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153호 - 2011.가을
창작과비평 편집부 엮음 / 창비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창작과 비평]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권씩 건네지는 계간지다. 가을호를 받아들고 겨울이 오는 문턱에 이르러서야 보게된 까닭은 순전히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바빠서였는데, 좋아하는 책을 손에 쥘 수 없을만큼 그간 많은 일들에 치여 바빴다. 그래서 가을호를 읽으며 가을이 오기 전에 읽었다면 다른 느낌이었을까 하고 잠시 떠올려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려운 까닭은 이해해야하는 구석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서로의 이해의 폭이 다 다르다보니 그릇에 따라 상황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이해가 되어 풀리기도 하는 모습들을 봐 왔다. 곁에서 봐온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모두가 개개인적으론 좋은 사람들인데 얽혀나가면서 무언가 풀어지지 않는 것들이 생겨나는구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생긴적도 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그렇다면 사람과 사회는 어떨까. 나는 이제 사회 속의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사회를 바라보는 나름의 시각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여기저기 자료들을 뒤적이거나 뉴스를 꼼꼼히 보고 사람들이 내뱉어놓은 말들에 주목하고 있다.

 

사회. 흐름이 너무 빨라 살펴보기 까다롭지만 이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체득해야하는 것 이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하기에 사회바라보기는 좀 더 진지해질 수 밖에 없었다. [창작과 비평]을 통해서도 그 단면을 보면서 가을호에 실린 "삽질없는 지역 살리기"나 "새로운 코리아"만들기를 통해 희망을 품어보기도 하고 "중산층의 욕망과 커지는 불안들"을 읽으면서는 잠시 불안해지는 마음을 다독거려보기도 했다

 

그 와중에 가장 반가웠던 일은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을 맘껏 읽을 수 있는 페이지들이었는데 장편연재중인 은희경 작가의 '태연한 인생'이나 김숨, 조경란 작가의 소설들은 숨통을 좀 틔워주었다. 재미있는 것만 보고 살아가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회 구조속에서 동시에 두 가지를 구경할 수 있게 해주는 [창작과 비평]이라 읽기를 쉬이 멈출 수 없었다. 몇날 며칠에 이르러 다 구경한 이 책이 다음에 선물로 건네질 친구에게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열심히 포장해 보고 있다. 다 읽은  창작과 비평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 집에 온 길고양이 카니
문영미 지음, 이광익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를 키우면서 많은 것들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 세수가 참 엉터리 말이라는 것도, 좁은 서랍 안에 굳이 들어가서 잠든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고양이와 친해지는 눈 인사에서부터 고양이와 함께 살기 위해 익혀야 하는 것들을 고양이가 집 안에 들어오면서부터 알게 되었다.  그리고 잃어버리고 나서는 미친듯이 찾아 헤매며 그 소중함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게 되었다. 운명이라면 운명이고 인연이라면 인연이라 생각이 될 수 있는 이 일들이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동물을 마음으로만 아꼈지 삶 속에서 아껴주는 방법을 알지 못했던 내게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려준 소중한 생명이 바로 고양이였다. 열 살 지민도 그랬다. 그 많고 많은 길고양이 중에 임신냥인 "달고나"를 만났고, 그 새끼 중 한마리인 호랑이 줄무늬 고양이가 다시 찾아오면서 집 안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요물덩어리라고 말하던 할머니도, 귀찮아하고 탐탁찮아하던 엄마도, 별 말을 없었지만 그렇다고 환영하는 편도 아니었던 아빠도 지민이의 바램을 꺽지 못하고 카니를 식구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징기스칸의 줄임말인 카니라는 이름도 가족 속에서 탄생되었다. 약간 아플때도 있었고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던 엄마를 딱지로부터 구하기도 했으며 자동차 보관함에 끼여 카센터에서 구해지기도 했다. 탈도 많았지만 카니는 그림 그리는 고양이가 되어 그림 전시회를 여는 유명한 고양이로 거듭났다.

 

여느 고양이 같진 않았지만 행복을 만들어가는 카니 와 지민이의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따뜻함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동시에 심어주길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카니의 그림을 판 수익인 27300원으로 길고양이들에게 줄 사료를 사겠다는 그 마음까지 예쁘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을 이해하기에 그 어떤 이야기보다 와 닿았던 카니 이야기 속에는 함께 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 있어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게 만든다. 열 살 지민이의 길고양이 입양 일기는 고양이와 함께 하는 삶에 필요한 정보들이 가득했고 어린 길고양이가 입양되어 한 가족의 구성원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주어진 가족이 아닌 만들어가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만든다.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하기 시작한 일이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다. 저 먼 옛날 이집트에서부터라고 하는데, 그 옛날부터 사람들 곁에서 길들여지기보다는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한 현명한 고양이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기낙경 지음 / 오브제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른의 의자"

 

서른을 훌쩍 지난 그녀가 말하는 의자는 자리를 뜻하는 거였다. 서른을 넘긴 여자들이 앉아 있는 자리, 생활하는 자리, 평소의 시간을 보내는 그 자리들을 살피면 그녀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기에 나는 이 표현이 참 영리한 표현이라고 생각되었다. 의자 위의 시간은 그래서 아주 여유로운 시간이며 성찰의 시간인 동시에 앞으로의 시간을 위한 준비의 자리가 된다.

 

그 어떤 에세이를 읽어도 이처럼 문학적이라고 느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언가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여 우리에게 잘난 척을 하려한 것도 아니요, 심연의 감성으로 감수성을 충동질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서른을 지난 사람들에겐 공감의 시간을 넘어선 그 무언가를 전하고 있다.

 

희망도 절망도 여성적이거나 전투적인 삶을 살아내라고 용기를 북돋우는 것도 아이면서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공감 속에서 이해를 이끌어내고 있다. 그녀는 이름 앞에 붙여진 특이한 성씨만큼이나 깊고 특별한 생각으로 머릿속을 채우며 살아가는 30대였다.

 

염전이 있던 곳   /  나는 마흔 살  옛날은 가는 게 아니고 / 이렇게 자꾸 오는 것이었다

                                                                                             - 이문재 [소금창고]

 

그녀가 좋아하는 시의 구절을 함께 좋아하게 되면서 옛날이 가버린 시간이 아니라 기억하고 있는 오늘에이르기까지 자꾸 오는 시간임을 알게 되었다. 마음의 비린내로 시간을 죽일 때 라는 표현이 너무 좋아 메모하면서 좀 더 업그레이드 된 단어구사를 해 본 적이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아울러 침묵에는 시작도 끝도 없으며, 침묵은 그 자체로 능동적이고 독자적인 완전한 세계 라는 구절에 밑줄을 그어본다.

 

서른은 와서 조용히 지나쳐 갔지만 지나고 보니 그 나이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들을 가져다 주었던 것 같다. 알게 모르게 사람의 마음을 조용히 움직여 놓고 내 삶의 방향을 정해준 나이. 생의 반짝거림보다는 편안함을 가져다준 그 서른이라는 나이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끼면서 뒤이어 살아내고 있는 여성들이 이 나이를 좀 더 알차게 보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볻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구를 빛낸 우주인 이야기 우주인의 사랑 메시지
클레온 지음 / 수선재 / 201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이클 잭슨은 우주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코코 샤넬 또한 우주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우주인이라고 믿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아니었다. 믿음이나 이해가 아닌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세상을 떠난 유명인들이 죽어버린 것이 아니라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렸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덜 쓸쓸할 것 같기도 했고.

 

인터뷰식으로 꾸려진 이 책 속에서 마이클 잭슨은 시리우스 별의 마음 치유사로, 찰리 채플린은 헤드로포보스별의 신사로, 코코샤넬은 시리우스별의 똑똑한 이기주의자였으며 마리아 칼라스조차 잉케별의 예술가였다. 또 잉케별의 또 다른 외계인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시리우스별의 또 다른 외계인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에 이르기까지 시대의 아이콘들에 대해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은 참 색다른 일이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서 언급해 놓은 것처럼 그들만 외계인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어느 별에서 온 우주인이라는 생각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더 다르게 만들었다. 심심하고 지루한 일상에 상상력을 불어넣으면서 누구누구의 누구가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는 지구별에 와서 지구를 변화시키는 인물로 남기 보다는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으면서도 되돌아갈 때엔 "공부를 했다"는 마음으로 끝맺어져 있어서 좋았다. 그들이 정말 외계인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인생을 여행으로 바라보고 죽음을 돌아가는 곳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좋았다고나 할까. 정말 죽음이 저승사자가 데리러 오는 것이 아니라 우주선을 타고 이 별을 떠나는 것이라면 세상 사람들은 그 마지막 순간을 그토록 두려워하거나 아쉬워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러 명의 스타들이 나오지만 처음 예상 했던 것처럼 나는 [코코샤넬]편이 가장 좋았다. 꼭 샤넬을 입어야 한다고 고집하진 않지만 여성들이 샤넬 스타일에 열광한다면 그만큼 의식수준이 향상되었음을 뜻한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그녀의 육성으로 듣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영화를 보면서도 코코 샤넬에 매료되었던 것처럼 책을 읽으면서는 그녀와의 가상 인터뷰를 통해 그녀의 당당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수선재의 책은 두번째지만 참 특이한 책들을 펴내는 이 출판사의 시리즈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출판사 사람들이야말로 우주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들은 특별한 아이템을 담아내고 있다. 세번째 책에서는 대체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놓을지 독자는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로드™ 2023-10-0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나요?

저도 그랬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은 흠뻑 빠져있다고 할까요?

여성분인거 같으니 황진이에 대한 책은 어떨까요?
황진이, 선악과를 말하다
https://naver.me/5ewO4W6J

여기도 수선재에서 나온책이랍니다 ^^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 - 책 도둑과 탐정과 광적인 책 수집가들에 대한 실제 이야기
앨리슨 후버 바틀릿 지음, 남다윤 옮김 / 솔출판사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하얀 색은 다른 색으로 잘 물들어 버리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일까.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째서 책 도둑이 되고 말았던 것일까. 어쩌면 동화같은 이 설정 탓에 나는 [책을 너무 사랑한 남자]의 사연이 궁금해졌다. 희귀도서를 훔쳤다고해서 악명 높은 책 도둑이 되어버린 존 길키. 아무리 책값이 10만 달러나 된다지만 책을 훔친 남자가 유명해진 이유는 과연 그것만이었을까.

 

사연이 궁금한 독자가 되어, 때로는 희귀도서 판매상에서 존 길키를 추적하는 아마추어 탐정으로 변한 켄 샌더스의 마음이 되어 페이지를 넘나들며 그의 뒤를 쫓아가는 동안 나는 계속 갈증이 났더랬다. 숨막히는 추격전 속에서도 인간이 책에 가질 수 있는 집착과 갈망에 함께 목말라하며.

 

그러다 어느 순간 숨이 딱 막혀 버렸는데,

마지막에 이르러 길키가 이런 말을 건낸다. "여전히 저는 도둑이겠지요?"라고.

 

같은 대사도 어느 배우가 내뱉느냐에 따라 그 느낌전달이 참 다르게 느껴지곤 했는데, 만약 길키의 역을 배우 박해일이 맡는다면 ? 배우 원빈이 맡는다면? 배우 하정우가 맡는다면? 다 다른 뉘앙스로 와닿지 않을까.

 

내 상상 속 느낌은 누가 내뱉는 대사에 가까울까? 처음 읽게 된 앨리슨 후버 바틀릿의 소설은 가장 흥미롭지 못한 소재로 가장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버무려 낸 요리처럼 만들어 내어놓았다. 책에 미친 두 남자의 인생의 한 때가 이 책 한 권 속에 샌드위치처럼 잘 스며들었는데 각각 도둑과 탐정이라지만 나는 어느 쪽도 미워할 수 없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한 의미를 찾아냈다기보다 책을 좋아하는 내게도 그런 양날의 마음이 공존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가끔 소설 속의 인물에게도 살아있는 그 무엇을 부여할 때가 있는데, 이 책의 두 주인공들에게서는 그 어떤 생동감에 앞서 캐릭터화 되어도 재미있겠다 싶어진 어떤 구석들이 발견되었다. "책"이라는 한정적이고 딱딱한 소재를 두고 사람의 마음과 욕심을 움직여 한 편의 재미난 이야기를 엮어낼 수 있다니 그 어찌 감동하지  아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