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ver let me go.

  
나를 보내지 마. 


소설의 제목은 노래의 제목이기도 하다. 주인공 캐시가 기숙학교 헤일셤에서 즐겨 듣던 노래. 


테이프는 사라졌지만,아니 ‘노퍼크’로 가버렸지만 캐시가 눈을 감고 춤을 추듯 움직이는 장면은 남아있다.
  

캐시를 비롯해 헤일셤에 있는 학생들은 모두 복제인간이다. 이 복제인간들은 학교에서 시와 소설, 그림 수업을 받는다. 이들이 쓰거나 그린 작품 중에서 몇몇 작품은 마담이 뽑아가 화랑에 가져간다. 


왜 가져가는 것일까? 아니 그것보다 왜 복제인간들에게 이런 교육이 필요할까?
태어나면서부터 존재 자체가 ‘장기 기증’인 이들에게 문학을 알려주고, 그림 그리기를 장려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복제인간에게 어느 정도 안락함을 마련해 주기 위해서 또한 그들이 학대당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들도 살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 


더 나아가서 이들이 생각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함부로 대하진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증거가 있어야 된다. 

그것은 바로 예술 작품.

  
한 편의 시, 소설, 그림이 그 사람을 보여 준다.
  

그 사람의 생각, 감정, 배경지식, 관심사, 이성.
  

이 모든 것이 그 사람의 영혼을 구성하는 요소이고 이것은 예술로 나타난다.
  


다시 생각해본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예술을 하는 동물이다. 
  

  
p.s 1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고 발표된 후로, 이 책은 약 580배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추석 연휴를 감안해도 꽤 높은 수치이다. 다행히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가 집에 있어서 수상 소식을 듣고 바로 책을 펼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노벨문학상이라는 타이틀을 떼고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물론 그 타이틀 덕분에 ‘찾는’ 책이 되겠지만,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생각할 거리를 주는 책으로 기억될 수 있었을 것이다. 만약 노벨문학상에 거부감이 있어서 이 책을 찾지 않는다면 그것도 유감이지 않을까. 
  
  

p.s 2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위해서는 <프랑켄슈타인>도 엮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괴물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을 내리기 위해서는 인간에 대한 정의를 먼저 내려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루스와 함께 거기에 서서 안개와 빗줄기를 바라는 동안 내가 저지른 짓을 만회할 만한 방법 같은 것은 생각나지 않았다. 이윽고 나는 "맞아. 별거 없더라고." 하고 중얼거리면 서투르게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말은 속절없이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이윽고 루스는 말없이 거기에 서 있다가 빗속으로 걸어 나갔다. -p91
  
  
"혹시 귀중한 뭔가를 잃어버렸다 해도, 애써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해도 일말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 어른이 되어 자유롭게 전국을 여행할 수 있을 때 노퍼크에 가서 그것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여기고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p99
  

  
"캐시, 이건 네가 잃어버린 그건 아냐. 똑같은 건 아니라고. 꼭 찾아내려 했지만, 영영 사라져 버린 것 같아."
"아, 노퍼크로 가 버렸구나." -p111
  
  

"왜냐하면 작품이란 그걸 만든 이의 내적 자아를 드러내기 때문이지! 그렇지 않나? 너희의 작품이 너희의 ‘영혼’을 드러내기 때문이라고!"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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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17-10-10 0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다름이라 생각합니다. 문학은 그 다름들을 공개해주는 것이라 생각 되고요. 프랑켄슈타인을 떠 올릴 수 있겠네요. ㅜㅜ 낮에 잠시 1징 읽었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