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Amityville Haunting, 2011
감독 - 조프 미드
출연 - 루크 바넷, 케이시 캠벨, 데빈 클락, 스티븐 델
공포 영화 세계에는 언제든지 우려먹을 수 있는 사골이 여러 개 있다. 예전에는 나이트메어나 할로윈,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 등이 있었고, 요즘은 파라노말 액티비티와 제임스 완이 대표적인 사골의 예이다.
이번에 얘기할 이 영화, ‘흉가 유령의 집’도 그런 사골의 한 종류라고 볼 수 있다. 왜 한글 제목을 저렇게 지었는지 모르지만, 원제를 보면 알 수 있다. ‘아미티빌 The Amityville’ 유명한 흉가의 이름이자, 시리즈의 제목이고 제일 중요한 소재 중의 하나이다. 이 흉가를 소재로 한 영화는 리메이크 작까지 포함해서 총 14편이 만들어졌고, 이 작품은 그 중 열 번째이다.
시리즈 영화의 특징은 아무래도 전작들과 너무 똑같으면 안 되면서, 동시에 기본 틀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 하겠다. 아미티빌 시리즈의 기본 틀은, ①집을 구하는 가족이 있다. ②마침 이 아미티빌 저택이 싼값에 나와서 주저하다가 구매한다. ③이사 오자마자 이상한 일이 일어나 불안해하지만 돈 때문에 나갈 수가 없다. ④아이들에게는 낯선 존재가 보이고, 아버지는 점점 더 흉포해진다. ⑤뭔가가 가족을 공격한다. 때로는 그 공격자가 아는 사람인 경우도 있다.
이 작품도 저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달라진 점은, 큰 딸이 사고뭉치였고, 아버지는 군인 출신이라 고압적으로 가족을 대하고, 아들은 캠코더를 들고 모든 사건을 기록한다는 부분뿐이었다. 그렇다. 이 영화, 아들이 찍은 영상과 집에 설치한 CCTV를 통해 사건을 보여주고 있다. ‘블레어 위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와 ‘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가 남긴 영향이라고 해야 할까?
이야기는 그냥 그랬다. 이 시리즈에 나왔던 다른 사람들처럼, 여기에 나오는 가족들의 행동은 너무도 짜증이 났다. 특히 아들 네미! 이사하는 날, 짐을 나르던 사람이 계단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런데 이 녀석, 그 사건 때문에 충격 받은 엄마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인터뷰를 요청한다. 엄마가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해도,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라면서 이 집이 흉가가 맞냐고 대답을 요구한다. 이건 뭐, 사고 현장에 가서 피해 입은 사람들에게 지금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보는 몇몇 자질없는 기자와 다르지 않았다. 장차 그렇게 될 싹수가 보이는 놈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 누나가 샤워하고 나와 타월만 두른 모습을 몰래 도촬까지 한다. 이건 미래의 성범죄자 꿈나무가 아닌가! 그런데 부모가 그렇게 크게 혼내지도 않는다. 그냥 카메라 끄라고 소리만 지른다. 이야, 아주 그냥 아들네미를 미래의 범죄자로 잘 기르고 있는 집안이었다. 그리고 부모 역시 문제가 많았다.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어주는 게 아니라, 무시한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다그치거나 아예 대꾸도 하지 않는다.
특이하게 이전 시리즈의 가족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같이 이겨내려고 했지만, 이 가족은 그런 게 없었다. 흉가냐고 물어보던 아이들은, 정작 아빠가 귀신을 쫓는 여러 가지 도구를 챙겨오자 미쳤다고 비난한다. 아니, 너희들이 먼저 흉가라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고 그랬잖아? 그래서 아빠가 이것저것 준비하니까 왜 갑자기 ‘아빠가 제정신이 아니야!’라고 욕하는 건데? 엄마는 엄마대로, 아빠는 아빠대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서로 따로 놀았다. 화해나 협동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결말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카메라와 CCTV로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답게, 화면은 흔들리고 산만했다. 게다가 사건들은 너무도 전형적으로 흘러갔으며, 등장인물에게는 감정이입을 할 여지가 없었다. 사골을 계속 우려먹으면 나중엔 처음의 맛을 거의 찾을 수가 없게 되는데, 이 영화도 그런 모양이다.
굳이 장점을 찾아보자면, 화면이 지직거리면서 꺼졌다가 켜지면 귀신이 등장한다. 아마 귀신이 등장하기 전에 전파에 영향을 준다는 설정인가보다. 그리고 새로운 가설이 하나 등장한다. 원래 아미티빌 호러의 시작은 아들이 일가족을 몰살시킨 사건이었는데, 여기서는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주장이 등장한다. 신선했다. 과연 아들의 누명은 벗겨지는 것인가!
그 두 가지를 빼고는 그냥 그저 그런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