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국기 6
오노 후유미 지음, 김소형 옮김 / 조은세상(북두)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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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게 나오는 신판을 기다리다 못해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구판이 있을 것만 같았다. 여러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었다는 이 유명한 판타지를 뒤늦게 읽고 발동걸려버린 관계로 나는 정신없이 도서관을 뒤지며 좀 더 깨끗한 상태로 읽을 수 있는 책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열 두 나라가 있다. 열 두 왕이 있고 열 두 기린이 있어 존재하는 세상. 일본과 세상을 오가며 엮어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매우 흥미롭고 매우 방대했다. 애초 하나의 주인공이 세상을 헤쳐나가는 기존의 애니메이션적인 이야기와 달리 십이국을 골고루 비추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다소 춘추전국적인 시각으로 퍼져 진행된다. 하지만 헷갈릴 이유가 없다. 이야기는 한 권, 한 권 그 에피소드를 그 권 수에서 끝내기 때문에.

 

'바람의 만리 여명의 하믈'은 2권으로 나눠져 있었다. 신판으로 나온다면 한 권 분량이겠지만 이유야 어쨌든 이야기 속에는 이미 전편에서 경의 여왕으로 등극한 요코와 다른 처지의 두 소녀들이 등장한다. 비슷한 나이의 세 소녀에게 펼쳐진 다른 인생길.

 

먼저 경의 여왕으로 등극한 요코는 일본에서 태어나 기린의 택함을 받았다. 싫어도 왕이 되어야 하는 상황. 경은 차츰 안정되어 가는 듯 했으나 요코는 여전히 어설프다. 요코처럼 일본에서 건너온 스즈는 가난하여 14살에 첩으로 팔려가다  이쪽 세상으로 빠졌으나 이곳에서의 삶도 고달프기는 매한가지였다. 도무지 말을 알아들을 수도 없고 좋은 신분을 가질 수도 없으니 고생이 당연한 일. 그러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이나 여왕이 된 요코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녀를 만나게 되면 자신을 대우해주지 않을까. 이 시궁창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제발 나를 만나줘. 라고.

 

반면에 방극국의 봉왕 츄타츠의 딸로 태어났으나 봉기가 일어나 그 자리에서 끌어내려진 왕녀 쇼우케이. 달라진 환경 속에 적응하지 못하고 원망만 쌓여갔던 그녀에게 요코의 소식은 기름에 불을 붓는 격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비의 폭정에 귀를 닫고 자신의 의무를 져버린 일조차 변명하며 자기 합리화만 일삼는 방의 공주는 귀를 닫고 원망하고 질투만 하다 겨우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되었다. 왕이 없는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나라가 어떻게 황폐해져 가는지......!

 

이 세 소녀가 한 곳에서 만나게 될까. 1권만 읽었으니 아직은 알 수 없고 아직 이야기가 끝맺음 되지 않았으니 어느 권에서도 다시 이야기 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세 소녀가 동시에 만나졌을 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졌다. 아무리 상상을 해도 잘 되지 않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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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아이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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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질링'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유괴되었던 아이가 바뀌어왔던 이야기. 가미카쿠시도 마찬가지였다. 신이 감춘 아이라는 의미의 가미카쿠시를 당한 다카사토는 또래 아이들과는 묘한 이질감이 엿보이던 아이였다. 담임인 고토와 교생실습 나온 히로세의 눈에도.

 

아이의 주변에는 묘한 기류가 감돌았는데, 다카사토에게 해를 입히면 반드시 복수 당하고 만다는 소문이 아이들 사이에 팽배하면서 그럴 멀리하는 아이, 경외감에 휩싸인 아이, 이를 이용하려는 아이들로 그 부류가 나뉘었고 좋은 감정으로든 나쁜 감정으로든 그에게 어떤 영향력을 끼치게 되면 반드시 그 아이는 다치거나 죽었다. 그 무리 속에서도 2학년 6반 아이들의 공포가 극에 달했는데 쓰이키가 톱에 다리를 베이고 하시가미의 손에 못이 박히는 사건을 거쳐 이와키가 죽어 버리자 아이들은 집단 히스테릭 상태에 빠져 그만 다카사토를 2층 창문으로 밀어 버렸다. 그리고 다가올 죽음 앞에 무서워 했다.

 

하지만 정작 다카사토는 그 누구도 해 할 심정이 아니었고 그냥 그를 둘러싼 주변에 자꾸만 이런 일들이 잦아지자 스스로도 움츠러 들곤 했는데 학교 뿐만 아니라 가족에게조차 이해받지 못했던 이 착한 소년은 그래서 교생 히로세의 집에 머물면서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번 인 폭풍은 쉽게 잠재워지지 않았다. 다카사토의 가족들까지 무참하게 살해되자 이젠 매스컴까지 달려들어 소년의 저주에 대해 방송하기 시작했다. 소년이 점점 더 고통스러워하게 되자 소년 주위에서 그를 보호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주도했던 그것들 역시 더 날뛰기 시작했다.

 

p160  다카사토, 너 대체 뭐야. 정말 인간이냐?

 

누군가의 외침이었지만 언제나 스스로에게도 하곤 했던 질문. 자신이 가미카쿠시 당한 그 시절의 기억을 몽땅 잃어버리고 이 세계에 맞지 않는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었던 소년. 연왕이 건너오고, 산시, 고란의 존재를 기억해낸 소년은 자신이 '기린'이며 왕을 구하기 위해 저 세계로 건너가야하는 사명을 떠올렸다. 그리고 히로세를 이 세상에 남겨둔 채 고국으로 돌아갔다. 소년의 이름은 다이키. 앞 서 읽었던 두 권 중 하나의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잃어버렸던 기린이었다.

 

다음 권에서는 요코의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다이키가 이 세상에서 겪었던 에피소드들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그 진행이 더디게 느껴져서 좀 답답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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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 십이국기 2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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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과 닮았다는 십이국기의 기린. 이 기린이 보고 싶어서라도 애니메이션을 찾아봐야겠다. 이 판타지의 유명함은 익히 귀로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토록 짜임새 강한 세계관과 특색 강한 캐릭터들이 가득한 판타지는 이 전에는 본 일이 없어 다채롭게 느껴진다. 음식으로 치자면 산해진미가 올려진 한 상을 보고 있는 격이랄까. 요코가 등장하는 1권을 읽었을 때는 그 답답함이 하늘을 찌르더니 '다이키'라는 흑기린이 등장하는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 그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십이국의 이야기를 다 보여줄 작정인가? 그렇다면 그 방대한 양은 작가의 머릿 속에서 완벽한 하나의 고리를 이루었을까.

 

2권째 읽기 시작한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은 대극국의 기린이 탄생하는 순간부터 그려진다. 봉산에 태란이 열리나 곧 그 태과를 잃어버리고 백방으로 수소문 했으나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기린은 제 땅으로 되돌아올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상처를 가득 안은 채. 그 상처로 인해 소심하고 채 여물지 못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으나 어찌보면 이는 타인의 마음을 알아주고 배려할 수 있는 조심함도 되는지라 흑기린 다이키는 그 어느 기린과 달리 아주 착하고 고운 기린의 태가 보이는 듯 했다.

 

1권에서 요코가 이 세계로 건너올 땐 아무런 설명이 없어 답답하더니 다이키 편에서는 아주 친절하게도 처음부터 쉽게 세계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차라리 이 에피소드가 첫번째로 읽힌 이야기였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어지기도 했다. 책의 시작에 지도가 첨부되어 있지만 설명과 곁들여 읽으면 그 이해도가 한결 높아진다. 세상의 한가운데 표시된 황해가 물이 없는 바다이며 '오산'으로 불리는 다섯 개의 준봉중 봉산은 태산에서 개명된 봉산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 수컷은 '기', 암컷은 '린'으로 불린다는 것. 그래서 대국이 기인 흑기린은 '다이키'로 불리기로 태어나기도 전에 정해졌다는 점이다.

 

아이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에 열리는 것도 신기한 일이지만 기린에게는 부모가 없이 유모격인 산시가 돌본다는 점도 특이한 점이었다. 그 어떤 판타지와도 달랐다. 마법이나 쓰고 요괴들이 등장하는 비슷비슷한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신비로운 이야기였기에 나는 겨우 2권째 읽고 있는 이 세계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물론 번역을 두고 여러 말들이 많긴 했다. 이미 절판된 다른 출판사에서 번역되어진 번역본들이 존재하고 애니메이션으로 보아 익숙한 팬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처럼 처음 읽는 이에게는 이 또한 새로운 법. 다른 서적들을 찾기보다는 그저 이 책이 출판사의 출판 순서에 따라 읽어나가기로 했다. 헷갈리지 않도록.

 

3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총 11권까지 나왔다던데 미완결이었던 전 출판사와 달리 완역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 출판사의 십이국기는 원하는대로 완결본을 손에 쥐어줄 것인지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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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사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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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읽으면서 앞으로 이 작가 참 힘들겠구나 했다. 이보다 더 놀랍고 뛰어난 작품을 써야 할테니...작가에게 고백은 최고의 영광이면서 어쩌면 최고의 족쇄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고백>으로 서점 대상을 수상하면 오 년 후에는 새 품작으로 기억되는 자가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는데, 그 동안 작가의 다른 책들(경우, 속죄, 왕복서간, 야행관람차)을 읽어도 솔직히 고백만큼 와닿지 않았다. 꽃사슬 역시 뛰어난 작품이지만 고백만큼은 아니었다. 그만큼 미나토 가나에가 넘어야 할 산은 태산급인 것이다.

 

돈이 필요한 여자와 진실을 원하는 여자 그리고 과거를 지우려 하는 여자 이렇게 세 여인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조각들을 맞춰 나간다. 어찌보면 만화경 속처럼 어지러울 수 있지만 세 여인의 이야기를 각각 떼어놓고 차분히 읽기 시작하면 그 해답이 조금씩 보인다. 비밀로 가득 싸여 있지만 결코 추리소설 읽듯이 맘이 조급해지지 않아 오히려 담담하게 읽히는 책이 바로 [꽃 사슬]이다.

 

제목 꽃 사슬은 하나로 묶어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라는 의미로 유명한 중국 당나라 중기의 위대한 시인 백거이가 은협률에게 보내는 시 한 구절 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미유키, 사쓰키, 리카의 이름에 각각 눈, 달, 꽃의 한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아름다운 이름의 여인들이 가슴에 품고 마음에 잠궈둔 비밀들이 결국 하나로 풀리는 이야기에 딱 맞는 아름다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 어머니, 딸 그들의 아름다운 20대가 동시에 보여지며 이야기는 그들의 그날 즉 오늘날을 흐르게 만든다.

 

어린이 영어회화 강사로 일하다가 학원의 부도로 실직하게 된 리카는 어린시절부터 집으로 꽃을 보내오던 k라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곧 그를 만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외할머니마저 몸저 눕게 된 지금, 그 누구보다 리카에겐 k의 도움이 절실했다. 특히 병상의 외할머니가 꼭 필요한 물건을 입찰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때는. 더더욱.

 

그리고 그 k를 만나는 과정에서 리카는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자신까지 이어져온 질긴 운명과 우연의 인연과 마주하게 되는데......과거를 알게 된다는 것이,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이 모두에게 반드시 좋은 일일까? 한번쯤 고민되게 되는 일들이 리카에게 일어나게 된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로 인해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공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그를 죽여 버리다니....소름끼치도록 징글지글하게 느껴진 가족들로부터 벗어난 미유키는 유복자로 태어난 딸을 키우며 독하게 살아남았지만 그 딸이 하필이면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간 외사촌 오빠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자 그 옛날의 상처가 비집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육촌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가족이 되기 싫어진 사쓰키는 사랑하는 남자를 친구 기미코에게 양보해 버린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사쓰키의 딸인 리카가 그들 앞에 서게 되고......!

 

p246  옳은 일은 옳고, 그른 일은 그르지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나간 시간과의 화해를 하며 다시 힘차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맺어졌다. 생각만큼 짜릿했던 복수도, 잔인한 악인이 등장한 것도 아닌 그저 물흐르듯이 어제와 오늘이 이어지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현실과 가까운 결말이 아닌가 하여 오히려 안도하게 될 정도였다. 핑크빛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는 작가의 전작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아주 뛰어난 스토리로 2015년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길목에서 나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다시 찬찬히 읽어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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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위 - 꿈에서 달아나다
온다 리쿠 지음, 양윤옥 옮김 / 노블마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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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자리가 사납다. 대박 꿈을 꿨다.

 

등등 꿈은 그 형체도 분명하지 않으면서 우리의 오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그 꿈이 의도대로 꿔지는 것도 아닌데....꿈은 우리의 삶을 손에 쥐고 쥐락펴락한다. 무의식 깊숙이 생각한 바들이 꿈으로 이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같은 꿈을 동시에,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많은 이들이 같이 꾸면 그 꿈도 특별해진다. 일본  전역이 학교에서 아이들은 집단으로 똑같은 꿈을 꾸기 시작했다. 그것도 악몽을....!

 

10년 전 형의 약혼자를 사랑했던 히로아키는 그녀로 인해 꿈 해석가가 되어 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 많은 사람들과 폭발사고로 함께 사라져 시체조차 찾지 못했던 그녀가 10년 후 지금, 갑자기 나타나 그의 오늘을 흔들고 있다.

 

정말 꿈이 영상으로 기록되어진다면 신기한 일일까. 아님 귀찮은 일이 될까. 꿈을 기록하는 '몽찰'기술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소설은 몽찰을 분석하는 꿈해석사 히로아키가 사랑하는 여인 유이코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p44 꿈은 외부에서 온다

 

영감이 찾아온다는 말처럼 꿈은 외부에서 오는 것일까. 그렇다면 히로아키의 생각처럼 무의식도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형체도 없는 무의식이 의지를 가져 우리의 꿈을 지배하고 있다면 우리는 무의식을 살아있는 것으로 봐야하는 것일까. 소설의 진행은 정말 단순했다. 그녀가 살아있을까? 그렇다면 어디서? 무엇을 하고? 라는 물음을 따라 가며 그 증거들을 찾아 헤매는 이야기지만 그 속에 담긴 생각들은 화두가 되어 머릿속에 잔류한다. 무의식, 몽찰 모두 평소에는 그저 당연한 것으로만 여겨졌던 소재였는데 작가 온다 리쿠의 [몽위]를 읽으면 그 당연한 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져 자꾸 그 해답을 찾게 만든다. 작가가 가진 힘은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 '황혼녘 백합의 뼈'의 리세 시리즈가 재미있다면 친구에게 권했을 때 그 친구가 했던 말처럼. '이 작가. 니가 왜 좋아하는지 알겠어. 별거 아닌 거 같은 걸로 정말 특별하게 잘 쓰네.'라고. 딱 맞는 말이었다. 그녀의 그 말은.

 

p45  꿈을 바꿀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고토 유이코는 나라 출신이다. 예지몽으로 유명세를 탔던 그녀가 어이없이 죽어 버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다. 그녀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도 있었던 반면, 제 죽음조차 예지하지 못했다며 그녀의 능력을 믿지 않게 되어 버린 사람에 이르기까지. 어린 시절부터 미래를 꿈꿔온 그녀는 악몽을 꿀때마다 그 미래를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궁리하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몽찰 기술이 개발되었을때 자발적으로 실험에 참여하며 전국적으로 그 이름이 유명해졌다. 십년 전 사고이후 이미 죽어버린 사람으로 낙인 찍힌 그녀가 꿈을 바꾸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해버린 형이 아닌 히로아키가 찾아헤맨 결과 그녀는 사고에서 살아남아 그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상처가 회복되는데 걸린 시간보다 의식이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되고 있을 뿐. 그녀는 깨어난 것일까. 결말을 두고 나는 [올드보이]의 그것처럼 섣불리 해피엔딩이라고 말하기 난감했는데, 그들이 진짜로 만난 것인지 그 만남이 그 혹은 그녀의 꿈 속에서 일어난 환상같은 일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꿈을 바꿀 수 있다면 좋을 텐데....예전만큼 많은 꿈을 꾸진 않게 되었지만 가끔씩 꾸는 꿈도 악몽일 경우 나 역시 그 꿈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능력이 없는 사람의 꿈도 바뀌면 좋은 오늘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일까. 정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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