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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신화 호암 이병철과의 대화
박상하 지음 / 알라딘하우스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CEO인 스티브 잡스의 책들을 읽어가던 도중 나는 잡스만큼이나 매력적인 인물을 발견해냈다. 바로 호암 이병철회장이다. 미실 못지 않은 통찰력과 과묵하면서도 독특한 카리스마를 가졌던 인물. 그는 이미 저 세상으로 가고 없지만 그를 다룬 몇몇 책들을 통해 호암의 생각들을 읽어보고자했다.
오래전 드라마 탓인지 호암이라고 하면 그 역을 맡았던 배우 전광렬이 먼저 떠오른다. 그리고 그가 연기했던 그 역할의 인물이 자꾸만 중복된다. 그래서 그 배우의 얼굴을 떨치고 읽기 위해 책은 잠시 묵혀 두었었다. [호암자전]은 구하기 매우 힘든 책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었었는데, 이제보니 절판된 이유가 있었더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고 이젠 찾는 것을 그만두었다. 언젠가는 또 볼 날이 오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호암의 삶은 쉬이 열리는 삶이었으나 순탄한 삶은 아니었다. 고 정주영 회장에 비하면 그렇다는 의미다. 정회장의 삶은 쉬이 열리지도 순탄하지도 않았으니 그는 맨주먹으로 모든 것을 시작한 사람이었고, 호암은 좋은 교육을 받게 만들어준 가족이 있었고, 그 바탕이 된 재력도 있었으니 둘의 출발점은 아주 달랐다.
하지만 이 두 리더의 삶은 각각 다른 배울점을 우리에게 남겼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지만 그들은 이름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을 남겼다. 후세 사람들에게 해부를 위한 시체를 기증하듯 탐독을 위한 자신의 삶을 남긴 CEO들.
오늘은 호암의 책을 읽으며 그의 삶을 답습했다. 좋은 내용이 많아 당연히 메모할 꺼리도 많았으며 그가 살았던 시간상의 스케줄과 신체상의 스케줄만 배워 익혀도 우리는 건강한 삶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부지런하고 정돈된 삶. 그의 삶은 그런 내음이 배어났다.
호암배우기는 본능대로 살기의 그 반대라고 보면 가장 쉽지 않을까. 그는 조용한 이방원 같은 사람이었다. 날카롭지만 표효하지 않았고, 조용했지만 그 존재감은 공간을 가득 메울 수 있는 사람. 한 케이블에서 상영되고 있는 7급 공무원이라는 영화 속에서도 "삼성맨~삼성맨"이라는 단어가 나올만큼 매력적인 직장이 바로 삼성인데, 노사조차 없는 그 직장을 만들어 놓은 사람이 바로 호암 이병철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보다 이병철 회장이 더 궁금한 까닭은 거기에 있다. 두 부자는 닮았지만 한 사람은 만나보고 싶은 사람 1순위고 한 사람은 만나보고 싶지 않은 사람 1순위인 까닭도 비슷한 이유일 것이고.
그는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했다.
"사업의 승패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는데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반반의 확률밖에는 자신이 없다."라고.
평생 사람보는 일을 했던 그조차도 이런 말을 남겼을 정도니 사람을 판단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우리는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넒은 도량으로 사람을 대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졌다.
언젠가는 호암자전을 읽게 될 날이 오기를 기대해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