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다 히토미 14세, 방과 후 때때로 탐정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 2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작가 - 우타노 쇼고


  역시 표지는 중학생용 성장 소설 느낌을 주고 있는 책이다. 커다란 돋보기를 들고, 경찰의 노란색 접근 금지 테이프 안에 서 있는, 조금만 더 크면 남자들이 줄줄 따라다닐 것 같은 미소녀. 폴리스 라인만 아니었으면, 소녀의 톡톡 튀는 사춘기 일상생활을 적은, 감성 넘치는 소설이 연상된다. 하지만 작가 이름이 우타노 쇼고니, 그런 상상은 던져버려야겠지.


  삼촌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아무 생각 없이 던져주던, 상상력 풍부하고 통찰력 있던 초등학생이 이제 중학생이 되었다.


  이번 이야기의 화자 역시 전편처럼 히토미가 아니다. 그녀의 초등학교 동창인, 다른 중학교에 다니는 에미리가 극을 서술한다. 중학교 친구들과 모금 사기를 벌이는 여인을 뒤쫓던 중 우연히 만난 히토미. 그 때부터 다른 학교에 다니지만, 호기심 왕성한 네 소녀들이 똘똘 뭉쳐서 사건을 찾아다닌다. 물론 해결은 히토미의 몫이다.


  그 전까지는 삼촌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말해주하거나 주변의 이상한 현상을 알려주기만 했었는데, 이제는 행동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 전편에서는 힌트만 주던 꼬마가 나서서 사건을 해결하는 어엿한 소녀 탐정의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하지만 전편과 달리, 그녀는 사춘기의 성장 통을 겪고 있었다. 공부는 등한시하고 춤추기를 좋아한다던가, 아버지를 ‘그 인간’으로 부르면서 거리감을 갖는다던가. 거기다가 가끔 염세적인 발언도 툭툭 내뱉기까지 한다.


  융통성 없는 아빠를 얘기하면서


  “자기 기준으로밖에 판단하지 않아. 그 밑에서 배우는 학생들이 불쌍해. 그것보다 더 위험한 건 편향된 인간이 또 만들어진다는 거야. 일본은 이제 끝장이야.”


 라는 말을 한다. 게다가 사건을 척척 풀어가면서, 탐정이라는 직업에 대한 환상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면모를 보여준다.


  “남의 비밀을 캔다는 건 정말 두근두근한 일이지만, 막상 비밀을 알고 나면 나까지 성가신 문제를 떠맡게 돼. 형사나 탐정은 보통 정신으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야.”


  이 대목에서 문득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의 탐정이 떠올랐다. 염세적이고 철저한 현실주의자이지만, 추리에 대한 열정은 버릴 수 없는.


  이 소녀가 조금 더 나이가 들면 어떻게 변해있을 지 상상하니, 은근히 두근거리고 기대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했다. 그래서 히토미의 눈이 아닌, 주위 사람의 시선으로 사건이 서술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읽으면서 내가 상상할 수 있으니까.



  이야기는 총 여섯 개다. 그 중에 첫 번째 이야기인 ‘백+적 = 결백’은 소녀들의 만남이 주를 이루느라, 사건 해결은 단순하다. 하지만 아주 논리적이다. 물론 반박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럴듯하기에 굳이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거기까지 신경 써서 죽일 범인은 없을 테니까.


  2편인 ‘경비원은 봤다!’ 와 3편인 ‘유령은 선생님’은 에미리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다른 학교를 다니기에, 히토미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추리를 해나간다. 소녀들의 속옷이나 소지품을 훔쳐가는 변태적인 범인과 외국인 취업 문제를 다루고 있다.


  4편인 ‘전산남’ 과 5편인 ‘유괴 폴리리듬’은 에미리의 남동생이 얽힌 사건이다. 4편은 동생이 친구와 보내는 문자 암호를 풀어가는 것이고, 5편은 유괴된 그를 찾아내는 내용이다. 4편은 내가 일본어를 모르기에, 암호 해독 장면이 설명이 나와도 이해를 못했다. 일본 핸드폰 배열을 내가 어찌 안담? 문득 사건이 벌어진 밀실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던 엘러리 퀸이 떠올랐다. 그런 그림이라도 하나 있었으면, 직접 암호 해독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텐데. 아쉽기만 했다.


  6편인 ‘어머니’는 교통사고를 당해 히토미가 입원한 병원에서 벌어진 환자의 실종 추락사에 관한 이야기다. 알고 보니 무척이나 마음 아픈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을 통해, 5편에서 어머니와 서먹해진 에미리가 뭔가를 결심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어쩌면 이 책은 히토미는 이미 어른으로 진입한 단계이고, 에미리가 성장하는 소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나도 같이 성장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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