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 - 한권으로 인간 심리세계를 통찰하는 심리학 여행서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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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했다. 아니, 늘 그렇듯 빠르게 변해간다. 예전엔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된다면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 이젠 도리어 타인의 마음 따윈 알고 싶지 않고 앞담화보단 뒷담화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 쪽으로 변해간달까. 인사이더로 많은 사람들 속에 있는 것보다는 홀로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웃사이더가 편한 사람들에게 [타인의 속마음, 심리학자들의 명언 700]은 어떻게 읽힐까?

 

사실 타인의 속마음을 가늠하게 해준다거나 타입별로 대처하는 방법이 적힌 책이라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회 초년생이었던 20대에 참 많이 구해 읽었지만 결국 그 방법들은 찾질 못했으며 볼로초를 구하는 것 만큼이나 가능성이 희박함을 알게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자 지식큐레이터인 저자가 쓴 이 책은 참신하게도 명언을 통해 들여다보고 생각해보게끔 만든다는 점에서 생각의 폭이 넓어질 것 같아 읽기 시작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한 페이지가 대부분은 비워져 있고 그 중심쯤에 한 문장 정도씩만 적혀 있는 예쁘게 편집된 책들과 달리 읽을 거리가 가득차 있어서 즐거움이 톡톡했고, 마음을 흔드는 문장이 등장하면 잠시 쉬어가며 생각에 잠길 수 있어 유익했다. 보라색 표지의 책은.

 

 

목차를 통해 던져지는 문장들도 결코 가볍지 않았다.

 

■ 인간의 본성은 악할까 선할까

■ 그들은 왜 사이비에 빠졌을까

■ 우리가 민주주의를 배워야하는 이유

■ 누구나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 감정의 문제가 곧 인생의 문제다

 

몇몇 제목들은 쉽게 답하기 힘들었고, 한글과 영문 순으로 쓰여진 명언을 곱씹으면서도 답을 내기 힘들기도 했다.

 

 

결국 한 페이지씩 필사 해 보기도 했고 눈에 쏙쏙 들어오는 단어들만 메모해 보기도 했다. 단순하게 지식의 일부분으로 습득하기 보다는 내 생각이 보태져 기억에 남길 바랬기 때문이다. 그런 욕심이 들게 만든 책인 동시에 읽기 전, 목차를 살펴보다 너무 궁금해져서 순서와 상관없이 살짝 먼저 읽어본 페이지도 있다.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는 책이라는 거다.

 

 

■ 가까이 있는 범죄자를 알아보는 방법

■ 거짓망쟁이들의 비밀신호

■ 우리가 기억을 왜곡하는 이유

 

등에 추려진 명언들은 무엇이고 각각 누가 내뱉은 말이지 참 궁금했다. 나만 그런가?

흔하게 봐온 심리&철학서나 명언북들은 "인물"을 앞선 배치해둔다. 누구의 명언인지, 어떤 이의 생각인지 말한 다음 그 내용이 뒤따르는데, 이 책은 목차를 읽으면서 '사람'보다는 '내용'과 '분류'가 먼저 보였다.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심리학자들의 명언을 알았다고 해도 타인의 마음을 알긴 쉽지 않다. 독심술을 펼치지 않는 이상, 조석으로 변하는 내 마음도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많은데 하물며 타인의 마음이야....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노력을 포기하지 말아야하는 이유는 '함께 사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리텍콘텐츠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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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 수의사가 되고 싶은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 김야옹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 1
김야옹 지음 / 뜻밖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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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나이에 수의사가 된 저자는 고양이 한 마리, 강아지 한 마리도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성격인 듯 했다. 수의대 재학시절에도 유기견이나 실험견들에게 입양처를 찾아주는 가하면 동물병원을 개원한 이후에도 버려지는 동물들, 수술비가 모자라 포기해야하는 아이들을 모른 척 하지 못했다. 본인은 정작 아내로부터 수차례 '이혼하자'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말뿐인 이혼통보가 쌓여가도 살릴 녀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책 속에 담겨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수의사도 사람병원 의사들과 다르지 않았다. 사명감이 깃든 의사가 있는 가 하면 그저 직업일 뿐인 사람도 있었고, 전문용어만 내뱉으며 소통이 불가능한 의사도 있는 것처럼 수의사도 그랬다. 시원하게 설명해주고, 할 수 있는 부분과 더 큰 병원에 가야할 경우를 나누어 설명해주는 수의사를 살면서 나는 딱 두 사람 만나봤다. 그리고 부끄럼이 많아 설명은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치료한 수의사 한 사람과 과잉진료 없이 치료비도 할인해준 수의사 셋. 이렇게 맘에 드는 수의사가 있는 병원은 열 손가락으로 헤아릴 수 있을 정도였다. 10년 집사 생활을 거치면서. 그렇게 많은 동물병원을 전전했지만.

 

 

최신 장비가 있는가, 24시간 진료가 가능해서 응급시에 언제든지 뛰어갈 수 있는 곳인가, 과잉진료를 하지는 않는가, 오진을 하진 않았나,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가 .... 도 중요하다. 그러나 가족으로 함께 사는 녀석들을 맡기는 일인만큼 무엇보다 진심인지 아닌지가 우선이 된다.

 

 

똥을 누지 못해 죽을 위기에 처한 고양이나 뼈가 드러난 채 상자 속에 담겨 있던 밤톨이, 뒷다리 두 개를 다 절단해서 몸통만 남은 고양이도 말만 할 수 있었다면 "살려달라"고 외치지 않았을까.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 동물 간에도 눈빛으로 전해지는 간절함이 있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주는 수의사의 경험담이 적힌 이야기라 읽으면서 웃다, 울다 했다. 고양이랑 살면서 눈물이 더 많아진 건 아닐텐데, 동물서적만 보면 꼭 울게 된다. 마음이 전해져서일까.

 

 

올해도 '어느 병원 다니세요?' 쪽지문의를 받았는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병원이지만 다시 서울행을 하게 된다면 방문해보고 싶을 만큼 궁금해지는 곳이다. 아쉽게도 지역이 서울이라는 것 외엔 동물병원명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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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리틀 포레스트
박영규 지음, 윤의진 그림 / 야옹서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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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전혀 모르고 50평생을 살아온 '고알못' 인문학자를 고양이를 사랑하는 집사로 만든 녀석의 이름은 '야옹이'. 딸이 바쁠때마다 대신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었으나 집에 들이는 건 절대 안된다고 반대했던 그는 결국 반려묘와 함께 살고 있다. 이렇듯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의 변화를 발견하게 되면 그 따뜻함이 가슴 한 켠으로 전해져 온다.

 

마흔만 넘어도 그간 살아온 삶의 방식을 바꾸기 어렵다는데, 작은 고양이가 오십이 넘은 아저씨의 생각을 어떻게 바꾼것일까. 얼마나 사랑스러운 녀석일까. 궁금했지만 마지막까지 녀석의 얼굴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는 없다. 대신 따뜻한 색감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만족해야했다.

 

처음엔 야옹이 엄마를 데려오려했지만 묘연은 역시 알 수 없다.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야옹이 엄마 대신 그 딸인 야옹이가 집고양이로 살아가게 된 것. 하지만 이 역시 가족들의 반대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아내의 반대가 심했던 이유는 알러지가 심한 작은 딸 걱정 때문이었는데, 시기 역시 좋지 못했다. 고3을 앞두고 있던 작은 딸의 컨디션을 위해 반대하는 엄마에 맞서 월급으로 협상을 시도한 끝에 야옹이는 베란다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곧 방으로 입성했지만.

 

큰 딸, 작은 딸, 반대가 심했던 아내까지 살갑게 대하는 야옹이가 유독 저자에게만은 데면데면하게 굴어 섭섭했다고 고백하는데, 천천히 친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관찰했던 시간이 있어 고양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으니 전화위복이 아닌가 싶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안다. 이 책 속 에피소드들이 남 일이 아님을. 옷에 실수를 하고, 먹을 것을 보면 달라고 야옹거리고, 화초들을 물어 뜯는 등의 사고를 치기도 하지만 이 모든 행동을 덮어 버릴만큼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걸. 같은 공간에 함께 머무는 것만으로도 위로받게 된다는 사실을.

 

<<나의 리틀 포레스트>>는 아저씨가 쓴 책이다. 캣맘도 아니고 처음부터 고양이를 좋아했던 사람이 아닌 중년의 아저씨가 고양이를 가족으로 맞이하여 그 소중함을 알아가는 이야기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훌쩍 커버린 딸들과 아빠 사이에 고양이라는 존재가 끼어들어 유대관계를 쫀쫀히 만들고 소통의 매개체가 되어주며 화목을 도모하는 모습은 훈훈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해피엔딩의 즐거움은 끝나지 않았다. 야옹이 엄마 역시 아파트 주민에게 입양되어 따뜻한 환경에서 지낸다는 소식에 나도 모르게 만세를 불러댔다. 우리 동네 길냥이들 소식이 아닌데도 이렇게 기쁘다니....... 사촌이 땅만 사도 배가 아프다는 인간의 속성을(속담으로 본) 긍정화 시킬 수 있는 명약은 역시 고양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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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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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캐스트를 진행하는 작가의 <책, 이게 뭐라고?!> 를 들어본 적은 없다.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표백]을 비롯해서 [한국이 싫어서],[댓글부대],[뤼미에르 피플],[5년 만에 신혼여행]등을 쓴 저자의 책도 읽은 적이 없다. 방송이나 책에 매료되어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던 건 아니라는 거다.

 

흥미로운 책을 내는 출판사에서 신작이 나온다는 말에 "읽어볼께요~" 했는데, 표지에 쓰인 읽고 쓰는 인간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어 며칠 전부터 읽고 있던 책을 잠시 내려두고 <책, 이게 뭐라고>부터 읽기 시작했다. 전문용어로 어렵게 쓰여진 글이 아니라 왜?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쉽게 쓰여져 가독성이 꽤 좋은 읽을거리였기 때문이다. 다만 줄지어진 제목들은 참 길다.

 

신문사 사회부 기자로 재직했던 그가 작가가 되고, 강연을 하고 진행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눈으로 따라가며 중간중간 메모를 했다. 특별히 화두로 던져진 문장은 아니지만 잠시 책을 덮고 생각하게 만드는 구절들이 있다.

 

●p6 언어를 기록하는 일에 매달리는 인간에게 비언어적인 소통은 중요하지 않다

그런 것들은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다가 흩어지고 만다

10년, 20년의 세월을 견디고 남는 것은 기록된 글자 뿐이다

●p6 시간을 견디는 것이 무엇이 중요한가, 하고 물을 수 있겠다

나는 그 질문이 어쩌면 쓰는 인간과 말하는 인간을 가르는 중요한 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p6 글은 기록으로 남는다

그래서 쓰는 인간은 말하는 인간보다 일관성을 중시하게 된다

말은 상황에 좌우된다

그래서 말하는 인간은 쓰는 인간보다 맥락과 교감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p55 예의는 감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무례한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

윤리는 이성의 영역이며, 우리는 비윤리적인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 비판 의식을 키워야 한다

 

책 한 권을 읽고나니 메모량이 꽤 된다. 묘연이 닿으면 고양이를 반려하게 되는 것처럼 인생에 있어 필요한 순간에 문장들이 나를 찾아온다고 생각하며 사는 내게 이번 책은 참 많은 생각들을 던져준 셈이다.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이런 생각들을 해 보는 건 어떤가의 순간이기 때문에 저자가 책을 통해 전하는 생각들은 매우 흥미롭게 와 닿는다.

 

가령 책의 내용 중 '1만명 과 교제한 사람과 1만 권을 읽은 사람'이라는 제목만 보고 이 둘은 각각 다른 경험을 한 사람이라 '그 지혜의 색과 테두리가 다르겠구나' 짐작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됨을 알 수 있다.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띄엄띄엄 읽는 방식 즉 발췌독이 언급되면서 다독과 정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순서에 상관없이 필요순으로 읽은 책도 있고, 빠르게 초벌 읽기 한 후 재벌 읽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발췌독을 할 만큼의 책이라면 그냥 덮고 만다. 다행히 직업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은 없어서 강요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또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일도 그만 두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책은 구매 후 읽고 있어 시간에 쫓기는 부분도 없다. 그래서 발췌독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분명 유용하게 잘 활용하는 사람들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 이게 뭐라고>는 이처럼 생각을 뒤집는다든가, 무조건 작가의 생각이 옳다 내지는 그의 생각을 쫓아 살게 되기 보다는 '이 대목에서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게 만든다. 평소 쓰기를 통해(sns까지 포함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며 책임도 뒤따르기 마련이라 결코 가벼워서는 안된다고 여겼는데, 누군가의 생각을 들여다보며 이렇게 편안해도 되나? 싶을 정도였다. 반복되는 말 같지만 '이 사람은 왜 이런 생각들을 한거야?'라는 의문은 생기지 않았다.

 

대신 마크 트웨인이 제인 오스틴을 싫어한 줄 몰랐는데, 그녀의 글이 너무 싫다며 무덤에서 파내서 뼈를 걷어차고 싶다고 말했다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뭔가 꼬장꼬장한 할아버지의 표정으로 투덜대는 대작가의 얼굴이 상상되어져서. 그런데 마크 트웨인은 '저질 글쟁이'라는 욕을 윌리엄 포크너에게 들어야했다니......작가의 삶도 일반인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예민함과 둔함을 오가며 중간이 없는 내게, 책은 내게 어린시절부터 줄곧 차분한 시간을 선물해준 좋은 친구였다. 독자의 성향과 상관없이 작가의 경우는 어떨까. 문장에 차분함이 스며있다고 해서 성격도 그러한가. 글이 유머러스하다고 해서 실제로 만나보면 재미있는 사람인가.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글과 실제 성격이 매치되는 인물을 그닥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글만 보고 사람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품는 일은 그만둔 지 오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장강명은 글자로 풀어놓은 생각과 비슷한 사람이 아닐까. 궁금해졌다. 아, 조만간 팟캐스트를 찾아 들어봐야할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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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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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을 읽지 못했으나 '온달 장군의 죽음'에도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담긴 [무덤 속의 죽음]에서는 온달 장군을 안치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무덤 속에서 독살 당하는 시신이 나오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늙은 화공 '거타지'는 고약한 노인네였다. 자존심 강한 화공들의 의지를 꺾고 귀족들이 좋아하는 사신을 그리는 것에 몰두했으며 수족처럼 부려온 제자들을 쫓아내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수제자가 되기 위해 경쟁하던 무리들 속에 살인범이 있다. 인정받지 못해서일까. 복수심 때문일까. 괴팍했으나 그 실력만큼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던 거타지는 널방 벽화인 사신도를 마감하던 중 살해됐다. 사인은 독살. 물감에 탄 독으로 스승을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소년은 담징이다.

 

천재라는 이유로 스승이 늘 감싸왔던 담징이 정말 거타지를 죽였을까. 중리부를 장악하기 위해 을지문덕과 척을 진 연태조는 담징을 범인으로 몰아 죽이려 하고, 물증은 없으나 소년의 결백을 믿고 있던 을지문덕은 태학박사 이문진과 함께 살인범을 물색해내기 시작했다.

 

꽤 재미지고 흥미로웠으나 진범을 쫓는 을지문덕의 활약은 생각만큼 비중이 크지 않았다. 탐정 위주로 사건풀이가 진행되는 홈즈나 김전일, 코난 등과 달리 이문진과 담징, 찬노의 비중이 그를 나누었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범인의 발자취가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어쩌면 '내가 제일 똑똑해'식의 주인공이 아니어서 더 인간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강하고 용맹한 장군이 아닌 탐정으로서의 을지문덕은 행동보다는 생각이 먼저인 인물이라 살짝 우유부단해 보였다. 진범은 밝혀졌고, 담징이 누명을 벗으면서 전작 소설이 더 궁금해진 [무덤 속의 죽음]은 죽은 자를 위한 그림이 산 자를 해칠 정도로 중요한가?라는 씁쓸함을 남겼다. 앞 권부터 읽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까. 전권을 본 뒤 다시 재벌읽기를 해봐야겠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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