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인형의 집

인형의 집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아내가 남편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문서를 위조하게 되는데 이를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는 내용. 남편은 이것을 알고 아내가 위선자라며 크게 화를 낸다. 남편은 아내를 걱정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했다. 이를 알고 아내는 집을 나가기로 결정한다.

자신을 인형처럼 대해준 아빠를 닮은 남편을 떠나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서.



어떤 성별을 가지고 태어났는가, 라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구속하거나 한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이론의 지향점은 특정한 나이대의 사람만이 아닌 모두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단지 젊거나 아름다운 20-30대만 여성이 아니라
더 어리거나 더 나이가 많은 사람도 여성이기 때문에.

엄마가 아니거나 엄마가 된 사람도 결국은 여성이기 때문에.



집을 떠난 노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나는 노라와 같은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누군가의 미미나 쥬쥬가 아닌 못난이라도 나 자신으로 살아갈 용기.




(노라 : 하지만 당신의 생각과 말을 들으니 나와 인생을 함께할 사람 같지는 않군요. 당신은 내게 닥친 위험이 아니라, 어쩌면 당신에게 일어날지도 모르는 위험만 두려워했어요. 그런데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니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네요. 난 결국 예전의 나로 돌아가게 되겠죠. 당신의 귀여운 종달새, 당신의 인형으로. 그 순간 토르발, 내가 여기서 낯선 사람과 살았구나, 그 사람과 세 아이를 낳았구나 하는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어요.)




02 유령

유령은 20세기 유럽 대부분의 공립 극장에서 상영이 금지된 작품이라고 한다.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지금 우리가 보는 막장 드라마에 가깝지 않나 싶다.

오랜만에 집에 온 아들과 엄마. 그리고 그 집의 하녀(사실은 아버지의 불륜으로 생긴 아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아빠가 사실은 부도덕한 인물이었고 이를 숨기려고 엄마가 많은 노력을 했었다는 것.


(알빙 부인 : 우리 모두가 유령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들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질뿐 아니라 모든 낡은 이론, 낡은 신념, 낡은 사물들이 우릴 따라다녀요. 살아 있는 건 아니지만, 떠나지 않고 우리 몸에 박혀 있지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불쌍하게도 빛을 싫어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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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는 어머니, 아버지라는 말은 아주 천박하고 상스러운 말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은 유리병 속에서 태어나기 때문이죠. 그리고 정해진 법에 따라 대부분은 쌍둥이로 태어나며 계급이 정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낮은 계급(주로 육체적인 노동,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경우)에는 태아였을 때부터 알콜을 주입한다거나 무언가 몸에 이상 증세를 추가합니다. 



또한 태아, 유아였을 때부터 수면 교육을 통해서 자신이 계급에 만족해야 하고, 물건은 고치는 것보다 사는 것이 훨씬 좋다는 것을 반복해서 세뇌당합니다.

그곳에서는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감정이 느껴질 때 소마를 복용하는데, 이 소마의 복용 역시 꼭 필요한 것이라는 훈련을 받습니다.


얼마나 멋진 신세계입니까.


만인은 만인에 의해서 존재하며, 모든 인간은 행복합니다.


불행하다고요? 아니면 우울하다고요?

걱정마세요. 소마 반 그램, 혹은 소마 몇 알이면 당신은 우주를 여행할 수도 있거든요.



우리는 옛 문학이나 종교, 고전 작품은 금지합니다.
지금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사상은 사회를 위험하게 만들 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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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어머니, 아버지가 존재합니다. 어머니, 아버지라는 표현은 크게 영광스럽지는 않지만 굉장한 부담입니다.

왜냐하면 사회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하지만 정작 어머니, 아버지가 되고 나서는 도와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저출산을 벗어나야 한다고 하지만 그 해결방법에는 별로 생각을 하지 않거든요.


계급이 정해져 있는 신분제 사회는 아닙니다. 다만 부모 세대로부터의 경제적 소득이 자식 세대로 이어지는 경우는 흔합니다. 심지어 어떤 나라에서는 어떤 계층이냐에 따라 발음조차 다르다고 하더군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재벌이 갑질하는 것을 참아주지만, 내 자식이 다니는 학교에 임대 아파트에 사는 아이가 있는 것을 참아주지 못합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개인의 노력에 달려 있다는 환상을 교육받았기 때문입니다.

개천에서 용이 나기를 바라면서(사실 그 용은 나, 혹은 내 자식이어야만 함), 또 그 용은 내가 살고 있는 개천을 돌아봐주길 바랍니다.


하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곳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적어도 불행해질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복, 불행이 나의 손에 달려 있다는 것은 세뇌인 것일까요?




-우리는 여건을 안락하게 만들기를 좋아하네.

-하지만 저는 안락을 원치 않습니다. 저는 신을 원합니다. 시와 진정한 위험과 자유와 선을 원합니다. 저는 죄를 원합니다.

-그러니까 자네는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고 있군 그래. 그렇다면 말할 것도 없이 나이를 먹어 추해지는 권리, 매독과 암에 걸릴 권리, 먹을 것이 떨어지는 권리, 이가 들끓을 권리,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서 끊임없이 불안에 떨 권리, 장티푸스에 걸릴 권리, 온갖 표현할 수 없는 고민에 시달릴 권리도 요구하겠지?

-저는 그 모든 것을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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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아이아스
-트라키스 여인들
-엘렉트라
-필록테테스

소포클레스의 비극 전집은 위와 같이 구성되어 있다. (천병희 옮김, 숲 출판사)
이전에도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는 읽었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 뮤지컬 공연을, 그것도 같은 작품을 두 번 본 적이 있었다.


같은 작품을 그것도 얼마 되지 않아 또 본 경험은 없다.
굳이? 왜? 라는 생각도 있고, 여운이 남아 있기에 만약 다시 본다고 해도 시간차를 두고 보는 편이다.


물론 그 뮤지컬 공연은 상대역 캐스팅이 다른 사람이었고, 거의 막공(마지막 공연, 세미 막공)이어서 본 것이고 역시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공연은 지난번 공연과는 또 달랐다. 상대 캐스팅과의 조화, 거의 마지막 공연이라는 것 때문인지 지난번 보았던 그 배우는 연기를 하다가 눈물을 글썽거리기까지. 


놓쳤으면 어쩔 뻔했어..


희곡으로 된 문학 작품을 좋아하지는 않았는데 이번 뮤지컬 때문인지 상상하면서 읽으니 더 좋았다. 

이 대사에서는 어떻게 연기를 하면 좋을까, 혹은 어떤 배우가 어울릴까.


물론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이해된다거나 납득가능한 것은 아니다. 

특히 예를 들면 안티고네, 그녀 역시도 자신의 신념을 상대방에게 강요한다거나 혹은 자신의 신념만이 최고라고 믿기 때문이다.


왜 이 소포클레스 작품을 읽기 시작했더라, 아무튼 시작은 <미학 오디세이1-진중권>에서 비롯되었으나 그 끝은 뮤지컬이었다.


인간의 운명이라는 것은 비극과 희극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 것이라
어느 누구의 삶도 부럽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처럼
나의 삶도 누군가에게는 빛나보일 것이다.






필멸의 인간은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고 기리지 마시오, 그가 드디어 고통에서 해방되어 삶의 종말에 이르기 전에는. - 오이디푸스 왕

아아, 슬프도다! 판단해야 할 사람이 잘못 판단한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 안티고네

하지만 나를 도울 수도 있었던 내 아들 녀석들은 도우려 하지 않았어.  녀석들은 둘 다 아버지 대신 왕좌와 왕홀과 나라의 최고 권력을 택했어. -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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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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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8-04-20 0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가 참 투명하네요.

방랑 2018-04-20 09:38   좋아요 0 | URL
네, 맑은 바다였어요. 세실님 좋은 하루 되세요~
 

올해의 벚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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