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마에카와 유타카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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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베 미유키가 쓴 <화차>의 중년 아저씨 버전쯤이라고 봐야할까.

 

마에카와 유타카의 <크리피>는 '사람이 공포'라는 공식에 철저히 맞춰 써진 크라임스릴러물이었다. "눈 사람이 자꾸 우릴 쳐다봐요" 라는 내용의 섬찟한 대사가 등장했던 요 네스뵈의 <스노우맨>처럼 우리 생활 가까이에 존재하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면서도 현대생활에서는 어쩌면 당연시되던 이웃과의 단절이 주는 묘한 두려움이 독자의 심연을 파고드는 소설이었다.

 

 

 

10대도, 20대도 아닌 대학에서 범죄심리학을 강의하는 중년의 노련한 다카쿠라 교수는 전문가치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내내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해서 복장터지게 만드는가하면 던져진 단서조차 그냥 넘기고 지나가버리곤해서 기존에 봐왔던 탐정식의 주인공들과는 차별화 되고 있고, 중2/중3 같은 십대 청소년이나 20대의 철없는 재벌들이 악의 캐릭터를 완성해가고 있을 무렵, 등장한 듣도 보도 못한 중년 아저씨 악마 캐릭터는 영화화 된다면 어느 배우가 맡게 될 것인지 가상 캐스팅 해 보게 만들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여서(악인이며 동정의 가치도 없었지만 캐릭터의 신선함만 놓고 보자면) 대조적이었다. 두 아저씨가 축이 되어 풀어가는 범죄 스릴러물은,

 

일정한 패턴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고립되어 있는 세 집. 고령자 부부 한 집, 중년부부, 행방불명된 가족이 있는 집. 가족의 구성원은 물론 이웃의 구성비까지 비슷한 고립지역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범죄는 옆집 사람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고 시체조차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도 조용히 입다물고 있었다. 언제가 그 냄새를 풍기게 마련인 범죄라는 존재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서로 사이가 소원했던 고교동창인 노가미가 형사가 되어 찾아와 미해결 상태인 지난 사건을 들먹이며 다카쿠라가 살고 있는 생활에 대한 유사점을 흘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깨닫지 못했다. 옆집 남자 니시노라고 알고 있던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 인물인지...심지어 그의 딸이 한밤중에 도와달라고 요청을 하며 뛰어왔는데도 그 아이를 보호할 능력이 없었다. "그 사람은 우리 아빠가 아니에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에요"라고 고백했는데도 불구하고.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전혀 모르는 타인이 어느날 집으로 들어와 가족중 하나로 대체되어 살 수 있는지....왜 아무도 외부의 도움을 필요로하거나 타인인 그를 집 밖으로 몰아낼 수 없었는지....그 의문은 역시 이 소설을 읽어야만 풀어낼 수 있는 미스터리인 셈이다. 물론 결말 속에는 속시원히 다 밝히지 못할 사연 하나가 숨겨져 있긴 했다. 게다가 그 시점에 와서는 진실을 드러낸들 득보다는 실이 많은 상태였으니 주인공의 결정도 이해할만은 했다. 하지만 실제상황이었다면 과연 진실을 그대로 묻어두어도 좋았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세상 어딘가에서 이런 유사범죄가 일어난 적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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