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기낙경 지음 / 오브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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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의자"

 

서른을 훌쩍 지난 그녀가 말하는 의자는 자리를 뜻하는 거였다. 서른을 넘긴 여자들이 앉아 있는 자리, 생활하는 자리, 평소의 시간을 보내는 그 자리들을 살피면 그녀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기에 나는 이 표현이 참 영리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었다. 의자 위의 시간은 그래서 아주 여유로운 시간이며 성찰의 시간인 동시에 앞으로의 시간을 위한 준비의 자리가 된다.

 

그 어떤 에세이를 읽어도 이처럼 문학적이라고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잘난 척을 하려한 것도 아니요, 심연의 감성으로 감수성을 충동질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서른을 지난 사람들에겐 공감의 시간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

 

희망도 절망도 여성적이거나 전투적인 삶을 살아내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것도 아이면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공감 속에서 이해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녀는 이름 앞에 붙여진 특이한 성씨만큼이나 깊고 특별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며 살아가는 30대였다.

 

염전이 있던 곳   /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이문재 [소금창고]

 

그녀가 좋아하는 시의 구절을 함께 좋아하게 되면서 옛날이 가버린 시간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오늘에이르기까지 자꾸 오는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비린내로 시간을 죽일 때 라는 표현이 너무 좋아 메모하면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단어구사를 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침묵에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침묵은 그 자체로 능동적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 라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본다.

 

서른은 와서 조용히 지나쳐 갔지만 지나고 보니 그 나이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여 놓고 내 삶의 방향을 정해준 나이. 생의 반짝거림보다는 편안함을 가져다준 그 서른이라는 나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면서 뒤이어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이 이 나이를 좀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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