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고양이를 믿을래 - 인간의 구멍난 마음을 채워주는 고양이라는 기적
째올누나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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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다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불편한 삶을 살게 될까. 적당히 짐작하고 적당한 거리에서 적당히 아는 편이 편할 때도 많은데. 하지만 고양이의 마음은 다 알게 된다고해도 마음을 다치게 될 것 같지 않다. 왠지 모르지만 믿는구석 같달까.

 

그런 의미에서 <차라리 고양이를 믿을래>라는 제목은 참신하게 들린다. '체다'와 '올리'가 강아지를 좋아하던 사람을 어떻게 '고양이를 사랑하는 인간'으로 개조시켰는지 구경해볼까.

 

6살 연상의 남편과 집사 째올누나는 애초에 고양이를 키울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모든 묘연이 그렇듯 사람의 계획 따위와는 상관없이 고양이전지적시점으로 진행된다. 2015년 7월 시댁 식구들과 여름휴가겸 떠난 치악산행 중 고양이를 발견하게 될 줄 누가 알았으랴. 시댁 식구를 따라 집으로 온 치악산 고양이를 맘에 둔 건 시아버지였지만 갑자기 마음을 빼앗긴 며느리의 집에서 '체다'라고 불리며 살고 있다. 알 수 없다. 진짜. 묘연이란.

 

올리브처럼 작고 까만 코를 가진 '올리'는 인터넷 카페에서 입양한 고양이로 처음 두 마리의 고양이를 반려한다고 했을 때 친정에선 반대했다. 하지만 체다와 올리를 만나보곤 홀딱 반하셨다고 하니~ 고양이의 매력이란 참!

 

두 마리가 뿜어대는 매력은 더 많은 고양이를 돌아보게 만들기도 했다. 집사는 회사 주변 길고양이들을 돌보면서 '회사를 오래 다녀야 할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야옹마을'이라 불리는 고양이 터전을 오래오래 지켜내기 위해서. 그런가하면 케어가 필요한 '두찌'와 '얼룩이'는 치료 후 입양가서 집냥이로 새 삶을 살고 있고, 임보했던 '오즈'는 사람인연까지 물고와 여행갈 땐 서로의 고양이를 돌봐주는 사이가 되었다. 페이지마다 훈훈함이 가득해 읽는 내내 행복했다. 간혹 반려동물 서적을 읽다보면 가슴 아픈 사연들과 마주할 때도 있지만 <<차라리 고양이를 믿을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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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노와 쿠우 - 치매에 걸린 강아지와 간호하는 고양이
하루 지음, 이윤정 옮김 / 알파미디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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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노'는 개이름이고, '쿠우'는 고양이이름이다. 둘 다 유기견, 유기묘 출신으로 저자와 인연이 닿아 가족으로 함께 살았다. 이정도의 사연은 은 희귀할 정도는 아니어서 왜 두 녀석이 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스토리로 전해졌을까? 의아했는데, 책 표지를 보는 순간 알게 되었다.

 

치매에 걸린 강아지와 간호하는 고양이라니......표지 속 녀석들은 얼굴을 맡댄 채 평화롭게 눈을 감고 있었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사진 한 장이 묵직한 감동을 더했다.

 

'우리 곁을 떠난 강아지 시노를 추모하며...'라는 문구가 적혀 있어서 시노가 이미 강아지별로 돌아가버린 사실을 알고 읽게 되었지만 읽는 동안 녀석은 살아 숨쉬고 있었다. 길강아지였던 시노는 구조당시 이미 추정나이 10세 이상이었다. 하지만 얼굴은 절대 동안이라 종종 어린 강아지로 오해받곤 했다. 처음엔 현관에서 지내다가 건강이 회복된 후, 마당 강아지가 된 시노가 마주하게 된 건 2013년. 회사 근처에서 엉망인 상태로 구조된 '쿠우'는 구조 후 집안에서만 지냈는데, 어느 날 마당에 있는 시노를 본 후 홀딱 반했다고 한다.

 

눈꼽에, 진드기에, 털도 심하게 엉켜 있던 쿠우는 뒷다리 골절뿐만 아니라 이도 몽땅 녹아 있어 도저히 밖생활을 할 수 없는 상태로 구조되었기에 치료 후에도 한동안 구토증을 달고 살았고 소변까지 가리지 못했다고 한다. 먹는 족족 게워내니 몸집이 자랄 수 없었을테고, 집 안에서 생활 중이던 다른 고양이들에겐 민폐로 여겨졌을 터. 고양이들 세계에서 팽당한 쿠우는 그러나 절망하지 않고 친구를 찾아냈다. 밖에서 생활 중인 노견 시노를.

 

부모님과 함께 살던 저자가 결혼을 하며 시노와 고양이들을 데리고 이사를 했는데,시노까지 실내생활을 하게 되면서 쿠우에겐 단짝이 생겼다. 물론 책을 읽어보면, 처음부터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개와 고양이는 시그널이 다르고 무엇보다 이미 노견인 시노 입장에선 무척이나 귀찮게 여겨졌을 것이다. 하지만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듯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쿠우의 직진마음은 통했다. 같이 눕고, 같이 숨고, 같이 먹고, 같이 잠드는 훈훈한 사진이 이어진다. 하지만 슬프게도 시노는 점차 기억을 잃어갔다. 개의 치매라고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식욕도 잃고 청력도 잃고 가구나 벽에 부딪혀도 뒷걸음질을 하지 못했다. 서 있을 땐 피사의 탑처럼 한쪽으로 기울기 일쑤인 시노를 철벽간병한 건 놀랍게도 고양이 쿠우다. 시노에게 문제가 생기면 한달음에 2층으로 달려가 잠든 견주를 깨우고 걸을 때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온몸으로 지지하면서 보폭을 맞추어 걸으며 진행방향을 유도하는 일까지....보통의 고양이들에게선 들어본 적도 본 적도 없는 행동을 쿠우가 하고 있었다. 사람도 힘든 치매간병을 고양이가 퍼펙트하게 해내고 있는 모습이라니. 니네가 사람보다 낫다는 말이 저절로 입을 통해 튀어나왔다.

 

피를 나눈 사이도 아니고 태어나면서부터 맺어진 관계도 아니지만 '가족'이란 이런 게 아닐까. 감동이 진해졌다 싶을 무렵, 시노가 세상을 떠나는 페이지를 읽게 되었다. 쿠우가 너무 걱정되어 다음 페이지를 얼른 넘겨 보았더니 시노와 함께했던 공간 속에서 홀로 누워 있었다.집사가 채워 줄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고 현재의 쿠우는 다른 고양이들과 잘 어울려지내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상처로 남지 않아서....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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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 -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
보경 지음, 권윤주 그림 / 불광출판사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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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에게 찾아온 '묘연'도 다르지 않았다.

빼빼마른 고양이 한 마리를 본 이가 어디 스님 뿐이었으랴.

법정스님 처소로 알려진 불일암과 무소유길 그림이 등장할 때까지만 해도

탑전 냥이가 머물고 있는 사찰이 '송광사'인줄 몰랐다.

 

꽃이 예쁘게 핀 송광사를 다녀온 적 있는 내겐 설레는 발견이기도 했다.

내가 밟았던 그 땅들을 저 녀석도 종종 걸음으로 걸어다니고 있을테니 말이다.

 

고양이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스님은 아니었지만

비닐봉지를 헤집는 빼빼마른 고양이를 측은지심이 담긴 눈길로 바라본 이는 스님이 처음인 듯 싶다.

 

시인의 시구처럼 '불러줄 때 꽃이 되는 거'다. 많은 사람들이 그 존재를 알고 있었지만 그들에겐 그저 길을 가로질러가는 고양이 한 마리일 뿐이었다면 스님에겐 보살펴야할 생명이었던 것.

 

어쩌다가 수행하는 스님들의 거처에 나타나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또한 인연이 아닐까.

 

불쑥 나타난 생명에게서 눈길을 거두지 못하고 물과 사료, 잠자리를 챙기게 되는 이야기가 담뿍 담긴 <<어느 날 고양이가 내게로 왔다>>는 스님이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아니다. 찾아온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 담겨 있다. 제법 두꺼운 두께의 책이지만 고양이 관찰기가 아니라 고양이로 인해 스님이 되새김질하는 좋은 생각들, 명언들이 어우러져 읽을거리가 쏠쏠하다.

 

게다가 권윤주 작가의 익숙한 그림이 귀엽게 어우러져 소장가치까지 업그레이드 된 책이다.

붕어빵이 올려진 탁자 위에서 독서 중인 스님과 그 바로 옆에서 멸치 같이 보이는 작은 생선이 올려진 탁자에서 어보를 보고 있는 고양이 그림 표지에서부터 웃음이 터지고 만다.

 

스님도 묘연 앞에선 특별하지 않았다. 먼 거리 여행 중에도 빨리 돌아가야 할 것만 같고 돌아오자마자 고양이의 안부부터 살피게 되는....여느 집사와 다르지 않았다. 감사하게도 아프면 병원에 데려가고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좀 더 안락한 공간을 꾸며주는 일에도 참 부지런 하셨다. 출가를 한 스님에게 '최선을 다해 대충 살아가는 고양이의 철학'은 신선했다보다. 그래서일까. 모든 페이지에 배려가 담겨 있고 따뜻함이 서려 있다.

 

언젠가 다가올 '이별'에 두려워 하기보단 '세상 모든 생명들과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든 반려동물들에게도 더 큰 사랑이 베풀어졌으면 좋겠다'(p246)로 끝맺음되는 스님과 고양이의 일상을 더 엿보고 싶어졌는데, 나만 그랬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2권이 출판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오늘 접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기 전에 알게 된 사실이라 아쉬움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제일 끝장을 덮었다.

 

특히 그림으로만 본 귀여운 고양이의 실물 사진이 끝 몇 장에 담겨 있어 그림과 비교해 보고 '귀엽다'를 연발했다. 카레가 아주 제대로 입가에 묻은 통통한 고양이였다. 냥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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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사를 했고 평생 함께할 거야
겸연 외 42인 지음 / 곰곰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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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연'이 닿은 43명의 집사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제는 고양이가 없었던 삶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나의 이야기랑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목차가 시작되기 전부터 설레게 만드는 고양이들의 사진이 등장하고

고양이라서 고마워 Ⅰ 미안해서 그리고 사랑해서 Ⅰ 우연 아닌 운명 Ⅰ 우리 집에 와 줘서 고마워 라고 이름 붙여진 4개의 카테고리 안에 고양이와 그들의 집사가 만난 사연들이 펼쳐진다.

 

길에서 구조한 아이, 보호소에서 데려온 아이,지인이 구조한 고양이를 데려다 키웠거나 도움이 필요했던 고양이의 간택을 받기도 하는 등 인연은 묘하게~ 다가왔다. 간혹 이미 떠난 아이들의 이야기도 실려 있어 잠시 마음이 아프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여전히 집사의 사랑을 받으며 잘 살고 있는 듯 하다.

 

외동 고양이든 2묘 이상 다묘가정 고양이들이든 사랑스럽긴 마찬가지. 올블랙이든, 고등어 무늬든, 올노랑 컬러든, 입 주변에 짜장이 묻었든, 카레가 묻었든 일상 속 표정 하나하나가 귀여웠고 글로 표현된 행동 하나하나도 인상적이다. 묘연이 닿으면서부터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간략했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일상의 힐링이 필요할 때,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가 힘들어질 땐 <우리는 인사를 했고 평생 함께할 거야>를 꺼내보면 어떨까. 꼭 사람이 아니어도 위로를 건네 줄 생명이 존재하고 있고 감사하게도 늘 우리 가까이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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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지음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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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보다 시인의 '글'을 기다리던 날들이 더 많다고 고백하면 실례가 될까. 번역본이든 그의 긴 글이든 간에 나는 시인의 글이 참 좋았다. 짧은 문장도 의미가 짙었고, 잠시 책을 덮고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것조차 좋았다. 무언가에 쫓겨서 읽는 글이 아니라 순간순간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는 제목부터 '끝까지 살아봐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듯 해서 끌렸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로 흘러간다는 걸 믿으며 사는 편이 속편하다는 걸 서른이 넘어서야 깨닫곤 좀 힘든 일이 생겨도 '지나고 보면 그다지 나쁜 일은 아닐거야. 일어날 이유가 있어서 먼저 온 일이다'라며 마음을 삭히곤 했다. 물론 100% 다 삭혀지는 건 아니었지만.

 

류시화 시인의 책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속에는 자신의 지난 날들이 담뿍 담겨 있다. 너무 가난해서 말도 안되는 조건(가령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어서 한 밤 중에도 화장실이 있는 건물로 전력질주를 해야했다든지...)으로 방을 빌리거나 거처가 없어서 창고 같은 곳에서 지내야 했던 일, 인생의 고비마다 나타났던 사람들, 그들이 내뱉은 좋은 말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았던 글쓰기... 계속 되고 있는 그의 삶 중 과거쪽은 참 치열했다 싶다. 하지만 불행하거나 절망했다고 회고하지 않았다. 이 점에 놀라웠다. 시인은 멘탈이 강한 사람인가. 감성적인 언어를 구사해야하는 시인의 마음이 바위일리 없건만 주저 앉거나 절망하기 보다는 일어서서 달리는 편을 택한 그의 용기에 감탄하며 그가 이토록 놓지 못한 글의 힘이 그를 계속 살게 만든 것인지 궁금해졌다.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화두에 대한 대답은 정해져 있다. '모른다. 살아봐야 안다'다. 이 대목에서 37페이지에 등장하는 곰돌이 푸의 질문과 답은 명답이 된다. "오늘은 무슨 날이야?"라고 묻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야"라고 셀프답변했다는 캐릭터 푸. 인생을 푸처럼만 살 수 있다면 스트레스따위는 없을텐데. 모든 날들이 가장 좋아하는 날로 채워질 순 없겠지만 나도 노란곰에게 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봐야겠다. 가장 좋아하는 날들로 채워 나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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