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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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동안 괴로웠음을 고백해야겠다. 스피드와 반전의 묘미를 기대하며 읽고 있는 장르인 '추리소설','범죄소설' 장르에서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는 단연코 충격적인 내용의 소설인 동시에 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천초등학생 살해사건'과 범인의 심리도 흡사했고 각각 미성년과 심신 상실을 이유로 형을 피해갈 여지가 있어 '과연 법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것인 맞는가?','가해자의 인권 보호만 중요하고 피해자 가족의 상실감은 중요하지 않단 말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소설은 200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최종 선고작품으로 올려졌다. 비록 그해의 대상은 [안녕 드뷔시]라는 작품이 탔지만 놀라운 건 경쟁한 두 작품이 한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작품이라는 거다. 한 작가의 작품이 나란히 올라 대상을 다투다니....조만간 대상 수상작도 읽어볼 계획이다.

 

 

 

의학적으로도 사람이 이상해지는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어요 p53

 

 

 

목차부터 끔찍했다. 대상이 '사람'을 향해 있다는 사실을 알고보면 이보다 더 끔찍한 목차가 있을까 싶어질 정도다. 입주자가 거의 없는 아파트 13층에 시체가 걸렸다. 개구리 어쩌고...하는 이상한 글씨체의 쪽지와 함께. 폐차장에서 압사당한 시체 곁에서도 발견된 의문의 메모. 캐너 증후군(자폐증의 일종)을 앓고 있는 가쓰오를 보호관창중인 우도 사유리의 아들 마사토 역시 사지가 절단된 채 공원 한가운데서 발견되었다. 누가 인간을 대상으로 해부를 자행하고 있단 말인가!!

 

언론에서는 범인에게 '개구리 남자'라는 닉네임을 붙여가며 대서특필하기에 이르렀지만 경찰은 아직 피해자들의 공통점도 찾지 못한 상태였다. 대체 머리가 뛰어나게 좋은 놈인 것일까. 사이코패스처럼 감정선이 절단된 자의 소행인 것일까. 아이의 곁에서도 삐뚤삐뚤한 글씨로 짧게 쓴 쪽지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이 모든 중심에 형사 고테가와와 일본의 형법 39조가 서 있다. 풀어가는 쪽이 고테가와라면 발목잡는 쪽은 형법 39조. 폭행, 살인, 성폭행..등을 저지르고도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심신 상실 상태라는 이유로, 음주 중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형이 집행되지 않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든 생각! <연쇄살인마 개구리 남자>를 읽으면서 작가 역시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썼음이 느껴졌다. 심신 상실 혹은 심신 쇠약이라면서 그 상대는 언제나 여자와 아이뿐이다라는 대목에서는 울컥 화가 치밀기도 했다.

사람의 탈을 쓴 괴물. 소설 속 범인들은 정상적인 사람과 감정선이 달랐다. 미안함, 자책감, 애잔함 등이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들처럼 타인을 도륙하고 이용하고 도구화했다. 범인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결말 역시 마지막장까지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다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된다. 마치 꺼진 컴퓨터가 재부팅되듯이.

 

심신상실을 이유로 힘없이 어린이를 살해했던 미성년이 사회로 복귀했다. 하나가 아니다. 이후 풀려난 그들 손에 의해 재범의 희생자가 된 사람들에겐 주어진 평범한 삶이 있었다. 하지만 법은 다시 한번 낡은 줄처럼 쉽게 스르륵 풀려버린다. 예견된 범죄. 그들을 막을 방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법이 이토록 허술한 것이었나. 비단 일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비슷한 범죄가 우리 나라에서도 이어지고 있고. 그 결과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충격적이지만 내용상 알아야 진실이 담겨 있어서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져 지내다가 '반전이 대단한...좀 충격적인 소설을 읽었어'라고 주변에 이야기하는 중이다.

'어떤 죄를 범하든 아무도 벌할 수 없다'라는 말이 너무나 무섭게 남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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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의 마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박춘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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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게 '일본법'에 관한 내용이 등장하는 소설을 두 권 읽게 되었다. '검사동일체 원칙'을 알게 한 <<파계재판>>의 저자 다카기 아키미쓰의 <<법정의 마녀>>가 그 한 권이며, 인천에서 일어난 한 사건을 떠올리게 만든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가 나머지 한 권이다.

일본법이지만 우리네 법과 비슷한 구석들이 있다. 특히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에서는 소설속 사건, 범인의 심리상태, 법정 구형등이 너무나 비슷해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고 <<법정의 마녀>> 역시 한국 드라마로 각색해도 무리가 없을만큼 자연스러웠다. 다만 법체계의 모순을 꼬집거나 비판하는 쪽이기 보다 탐정 대신 변호사가 살인사건을 추리해나가는 추리소설이기에 복잡하지도 난해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술술 풀리는 통에 마지막에 또 다른 반전이 숨겨져 있지 않을까? 살짝 기대를 더했을 정도.

 

 

::  story

 

아버지대부터 유명 변호사였던 하쿠타니 센이치로에게 자신이 곧 살인 피해자가 될 지도 모른다며 찾아온 가와세 산업의 대표 가와세 유조. 유언장 작성이 아닌 사후 처리를 부탁하는 그는 좀 복잡한 집안의 가장이었다. 결혼 세 번, 자식이 셋. 외부에 둔 정부 하나. 음독자살한 두 번 째 부인, 딸 나이뻘인 아름다운 세 번 째 아내, 얼마전 집 안에서 일어난 고양이 음독살해사건.....불협화음이 계속되어온 가정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정말 그는 살해당했고 세 번째 부인이 범인으로 지목된다.

나이나 처지에 비해 너무나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표정은 사람들의 오해를 사기 충분했고 "마녀"로 지목된 그녀에게 곧 사형이 언도될 수순이었다. 그 법정에 하쿠타니 센이치로가 섰다. 마녀 아야코의 변호를 위해. 전혀 승산이 없어 보이던 사건이 뒤집히는 건 역시 '사람'에게서 발견된다. 살인사건 아래에 감추어진 추악한 가정내의 진실. 이기적인 자녀들 모두가 똘똘 뭉쳐 죄없는 새엄마를 단두대로 밀어버리려고 했던 대목에서 센이치로가 앞부분에서 읊은 부분이 떠올려졌다

"닮은 사람은 닮은 인생을 산다. 이것은 어떤 관상학 책이든 실려 있는 기본 지식이었다...p30"

사건의 뚜껑을 열고보니 가장 추악했던 가와세 유조. 그를 닮은 자식들. 아내라는 명목하게 이방인으로 머물렀던 가여운 여인이 하마터면 그 아름다운 생을 감옥에서 썩을 뻔 했다. 비록 소설 속 이야기지만 이런 일,,,세상 어딘가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단언할 수만은 없다. 슬프게도.

 함께 이름이 회자되는 '요코미조 세이시','시마다 가즈오' 중 여전히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을 가장 선호한다. 2차 세계 대전 후 쓰여진 이야기인데도 현재 각색되어져도 전혀 무리가 없을만큼 천재적인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다카기 아키미쓰'의 작품 중 <파계재판>과 <법정의 마녀>는 그 무게감이 남다르게 느껴진다.

'가미즈 교스케 시리즈','오마에다 에이사쿠 시리즈','지카마쓰 시게미치 시리즈','기리시마 사부로 시리즈' 등...시리즈를 많이 쓴 그의 연작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하쿠타니 센이치로 시리즈'가 가장 인상적이다. 7개의 센이치로 시리즈가 다 번역되어지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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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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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목전에 둔 대학생 다쓰미는 여윳돈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알바조차 포기한 채 스노보드를 타러 갔다. 그곳에서 셀카를 찍고 있던 스노보더를 만나 사진촬영을 도왔는데 놀라울 정도로 미인인 프로 보더였다. 혼자 타기 위해 코스를 이탈해 비밀구간에서 타고 있었던 그녀 역시 다쓰미와의 만남은 우연의 일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다쓰미는 미녀 스노보더를 찾아야만 한다.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추리소설로 시작해서 드라마처럼 끝나버린 <눈보다 체이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다. 그래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아닌 히가시노 게이고만의 뛰어난 반전트릭과 날카롭게 몰아가는 몰입력을 기대했기 때문에.

용의자가 된 평범한 대학생 다쓰미와 냉철한 판단력과 추리력으로 친구를 돕게 된 나미카와. 딱히 남자들만의 '우정','의~~리이'를 부르짖는 타입이 아닌데도 그는 왜 친구를 돕게 된 것일까. 어렴풋이 친구의 무죄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다쓰미에게 알리바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독자는 알고 보기 때문에 이 행위는 무척이나 정의롭게 느껴진다.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기 전 스키장으로 향한 두 학생은 여성 스노보더를 찾기 시작했다.

 

 그 시각 경찰 역시 스키장에서 두 남학생을 찾기 시작했는데, 얼마나 넓은 곳이길래 그들의 숨바꼭질은 그토록 길었던 것일까. 중요 배경이 된 스키장에서는 며칠 뒤 특별한 결혼식이 올려질 예정이었고 참가하는 모두 연습에 몰입중이었다. 그들 중에서 찾게 되리라 기대했건만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여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가 경찰과 학생들이 마주치게 되고 묵묵히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고스기는 그들에게 스노보더를 찾을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하지만 곤돌라 옆에서 잠복중이던 수사관들은 달랐다. 무조건 연행하려던 그들을 뿌리치고 그 여인을 찾을 수 있을까....는 마지막 몇 장 속에 답이 들어 있다.

술술 읽혔지만 어딘지 모르게 양념이 살짝 더 들어가줬으면 하는 느낌이랄까. 맛있는 요리를 먹었지만 약간의 아쉬움이 남은 그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번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동일한 느낌.

한 마디로 한 편의 드라마나 영화를 본 것 같지만 강렬하지는 않았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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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동자에 건배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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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을 작가로 살면서 85번째 단행본을 출간했다면...'히가시노 게이고'는 참 부지런한 작가다. 거의 전 장르를 오가며 완벽에 가깝게 써왔지만 사실 그의 소설 모두를 좋아하는 독자는 아니다. 처음에는 매니아 비슷했으나 어느 시점부터 몰입도가 떨어져버렸고 몇몇 신작들은 겉핥기 식으로 읽은 적도 있다. 그동안 주목할 만한 다른 작가들이 여러 나라에서(특히 북유럽) 나타났고 그들에게 잠시 한눈 파는 사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읽지 않은 단편들이 쌓여만 갔다.

고백하자면 오랜만에 집어든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인 셈이다. 2011년부터 2016년 사이에 발표된  단편 모음집인 <그대 눈동자에 건배를>은 '미스터리/SF 판타지/로맨스/블랙코미디/휴먼드라마..'로 그 장르 또한 다양하다. 그래서 어느 페이지는 약간 심심하게, 또 어느 페이지는 뒷 이야기가 더 연재되었으면하는 바램으로 읽어나갔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모듬메뉴처럼 다양했던 9편 중 미안하게도 제목으로 발췌된 <그대 눈동자에 건배>가 가장 존재감이 미미했다. 적어도 내겐. 드라마의 1회 분을 보고 있는듯한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가 가장 흥미진진했고, 시대상이 잘 반영된 <렌털베이비>는 씁쓸했다. 주인공처럼 60이 넘은 나이에도 출산과 육아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야 하나? 결혼적령기가 30~40대로 훅 미뤄지고 저출산에 싱글족, 비혼족과 함께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에리'가 살아가는 방식은 지나친 낭만주의처럼 느껴졌다. 선택하지도 포기하지도 못하는 삶. 육십이라는 나이에 로봇베이비를 렌탈하고 그것도 모자라 함께 케어할 가짜 남편까지 빌려서 체험해봐야할 유사육아체험이라니.....!

반면 그 결과를 짐작케 하면서도 가독성이 떨어지지 않았던 <10년 만의 밸런타인데이>는 들켜버린 반전이었지만 드라마 마지막회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읽혔다. 남의 작품을 훔치는 비열한 남주 캐릭터는 그동안 여러 작가들의 작품에서 봐 왔던 캐릭터라 신선함이 덜했고 형사인 여주 캐릭터 역시 전에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그 장면만 보자면 9편의 소설 중 가장 재미있게 읽힌 이야기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독자건 아니건 간에 단편이 주는 재미는 분명 쏠쏠했다. 다만 푹 빠졌던 <용의자 x의 헌신>,<탐정 갈릴레오>,<붉은 손가락>류의 장르소설이나 <유성의 인연>,<비밀>처럼 아름답게 쓰여진 그의 소설을 기대하고 있다. 정신없이 몰입하며 시간을 잊게 만드는 그의 저력을 작품 속에서 다시 만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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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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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기억의 잔상으로 오랫동안 남아 '전쟁소설'이나 '전쟁영화'는 피하는 편이다. 물론 범죄소설이나 스릴러물 역시 잔인하다. 하지만 궁금해서 탐구하며 읽게 되는 장르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는 장면들을 지켜봐야하는 쪽의 괴로움은 분명 다르다. 적어도 내겐. 그 상처의 깊이와 기억의 시간이 달라 전자는 회피하게 된다. 나도 모르게.

하지만 후카미도리 노와키 작가의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좀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함께 잠들었던 전우가 오늘은 시체가 되어 돌아올 수도 있는 전장에서 요리를 해야하는 '조리병들'의 레시피는 어떤 요리들일까. 그 양은 어떻게 맞추며 삼시세끼를 다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이 주둔하는 땅은 안전했을까. 전쟁터에서 조리병들은 그 어떤 훈련도 없이 요리만 하다가 돌아오는 것일까. 전장에 가 본 적이 없는 내게 <전쟁터의 요리사들>이라는 제목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스토리는 예상밖으로 진행된다. 놀랍게도...

 

 

1941년 12월, 일본군이 진주만을 폭격했다. 이듬해인 1942년 '지원병 모집 공고'가 붙여졌을 때 열일곱이던 티모시 콜은  지원병이 되었다. 처음부터 '조리병'으로 입대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콜의 친절한 잡화점'에서 인기있는 반찬들을 요리하고 판매하던 할머니의 레시피 노트 한 권을 가지고 들어오긴 했지만. 선견지명이었을까. 일반병으로 훈련받던 그는 '조리병'으로 보직을 변경했고 그곳에서 '에드','디에고','라이너스' 같은 동료를 만나 특별한 사건들을 함께 했다.

전쟁이라는 배경을 빼고 보아도 매력적인 이들 캐릭터들은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에 급급한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추리하고 진실에 다가서면서 궁금증을 해결해나가는 남자들. 이들은 동료 일반병들에게서 무시당하고 미움받는 '조리병'들이었다.

 

 

평화롭다. 이게 바로 평화다. 우리는 이것을 위해 싸웠다
p500

 

 

사실 일본작가가 쓴 책임을 확인하고는 '일본이 전쟁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 뭐가 있지?'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첫장을 넘겨보기도 전에 전쟁을 미화하는 내용일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2차 대전에서의 일본군인들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들이 아시아를 침략하고 진주만을 공격하면서 여자들과 침략국에 저질렀던 만행을 미화하는 이야기로 쓰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같은 망설임으로 책을 펼쳐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걱정없이 읽어도 좋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강물이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읽히는 <전쟁터의 요리사들>은 참 재미있게 읽히는 소설이라고 살짝 귀뜸해주면서.

600상자 정도의 계란이 사라지고, 하나만 있으면 될 낙하산을 계속 모으는 동료가 보이고, 죽음이 난무하는 전쟁기간 동안 살인사건이 발생하고...전장에 나서면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만 혹은 적을 죽이기 위해서만 혈안이 되어 있을 법한 병사들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생각보다 다채로웠다. 어쩌면 영화속 전쟁장면들보다 이 소설 속 에피소드들이 진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1989년이 되어 예순네 살의 노인로 살고 있는 티모시는 '콜의 친절한 잡화점'을 접고 '키드의 맛있는 식당'을 운영 중이다. 조리병시절 그의 별명이었던 '키드'를 본따 만든 식당은 2호점(지점)을 고민할만큼 성업중이었고 전쟁 중 부모를 잃은 로테와 테오는 그를 '아버지'라고 부르고 있었다. 이 순간을 위해 그의 젊은 날이 전장에 바쳐졌던 것이 아닐까.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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