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고양이 홈즈의 기사도 삼색 고양이 홈즈 시리즈
아카가와 지로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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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이 된 신랑이 스물한 살의 신부를 데리고 온 곳은 독일의 고성이었다. 막 신혼이 시작된 부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 끔찍한 사고였던 것이 흠이긴 했지만. 그 성에는 '철의 처녀'라고 불리는 중세시대 처형 기구가 있었는데, 그만 신부 토모미가 그 속으로 미끌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고는 누군가 그녀의 등을 밀었던 고의적이 사고였고 그로부터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갓 결혼한 신부가 죽은 집에서 계속 살고 있는 남편은 그녀를 잊지 못하는 남자일까. 애초에 사랑하지 않아 상관이 없는 쪽인 것일까. 경시청 수사 1과의 민완 형사인 가타야마 요시타로와 여동생 하루미 그리고 고양이 홈즈도 궁금하게 여겼었나보다. 3년전의 비극에 흥미를 느끼고 수사하던 중 한밤중에 잠을 깨운 홈즈를 따라 '철의 처녀' 앞에 선 가타야마는 이제 사라진 여동생을 찾아야 한다.

 

 

p351  그 기계는 닫힘과 동시에 밑이 탁 열리면서 떨어지도록 되어 있었어

 

 

'철의 처녀'에 갇히고서도 살아남은 여동생 하루미로 인해 범인과 진실은 알게 되었지만 알면 알수록 인간이라는 존재는 참 그 욕심의 끝이 어딘가 싶어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쉽게 남의 생을 빼앗고 죄의식도 없이 그 죄를 덮기 위해 또 사람을 죽이고....짐승보다 못한 행위가 끝나게 되어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처음 기대했던 것과 소설의 내용이 좀 달랐다는 것은 아쉬웠던 점이었다.

 

사람보다 똑똑한 삼색 고양이 홈즈의 활약을 기대했으나 <형사 가제트>의 브레인처럼 천재견도 아니었고 의인화 되어 탐정처럼 굴지도 않았다. 다만 영리하게 사람들에게 힌트를 주면서 사건풀이를 함께 했을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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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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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쓴 <화차>의 중년 아저씨 버전쯤이라고 봐야할까.

 

마에카와 유타카의 <크리피>는 '사람이 공포'라는 공식에 철저히 맞춰 써진 크라임스릴러물이었다. "눈 사람이 자꾸 우릴 쳐다봐요" 라는 내용의 섬찟한 대사가 등장했던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처럼 우리 생활 가까이에 존재하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현대생활에서는 어쩌면 당연시되던 이웃과의 단절이 주는 묘한 두려움이 독자의 심연을 파고드는 소설이었다.

 

 

 

10대도, 20대도 아닌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강의하는 중년의 노련한 다카쿠라 교수는 전문가치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내내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해서 복장터지게 만드는가하면 던져진 단서조차 그냥 넘기고 지나가버리곤해서 기존에 봐왔던 탐정식의 주인공들과는 차별화 되고 있고, 중2/중3 같은 십대 청소년이나 20대의 철없는 재벌들이 악의 캐릭터를 완성해가고 있을 무렵, 등장한 듣도 보도 못한 중년 아저씨 악마 캐릭터는 영화화 된다면 어느 배우가 맡게 될 것인지 가상 캐스팅 해 보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여서(악인이며 동정의 가치도 없었지만 캐릭터의 신선함만 놓고 보자면) 대조적이었다. 두 아저씨가 축이 되어 풀어가는 범죄 스릴러물은,

 

일정한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고립되어 있는 세 집. 고령자 부부 한 집, 중년부부, 행방불명된 가족이 있는 집. 가족의 구성원은 물론 이웃의 구성비까지 비슷한 고립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범죄는 옆집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도 조용히 입다물고 있었다. 언제가 그 냄새를 풍기게 마련인 범죄라는 존재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서로 사이가 소원했던 고교동창인 노가미가 형사가 되어 찾아와 미해결 상태인 지난 사건을 들먹이며 다카쿠라가 살고 있는 생활에 대한 유사점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깨닫지 못했다. 옆집 남자 니시노라고 알고 있던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심지어 그의 딸이 한밤중에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며 뛰어왔는데도 그 아이를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고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전혀 모르는 타인이 어느날 집으로 들어와 가족중 하나로 대체되어 살 수 있는지....왜 아무도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하거나 타인인 그를 집 밖으로 몰아낼 수 없었는지....그 의문은 역시 이 소설을 읽어야만 풀어낼 수 있는 미스터리인 셈이다. 물론 결말 속에는 속시원히 다 밝히지 못할 사연 하나가 숨겨져 있긴 했다. 게다가 그 시점에 와서는 진실을 드러낸들 득보다는 실이 많은 상태였으니 주인공의 결정도 이해할만은 했다. 하지만 실제상황이었다면 과연 진실을 그대로 묻어두어도 좋았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유사범죄가 일어난 적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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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의 방정식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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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한 <화차>를 처음 읽으며 '미야베 미유키(일명 미미여사)'라는 작가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이후, <스나크 사냥>,<모방범>,<낙원> 등에 매료되면서 미미여사의 신간이 출간되면 서둘러 구해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보다는 사회를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날카롭게 비판의 칼날을 세운 현대의 미스터리 물쪽이 훨씬 내 취향에 맞았음을 고백한다.

 

 

그녀의 작품 중에서 <솔로몬의 위증>만 읽기 시작했다가 잠시 보류해 둔 상태인데 최신작인 <음의 방정식>은 전작에 등장했던 인물이 20년 후 변호사가 되어 다시 학생들 사이의 미스터리를 밝히는 내용이라고 하여 흥미가 솟구쳤다. 읽어야겠다! 이 책! 결심한 순간에서 구매까지 일사천리로 몰아부치고 첫 장을 펼치자 마자 금새 다 읽어낼만큼 작고 얇은 문고판 같은 소설의 문체는 매우 간결했다.

 

 

 

p116  음의 방정식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가르치는 쪽과 배우는 쪽, 이끄는 쪽과 따르는 쪽, 억압하는 쪽과 억압받는 쪽의 조합부터 잘못되었고,

        그러니 어떤 숫자를 넣어도 마이너스 답만 나온다

 

 

 

중2, 중3을 걱정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은 비단 대한민국의 일만은 아니었나보다. 참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의 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도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1960년에 설립된 중고등 일관 교육기관인 세이카 학원에서 선생과 학생들 간에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부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던 것. 성적별로 A/B/C/D로 나누어 교육하는 세이카 학원에서 '피난소 생활 체험 캠프'라는 이름 하에 6월 15일, 교실캠프가 이루어졌다. D반 21명 중 참여한 학생 수는 15명. 남학생 7명과 여학생 8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는데 사건은 홀수명수의 남학생 반에서 일어났다.

 

 

당시 통솔교사였던 D반 담임 히노 다케시(38세)가 밤 열한 시쯤, 아이들 앞에 나타나 '실제 재해 사항이라고 가정하고 여섯 명이 살아남기 위해 희생시킬 단 한 명을 가상으로 뽑아보라"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 아이들의 주장이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지목된 아이가 1층 출입문을 통해 뛰쳐나가면서 이 일은 학부모들과 학교측 모두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사건 조작에 대한 분노, 징계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던 히노 선생쪽의 변호사 후지로 료코와 학부모 중 한 사람에게 의뢰받게 된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가 상호 협조를 하면서 사건의 내막은 시원스레 밝혀졌다. 보통 살인범이 있고 탐정이나 형사가 이를 밝혀내면 속이 뻥 뚫린 것 같은 청량감이 끝에 남는다. 반대로 사건은 해결되었으나 희생자나 범인 쪽에 사연이 기구하다면 눈물도 글썽거리게 된다. 하지만 미미여사의 사회 소설은 해결 끝에 묵직함이 남겨진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소설의 이야기일 뿐이야'라고 눈감아 버릴 수 없게 만드는 책임감 그리고 좀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는 열망 같은 것을 심어놓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닌데 인정해 버리고 나니 더 허무해지고 마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런 세상이다 라는 것에 대한 인정!

 

 

변호사 후지노 료코의 입을 빌어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것이였을 것이다.

목적이 옳아도 수단이 잘못되면 모조리 틀린 것이 되어 버리는데...왜 나쁜 놈이 저지른 진짜 나쁜 짓을 하나하나 모아서 입증하고 정면으로 맞서지 않았어?(P126) 라고 터트렸던 분통. 하지만 이는 아직 세상 밖으로 나와보지 않은, 성인이 되지 못한 사춘기 소년들에게 힘든 일이 아니었을까. 아무리 아이들이 똑부러지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표출하는 세상이 왔다고 하더라도 아직은 여물지 못한 14~15세의 어린 소년들인 것이다. '악'이라고 생각했던 선생에 대한 그들이 내린 최선의 선택을 보며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시그널>에서 마지막 나레이션으로 흘러나왔던 문장이 오버랩되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가능할 수 있다, 포기하지 않는다면....희망은 있다  라고 했던 그 말.

 

후지노 료코의 말은 그 희망의 불씨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소년들에게 화를 냈다기 보다는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이런 일들과 마주할 때마다 침묵하거나 목적을 위해 수단따위야 어쨌든 상관없다고 판단하지 말고 입증하고 정면으로 맞서는 정의로움을 선택하라고 그러면 희망은 있을 것이라고. 그런 성인으로 자라나길 바라는 희망의 외침이었다고 해석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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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3-1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도 에도 시대 이야길 좀 더 위에 두는 데 아마 과거 ㅡ먼 과거라 그런지도 ..현실은 가끔 종종 아프니까 말예요~^^

마법사의도시 2016-03-18 13:10   좋아요 1 | URL
취향의 차이겠지요~^^ 어떤 작가의 소설은 시대물이 훨씬 더 좋은 반면 미미여사의 경우는 현대물쪽이 훨씬 잘 읽히더라구요. 제 경우엔~!!
아마 그 영향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도 시대보다는 헤이안 시대를 더 선호하기 때문에 그 시대물을 쓰는 작가들의 소설은 또 참 좋아하거든요 !^^ㅎㅎ

뭐 책이라면 어떤 내용이든 다 좋긴 합니다만~

[그장소] 2016-03-18 13:48   좋아요 0 | URL
헤이안 시대 ㅡ가 더 잘 읽히고 현대물 쪽이 ...
작품이 뛰어남과 다른 ㅡ확실히 취향의 문제!^^

책이면 다좋다는 말 ㅡ에 책그지 ㅡ동감!^^ 맨날 구해도 책은 늘 고프니..ㅎㅎ
 
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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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분신을 본 사람은 머지않아 죽는다...빨리 따라 잡아서 하나로 합쳐야 한다.... p8

 

 

처음부터 밝혀놓고 시작한 이야기였다.

끝까지 다 읽고 다시 되돌아나와 첫 페이지를 펼치면 이렇게 작가의 영리한 계산이 보인다. 다 알려주고 시작하는데도 보통의 독자들은 이야기의 수수께끼를 따라 궁금해하고 나름의 추리를 펼친다. <검은집>의 작가답다. 기시 유스케.

 

남자가 눈을 뜨고 정신을 차린 공간은 물컹한 킹사이즈의 침대 위에서다.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를 쓰는 소설가인 안자이 도모야의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에 있는 산장. 기억을 더듬어보니, 어제 아내 유메코와 함께 도착한 듯 했고, 와인을 가지러 지하실에 다녀오겠다는 아내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는다. 산장 안에 벌들이 버글버글하다는 것을. 벌침은 처음보다 두 번째 쏘였을 때가 훨씬 더 위험하다 는 경고를 의사에서 들은 적 있는 안자이 도모야는 자신이 벌에 쏘였던 경험을 <소설가는 두 번 죽는다>라는 에세이로 쓴 적이 있다. 그런 그가 혼자 있는 산장 지하에는 장수말벌이, 천장에는 노랑말벌들이 가득하다. 아내일까.. 그가 죽기를 바래 벌들을 풀어놓은 사람은...

 

눈 내리는 날, 인터넷도, 팩스도, 전화도 차단된 밀폐된 공간인 산장 속에서 벌과 사투를 벌이는 인간의 모습은 처절했다. 헤어스프레이, 바리산, 와인, 소화기....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이용해가며 살아남기 위해 그는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예전 작품들의 내용을 맥가이버처럼 되새김질해가면서 -.

 

아, 하지만 결말까지 다 읽고나면 이 부분 역시 교묘한 훼이크였음을 발견하게 되고 작가의 노련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그동안 집요하리만큼 계속 되어오던 전작들에 대한 내용이 말벌을 퇴치하기 위한 최선인 동시에 스스로의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한 되새김질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그만 그 반전에 박수를 치고 말았다.

 

누가 그랬을까.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는 소설의 후반부에 이르르면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게 된다.  

'누구냐, 너는!!!' 이라는 충격 앞에 더이상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될테니까.

 

<검은집>,<푸른 불꽃>,<13번째 인격>...의 공포는 잊어도 좋다. <말벌>에서는.

대신 끊임없이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가득찰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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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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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본 적이 있다. 늙어서 맞이하는 죽음이 아니라 병이든 사고든 간에 삶의 중간 단계에서 죽게 되면 다시 되돌아오고 싶어질까? 라는 의문에 대한 생각을.....10대와 20대 때는 '꼭! 반드시"라고 생각했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지금은 '글쎄요...'로 변해있다.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가 조금 더 정직한 대답이겠지.

 

 

P383  시간이란 건 있다고 생각하면 있고, 없다고 생각하면 없는 거야

 

 

일명 '돌아저씨'로 불리는 새로운 드라마인 '돌아와요 아저씨'의 원작 소설인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은 현세와 내세의 중간 단계인 중유의 세계에서 역송을 택한 사람들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시 세상에 내려와 자신의 삶을 재정리하고 돌아가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인 쓰바키야마 과장은 백화점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이었으나 과로사하고만 인물로 스스로는 '지옥행'을 받을만큼 나쁘게 살지 않았다고 주장하다가 몇몇 진실을 알게 되고 마는 인물이었다. 왜 살면서 눈치채지 못했었나. 자신을 18년간이나 사랑해왔던 그 곁의 좋은 여인의 진심을.....아들에게 짐이 될까봐 일부러 치매에 걸렸다 거짓말을 하고 시설행을 택한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결혼하고도 끊지 못해 지속해 오고 있던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고졸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동동 발을 구르며 무리해왔던 쓰바키야마가 나였다면 나는 정말 너무 억울하고 분통터져서 두 번 죽어 버렸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삼일간의 일탈을 허락받은 이는 쓰바키야마만이 아니었다. 드라마에서는 지켜주고자 했던 여인에게 철저히 이용당하고 의문의 죽음에 이르게 된 조폭두목 김수로만이 등장했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의문의 죽음을 맞은 조폭 다케다와 친부모를 만나고자 하는 7살의 렌짱(유짱) 이렇게 셋이 역송된다. 이 중 쓰바키야마는 천국행으로 나머지 두 사람은 지옥행을 받는데, 드라마에서도 역송담당 마야(라미란 역)가 강조한 것처럼 제한 시간 엄수, 복수 금지, 정체의 비밀 유지 조건을 어기면 아주 무서운 일을 당하게 된다고 하는데 결국은 '지옥행'이 아주~ 무서운 일이었나보다. 소설에서는 소년대신 과장의 아버지가 지옥행을 택하면서 종결지어지는데 이 부분만큼은 이상하게 여겨졌다. 아버지가 그리 정했다면 쓰바키야마가 아버지를 대신하겠다고 자청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는 아주 평범한 사람들의 아주 특별한 7일에 관한 이야기를 소설로 적어내려갔다. 다만 살았을 적에는 모르는 것이 좋았겠지만 죽고 나니 그 모든 것이 이해되고 용서가 되더라는 후미의 덧붙임 글은 공감하기가 힘들었다. 죽었다고 모두 이해하고 용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닐테니까. 억울해서 죽을 수 없었다지만 정작 진실을 다 알게 되어도 슬프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들 모두에겐.

 

언젠가 김제동의 톡투유에서 그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살아가는 듯 하다' 고. 죽음의 선에 가까워지면 그 소중함이 더 절실해질까. <쓰바키야마 과장의 7일간>을 읽는 내내 김제동의 목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라던 그 어투가. 그래, 모두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소중함을 이 소설을 읽고 되새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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