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책 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
앨리슨 후버 바틀릿 지음, 남다윤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하얀 색은 다른 색으로 잘 물들어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일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째서 책 도둑이 되고 말았던 것일까. 어쩌면 동화같은 이 설정 탓에 나는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희귀도서를 훔쳤다고해서 악명 높은 책 도둑이 되어버린 존 길키. 아무리 책값이 10만 달러나 된다지만 책을 훔친 남자가 유명해진 이유는 과연 그것만이었을까.

 

사연이 궁금한 독자가 되어, 때로는 희귀도서 판매상에서 존 길키를 추적하는 아마추어 탐정으로 변한 켄 샌더스의 마음이 되어 페이지를 넘나들며 그의 뒤를 쫓아가는 동안 나는 계속 갈증이 났더랬다. 숨막히는 추격전 속에서도 인간이 책에 가질 수 있는 집착과 갈망에 함께 목말라하며.

 

그러다 어느 순간 숨이 딱 막혀 버렸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길키가 이런 말을 건낸다. "여전히 저는 도둑이겠지요?"라고.

 

같은 대사도 어느 배우가 내뱉느냐에 따라 그 느낌전달이 참 다르게 느껴지곤 했는데, 만약 길키의 역을 배우 박해일이 맡는다면 ? 배우 원빈이 맡는다면? 배우 하정우가 맡는다면? 다 다른 뉘앙스로 와닿지 않을까.

 

내 상상 속 느낌은 누가 내뱉는 대사에 가까울까? 처음 읽게 된 앨리슨 후버 바틀릿의 소설은 가장 흥미롭지 못한 소재로 가장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버무려 낸 요리처럼 만들어 내어놓았다. 책에 미친 두 남자의 인생의 한 때가 이 책 한 권 속에 샌드위치처럼 잘 스며들었는데 각각 도둑과 탐정이라지만 나는 어느 쪽도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아냈다기보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도 그런 양날의 마음이 공존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소설 속의 인물에게도 살아있는 그 무엇을 부여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의 두 주인공들에게서는 그 어떤 생동감에 앞서 캐릭터화 되어도 재미있겠다 싶어진 어떤 구석들이 발견되었다. "책"이라는 한정적이고 딱딱한 소재를 두고 사람의 마음과 욕심을 움직여 한 편의 재미난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다니 그 어찌 감동하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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