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면서 하나인 - 행복한 커플 고양이들
고경원 지음 / 안나푸르나 / 2017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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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 작가의 책을 알게 모르게 참 많이 읽은 듯 하다.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부터 시작되었으니 독자로서 인연의 끈도 참 길다 싶다. 고양이와 함께 살 수 없던 시절, '길고양이 사진이라도...'라는 사심에서 시작했다는 그녀처럼 고양이와 함께 살 생각이 1도 없었지만 여섯 고양이의 집사로 살아가게 된 지금을 되돌아보면 이 모든 것이 묘연이었다. 고양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일상도, 그로인해 스쳐지나쳤던 사람들도, 초보집사를 탈출해보고자 읽었던 수많은 고양이 서적들도......!


예쁜 사진집부터 수의사들이 쓴 고양이 서적까지 참 많은 책들을 읽었지만 고양이 서적은 읽을 때마다 새롭다. 아는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어도 처음 읽는 것처럼 몰두해서 읽게 되고 찍힌 사진 속 고양이들은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물론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있다. 집고양이처럼 따뜻한 환경, 배고플때마다 먹을 수 있는 먹거리가 주어지지 않는 길고양이들의 삶이 훈훈하기만 할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면하기보다는 오히려 많이 알려져서 그들의 생활 전반이 좀 더 윤택해지길 희망하게 된다.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따뜻해지고 공존하는 문화가 대한민국 저변에 깔리길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내뱉어지는 목소리, 보여지는 힘이 큰 울림을 가져다주길 바라고 또 바란다. 그래서 고양이 서적은 읽고나면 꼭 서평을 남기는 편이다. 보통 절반 정도만 서평을 올리고 있는 다른 장르의 책들과 달리.

 

 

 

 

 

고양이들의 털을 찌우고 몸을 불리는 계절이 돌아왔다. 겨울을 나기 위해 대비에 들어선 그들을 위해 단 한끼를 준비해주는 것이 다지만 일정거리를 두게 된다. "사람을 조심해. 낯선 음식은 배고파도 먹어선 안돼"라는 당부를 멀리서 조용히 전하면서. 책 속 길고양이들에게도 같은 당부를 맘 속으로 전했다. 물론 이들 중에는 고양이별로 돌아간 녀석도 있겠지만.



'커플냥이 사진집'이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지만 엄마와 아들, 엄마와 딸, 같이 밥 먹는 이웃, 형제자매 등등...여러 관계의 고양이들이 등장한다. 동백섬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식빵을 굽고 있던 노랑이 형제, 발가락만 닮은 대안가족형태의 고양이 둘, '비행귀'를 날려 기분을 한껏 표시한 고등어 쌍둥이, 외국의 사찰 앞에서 마주친 흰고양이와 검은 고양이, 비를 피하기 위해 관광안내센터로 뛰어든 녀석들..... 인간이 조금만, 한 켠만 허락한다면 욕심없는 그들과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을텐데...라는 마음이 들고 말았다. 마음이든, 삶의 공간이든 아주 조금만, 아니 한 켠만......!



그 중 고양이 묘지를 방문한 길고양이들의 사진이 인상적이었는데, 단 한번도 이런 모습을 상상해 본 일이 없어서 놀라웠다. 묘비엔 이름만 새겨진 것이 아니라 반려묘, 반려견의 사진도 부착되어 있었는데 그 앞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앉아 있었던 것. 또 다른 사진 속 고양이들은 아예 그 앞에서 대자로 누워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누군가 찾아와주는 무덤이라니......외롭지 않겠다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아, 무덤을 바라보며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니......나나 내 고양이의 죽음 끝엔 화장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함께 묻혀 길고양이들의 방문을 기다려도 괜찮은 죽음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저 고양이만 구경했다기 보다는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준 책이었다. <둘이면서 하나인>은. 살면서 지식이나 지혜를 습득하는 순간보다 스스로 깨우쳐지는 순간이 더 값지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무언가 되기 위해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 끊임없이 고쳐나가는 일 또한 중요하므로.



"이 세상은 모든 사람을 부러뜨리지만 많은 사람은 그 부러진 곳에서 더욱 강해진다"는 헤밍웨이의 책 속 구절처럼 길고양이들의 삶도 주어진 하루하루가 더 강해져야만 하는 순간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매일매일 그들이 조금씩 더 좋아진다. 책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같은 마음의 사람들을 더 많이 찾아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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