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Jaume Balaguero(하우메 발라게로), Paco Plaza(파코 플라자)
2편의 배경은 1편과 그리 시간차가 나지 않는다. 1편의 건물은 여전히 봉쇄중이고, 안에 있던 사람들은 거의 다 좀비처럼 변해버렸다. 새로 투입되는 부대. 특이하게도 인솔자 중의 한 명은 군인이 아니라 신부였다. (신랑신부 할 때의 신부가 아님!)
1편에서 사람들이 그냥 무작정 좀비가 되는 게 아니라는 힌트를 주긴 했다. 그리고 2편에서는 그걸 더 발전시켰다. 어떤 의미로는 성수에다가 총을 곁들인 엑소시스트? 기존의 퇴마사들이 성수와 기도와 십자가로 싸웠다면, 이 영화에서는 총과 카메라가 더 추가되었다. 사실 이번 편에서는 좀비라기보다는 빙의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서, 좀비라고 콕 짚어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어찌되었건, 좀비의 탄생 배경에 이론이 하나 더 추가되는 영화였다. 대기업이 만든 화학물질이나 신약의 부작용이외에, 악마의 영향! 그냥 도망 다니고 죽이는 기존의 좀비 영화에 종교적인 성찰을 할 계기까지 주고 있다.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카메라로만 볼 수 있는 어떤 존재와 물질.
눈은 인간의 것이라 속일 수 있지만, 카메라는 기계라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까? 그러고 보니 영화 '셔터'에서도 귀신이 카메라를 통해서만 보이긴 했다. 음, 카메라를 멀리 해야 귀신 따위 보이지 않고 속편하게 산다는 얘기인지. 역시 사진 따위 찍지 않는 편이 낫다.
영화를 보면서 신부의 직업의식에 감탄을 했지만, 어떻게 성직자가! 하는 부분도 있었다. 여러 사람을 위해서 한 명의 희생쯤은 감수해야 한다는 건지, 그런 장면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또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하고 소리만 빽빽 지르는 어린애들 때문에 화도 났고. 도대체가! 어른들이 가지 말라고 하면 좀 가지 말라고! 다 니들 위해서 그러는 거니까! 꼬맹이들이 말이지, 머리 컸다고 지들 멋대로 하는 걸 보면서 울화통이 터질 뻔 했다.
하긴, 그런 캐릭터가 있어야 사건이 더 꼬이고 긴장감은 극대화 될 테고, 사건의 실마리 비스무레한 것이나마 나올 수 있는 거겠지. 하지만! 그렇게 이해를 해도, 역시나 그런 캐릭터는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났다.
하지만 그것만 빼고는 괜찮았다. 불도 들어오지 않는 폐쇄된 공간에서 카메라를 단 사람의 불안한 숨소리, 공포에 질린 비명, 절망하는 눈물까지 고스란히 느껴져 같이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영화를 보았다. 혹시나 뒤에서 좀비가 나타나지나 않을까, 불이 꺼진 방에서는 뭔가가 팍하고 튀어나오지 않을까 조마조마하기도 하고, 도망가라고 기원하기도 하고.
영상에 찍힌 변신한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끔찍했다. 보통 좀비 영화에 나오는 좀비보다 더 힘세고 빠르고 난폭하고. 어린아이가 괴력을 발휘하는 장면은 으…….
좀비의 존재를 종교적인 관점에서 풀이하고, 인과 관계를 역설하다니. 참신한 발상임엔 분명하다. 영화 ‘엑소시스트’를 보는 기분도 들고, 좀비 소탕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짬짜면을 좋아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