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의 의자" 서른을 훌쩍 지난 그녀가 말하는 의자는 자리를 뜻하는 거였다. 서른을 넘긴 여자들이 앉아 있는 자리, 생활하는 자리, 평소의 시간을 보내는 그 자리들을 살피면 그녀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기에 나는 이 표현이 참 영리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었다. 의자 위의 시간은 그래서 아주 여유로운 시간이며 성찰의 시간인 동시에 앞으로의 시간을 위한 준비의 자리가 된다. 그 어떤 에세이를 읽어도 이처럼 문학적이라고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잘난 척을 하려한 것도 아니요, 심연의 감성으로 감수성을 충동질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서른을 지난 사람들에겐 공감의 시간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 희망도 절망도 여성적이거나 전투적인 삶을 살아내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것도 아이면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공감 속에서 이해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녀는 이름 앞에 붙여진 특이한 성씨만큼이나 깊고 특별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며 살아가는 30대였다. 염전이 있던 곳 /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이문재 [소금창고] 그녀가 좋아하는 시의 구절을 함께 좋아하게 되면서 옛날이 가버린 시간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오늘에이르기까지 자꾸 오는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비린내로 시간을 죽일 때 라는 표현이 너무 좋아 메모하면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단어구사를 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침묵에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침묵은 그 자체로 능동적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 라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본다. 서른은 와서 조용히 지나쳐 갔지만 지나고 보니 그 나이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여 놓고 내 삶의 방향을 정해준 나이. 생의 반짝거림보다는 편안함을 가져다준 그 서른이라는 나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면서 뒤이어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이 이 나이를 좀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볻다.
마이클 잭슨은 우주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코코 샤넬 또한 우주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우주인이라고 믿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믿음이나 이해가 아닌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세상을 떠난 유명인들이 죽어버린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렸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덜 쓸쓸할 것 같기도 했고. 인터뷰식으로 꾸려진 이 책 속에서 마이클 잭슨은 시리우스 별의 마음 치유사로, 찰리 채플린은 헤드로포보스별의 신사로, 코코샤넬은 시리우스별의 똑똑한 이기주의자였으며 마리아 칼라스조차 잉케별의 예술가였다. 또 잉케별의 또 다른 외계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시리우스별의 또 다른 외계인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아이콘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참 색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서 언급해 놓은 것처럼 그들만 외계인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느 별에서 온 우주인이라는 생각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다르게 만들었다.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에 상상력을 불어넣으면서 누구누구의 누구가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지구별에 와서 지구를 변화시키는 인물로 남기 보다는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으면서도 되돌아갈 때엔 "공부를 했다"는 마음으로 끝맺어져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정말 외계인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여행으로 바라보고 죽음을 돌아가는 곳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좋았다고나 할까. 정말 죽음이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선을 타고 이 별을 떠나는 것이라면 세상 사람들은 그 마지막 순간을 그토록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명의 스타들이 나오지만 처음 예상 했던 것처럼 나는 [코코샤넬]편이 가장 좋았다. 꼭 샤넬을 입어야 한다고 고집하진 않지만 여성들이 샤넬 스타일에 열광한다면 그만큼 의식수준이 향상되었음을 뜻한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그녀의 육성으로 듣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도 코코 샤넬에 매료되었던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는 그녀와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당당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선재의 책은 두번째지만 참 특이한 책들을 펴내는 이 출판사의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출판사 사람들이야말로 우주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들은 특별한 아이템을 담아내고 있다. 세번째 책에서는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놓을지 독자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하얀 색은 다른 색으로 잘 물들어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일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째서 책 도둑이 되고 말았던 것일까. 어쩌면 동화같은 이 설정 탓에 나는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희귀도서를 훔쳤다고해서 악명 높은 책 도둑이 되어버린 존 길키. 아무리 책값이 10만 달러나 된다지만 책을 훔친 남자가 유명해진 이유는 과연 그것만이었을까. 사연이 궁금한 독자가 되어, 때로는 희귀도서 판매상에서 존 길키를 추적하는 아마추어 탐정으로 변한 켄 샌더스의 마음이 되어 페이지를 넘나들며 그의 뒤를 쫓아가는 동안 나는 계속 갈증이 났더랬다. 숨막히는 추격전 속에서도 인간이 책에 가질 수 있는 집착과 갈망에 함께 목말라하며. 그러다 어느 순간 숨이 딱 막혀 버렸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길키가 이런 말을 건낸다. "여전히 저는 도둑이겠지요?"라고. 같은 대사도 어느 배우가 내뱉느냐에 따라 그 느낌전달이 참 다르게 느껴지곤 했는데, 만약 길키의 역을 배우 박해일이 맡는다면 ? 배우 원빈이 맡는다면? 배우 하정우가 맡는다면? 다 다른 뉘앙스로 와닿지 않을까. 내 상상 속 느낌은 누가 내뱉는 대사에 가까울까? 처음 읽게 된 앨리슨 후버 바틀릿의 소설은 가장 흥미롭지 못한 소재로 가장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버무려 낸 요리처럼 만들어 내어놓았다. 책에 미친 두 남자의 인생의 한 때가 이 책 한 권 속에 샌드위치처럼 잘 스며들었는데 각각 도둑과 탐정이라지만 나는 어느 쪽도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아냈다기보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도 그런 양날의 마음이 공존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소설 속의 인물에게도 살아있는 그 무엇을 부여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의 두 주인공들에게서는 그 어떤 생동감에 앞서 캐릭터화 되어도 재미있겠다 싶어진 어떤 구석들이 발견되었다. "책"이라는 한정적이고 딱딱한 소재를 두고 사람의 마음과 욕심을 움직여 한 편의 재미난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다니 그 어찌 감동하지 아니겠는가.
흑치마 사다코는 김옥균을 소재로 한 글을 구상하던 중에 알게 되어 소설을 집필했다고 했고, 어떤 면이 그토록 매력적이어서 작가가 주인공화했는지 궁금했는데 그녀는 배신의 아이콘이었다. 모든 사람이 불행을 겪었다고해서 복수의 화신이 된다거나 민족을 망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픈 역사고 부끄러운 역사지만 제대로 알고자 한 취지로 썼다는 저자의 눈에 비친 그녀는 상처받은 인간이었다. 조선. 개화기의 조선은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아비를 잡아가고 어미를 눈멀게 했으며 어미에 이어 자신마저도 매춘을 세상으로 이끌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신분상승의 동앗줄을 내려준 쪽은 일본이었다. 일본이라고 그녀에게 100% 날개를 달아준 천사는 아니었다. 미모의 그녀에게서 단물을 쏙쏙 빨아 일본에 이로운 일을 시키고자 한 것이었고 그녀는 철저하게 "놀아난"쪽이었다.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였다지만 잠자리 파트너였고 색기를 멈추지 못해 이 남자, 저 남자를 거느리고 살면서 서른 살 정도의 연하의 남자까지 애인으로 두었던 희대의 스파이 사다코. 균형이라 했다. 사람 사이에도 분재처럼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이 무너지면 스스로 다치게 된다 p.76 관기로 살던 그녀가 난세에 논개같은 존재도 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매국을 택했고 급기야 전쟁터로 위안부를 보내는 선봉에 섰다고 하니 이런 악녀가 또 어디있을까 싶어졌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어디가 허구일까.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믿기에 그녀는 너무 악인이었고 무덤까지 찾아가 돌팔매질 하고 싶을만큼의 인간답지 못한 인간이었다. 물론 삶은 그녀에게 가혹했다. 그저 착하기만해서 당하기만 하는 쪽을 보는 것도 복장 터지는 일이지만 이토록 악의로 똘똘 뭉쳐져 살아낸 쪽도 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배분남에서 배정자가 되어 사다코라 불린 여자의 질긴 인생은 여든 한 살로 끝나버렸지만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살면서 역사를 뒤흔들고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그녀의 업보는 죽음 저 밑바닥까지 함께 가져갔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진심으로-.
학창시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를 즐겨봤었는데 퍼즐세상에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학적 사고력을 요하는 책을 발견하게 되리라곤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 IQ 148을 위한 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는 이 책을 읽으며 머리를 수없이 쥐어뜯어야 했던 나는 수능이라는 이해력을 요구하는 학문이 내 머릿 속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했구나 싶어져 절망하기도 했다. 지인 중에 한국 멘사 회원이 있었는데 사람 좋아보이기만 한 그녀가 자신의 분야에서 섬광처럼 빛나는 능력을 발휘하는 순간들을 구경하면서 똑똑한 두뇌는 발광(!)의 시간이 있구나 라고 감탄한 적이 있다. 평소에는 그저 허허실실의 얼굴인 그녀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어떨까 잠시 떠올려보았으나 너무나 쉽게 풀 것만 같아 이 책은 조카와 함께 재벌읽기에 돌입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생각을 마무리 지었다. 초등학교 3학년이지만 얼마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 숫자감각을 발휘한 조카가 스도쿠에 있어 상당한 실력이 되었다는 언니의 감격스러운 어투의 소식을 뒤로하고 나는 조금쯤은 더 어렵고 한층 업그레이드 된 이 책으로 녀석의 두뇌회전력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말았다. 대한민국 2%를 위한 책이라지만 조카에겐 분명 지적인 쇼크를 가져다 줄 책이며 녀석의 두뇌유희에 이보다 더 좋은 놀이를 발견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멘사가 "탁자"를 뜻하는 라틴어라는 것은 책을 통해 처음으로 깨달았지만 지능지수 상위 2%이내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천재들의 모임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1946년 영국에서 창설되어 현재 40여 개국에 10만여 명의 회원이 있다는 멘사는 퍼즐을 풀며 영재성을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계단식으로 되어 있어 한 문제를 정확히 풀어내지 못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는 퍼즐 속에서 길을 잃고 나서야 뒷 페이지에 풀어집이 있음을 깨달았을만큼 책을 받자마자 문제풀기에 급급하게 만든 책의 매력은 바로 "도전욕구"에 있었다. 풀고야 말리라는 의지를 샘솟게 만들고 어려운 수학문제가 아닌 재미난 퍼즐게임으로 다가와 메이즈인지 모르고 발을 담그게 만드는 유혹성. [멘사 창의력 퍼즐]에 도전하게 만든 이유를 나는 풀어보고서야 알아낼 수 있었다. 저녁 식사 후 책을 옆구리에 끼고 언니의 집으로 향할 내 발걸음은 벌써부터 가볍다. 언니네 식구들과 조카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풀이하며 맞다~아니다~!!를 연발할 행복한 저녁시간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날 윷놓이 시간처럼 시끌벅적해질 그 시간을 당기기 위해 밥을 좀 일찍 먹고 출발해야겠다 싶어진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