제목들이다. 어린 시절 문고판으로 읽으면서 오싹했던 이야기들이다. 알라딘에서 포우 전집을 담은 [우울과 몽상]과 문예출판사 판 [검은 고양이]를 사이에 두고 고민하다가 뒤의 것을 샀다.

 

특히, [검은 고양이]는 공포소설의 대가의 작품답게, 이미 다 알고 있는 줄거리임에도 섬뜩하다. 짧은 분량에 담은 군더더기 없는 전개며, 인간의 본성을 훼집는 묘사가 전율을 일으키는 것이다.

 

검은 고양이 플루토, 플루토는 그리스 신화에서는 하데스로 더 잘 알려진 지하세계의 으뜸신이다. 애완동물 치고는 그 색깔이며 이름이 께름직하지만 주인공 내외는 고양이을 끔찍히 아낀다. 화자이자 주인공인 남자는 어린 시절, 여느 아이처럼 순종적이고 모나지 않게 무난했다. 그런데 어떻게 순수하고 여린 소년은 끔찍한 살인마가 되었는가? 술의 신 디오뉘소스를 지나치게 추종했던 것인가? 이 작품에서는 질병으로 까지 묘사된 술이다. 술김에 한 어떤 행동, 술에 힘을 빌려 한 어떤 행동, 술에 취해 저지른 실수 들이 어느 순간 만성이 되고, 술은 용기를 주는 마법의 묘약이 되어 더 과감해 진다. 잔혹성은 우상향 곡선을 그리게 된다. 사악한 본성까지 끄집어 낸다. 백번 양보해서 살인은 우발적인 것이라 치더라도 영리한 사체유기, 그리고 경찰이 왔을때 보인 완전범죄의 자신감까지 이미 주인공은 악마의 포로가 되어 버린 것이다. 동물학대, 가정폭력, 살인, 시체유기... 그리고, 고양이 울음 소리, 야~~옹

 

'공포'는 우리에게 '서늘함' 그 이상을 준다.

 

 

포우의 또 다른 대표작, [모르그가의 살인, 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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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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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세상 사람들의 눈이 멀기 시작한다. 멀쩡하던 눈이 하얀 장막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된 것이다. 설상가상 전염까지 된다. 눈 먼 사람들은 격리되고 감시되고 제한된 공간에서 우왕좌왕 한다. '질서'가 무너진 사회, 최소한의 인권마저 기대할 수 없는 사회의 끝판이다.

 

주제 사라마구의 끔찍한 상상, 까뮈의 [페스트]도 생각나고 코맥 맥카시의 [로드]도 생각난다. 무엇보다 지금 사는 세상이 생각난다. 소설 속에서는 한 사람만 빼놓고 모두 눈이 멀었다가 갑작스레 감기가 떨어져 나가듯이 다시 눈을 뜨는데, 눈 뜬 사람이 대부분인 내가 사는 세상이 '눈먼 자들의 도시'와 무엇이 다를까하고 곰곰 생각해 본다. '눈뜬 장님들의 세상'이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한계까지만 이해하려고 한다. 눈은 떴으되 보지 않고, 가끔은 한쪽 눈만 뜨고 있으니 제대로 볼 리 없다.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소설처럼 갑작스레 병이 치유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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