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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
츠지 히토나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다섯개의 단편에 후기대신 쓴 짧은 소설하나까지. 총 6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츠지 히토나리라는 작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남자면서도 어딘지 모를 남자도 여자도 다 흡수해버리는 중성적 감성을 가진 작가, 여러편의 유명작 속에서도 어딘지 모르게 매니아가 되기에는 머뭇거려지게 만드는 작가, 어느날은 그 깊이가 바다같고, 또 어느날은 그 높이가 하늘 같지만 그 어떤 것도 한 순간에 날려버리고 의미없게 만들어버리는 작가. 그는 내게 그런 작가였다.
[냉정과 열정사이]의 열렬한 매니아이면서도 소설의 매니아일뿐 작가의 매니아가 될 수는 없었다. 공지영 작가와의 합작 소설을 읽으면서도 그의 소설에는 매료되었지만 그의 작품을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부족함이 없으면서도 가득 채울 욕망을 가지지 않게 만드는 묘한 작가의 필력.
그래서 나는 이번 책을 펼쳐들면서도 욕심없이 읽을 수 있었다.
다섯 편의 이야기 중 [내일의 약속]이라는 이름이 붙은 실질적인 아카시아가 등장하는 내용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의외의 계기로 부족국으로 들어와 그들과 함께 동화되어 살아가는 의사와 그의 아이를 줄줄이 낳는 부족국의 여인 아카시아의 삶은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또한 그들의 삶을 속속들이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혜택을 입었을 그가 불편함보다는 이 부족국가가 문명화 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 흥미롭게 보였다.
그는 아이들이 태어나지만 이름도 지어주지 않았고 나이도 헤아리지 않았다. 그들 나름의 차별없는 세상에 길들여져 가고 있던 남자는 자신의 나이도 잊어버렸다. 이곳으로 들어왔던 스물일곱 이후의 나이는 생각나지도 않는다고 했다.
이 대목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매일매일을 치열하게 살아가며 스트레스 받고 있는지 비교하게 된다. 가진것을 놓아버렸을때 평화로움은 나태함과는 다른 모양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자연스럽다는 것, 자연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것, 자연적이라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면서 나는 오늘의 나를 다시 되돌아보고 있다.
오늘밤 일기는 꽤 길것만 같다. 소설이 일으킨 문제성에 대해 토해놓을 문장들이 많이 생각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