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베토벤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4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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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피아니스트 미사키 요스케의 고등학교 시절이 담긴 이야기.

잠시잠깐의 머물다간 전학생이었지만 누구보다 진한 인상을 남긴 미사키는 이곳에서 용의자로 지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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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권에서 등장한 쇼팽 콩쿠르 소식을 방송으로 접하게 된 현재의 '나'는 과거 전학생이었던 미사키를 떠올린다. 2000년 봄, 소년의 첫 사건이자 자신이 용의자로 지목된 살인사건을 곁에서 지켜본 유일한 친구 다카무라. 그의 기억속 미사키는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았다. 잘생겼고 똑똑해서 완벽할 것 같지만 또래와는 뭔가 좀 다른 분위기를 풍기던 마사키는 한마디로 다른 사람의 시선은 별로 신경쓰지 않는 타입이었던 것.

또한 전학과 동시에 이미 튀어버린 미사키는 담임의 연주 권유를 계기로 반 친구들과 더 멀어지게 된다. 겨룰 수 없는 엄청난 실력차를 드러내면서 '음악과' 내에서 노력하던 부류에게도, 자포자기한 부류에게도 단단히 찍혀 버렸다. 교내 인기 록밴드 활동중인 반다이의 스카우트도 거절했고 관심에서 질투로 그 마음이 변질되고 있던 동네 유지의 딸 하루나의 마음에도 관심없던 미사키가 곤경에 빠지게 된 날 천재지변이 일어났다.

폭우가 쏟아지고 산사태가 일어나 학교가 고립되고 말았는데, 유일한 탈출구였던 강의 다리도 이미 절반이 사라진 채였다. 하필 담임 선생님은 이날 휴가중이었다. 목숨을 걸고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강을 건넌 미사키는 오히려 이 때문에 용의 선상에 오르고 만다. 미사키를 줄곧 괴롭혀 온 이와쿠라가 살해된 채 강 건너편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검사인 아버지의 도움없이 차근차근 사건을 풀어나가는 미사키는 결국 범인과 목격자를 둘 다 찾아냈다. 하지만 행복한 결말로 이어지지 못했다. 연주 중 갑자기 귀가 들리지 않게 된 미사키는 '돌발성 난청' 진단을 받고 얼마 뒤 조용히 전학갔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전근으로.

그리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 미사키를 회상하던 '나'는 글을 쓰기 시작한다. '나카야마 시치리'라는 이름으로.

여기까지로 이야기가 종결되나 싶었지만 에피소드는 일정량 더 남아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시리즈와의 작은 연결고리와 놀라움을 터뜨려댄다. 애초에 검사인 아버지가 좌천된 이유는 한 변호사 때문이었다.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의 그 악명높은 변호사. 내려와서 맡은 첫 사건이 찜찜해 기소를 주저하던 검사 교헤이에게 어느 날 아들은 그가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까발려주었다. 날카로운 충고 덕분에 사건의 트릭을 알아낼 수 있었던 아버지는 아들을 한층 더 법조인으로 키울 다짐을 굳히게 되지만.

기다리던 시리즈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재미있게 읽힌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그나저나 '미코시바 레이지 시리즈'나 '히포크라테스(법의학 교실 시리즈) 시리즈'는 언제 또 읽어볼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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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쉬즈 곤
카밀라 그레베 지음, 김지선 옮김 / 크로스로드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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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목격자

아빠와 누나랑 사는 '제이크'에겐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엄마가 죽은 후, 남몰래 엄마 옷을 입고 엄마의 화장품을 바르고 힐을 신는다. 작은 마을 오름베리에서 들통나면 안되는 취미생활이다. 하지만 위험은 금색 스팽글이 달린 드레스를 고르고 적포도주색 립스틱을 바른 날 일어났다. 힐을 신고 숲속을 홀로 산책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여인 '한네'를 발견한 것. 망설이는 사이, 차 한대가 와서 그녀를 데려갔고 그 자리엔 갈색 노트 한 권이 남았다.


기억을 잃은 프로파일러

함께 수사하던 연인 페테르의 행방을 기억하지 못하는 한네는 현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 소녀가 죽은 사건을 수사하던 중이었지만 기억을 잃은 채 오름산 남쪽 숲속에 쓰러져 있었다. 기억의 끝은 그린란드에서 페테르와 함께 했던 추억에 머물러 있고 사건을 기록한 수첩도 잃어버렸다. 남겨진 것이라곤 손바닥에 쓰여진 숫자와 글자들뿐. 범인과 마주친 것일까. 페테르는 어디에?


수첩의 기록

1993년 12월, 다섯살배기 어린 딸과 난민 수용소를 떠난 아즈라의 흔적을 찾던 한네는 목격자인 소년의 집에 다녀갔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프로파일러가 방문했고 아빠가 용의 선상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소년. 동시에 자신을 괴롭혀온 빈센트의 아버지가 아동성도착자라는 사실과 여자친구 사가의 엄마가 데이트중인 남자가 구제불능의 폭력범이라는 사실도 수첩을 통해 알아냈다.


반전 키워드 DNA

범인은 밝혀졌다. 하지만 의외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DNA가 가리키는 출생의 비밀은 애잔했다. 밝혀져서 속시원한 비밀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비밀도 있는 법. 모든 진실이 풀어졌지만 가히 통쾌하지만은 않았다. 2009년, 오름베리에서 발견된 백골 한 구로 인해 시작된 이야기는 백골이 제 이름을 찾으면서 모두 밝혀진다. 사연도, 범인도. 그리고 남은 가족에 관한 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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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 X 앙꼬 - 왕코 고양이 앙꼬가 쓰는 심심작업실 일기
수리 지음 / 하모니북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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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코'라고 하면 런닝맨 왕코형님이 떠올려졌겠지만 <<심심x앙꼬>>를 읽은 후부턴 고양이 앙꼬가 먼저 생각나버릴지도 모른다. 그만큼 매력적인 '앙코'는 가정집이 아닌 작업실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매력을 뿜어대며 사는 고양이다. 저자의 남자친구가 빗속에서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를 구조했고 안쓰러운 마음에 저자는 작업실을 같이 쓰고 있는 멤버들에게 동의를 구한 뒤 데려왔다고 한다. 그렇게 함께 살게 된 앙꼬는 이제 없으면 안되는 핵심멤버가 되어 책, 엽서, 스티커 등의 제품에도 등장한다. 또 에어비앤비 손님들에게도 인기만점이라니.....제대로 묘생역전한 녀석인셈이고.

 

하얀 바탕에 검은 무늬가 그려진 옷을 입고 태어난 고양이 앙꼬. 코가 크다면서 '왕코'라고 지으려고 했다가 '앙꼬'가 된 녀석은 길고양이들에게 작업실 사료를 나눠주기도 하고 틈틈이 외출도 하면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외출냥이를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앙꼬와 작업실 언니들은 나름의 룰을 정해놓고 잘 지켜내고 있는 듯 하다. 이러저러한 방법을 써 봐도 맘 먹은대로 외출했다가 돌아온다는 앙꼬. 언제까지고 표지에서 본 모습 그대로 "하이여~"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심심X앙꼬>>는 사이즈도 작고 두께도 얇은 책이다. 하지만 글로 써진 내용만큼이나 앙꼬의 사진들도 많아 읽는 재미와 보는 재미 둘 다 충족된다. 지루할 틈이 없다. 술술술 읽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장에 와 있는 신묘한 앙꼬의 작업실 일기. 무엇보다 길고양이였던 앙꼬가 사람들과 어울려 공존하며 살아가는 모습에서 훈훈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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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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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짧은 한 문장이 오히려 마음을 파고들 때가 있다.

짧고 간단한 문장, 복잡하지 않은 구조의 소설로 쉽게쉽게 읽히지만 그 여운을 매번 오래 남기는 작가 파울로 코엘료. 이번 책 역시 두껍지 않았다. 핑크색 표지에 초록눈 고양이가 그려져 있어 '혹시 고양이 이야기가 등장하려나?' 했지만 나만의 착각일 뿐이었다.

 

시리즈북으로 인상깊게 본 '카카오프렌즈 콜라보 서적'들 중 하상욱 시인의 책 같은 느낌이 났다.

 

평범하면서 모진 것보다는 좀 미친 듯해도 행복한 것이 낫습니다

p25

무엇이든 잃어버릴까 봐 전전긍긍하면 대개는 잃어버립니다

p46

설명하느라고 애쓰지 마세요.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남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든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p126

안 될 이유만 따지다 보면 될 일도 안 됩니다

p43

 

 

물론 모든 페이지가 한 줄 혹은 두 줄로 마무리 된 건 아니다. 한 페이지를 빼곡히 채운 글들도 있고 1,2,3,4,5.. 이렇게 번호가 붙여진 문장들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 문장들조차 참 간결하다. 어려운 말로 헷갈리게 만들지도 않을 뿐더러 돌려 말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하기도 쉽다.

 

좋은 말들이 있어 친구에게도 들려줬는데, 내게 인상적인 구절 모두가 친구에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다. 같은 페이지를 읽어도 현재의 상황에 따라, 취향에 따라 그 느낌은 다르게 남는 모양이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만난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은 후루룩 쉽게 읽히면서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읽기에도 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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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어하우스 플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0
혼다 데쓰야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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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에서도 직간접적으로 언급이 된 적이 있는 '셰어하우스'. 모르는 사람끼리 공동생활 공간을 두고 살면 좀 불편할 것 같지만 또 다르게 생각하면 타지에서 가격적인면에서 좀 더 부담없이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받으면서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은 셰어하우스의 장점처럼 보인다. 하지만 작가 혼다 데쓰야는 셰어하우스를 좀 다른 공간으로 그려냈다.

 

별볼일 없는 실적탓에 직장상사에게 찍힌 여행사 영업사원 '다카오'. 설상가상으로 짝사랑하던 여직원은 사내불륜녀다. 욱하는 마음으로 회사도 관두고 술 마시러 나간 자리에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으로부터 각성제를 투약받고 잡혀간 복없는 사내다. 집행유예기간 중 갑작스런 화재로 갈 곳이 없어진 그는 쉐어하우스를 소개받았는데, 그곳엔 이미 남자 셋 여자 셋이 거주중이다.

 

 

사람은 원래 잔혹한 생물이다

p69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셰어하우스에 살고 있는 모두의 공통점은 "집행유예기간". 전과자 6인의 이야기와 교차되어 등장하는 기자가 주목한 사건은 칠 년 전 죽마고우를 사망케 만든 판결이다. 중학동창을 시비 끝에 죽게 만든 남자에게 알리바이를 대 준 여자가 증언을 번복한 사건.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남자 주변을 맴돌면서 취재하다 위장잠입까지 감행한다.

 

이렇게 각성제 복용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다카오 외에도 과실치사, 재심 예정인 남자, 교통사고 관련 전과자, 학교폭력에 휘말렸던 전력, 전 애인의 범죄와 얽힌 여자 등 입주민 모두를 전과자로 받은 집주인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과 함께 살면서 그녀가 얻고자 한 바는 무얼까. 각각의 사연보다 그녀의 사연이 더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인간이고 당하는 것도 인간이다

p176

기타리스트였던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스튜디오 뮤지션'의 삶을 택했다. 하지만 과거 몸담았던 밴드가 해체 된 이유를 알게 되면서 대형 기획사 직원과 언쟁 끝에 주먹다짐이 시작되었고 결국 상대방이 죽어버렸다.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로 결론내려졌지만 아버지는 업계에서 퇴출당했다. 그리고 투신자살했다. 엄마마저 세상을 떠나고 이십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꽤 두둑한 보험금을 수령한 준코는 "전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주는 셰어하우스"를 만들었다. 살인, 상해, 사기, 폭행, 횡령...다양한 사연으로 입주했던 사람들이 안정된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상처는 아물어갔을까.

 

전작인 <스트로베리나이트> 시리즈를 읽은 후라 뒷 페이지로 넘어갈수록 잔혹한 장면들이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플라주>는 전혀 다른 결말로 놀라게 만든다. 중반쯤부터는 누가 어떤 사건의 주인공인지 연결되어졌고 잠입한 기자가 '아키라 노구치'(실명 하야미 요이치)라는 것까지 눈치챌 수 있었지만 그가 허망하게 죽어버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그가 남긴 고백서의 내용은 말 그래도 예상밖의 반전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는 책 표지에 적힌 그 말은 기자인 하야미 요이치에게 가장 합당한 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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