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사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9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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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을 읽으면서 앞으로 이 작가 참 힘들겠구나 했다. 이보다 더 놀랍고 뛰어난 작품을 써야 할테니...작가에게 고백은 최고의 영광이면서 어쩌면 최고의 족쇄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고백>으로 서점 대상을 수상하면 오 년 후에는 새 품작으로 기억되는 자가가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는데, 그 동안 작가의 다른 책들(경우, 속죄, 왕복서간, 야행관람차)을 읽어도 솔직히 고백만큼 와닿지 않았다. 꽃사슬 역시 뛰어난 작품이지만 고백만큼은 아니었다. 그만큼 미나토 가나에가 넘어야 할 산은 태산급인 것이다.

 

돈이 필요한 여자와 진실을 원하는 여자 그리고 과거를 지우려 하는 여자 이렇게 세 여인이 주축이 되어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조각들을 맞춰 나간다. 어찌보면 만화경 속처럼 어지러울 수 있지만 세 여인의 이야기를 각각 떼어놓고 차분히 읽기 시작하면 그 해답이 조금씩 보인다. 비밀로 가득 싸여 있지만 결코 추리소설 읽듯이 맘이 조급해지지 않아 오히려 담담하게 읽히는 책이 바로 [꽃 사슬]이다.

 

제목 꽃 사슬은 하나로 묶어주는 아름다운 사슬이라는 의미로 유명한 중국 당나라 중기의 위대한 시인 백거이가 은협률에게 보내는 시 한 구절 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한다. 미유키, 사쓰키, 리카의 이름에 각각 눈, 달, 꽃의 한자가 포함되어 있는데 그 아름다운 이름의 여인들이 가슴에 품고 마음에 잠궈둔 비밀들이 결국 하나로 풀리는 이야기에 딱 맞는 아름다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할머니, 어머니, 딸 그들의 아름다운 20대가 동시에 보여지며 이야기는 그들의 그날 즉 오늘날을 흐르게 만든다.

 

어린이 영어회화 강사로 일하다가 학원의 부도로 실직하게 된 리카는 어린시절부터 집으로 꽃을 보내오던 k라는 키다리 아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곧 그를 만날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외할머니마저 몸저 눕게 된 지금, 그 누구보다 리카에겐 k의 도움이 절실했다. 특히 병상의 외할머니가 꼭 필요한 물건을 입찰해 달라고 간곡히 부탁할 때는. 더더욱.

 

그리고 그 k를 만나는 과정에서 리카는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자신까지 이어져온 질긴 운명과 우연의 인연과 마주하게 되는데......과거를 알게 된다는 것이, 진실이 밝혀진다는 것이 모두에게 반드시 좋은 일일까? 한번쯤 고민되게 되는 일들이 리카에게 일어나게 된다. 가족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로 인해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공을 가로챈 것도 모자라 그를 죽여 버리다니....소름끼치도록 징글지글하게 느껴진 가족들로부터 벗어난 미유키는 유복자로 태어난 딸을 키우며 독하게 살아남았지만 그 딸이 하필이면 남편을 죽음으로 몰아간 외사촌 오빠의 아들과 사랑에 빠지자 그 옛날의 상처가 비집고 올라오기 시작했다. 육촌이지만 얼굴도 모르는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과 가족이 되기 싫어진 사쓰키는 사랑하는 남자를 친구 기미코에게 양보해 버린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사쓰키의 딸인 리카가 그들 앞에 서게 되고......!

 

p246  옳은 일은 옳고, 그른 일은 그르지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나간 시간과의 화해를 하며 다시 힘차게 오늘을 살아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맺어졌다. 생각만큼 짜릿했던 복수도, 잔인한 악인이 등장한 것도 아닌 그저 물흐르듯이 어제와 오늘이 이어지는 모습이야 말로 가장 현실과 가까운 결말이 아닌가 하여 오히려 안도하게 될 정도였다. 핑크빛 표지만큼이나 아름다운 이야기는 작가의 전작을 뛰어넘지는 못했지만 아주 뛰어난 스토리로 2015년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길목에서 나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다시 찬찬히 읽어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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