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 - 대책 없이 시골로 간 패션에디터의 좌충우돌 정착기
김자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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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서 10년간 패션 매거진 에디터로 바쁘고 화려하게 살아왔은 저자가 왜 돌연 시골행을 택했을까? 표지가 예뻐서 읽기 시작한 책 <<조금은 달라도 충분히 행복하게>>는 잔잔하게 읽기 좋은 책이었다. 좀 더 성공하기 위해서, 조금 더 사회생활을 잘하기 위해서 읽어왔던 책들과 달리 마음 속 여유가 필요한 때 골라 읽기 참 좋다. 그녀의 평온한 일상이 내것이 될 순 없겠지만 치열했던 삶을 뒤로하고 원하는 삶을 위한 터닝포인트를 찾고 있는 시기라면 누구라도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어질 정도다.



사실 시골에서의 삶이 누구에게나 100% 만족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상황과 마주하며 웃게 된 날도, 울음을 터뜨린 날도 있었다. 내 경우엔 그랬다. 저자의 일상은 어떠했을까. 목차를 눈으로 훑어내리면서 문득 그런 마음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시골집을 사고,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면서 용기있게 하루하루를 마딱드렸던 부부의 시골행. 필요한만큼만 취하고 적게 소비하는 삶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편리함을 뒤로하고 택한 전원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계절의 흐름을 달력이 아닌 자연으로 체감하고 생명의 귀중함을 손끝으로 느끼면서 그들은 도시의 삶을 잊어가는 듯 했다.

 

 

행복에 대한 정의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이들이 행복해지는데 많은 것이 필요치 않았던 것처럼 사실 행복은 간단함에서 오는 것은 아닐까. 직장이 아닌 직업을 찾고 싶었다는 대목에서 '시골의 삶'이 직업이 될 수 있을까? 의아해지기도 했지만 인생의 판을 통째로 엎는 용기는 아무나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책 속 삶보다 그 이후의 삶이 더 궁금해졌다. 이들은 오늘도 행복했을까? 답을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질문이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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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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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퇴사를 했다'는 첫문장을 읽고 그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치기어린 마음에 고객변심으로 반품하듯한 퇴사가 아니라 버티다버티다 그 괴로움 끝에 플랜b없이 감행한 퇴사. 나 역시 긴 사회생활 속에서 그런 퇴사를 해 본 적이 있기에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는 첫문장이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하게 웃는 얼굴로 만났던 아나운서 김소영에게도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유명한 아나운서의 아내, 예능프로그램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냈다. 엉뚱하게도 그 직업은 '서점지기'였다.대형서점이 등장하고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사라져가는 세월을 지켜봐왔던 내게 1인 서점들이 생겨나는 요즘은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신나는 일이다. 아직 그녀의 책방에 가보진 못했지만.


<<진작 할 걸 그랬어>>는 전직 아나운서 김소영이 책방을 열기 전, 혹은 연 직후에 둘러본 서점들에 대한 소감들이 담겨 있다. 전 세계의 도서관을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어떤 책을 통해 구경했듯 일본의 크고 작은 책방들을 그녀의 책을 통해 구경했다. 즐거운 일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방은 즐거운 방앗간이므로.

 

책방 여행의 목적지로 일본을 책한 이유를 두고 '여전히 책을 많이 읽는 나라여서'라고 밝힌 그녀는 헌책서점/고양이 서점/앰프 파는 책방/술파는 책방 ....들을 다녀왔다. 단지 책이 좋아서 시작된 마음은 책방들을 둘러보면서 책임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져다준 듯 했다. 천편일률적인 대형서점이 아니라 서점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개성적인 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작은 서점들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그녀의 책방에서도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책방을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2019년엔 시간을 내어서 한 번 다녀올 수 있을까?


"책은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던져졌지만 내겐 언제나 책이 주인공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책은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스마트 폰에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고, 글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이 실린 책들이 더 잘 판매된다고 해도 언제나 글자가 전하는 감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대형 서점의 편리성은 그대로 취하되 다정다감한 공간인 작은 책방들도 곳곳에 생겨나면 좋겠다. 이 서점들이 버틸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이제 좀 펴지길 바라면서.

 

 

 

 

 

 

꽃집운영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예쁜 꽃들에 둘러싸여 우아하게만 사는 줄 알았지 힘을 쓰는 막노동이 동반된 직업임을 알지 못했다. 이웃을 통해서 그 힘든 과정을 지켜본 후 '아, 나는 못하겠다' 싶은 마음과 존경심이 동시에 들었는데, 책방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체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터를 사랑하는 그녀 같은 사람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방문해서 또 하루의 추억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밥 먹을 때마다 농부에게 감사하고, 생선을 먹으면서 어부에게 감사하듯 책을 한 권 구매할 때마다 만든 이는 물론 진열한 사람들에게까지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지는 가을 밤.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지는 시기여서일까. 우리 동네에도 '독립책방'이나 '동네책방'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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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면서 하나인 - 행복한 커플 고양이들
고경원 지음 / 안나푸르나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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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작가의 책을 알게 모르게 참 많이 읽은 듯 하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부터 시작되었으니 독자로서 인연의 끈도 참 길다 싶다.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던 시절, '길고양이 사진이라도...'라는 사심에서 시작했다는 그녀처럼 고양이와 함께 살 생각이 1도 없었지만 여섯 고양이의 집사로 살아가게 된 지금을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이 묘연이었다.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일상도, 그로인해 스쳐지나쳤던 사람들도, 초보집사를 탈출해보고자 읽었던 수많은 고양이 서적들도......!


예쁜 사진집부터 수의사들이 쓴 고양이 서적까지 참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고양이 서적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아는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어도 처음 읽는 것처럼 몰두해서 읽게 되고 찍힌 사진 속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물론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있다. 집고양이처럼 따뜻한 환경, 배고플때마다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주어지지 않는 길고양이들의 삶이 훈훈하기만 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기보다는 오히려 많이 알려져서 그들의 생활 전반이 좀 더 윤택해지길 희망하게 된다.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따뜻해지고 공존하는 문화가 대한민국 저변에 깔리길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내뱉어지는 목소리, 보여지는 힘이 큰 울림을 가져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고양이 서적은 읽고나면 꼭 서평을 남기는 편이다. 보통 절반 정도만 서평을 올리고 있는 다른 장르의 책들과 달리.

 

 

 

 

 

고양이들의 털을 찌우고 몸을 불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을 나기 위해 대비에 들어선 그들을 위해 단 한끼를 준비해주는 것이 다지만 일정거리를 두게 된다. "사람을 조심해. 낯선 음식은 배고파도 먹어선 안돼"라는 당부를 멀리서 조용히 전하면서. 책 속 길고양이들에게도 같은 당부를 맘 속으로 전했다. 물론 이들 중에는 고양이별로 돌아간 녀석도 있겠지만.



'커플냥이 사진집'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지만 엄마와 아들, 엄마와 딸, 같이 밥 먹는 이웃, 형제자매 등등...여러 관계의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동백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식빵을 굽고 있던 노랑이 형제, 발가락만 닮은 대안가족형태의 고양이 둘, '비행귀'를 날려 기분을 한껏 표시한 고등어 쌍둥이, 외국의 사찰 앞에서 마주친 흰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비를 피하기 위해 관광안내센터로 뛰어든 녀석들..... 인간이 조금만, 한 켠만 허락한다면 욕심없는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텐데...라는 마음이 들고 말았다. 마음이든, 삶의 공간이든 아주 조금만, 아니 한 켠만......!



그 중 고양이 묘지를 방문한 길고양이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단 한번도 이런 모습을 상상해 본 일이 없어서 놀라웠다. 묘비엔 이름만 새겨진 것이 아니라 반려묘, 반려견의 사진도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앞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 있었던 것. 또 다른 사진 속 고양이들은 아예 그 앞에서 대자로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 찾아와주는 무덤이라니......외롭지 않겠다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아, 무덤을 바라보며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니......나나 내 고양이의 죽음 끝엔 화장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함께 묻혀 길고양이들의 방문을 기다려도 괜찮은 죽음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저 고양이만 구경했다기 보다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었다. <둘이면서 하나인>은. 살면서 지식이나 지혜를 습득하는 순간보다 스스로 깨우쳐지는 순간이 더 값지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무언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일 또한 중요하므로.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러뜨리지만 많은 사람은 그 부러진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는 헤밍웨이의 책 속 구절처럼 길고양이들의 삶도 주어진 하루하루가 더 강해져야만 하는 순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그들이 조금씩 더 좋아진다. 책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같은 마음의 사람들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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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너무 좋아 - 오늘도 수고했어, 온전히 나만을 위한 궁디팡팡
냥송이 지음 / 앵글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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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그림 한 장이 큰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일이 많았고 사람에 지친 날엔 더더욱 커피 한 잔과 조용히 응시할 수 있는 좋은 그림 한 장이 필요한데, 냥송이 작가의 <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너무 좋아>는 힐링 가득한 그림이 가득한 책이라서 할 수 있다면 낱장으로 떼어 벽지로 붙여놓고 싶을 정도였다. "기억해. 너는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걸." 이쯤되면 책 표지 문장까지 심쿵할 정도다.



아는 고양이 중 '작냥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있다. 녀석이 낳은 아기 고양이 중 하나의 이름이 '냥송이'였는데, 고양이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이름도 같은 '냥송이'. 첫 반려묘의 이름이 송이라고 했던가. 어쨌든 냥덕후 10년 차, 작가의 그림 속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러웠고 작가가 전하는 힐링 메시지는 따뜻한 온도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마법을 발휘했다. 세상에 이런 에세이가 가득하다면 '우울함' 따위는 싹 걷혀지지 않을까.



위로가 필요한 밤, 슈퍼파워를 내뿜으며 한 장, 한 장 넘기게 만든 작가의 필력과 그림은 단 한 컷만 구경해도 충분할 정도로 멋지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참 많은 것들을 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으며 행복은 스스로 움켜쥐지 않으면 바람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허무하고 아쉽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순간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내야겠다 결심하게 만든다.

 

 

책이 아니라 사람이 위로가 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괜찮아'라고 말해주던 친구가 있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심을 담아 내뱉어주는 한 마디가 힘이 되어다음날도 새벽부터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 위로를 47페이지에서 확인했을 때 뭉클해지기도 했고 오늘 가장 필요한 선택어였던 마음을 108페이지와 109페이지에서 각각 발견하곤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는 책은 몇 권 있다. 좀 더 똑똑하게 보이고 싶어 읽게 된 책들도 책장엔 꽤 많이 꽂혀 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을 위한 책은 이 책 한 권 뿐인듯 했다. 그래서 당분간은 머리맡에 두고 잠들고 있다. 자기 전에 펼쳐보고, 일어나서도 펼쳐보기 위해서.

 

 

행복해지기 위한 좋은 습관만들기를 시작한 2018년. 이 책은 행복한 마음을 위한 기초공사 단계로 펼쳐보기 시작했지만 볼때마다 새롭다. 질리게 만드는 구석이 전혀 없다. 그래서 매번 새 책을 읽듯, 처음 좋은 문장을 접한 듯 읽게 된다. 고양이 참치원정대가 체크해주는 하루하루의 기분. 체크당하는 기분도 나쁘지 않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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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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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드라마를 골라볼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한 편으론 너무나 행복하다. 검사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있는가 하면 판사가 혹은 변호사가 중심인물이 되어 사건들을 헤쳐나가는 드라마들을 골라볼 수 있었다. 정의구현, 올바른 판결보다는 법의 해석과 따뜻한 판결로 귀결되어지는 내용 덕분에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국민정서에 반한 판결이나 구태의연한 시절에 머무르며 변화하고 있는 현실과 발맞추어 개정되지 못하고 있는 법들을 보면 가슴에 고구마 백개쯤 걸려 있는 듯 하지만 그래도 '변해야한다','고쳐져야한다'는 필요성을 각성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시작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져서 생각이 깊어지는 시점에서 그냥 드라마 스토리에 빠져 무거움을 흩트러 버리고 말지만.

1999년 제 4회 신초미스터리클럽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작가 시즈쿠이 슈스케의 소설 [불티]는 드라마로 방영된 적이 있을만큼 인기 있는 이야기다. 공과사는 분리되어야하고 퇴근 후 개인의 삶이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하지만 전 재판관으로 근무했던 가지마 이사오의 경우엔 그런 당연함을 누리지 못했다. 보통 재판 결과에 불복하거나 앙심을 품고 접근하는 것이 이치상 당연해 보이지만 가지마 재판관에겐 조금 엉뚱한 스토커가 붙어버렸다. 모두가 유죄라고 확신했던 판결을 '무죄'로 선고했건만 피고인 다케우치는 가지마의 옆집으로 이사와 그의 가족에게 접근했다. 자신의 편인 사람과 의심하는 사람을 가르고 가족내의 불화를 조장하면서.

제일 먼저 그를 의심한 사람은 며느리인 유키미였다. 그러자 곧 그녀는 가족이라는 이름 속에서 솎아졌다. 남편의 할머니가 급사하고 다케우치의 전 변호사가 살해당했으며, 전 피해자의 유족 중 한 명인 이케모토가 사라지는 사건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유키미 혼자였지만 곧 가지마와 그의 아내 역시 다케우치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는 매우 위험한 신호탄이 되어 가족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수상한 이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 소설을 읽고나면 소름이 돋을 정도다. 친절함 속에 감춰진 것들이 드러나면서 점점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 존재인지 각성하게 되고 배려와 호의가 아닌 필요에 의해서 시작된 관계의 끝은 너무나 끔찍해서 '어서 도망쳐'라고 책 속 인물들을 향해 소리치고 싶어지는 대목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다. 마치 연극을 보듯 펼쳐진 이야기 속 인물들에게 독자가 보낼 수 있는 위험신호는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백야행]을 읽을 때도 그러했고 [인간의 증명]을 읽을 때도 그런 맘이 들었지만 현대사회에서 '어떤 사람으로 사느냐?'만큼 중요한 일은 '어떤 사람을 알고 지내느냐?'인 것 같다. 열 길 물 속보다 한 길 사람 속을 더 알기 어렵다는 말에 딱 맞는 소설 [불티]는 가속을 붙여가며 읽게 되는 재미난 소설이지만 읽고나면 그 어떤 공포소설보다 뒷골이 서늘해진다. 상상하면 할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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