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You're
Next , 2011
감독 - 애덤 윈가드
출연 - 샤니 빈슨, AJ 보웬, 조 스완버그, 에이미 세이메츠
한 노부부의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세 아들과 딸이 각각 배우자와 애인을 데리고 온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답게 그동안 쌓였던 불만도 풀고
말다툼도 하면서 식사를 한다. 그런데 갑자기 화살 하나가 집 안으로 날아와 딸의 남자친구를 죽인다. 패닉에 빠진 사람들을 향해 계속 날아오는
화살들. 필사적인 방어에도 불구하고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결국 동물 가면을 쓴 삼인조가 집 안으로 들이닥친다. 그 와중에 여러 가지 경험을 쌓은
둘째 아들의 애인인 에린이 살아남기 위해 그들과 맞서 싸우는데…….
영화는 초반부터 한 커플이 집에서 공격당하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노부부가 집에 돌아오자, 누군가 숨어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긴다. 그래서 처음에
나왔던 살인마 무리가 혹시 숨어있는 건 아닐까하는 추측을 하게 했다. 그렇지만 공격은 바깥에서 이루어졌다. ‘쳇, 예상이 틀린 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음. 역시 그랬다. 그건 반전이니까 패스.
그런데 뭐랄까? 영화를 보면서 한숨이 나오는 장면이 몇 개 있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들은 공포 영화를 잘 안 봤나보다. 현관문을 나설 때는 철사
같은 게 묶여있지 않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기본인데……. 거기다 사람이 아무리 빨리 달린다고 해도 무방비상태로 집밖을 뛰쳐나가는 건, ‘나
죽여주세요.’라는 것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무리가 공격해올 때는 다 같이 있는 건 기본이잖아? 혼자 있으면 당연히 피해자
자원서에 서명한 거나 다름없다고! 하긴 사람이 너무 충격을 받으면 이성이 마비된다고 하니까,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살아야겠다는 본능으로만
움직일 수밖에 없나보다. 그래서 더 빨리 죽는 거고.
범인의 정체는 놀랍게도 중반을 넘어서면서 밝혀진다. 그래서 추리하는 맛은 사라졌지만, 여주인공이 그 상황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의문은
남았다. 어떻게 그녀는 침착하게 위기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고, 과연 최후의 생존자는 누가 될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녀가 침입자들을
상대하는 과정을 보면서 대단하다며 감탄도 하고. 에린이 집안 곳곳에 함정을 설치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 홀로 집에’ 성인 버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성인 버전이지만, 므흣함보다 피가 철철 넘쳤다. 아, 성인 버전이 꼭 야한 것만을 말하는 건 아니구나.
그나저나 범인의 정체는 설마 했었는데, 그 설마가 맞아버렸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했는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추측이 맞았다고 좋아하기
전에, 무척이나 기분이 찝찝하고 더러웠다. 아니, 어떻게……. 무슨 교육을 어디서 어떻게 배웠기에? 도대체 녀석들에게 자기 이외의 사람은 어떤
의미였던 거지? 동기를 알고 나면 더 화가 난다. 결국 다른 사람을 ATM 출금기로 본 거밖에 되지 않았다. 나쁜 놈들. 거기다 조심성도 없고
많이 어설펐다. 이층에 올라가보면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해대니까 꼬리가 잡히는 거다.
동물 가면을 뒤집어쓴 침입자들 중의 하나가 자기네가 공격받았다고 길길이 뛰는 장면에서는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 너희들은 한 가족을
몰살시키면서 너희 팀원 하나 당했다고 그 난리냐? 너희들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이거냐? 완전 어이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어쩐지
낯설지가 않다. 자신들이 하는 건 정당한 것이고, 다른 이가 하는 것은 불법이라 주장하는 모양새가, 익숙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면서, ‘다 죽여 버려!’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믹서기로 머리를 갈아버리는 장면은……. 예전에 본 피터 잭슨의 영화 ‘데드 얼라이브 Dead Alive, 1992’에서 잔디 깎는 기계로
좀비들을 갈아버리는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잔인했다. 그런 짓을 저지르다니, 여주인공도 보통이 아니었다. 설마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되는 걸까?
영화를 보고 내린 결론이자 교훈이 있는데, 그걸 적으려다가 멈칫했다. 반전과 관련이 있었다. 아깝다, 멋진
교훈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