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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1 ㅣ 펭귄클래식 46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루마니아 펜실바니아의 어느 외딴 성,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 브람 스토커의 19세기 말 공포소설 [드라큘라]는 첫 발간 당시 그닥 주목을 끌지 못했다고 한다. 서간, 녹음, 신문기사, 일지 등등 등장인물들의 여러 기록을 시간 순으로 배열해 놓은 방식이 다소 번잡스러웠으나 새로운 것은 아니었고, 그 시기에는 이 작품 말고도 세간의 관심을 끌만한 걸작들이 대거 쏟아졌던 시기였다. 아서 코난 도일 경은 역대급 캐릭터 셜록 홈즈를 내 놓았으며, H.G. 웰즈는 과학소설이라는 틀로 제국주의를 비판하는 여러 작품들을 내 놓았다. 그리고 동향이자 한 때 연적이었던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1890)]으로 한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작가의 어머니만은 아들의 놀라운 이 고딕소설을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필적할 만한 작품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모친의 혜안은 1970년대에 들어서야 사실도 증명되었으니 지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드라큘라 백작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겠는가. 무수한 영화, 드라마, 뮤지컬, 애니메이션 및 각종 패러디가 한 몫 했을 터. 특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는 내게도 아주 인상깊게 남아 있다. 그 원작 소설을 이제 읽었다.
반 헬싱 교수와 조나선 하커, 미나 하커, 퀸시 모리스, 닥터 스워드 등 소위 '빛의 전사들'이 사악한 흡혈귀에 맞서는 기본 줄거리에 숨겨진 수많은 함의를 좇는데 수월하지는 않았다. 다소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고, 이야기가 각 캐릭터의 개인적 기록으로 진행되다 보니 각 인물에 대한 과도한 찬사(특히 미나 하커에 대한 숭배 수준의 립서비스) 따위의 손가락 오그라드는 장면도 꽤 있어 묵직한 인내심을 요할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마지감 책장을 넘기자, 대부분 고전의 지위를 얻은 작품들이 으레 그렇듯이 길게 이어지는 여운이 남는다. 공포 고딕소설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것이 작가의 의도이건 아니건 간에) 시대의 고민이 감지되는 것이다. 남성위주의 가부장적 전통에 대한 옹호 또는 반감, 외국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문화충돌, 이교도와 기독교의 대립, 미신과 과학기술의 대결, 성적 결핍에 대한 두려움 등등...
드라큘라, 투명인간, 지킬박사, 도리언 그레이, 모로 박사 등등, 공포문학에 있어 유독 19세기 후반 영국에서 많은 주요 캐릭터가 쏟아졌던 이유가 무엇일까? 공부가 필요하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