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치마 사다코
은미희 지음 / 네오픽션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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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치마 사다코는 김옥균을 소재로 한 글을 구상하던 중에 알게 되어 소설을 집필했다고 했고, 어떤 면이 그토록 매력적이어서 작가가 주인공화했는지 궁금했는데 그녀는 배신의 아이콘이었다. 모든 사람이 불행을 겪었다고해서 복수의 화신이 된다거나 민족을 망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픈 역사고 부끄러운 역사지만 제대로 알고자 한 취지로 썼다는 저자의 눈에 비친 그녀는 상처받은 인간이었다.

 

조선. 개화기의 조선은 그녀를 내동댕이쳤다. 아비를 잡아가고 어미를 눈멀게 했으며 어미에 이어 자신마저도 매춘을 세상으로 이끌었는데, 그런 그녀에게 신분상승의 동앗줄을 내려준 쪽은 일본이었다. 일본이라고 그녀에게 100% 날개를 달아준 천사는 아니었다.  미모의 그녀에게서 단물을 쏙쏙 빨아 일본에 이로운 일을 시키고자 한 것이었고 그녀는 철저하게 "놀아난"쪽이었다.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였다지만 잠자리 파트너였고 색기를 멈추지 못해 이 남자, 저 남자를 거느리고 살면서 서른 살 정도의 연하의 남자까지 애인으로 두었던 희대의 스파이 사다코.

 

균형이라 했다. 사람 사이에도 분재처럼 균형이 필요하다. 균형이 무너지면 스스로 다치게 된다     p.76

 

관기로 살던 그녀가 난세에 논개같은 존재도 될 수 있었지만 그녀는 매국을 택했고 급기야 전쟁터로 위안부를 보내는 선봉에 섰다고 하니 이런 악녀가 또 어디있을까 싶어졌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또 어디가 허구일까. 모든 것이 사실이라고 믿기에 그녀는 너무 악인이었고 무덤까지 찾아가 돌팔매질 하고 싶을만큼의 인간답지 못한 인간이었다.

 

물론 삶은 그녀에게 가혹했다. 그저 착하기만해서 당하기만 하는 쪽을 보는 것도 복장 터지는 일이지만 이토록 악의로 똘똘 뭉쳐져 살아낸 쪽도 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배분남에서 배정자가 되어 사다코라 불린 여자의 질긴 인생은 여든 한 살로 끝나버렸지만 그 누구보다 오랫동안 살면서 역사를 뒤흔들고 타인을 죽음으로 몰아간 그녀의 업보는 죽음 저 밑바닥까지 함께 가져갔으면 좋겠다. 싶어졌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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