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48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기원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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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ercule Poirot's Christmas, 1938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다이아몬드 사업으로 많은 돈을 번, 젊어서는 많은 여자와 바람을 피워 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자식들에게도 그리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던, 원한은 꼭 몇 배로 갚아주는 집념을 가진 한 노인이 있다. 크리스마스 전 날, 자식들에게 유산을 빌미로 온갖 모욕을 주고 성질을 부리던 그가 처참한 시체로 발견된다. 마침 근처에 휴가를 왔던 포와로가 지인인 경찰 서장의 부탁으로 사건 해결에 뛰어드는데…….

 

  언젠가 엘러리 퀸이 등장하는 책에서 나온 말이 기억난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하자, 아마 그는 이렇게 중얼거렸을 것이다. 죄라곤 짓지 않을 것 같은 맹인 사이에서도 눈 부릅뜨고 다녀야 할 운명이라고. 포와로 역시 비슷한 운명이다. 모처럼 런던을 떠나 영국식 크리스마스를 보내려고 했건만, 피가 철철 흘러넘치는 사건이 그를 기다리니 말이다. 과연 사건이 그를 부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가 사건을 부르는 것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살인이 시끄럽게 일어난다. 그러니까 모두 잠든 후이거나 각자 일을 할 때 일이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저녁을 먹고 쉬는 시간에 온 집안에 소름끼치는 비명과 엄청난 소음이 울려 퍼진다. 식구들이 달려오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범인은 흔적도 없었다. 노인이 살해당한 방은 거의 밀실에 가까웠고 말이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포와로는 단호하게 가능하다고 대답한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한다.

 

  범인의 트릭은 참으로 교묘하고 잔인했다. 대담하기도 하고 도전적이었다. 그런 범죄를 저지를 정도의 증오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을 것이다. 처음에는 연한 색이었겠지만, 오랜 시간동안 서서히 진하게 물들였을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평생을 복수만 꿈꾼 사람은 과연 그 때까지의 삶이 행복했을까? 복수가 평생의 꿈이라면, 너무 슬픈 인생이 아닐까? 하지만 어떤 면으로는 그 정도로 원한이 쌓였다면, 상대는 그런 사실조차 모른다면, 분노를 드러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게 꼭 가해자를 죽이는 일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도 풀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여간 이번 이야기의 범인은 어떤 면에서는 짠했고, 다른 면에서는 나쁜 놈이었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지만, 난 사람도 밉다.

 

  이번 작품에서 포와로의 크리스마스에 대한 견해가 상당히 재미있었다.

 

  "자네는 크리스마스만큼 유쾌한 때도 없다고 했었네, 그건 곧장 많이 먹고 많이 마신다는 걸 의미하지 않겠나? 솔직히 말해 그건 과식이야! 게다가, 과식은 방종을 부른다네! 그래서, 마침내 그 방종이 흥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일세!"

  "전혀 정을 느끼고 있지 못한 사람들이 서로 다정한 것처럼 위선된 행동을 해야 하니 이 얼마나 부담되는 일인가! 사실상 크리스마스는 위선이 판을 치는 계절이라 할 수 있어. 명예를 위한 위선. 말하자면 좋은 동기로 시작된 위선이지. 하지만, 그것도 결국 위선은 위선일세!" -p. 97

 

  어쩌면 포와로는 엘러리 퀸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포와로에게 마음을 놓을 정도로 편안한 상황이란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긴 은퇴하고 시골에서 호박을 기르고 있어도 살인이 일어나니 말이다. 포와로의 삶에서 살인을 빼면 아무것도 안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그는 죽기 전까지 살인사건과 함께였다. 그러니 선물을 주고받는 훈훈한 크리스마스 따위는…….

 

  책에서 아쉬운 점은 인물이 생각하는 부분까지 큰따옴표로 처리한 부분이었다. 생각은 작은따옴표라고 알고 있었는데, 여기서는 다 큰따옴표 하나로 통일했다. 그래서 처음 읽으면서 상당히 헷갈렸다. 나중에 혹시라도 다시 나오게 된다면, 그 때는 그런 부분을 수정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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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와 트램프 DE
클라이드 제로니미 감독, 바바라 루디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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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Lady and the Tramp, 1955

  감독 - 해밀턴 러스크, 윌프레드 잭슨, 클라이드 제로니미

 

 

 

  상상해보자.

 

  부잣집에서 귀하게 자란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소녀가 있다. 그녀를 너무도 사랑하는 부모님과 집안끼리 왕래가 있는 괜찮은 가문의 남자들 속에서 소녀는 사랑스럽고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부모님이 여행을 간 사이, 집을 돌봐주러 온 친척과 갈등으로 그녀는 가출을 하고 만다.

 

  낯선 곳에서 불량배들에게 봉변을 당할 위기에 처한 그녀를 구해준 것은 거리의 청년이었다. 동네에서 꽤나 유명하여, 친구들 사이에서는 의리가 있고 여자들에게서는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소녀는 청년과 함께 다니면서 여러 가지 일들을 보고 듣는다. 모든 것이 그녀에게는 난생처음 있는 일들이었다. 그 와중에 그에 대한 사랑이 싹트지만, 다른 여자에게서 그의 여성편력에 대해 듣고 실망한다.

 

  집으로 돌아가 그를 잊으려던 소녀. 청년이 찾아와 그녀에게 사랑을 고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차갑게 군다. 실연의 상처를 안고 떠나는 그와 그런 그를 눈물지으며 바라보는 그녀. 그러다 소녀의 집안에 위기가 닥치고, 청년이 나타나 그녀를 구해준다. 그리고 해피엔딩.

 

  언젠가 리뷰를 올린 ‘어느 날 밤에 생긴 일 It Happened One Night, 1934’와 기본 전개가 비슷하다. 아니, 지금도 유행하는 로맨스 물과 비슷하다. 가끔 변형이 존재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구성은 흡사하다.

 

  특이한 점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개들이다. 여주인공인 레이디는 코카스파니엘 종의 속눈썹이 긴 완전 요조숙녀가 떠오르는 개다. 행동이나 외모가 완전 곱게 자란 숙녀다. 하아, 보면서 얼마나 예쁘던지. 난 인간이지만, 개한테 외모로 진 거 같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인 트램프는 음……그냥 잡종이라고 해야 할까? 하여간 개 주제에 아주 로맨틱한 남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내 여자에게 다정할 때는 한없이 달달하게 굴고, 남과 맞붙었을 때는 절대로 밀리지 않으며, 잔머리도 잘 굴리고 상당히 재치 있으며 상황 판단이 빠르다. 비록 개였지만 멋졌다.

 

  이런 상반된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아니라, 개 두 마리가 만나 보여주는 연애염장질 또한 인간 못지않게 달달하고 낭만적이다. 어쩐지 인간인 나보다 더 귀엽고 달콤하게 연애하는 것 같았다. 이런! 미모에 이어 데이트까지 개한테 진 건가……. 특히 둘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하는 장면은 다른 영화에서도 많이 패러디가 되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못 말리는 비행사 Hot Shots!, 1991’에서 찰리 쉰이 미트볼을 코로 굴려서 여자에게 주는 장면이었다. 만화야 개니까 코로 굴리지만, 찰리 쉰은 인간이 왜…….

 

  마지막 장면에 엄마인 레이디를 쏙 빼닮은 딸내미 셋과 아빠 판박이 아들 한 마리가 나온다. 하는 짓이 너무 귀여워서 강아지 기르고 싶다고 또 엄마한테 말했다가, 또 혼났다. 하긴 실제와 만화는 구별해야겠지. 진짜로 그렇게 귀여운 게 존재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코카스파니엘은 3대 지랄견 중의 하나로 불린다. 그런 개가 영화에서처럼 귀엽고 순종적이며 사랑스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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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DE(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비드 핸드 감독, 아드리아나 카세로티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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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

  감독 - 데이빗 핸드

 

 


 

  제작년도가 1937년이라니! 우리 엄마보다 먼저 태어난 영화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전에 만들어졌지만, 등장인물들의 그림체나 움직임이 하나도 어색하지 않았다. 내가 어릴 적에 본 국산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걷고 말하고 춤을 췄다. 노래도 어디선가 한두 번은 들어본 멜로디였고, 눈에 익은 캐릭터들이었다. 거기다 동물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다만 한 가지 적응이 안 되는 것이라면 바로 백설 공주의 간드러진 목소리였다. 어쩐지 예전에 가요무대에서 들었던 한 나이든 여가수의 노래가 연상되었다. "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로 시작하는 노래인데, 그 여가수의 음색이 백설 공주와 비슷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공주가 말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마다 자꾸 가요무대가 떠올라서 좀 웃겼다.

 

  내용은 워낙에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동화가 원작이다. 요 몇 년 사이에는 실사 버전으로 만들어지면서 다양한 변형이 가해지기도 했다. 대개 백설 공주의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동화가 나왔을 때의 여성상과 현대의 여성상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애니메이션은 동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서, 보다보면 백설 공주가 참 답답하게 보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얘 은근히 여우다.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서 사람들의 관심을 쏟고, 은근히 순진하고 수줍은 척 도망간다. 자기 쉬운 여자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고단수 같으니! 그리고 동물 친화력도 아주 높아서, 일곱 난쟁이 집에서 일을 할 때도 자기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다 부려먹는다. 일하는 척하면서 동물들에게 이것저것 다 시켜먹는다. 대단한 아이다. 일종의 초능력이 아닐까 싶다. 동물들과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엄청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능력이라면, 이야 대단하다.

 

  그리고 얹혀사는 주제에 집주인들에게 씻고 와라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명령도 내린다. 뻔뻔함과 결단력, 실천력과 엄청난 화술의 소유자로 볼 수 있다. 일곱명이 홀랑 넘어갔으니 말이다.

 

  백치미를 가장한 노련함이 엿보이는 소녀였다. 그래서 자기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숙적인 새엄마 왕비를 처리할 수 있었다. 왕자와의 결혼은 덤이었다. 거기에 'Good Bye~'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떠나는 쿨함이라니! 좋게 말하면 쿨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배은망덕이다. 음, 다시 보니 답답하게 보이는 것은 훼이크였고, 알짜배기 실속이란 실속은 다 챙기는 여우였다.

 

  일곱 난쟁이가 백설 공주를 자기들 집에서 머무르게 한 것은, 나쁜 여왕 때문이기보다는 늙고 냄새나는 홀아비들 집에 어리고 파릇파릇하고 뽀얀 피부에 글래머 몸매의 어린 소녀가 찾아오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을 지도……. 사실 난쟁이 할아버지들이 어딜 가서 저렇게 예쁘고 귀여운 어린애를 만날 수가 있을……. 아, 난 썩었어. 동화를 순수하고 아름답게 봐야하는데!!!

 

  그런데 백설 공주가 숲에서 무서워할 때 나무들의 기괴한 모습이나, 새엄마 왕비가 사과 파는 할머니로 변신했을 때, 그리고 마지막에 난쟁이들에게 쫓겨서 죽는 장면은 지금 봐도 충분히 무시무시했다. 어린애들이 보고 많이 울었을 것 같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하니 귀여운 만화영화였다. 난쟁이들의 주름살 하나 없는 탱탱한 피부와 백설 공주의 잡티하나 없는 뽀얀 살결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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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마모코 마모코 이야기 1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다니엘 미지엘린스키 글.그림, 최성은 옮김 / 두레아이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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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Dawno temu w Mamoko (2011년)

  작가 -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 다니엘 미지엘린스키

 

 

 

 

  우와아앙! 책을 본 나와 조카의 입에서 나온 탄성이다. 글자는 하나도 없지만, 섬세하고 다양하게 그려진 삽화들은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내기에 충분했다. 책장을 넘기면서 조카와 둘이 이 구석의 이 그림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고, 아래쪽의 저 그림은 뭘 하고 있고 등등 많은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었다.

 

  조카와 같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이러했다. 한 왕국의 왕이 마을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왕국의 동물 주민들은 왕이 다니건 말건 상관하지 않고 자기 일을 했다. 그 예로 조카는 지붕 위에 있는 복면 동물을 지목했다. “얘는 지금 닌자 시험 중이야. 마법사의 책을 빼내오면 합격인거지.” 어쩐지 요즘 케이블에서 하는 닌자 꼬맹이 나오는 만화를 보더니만, 대뜸 그것부터 찾아낸다.




 

  그런데 왕국 하늘을 떠돌아다니던 용이 왕을 물고 가버렸다. 역시 마을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각자 자기 일하기 바빴다. 몇몇 기사와 악사 그리고 공주만 당황해서 달려올 뿐이다. 한편 마법사는 닌자 꼬맹이를 혼내느라 왕이 잡혀가는 걸 보지 못했다. 여기서 잠시 양동 작전에 대해 조카에게 얘기해줬다. 용과 닌자 꼬맹이가 한 편일수도 있다니까! 고모 말을 믿어봐!

 

  한편 왕국의 지하에서는 커다란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은 물론이고 귀신까지 놀래고 있었다. 땅 위에서는 여전히 왕이 빨간 용에게 잡혀서 왕국의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고, 마을의 동물들은 각자 볼 일 보느라 바빴다.




 

  그러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놀랄만한 일이 펼쳐진다. 지하에서 이상한 약을 만들던 여자 마법사가 왕궁으로 돌아와 마법을 부린 것이다. 그 그림에서는 조카와 둘이 깔깔대고 웃어버렸다. 문득 예전에 보았던 만화 ‘란마 1/2’이 떠올랐다. 아, 그래서 빨간 용이었던가?

 

  마지막 장면은 모두가 행복한 파티를 벌이고 있다. 심지어 지하 터널에 있던 괴물까지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신기한 건 커다란 사각 테이블에 똑같은 음식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이 요리는 뭘까?’하고 조카와 생각해보았다. 고기, 핫케이크, 베이컨 말이, 마카롱 등등 여러 가지 음식 이름이 나왔다. “네가 먹고 싶은 거 말하는 거지?”하고 묻자 겸연쩍은 듯이 까르르 웃는다.




 

  주된 큰 흐름을 짚어내면서 얘기를 만드는 재미도 있고, 주위에 깨알같이 그려진 다양한 그림을 보면서 뭘 하고 있는 것이라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는 책이었다. 빈틈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그려진 그림은 저마다 개성을 드러내며 비밀을 하나씩 품고 있었다. 아무래도 숨은 이야기를 다 찾아내려면 한 번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때마다 책은 다른 느낌을 줄 것 같다.

 

  이 리뷰를 적고 있는 이 순간에도 조카가 다가와서 깔깔대며 말한다. “고모, 이거 봤어? 얘는 말이야~” 이건 완전 네버 엔딩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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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2
아진 지음 / 청어람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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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 아진

 

 

 

  여왕개미의 명령으로 살인을 저지르던 수영. 하지만 뜻하지 않게 그를 조직에 끌어들인 화연의 배신으로 괴로워한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기록을 입수한 수영은 조직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많은 일이 일어난다. 그의 뒤를 캐려던 기자와 잡지사의 폭발 사고, 마침내 드러난 여왕개미의 정체 그리고 조직의 숨겨진 진실까지…….

 

  1권에서 의문을 가졌던 여러 가지들, 그러니까 수영이 왜 그토록 침착하게 기준의 살인을 은폐할 수 있었는지, 왜 죽은 주신과 꿈에서 대화를 하는지, 여왕개미는 왜 굳이 수영을 몇 년씩 관찰하다가 끌어들이려했는지, 여왕개미와 주신의 관계, 그리고 왜 주신이 그 어린 나이에 연쇄 살인을 해야 했는지 등이 차근차근 밝혀진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일들이기에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정의의 편이라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니 나쁜 놈이었다는 설정은 이미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다루었던 부분이다. 사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어쩐지 착한 척하면서 주인공을 돕는 사람을 제일 먼저 의심하게 된다. 대개 그러면 그 의혹이 맞을 때가 많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의 결말이 더 안타까웠다.

 

  정의의 편이 끝까지 그 믿음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일개미나 병정개미가 죽을 때까지 여왕개미가 내리는 지령을 따르는 것은 예정된 그들의 운명일까?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사람들은 결국 어떻게든 남에게 이용당하는 게 정해진 순리일걸까? 어쩌면 ‘누가 허락해주지도 않으면 화조차 내지 못하는 무력한 개미새끼들’이라는 수영의 절규처럼 그들에게는 이미 선택사항이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평생 착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죄책감에 시달려? 원수를 갚고 싶다면 자기 손이 그 정도로 더러워질 각오는 해야 할 거 아냐! 그 정도 깡은 부려야 할 거 아니냐고! 화를 내란 말야! 그런데 자기 손은 깨끗하길 바라면서, 입으로만 분노하는 척 나불거리면서 남이 그걸 떠맡아주길 바래?” -p.367

 

  결국 작가는 수영의 입을 빌어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자기 생각 없이 남이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은 일개미와 다를 게 없다. 분노도 남에게 맡긴 삶은 온전한 자신의 것이 아니다. 남에게 빌붙어 시키는 대로 하는 삶은 의미가 없다. 자신의 상처는 자신이 치유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그렇다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보복을 하라는 건 아니다. 누가 해줄 거라 바라지 말고, 아주 작은 행동이라도 보이라는 말일 것이다. 벌레도 밟으면 꿈틀하며 반응을 보이는데, 인간이 돼서 아무 것도 못한다는 건 수치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인데 벌레만도 못한 삶을 살 수는 없지 않을까?

 

  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는 미국 드라마 ‘덱스터 Dexter’나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Person Of Interest’ 같이 나쁜 짓을 하는 사람들을 응징하는 개인 내지는 팀의 활약을 그린, 통쾌함을 주는 그런 소설을 기대했었다. 어쩌면 현대판 ‘홍길동전’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소설은 중반부터 방향을 바꿔서, 평범했던 사람이 힘을 갖게 되었을 때 어떻게 변하고 타락하는지 보여주었다. 어떻게 의지가 변질되고 허울 좋은 구호로 포장되는지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비관적이지는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와중에 잃었던 자신을 되찾는 과정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결국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을 하고 삶을 누리는 과정에서는 일말의 희망마저 엿보게 했다. 어쩌면 그는 어디선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을 혼내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음, 갑자기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로 시작하는 노래가 생각난다. ‘나쁜 짓을 하면은~우리에게 들키지~사랑하며 살면은~평화는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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