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할 걸 그랬어
김소영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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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퇴사를 했다'는 첫문장을 읽고 그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치기어린 마음에 고객변심으로 반품하듯한 퇴사가 아니라 버티다버티다 그 괴로움 끝에 플랜b없이 감행한 퇴사. 나 역시 긴 사회생활 속에서 그런 퇴사를 해 본 적이 있기에 그 마음이 십분 이해가 되는 첫문장이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행복하게 웃는 얼굴로 만났던 아나운서 김소영에게도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유명한 아나운서의 아내, 예능프로그램에서 인생의 2막을 시작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일을 찾아냈다. 엉뚱하게도 그 직업은 '서점지기'였다.대형서점이 등장하고 동네의 작은 서점들이 사라져가는 세월을 지켜봐왔던 내게 1인 서점들이 생겨나는 요즘은 마법과도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신나는 일이다. 아직 그녀의 책방에 가보진 못했지만.


<<진작 할 걸 그랬어>>는 전직 아나운서 김소영이 책방을 열기 전, 혹은 연 직후에 둘러본 서점들에 대한 소감들이 담겨 있다. 전 세계의 도서관을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어떤 책을 통해 구경했듯 일본의 크고 작은 책방들을 그녀의 책을 통해 구경했다. 즐거운 일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책방은 즐거운 방앗간이므로.

 

책방 여행의 목적지로 일본을 책한 이유를 두고 '여전히 책을 많이 읽는 나라여서'라고 밝힌 그녀는 헌책서점/고양이 서점/앰프 파는 책방/술파는 책방 ....들을 다녀왔다. 단지 책이 좋아서 시작된 마음은 책방들을 둘러보면서 책임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가져다준 듯 했다. 천편일률적인 대형서점이 아니라 서점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개성적인 공간이자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작은 서점들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었는데, 그녀의 책방에서도 그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 책방을 방문해보고 싶어졌다. 2019년엔 시간을 내어서 한 번 다녀올 수 있을까?


"책은 다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던져졌지만 내겐 언제나 책이 주인공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살아가는 한 책은 사라지지 않을 듯 하다. 스마트 폰에 익숙한 세대가 등장하고, 글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이 실린 책들이 더 잘 판매된다고 해도 언제나 글자가 전하는 감동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므로. 대형 서점의 편리성은 그대로 취하되 다정다감한 공간인 작은 책방들도 곳곳에 생겨나면 좋겠다. 이 서점들이 버틸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살림살이도 이제 좀 펴지길 바라면서.

 

 

 

 

 

 

꽃집운영에 대해 알기 전까지는 예쁜 꽃들에 둘러싸여 우아하게만 사는 줄 알았지 힘을 쓰는 막노동이 동반된 직업임을 알지 못했다. 이웃을 통해서 그 힘든 과정을 지켜본 후 '아, 나는 못하겠다' 싶은 마음과 존경심이 동시에 들었는데, 책방도 마찬가지였다. 강한 체력이 있어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행군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터를 사랑하는 그녀 같은 사람 덕분에 우리는 편하게 방문해서 또 하루의 추억을 얻어갈 수 있는 것이다. 고마운 일이다. 밥 먹을 때마다 농부에게 감사하고, 생선을 먹으면서 어부에게 감사하듯 책을 한 권 구매할 때마다 만든 이는 물론 진열한 사람들에게까지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지는 가을 밤. 다른 계절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싶어지는 시기여서일까. 우리 동네에도 '독립책방'이나 '동네책방'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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