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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울링
유하 감독, 송강호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12년 6월
평점 :
감독 - 유하
출연 - 송강호, 이나영
표지에는 두 배우 말고 늑대개 한 마리도 같이 등장한다. 누군가를 응시하듯이, 빤히 바라보는 눈빛이 서늘하기만 하다. 그리고 영화에서도 이 늑대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름을 적지 못해서 아쉽기만 하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겉으로는 사람을 위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나쁜 짓을 하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위선의 폭로? 남자들만의 세계라 불리는 형사라는 직업에 뛰어든 여자의 고충과 남자들의 배척? 후배에게 뒤지는 선배의 애환과 승진욕심? 그것도 아니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자체적으로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
할 얘기는 많은데, 씁쓸함만 남기고 영화는 마무리되었다. 어쩌면 그게 현실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남자들의 세계에 어울리지 못했던 여형사는 다른 곳으로 전출되었고, 자체적으로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은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후배에게 뒤지던 형사는 승진의 기회를 얻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출과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같은 형사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온갖 잡무와 심부름 그리고 성희롱까지 감내해야하는 여형사를 통해서, 경찰 조직의 경직성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여자에게 강간은 살인보다 더 심각한 범죄이지만, 남자들은 그걸 모른다. 그래서 피해자에게 더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강간 사건이라고 하면, 으레 먼저 나오는 말이 ‘여자가 먼저 꼬리쳤겠지.’ 내지는 ‘당할 만 했다.’ 또는 ‘평소 행실이 어땠기에, 옷차림 좀 봐.’ 이런 거니까.
같은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궁금한 것은 형사로의 능력이니 자질이 아니라, 파트너 형사와 어디까지 진도가 나갔을 지였으니까. 걸핏하면 성희롱을 일삼고, 모욕을 주기 일쑤이다. 여형사가 증거를 찾아오면, 대뜸 이런 말이 나온다. 남자들도 많은데, 여자가 나대는 게 보기 싫다. 그런 사람들이 강간 사건의 피해자를 제대로 다룰 리가 없다.
그래서 경찰을 믿지 못하고, 알아서 복수를 꿈꾸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이다.
경찰 조직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라면, 설정이나 소재는 그럭저럭 괜찮다. 하지만 뭐랄까? 영화에서 여형사의 고뇌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녀가 피해자였던 소녀나 늑대개와 교감을 하면서 사건 해결에 다가가야 하는데, 그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경질을 내는 것인지, 분노를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따뜻함을 주려는 것인지 와 닿지가 않았다. 너무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두 번 정도는 터트려도 좋았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예쁘게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가끔 너무 예쁜 모습을 보이려고 해서, 배역과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을 주는 배우가 있다. 그럴 때면 상황과 인물이 어울리지 않아서, 혼자만 둥둥 떠다니는 인상을 준다. 다행히 여형사 역을 맡은 배우 이나영씨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전반적으로 너무 경직된 얼굴뿐이라, 표정을 보면서 감정을 느낄 수가 없었을 뿐.
조금만 더 감정 표현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좀 더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파트너를 맡은 송강호씨는 시종일간 무기력한 모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다른 동료보다 선수를 쳐서 승진을 하고 싶다는 욕심에서 비롯된 행동을 보이기는 하지만, 음. 약삭빠르다는 인상보다는 팀워크를 해치고 싶은, 반발하고 반항하는 비뚤어진 인간이라는 느낌을 주었다. 원래 그런 캐릭터였을지도. 그냥 퇴직하면 할 게 없으니, 마지못해 하는 그런 사람?
스토리는 초반이 조금 지나면서, 반전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그러니까 판에 박힌 틀 안에서 진행된다는 말이다.
불량배들이 죽어나가는 사건인데, 저명한 사람이 등장하면 어지간한 스릴러 팬들은 알아차린다. 저 놈이 배후구나. 겉으로는 착한 척하면서 뒤로는 온갖 나쁜 짓을 다 꾸미는구나. 그리고 그들이 죽어나가는 기술의 전문성에 대한 설명이 지나고, 늑대개는 경찰견으로 쓰인다는 말에서 또 짐작할 수 있다. 아, 그러면 대충 어떤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연관되었겠구나. 테이프에 담긴 영상도 보면 어떻게 흘러갈 지 눈치 챌 수 있다.
그냥 어중간했다. 배우들이 몰입할 정도는 아니었고, 스토리도 전형적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경찰 조직의 경직성에 대한 고발은 괜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