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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세번째 이야기 : 여우계단(2disc)
윤재연 감독, 송지효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감독 - 윤재영
출연 - 박한별, 송지효, 조안
부제 - 여우 계단.
1,2편의 명성에 힘입어 4년만에 만들어진 3편. 전작들이 사건이 벌어진 다음 원인을 찾아가는 형식을 가졌다면, 이번 편은 원인이 서술 되고 나서 사건이 벌어진다. (이런 종류의 기술이 초반에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번의 배경은 예고. 그 중에서 발레리나를 목표로 하는 여학생들이 주인공이다. 그래서인지 여고생들이지만 몸매와 외모가 전작들보다 우월하긴 했다.
박한별은 학교의 퀸 같은 존재이다. 본관에 있는 교복 사진의 주인공일 정도로 예쁘고, 같은 반 친구들 사이에서도 실력이 월등히 뛰어나다. 게다가 집안도 괜찮은 것 같고, 성격도 좋은 것 같이 보인다. 그야말로 엄친딸!
송지효는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이면서 2인자. 우정과 질투라는 두 가지 감정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조안은 박한별을 우상시하는, 반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미술반 학생.
이번 영화에서 다루는 것은 질투와 우정이 공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러시아 국립 발레단으로 갈 수 있는 티켓이 걸린 대회. 학교에서는 단 한 명만 나갈 수 있다. 박한별이나 송지효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우승할 수 있고. 하지만 학교에서는 오디션을 본다고 하지만, 이미 대회에 내보낼 선수를 박한별로 내정한 상태이다.
언제나 2인자였던 송지효. 단 한번이라도 친구를 이겨보고 싶었다. 그래서 학교의 전설인 여우 계단에 올라 소원을 빌어본다.
날 콩쿠르에 나갈 수 있게 해 줘…….
영화를 보면서 박한별이 맡은 역할에 심히 짜증을 느꼈다. 성격이 좋고, 착한 것 같기는 했다.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다정했으며 미소를 보여주니까. 하지만 딱 거기까지이다. 자신이 한 말이나 베푼 친절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예로, 조안이 체육복을 빌리러 오는 장면이 있었다. 거기서 그녀는 친절하게 내거라도 입어라고 말한다. 그런데 무용과 학생의 체육복이 일반 학생, 그것도 조금 뚱뚱한 학생에게 맞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진심으로? 결국 조안은 꽉 끼다 못해 터질 것 같은 체육복을 입고 반 아이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다. 물론 놀린 년들이 나쁜 것들이다.
그리고 송지효에게 하는 말. 너랑 나랑 같이 공연했으면 좋겠다. 내가 지젤하고, 넌 알브레히트. 즉, 자신이 여주인공이고 친구는 남자 역을 하라는 소리이다. 그리고 그녀가 나가자, 자는 척하던 송지효가 눈을 뜨고 중얼거린다.
왜 네가 지젤이야?
지젤은 2막짜리 로맨틱 발레극으로 특히 의상이나 춤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리고 아무나 그 주역을 맡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춤 동작뿐 아니라 기교와 표정 연기까지 두루 갖추어야만 할 수 있다고 한다. 발레리나를 꿈꾼다면 누구나 다 해보고 싶어 한단다. 그러니 송지효도 주인공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박한별은 졸업을 하고나서도 제일 친한 친구인 너와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겠지만, 송지효가 받아들이기엔 주연은 내가 할 테니, 넌 내 옆에서 들러리나 하라는 의미였다.
송지효가 비뚤어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2인자 들러리 역할만 한 꿈 많은 소녀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박한별이 부추겨서 같이 땡땡이를 쳐도, 혼나는 것은 언제나 그녀였으니까.
그러니까 박한별에게 세상은 당연히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친절하고 상냥한,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하지만 남들의 입장은 별로 생각하지 않은 공주님.
그리고 더 이상 시녀가 되기를 싫어한, 또 다른 공주를 꿈꾼 소녀.
그것이 여우계단에 얽힌 괴담을 현실로 만드는 원인이었다.
우정과 질투를 잘 이용해서 둘 다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그들은 여고생에 불과했다. 감수성 풍부하고 눈물 많고 정에 약한, 흔히 말하는 질풍노도의 불안정한 심리를 가진 그런 사춘기 아이들.
그래서 괴담은 끊임없이 계속될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반복되기 마련이니까.
ps - 전작들보다 괴담은 강화가 되었지만, 스토리 진행은 조금 질질 끄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