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교과서에서 제자백가를 배울 때 한비자는 ‘법가 사상’의 대표로만 들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몰랐다. 한비자 1,2권을 읽으면서 왜 상과 벌이 필요한지, 군주는 어떤 모습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상과 벌이 필요한 이유는 간단하다. 인의나 사랑은 쉽게 변할 수 있고 없어질 수 있지만 상과 벌은 확실하고 오래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의나 사랑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에게 불만이 생기기 쉽다. 



그러나 상과 벌이 ‘적절하게’, 그리고 ‘사심 없이’, 그 사람의 의도와 행동에 따라 주어진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불만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상을 받은 사람은 자기 자신이 노력했기 때문에 받은 것이라 생각할 것이고, 처벌을 받은 사람은 자신에게서 그 원인을 찾게 될 것이다. 
  
  

한비자는 예를 들어서 이를 설명한다. 
예1) 군주가 추울 것이라고 여겨 옷을 덮어준 자를 처벌한다. 왜? 신하가 자기 직분을 넘어서는 업적을 세울 수 없게 해야 하므로.

예2) 자로와 공자의 이야기. 자로가 민중에게 자신의 돈으로 밥을 먹였으나 공자에게 오히려 꾸중을 들었다. 왜? 사랑해야 할 한계를 넘는 것은 침범이기 때문에.

예3) 왕이 병이 들었을 때 그 쾌유를 빌고자 마을 사람들이 자비를 들여 굿을 했으나 이후 왕에게 처벌받았다. 왜? 백성이 왕을 위해 일해 주는 이유는 왕의 권세 때문이지, 왕이 자신들을 사랑한다고 여겨서가 아니기 때문.
 

  
한비자 2권에서 한비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순 시대는 천 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태평성대의 시대라면, 걸·주 역시 어쩌다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시대. 그럼 대부분의 시대는 이 중간인 중질에 해당하는데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포상의 권장이나 형벌의 위엄도 없이 세의 자리를 놓아두고 법을 버린다면 요·순이 집집을 설득하고 사람마다 타일러도 세 집조차 다스릴 수 없을 것이다. 
  


현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느니, 상과 벌을 명확하게, 친분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처리한다면 요·순 시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잘 다스리는 시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5 주도
7) 그래서 현명한 군주는 상을 아무렇게나 주지 않으며 형벌을 용서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정말 공이 있다면 비록 멀고 낮은 신분의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상을 주어야 하며 정말 허물이 있다면 비록 친근하고 총애하는 사람일지라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8 양권
4) 선에는 상이 악에는 벌이 반드시 주어진다면 그 누가 감히 군주를 믿지 않겠는가. 법도의 기준이 확립되어 있다면 다른 일도 모두 바르게 정돈될 것이다.
  
  
14 간겁시신
11) 그런데 막상 빈곤한 자에게 베풀어 주면 공적 없는 자가 상을 받게 되고 처벌을 차마 하지 못하면 난폭한 일이 끊이지 않는다. 나는 이로써 인의와 애혜가 유용하게 쓰이기에 부족하며 엄형과 중벌로써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밝혀 말하는 것이다.
  
  
33 외저설 자하
전 2) 바로 현명한 군주란 남이 나를 배반하지 않는다고 믿지 않고 내가 배반당하지 않게 할 것을 믿으며 남이 나를 속이지 않는다고 믿지 않고 내가 속임 당하지 않게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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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10-18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503번은 여전히 자신이 처벌 받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고, MB는 자신에게 향하는 공세를 정치적 보복이라고 주장합니다. ‘벌‘을 적절하게 주지 않는 사회가 되면 이런 사람들이 나옵니다.

방랑 2017-10-18 13:17   좋아요 0 | URL
감상을 쓰면서 정치 상황을 생각해보게 되더군요. 적폐청산이 지겹다는 식의 기사도 돌고 있는 것 같던데 법에 따라 적절한 처벌을 받는 것이 필요하죠.
 

Never let me go.

  
나를 보내지 마. 


소설의 제목은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 캐시가 기숙학교 헤일셤에서 즐겨 듣던 노래. 


테이프는 사라졌지만,아니 ‘노퍼크’로 가버렸지만 캐시가 눈을 감고 춤을 추듯 움직이는 장면은 남아있다.
  

캐시를 비롯해 헤일셤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복제인간이다. 이 복제인간들은 학교에서 시와 소설, 그림 수업을 받는다. 이들이 쓰거나 그린 작품 중에서 몇몇 작품은 마담이 뽑아가 화랑에 가져간다. 


왜 가져가는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왜 복제인간들에게 이런 교육이 필요할까?
태어나면서부터 존재 자체가 ‘장기 기증’인 이들에게 문학을 알려주고, 그림 그리기를 장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제인간에게 어느 정도 안락함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또한 그들이 학대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도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더 나아가서 이들이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함부로 대하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증거가 있어야 된다. 

그것은 바로 예술 작품.

  
한 편의 시, 소설, 그림이 그 사람을 보여 준다.
  

그 사람의 생각, 감정, 배경지식, 관심사, 이성.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영혼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이것은 예술로 나타난다.
  


다시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예술을 하는 동물이다. 
  

  
p.s 1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발표된 후로, 이 책은 약 580배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추석 연휴를 감안해도 꽤 높은 수치이다. 다행히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가 집에 있어서 수상 소식을 듣고 바로 책을 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벨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을 떼고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물론 그 타이틀 덕분에 ‘찾는’ 책이 되겠지만,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으로 기억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노벨문학상에 거부감이 있어서 이 책을 찾지 않는다면 그것도 유감이지 않을까. 
  
  

p.s 2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위해서는 <프랑켄슈타인>도 엮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괴물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스와 함께 거기에 서서 안개와 빗줄기를 바라는 동안 내가 저지른 짓을 만회할 만한 방법 같은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맞아. 별거 없더라고." 하고 중얼거리면 서투르게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은 속절없이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이윽고 루스는 말없이 거기에 서 있다가 빗속으로 걸어 나갔다. -p91
  
  
"혹시 귀중한 뭔가를 잃어버렸다 해도, 애써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해도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어른이 되어 자유롭게 전국을 여행할 수 있을 때 노퍼크에 가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p99
  

  
"캐시, 이건 네가 잃어버린 그건 아냐. 똑같은 건 아니라고. 꼭 찾아내려 했지만, 영영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아, 노퍼크로 가 버렸구나." -p111
  
  

"왜냐하면 작품이란 그걸 만든 이의 내적 자아를 드러내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나? 너희의 작품이 너희의 ‘영혼’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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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7-10-10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다름이라 생각합니다. 문학은 그 다름들을 공개해주는 것이라 생각 되고요. 프랑켄슈타인을 떠 올릴 수 있겠네요. ㅜㅜ 낮에 잠시 1징 읽었습니다 ㅎㅎ
 

9월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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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연설에서 시작한다.  



‘전쟁’이라고 했을 때, 특히 고대 그리스를 배경으로 다룬 ‘전쟁사’는 누가 누구를 침략해서 졌다 혹은 이겼다 정도만 나올 줄 알았다.
  


무기를 들고 우다다, 달려서 전쟁이 시작되고 끝일 줄 알았는데, 절대 아니다.
  


전쟁은 연설에서 시작한다.
  


상대방을 찾아가서 나의 주장과 근거로, 즉 논리를 갖춘 말로 설득하는 데서 시작한다.
  


A가 먼저 이야기하고, B가 이야기한다. 이를 들은 C는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최종 결정을 한다. 전쟁에 참여할 것인지. 
  


전쟁의 실제는 피가 낭자하고 잔인하며 비인간적일지 몰라도,
진정한 전쟁은 연설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제대로 된 대화가 있었던가? 
오히려 지금의 우리가 더 비인간적이고 잔인하지 않을까.
‘명문’이 없는, ‘연설’이 없는, ‘대화’가 없는 전쟁.
  

따라서 그들은 평화 대신 전쟁을 선택하기를 망설여서는 안 됩니다. 현명한 사람의 특징은 공격당하지 않는 한 분명 평온한 삶을 택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용감한 사람의 특징은 공격당하면 평화를 버리고 전쟁을 택하지만 적당한 기회에 전쟁을 그만두고 다시 화해하는 것입니다. -p115
  


전쟁은 결코 정해진 틀에 따라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스스로 해결책을 생각해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쟁할 때 냉정을 잃지 않는 자는 더 안전하지만, 흥분한 자는 실수하게 마련입니다. -p117
  


우리의 육신은 순식간에 없앨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한 오명은 지우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p270
  


이 모든 악의 근원은 탐욕과 야심에서 비롯된 권력욕이었으며, 일단 투쟁이 시작되면 이것이 광신 행위를 부추겼다. 여러 도시의 정파 지도자들은 한쪽에서는 대중의 정치적 평등을, 다른 쪽에서는 건전한 귀족 정치를 내세우며 그럴듯한 정치 강령을 표방했다. 그러나 그들은 말로는 공공의 이익에 봉사한다면서도 사실 공공의 이익을 전리품으로 여겼다.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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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가


제1부 비밀 노트
제2부 타인의 증거
제3부 50년간의 고독
  
Lucas + Claus = 나
  
  
전쟁이 하나의 세계를, 하나의 국가를, 하나의 지역을, 하나의 마을을, 하나의 가족을, 한 명의 사람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제1부를 읽으면서 쌍둥이들의 삶이 처절해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이 안쓰러웠다.


제2부를 읽으면서는 루카스의 삶, 잃어버린 반쪽을 기억해야 하는 고통이 마음에 걸렸다.


제3부를 읽으면서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3부로 되어 있지만 별도의 단편으로 봐도, 또는 1-3부로 이어진 소설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사과랑 과자, 초콜릿,동전 등을 길가 풀숲에 던져버렸다. 우리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것은 버릴 도리가 없었다. -p55
  

나는 이제 깨달았네, 루카스,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흔적도 없이 스쳐지나갈 뿐이네. -p421
  

잊어버리게. 인생은 그런 거야. 모든 게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기 마련이지. 기억은 희미해지고, 고통은 줄어들고. 나는 사람들이 어떤 새나 꽃을 기억하듯이, 내 아내를 기억하고 있지.
-p440
  

잠이 가장 잘 오는 곳은 과거에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의 무덤이라고 말하더군. -p530
  

책이야 아무리 슬프다고 해도, 인생만큼 슬플 수는 없지요. -p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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