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The Bletchley Circle: Cracking a Killer's Code (블렛츨리 써클) (한글무자막)(Blu-ray) (2012)
PBS (Direct)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원제 - The Bletchley Circle: Cracking a Killer's Code, 2012

  감독 - 앤디 드모니

  출연 - 안나 맥스웰 마틴, 레이첼 스터링

 

 

 

 

  2차 대전 때, 아무도 모르지만 영국에는 여성들로 이루어진 암호 해독 그룹인 '블랫츨리 파크 The Bletchley Park'가 있었다. 독일의 무전을 도청하여 패턴을 파악하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내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공헌을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그들은 기밀 유지 서약을 하고, 자신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 심지어 남편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몇 년 후, 아이들을 키우고 집안일을 하면서도 십자말풀이나 퀴즈를 즐겨 풀던 수잔은 그 당시 일어난 연쇄 살인에 어떤 패턴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자기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걸 깨달은 그녀는, 블랫츨리 파크에서 같이 일하던 동료를 부른다. 한 번 보면 잊지 않는 기억력의 소유자인 루시, 지도를 잘 보고 판단력이 빠른 밀리, 그리고 그들을 통괄하며 정부 내 기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진. 이 네 명이 힘을 합쳐 여자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3부작 드라마인데, 두근거리면서 봤다.

 

  1950년 대 초의 영국에서 여성의 지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전쟁 때 엄청난 공을 세웠다고 해도, 전쟁 후에는 가정주부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식사를 준비하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 남편의 체면을 세워주는 걸 일순위로 하고, 감히 남자의 영역에 발을 디디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지 않으면 남편의 무자비한 폭력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여자들이 범인을 잡겠다고 나섰을 때, 비웃음을 사거나 한심하다는 반응을 얻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저 네 명은 코드 브레이커, 그러니까 암호 해독가 내지는 범죄 수사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고, 자기들이 힘을 모으면 범인을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자기들의 재능을 뽐내려는 게 아니라, 같은 여성이 잔인한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걸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다른 희생자가 더 나오기 전에, 놈을 막자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물론 경찰들은 그들의 의견을 그리 신뢰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무척이나 단순하게 사건을 수사하고 마무리하려고 했다.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겉으로 드러난 것으로만 판단했다. 사실 그들은 수잔의 설명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문득 애거서 크리스티 여사의 소설에 나오는 올리버 부인의 대사가 떠올랐다. ‘경찰청 간부 중의 한 사람이 여성이기만 했어도!’ 드라마를 보다가 그녀의 저 말 생각나면서, 왜 계속 저 주장을 하고 다녔는지 어쩐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남자 대 여자의 대결을 그린 드라마가 아니었다. 사회적 약자들이 어떻게 차별과 편견을 극복하고, 자기들만이 할 수 있는 능력으로 목표를 이루어가는 드라마였다. 단지 1950년대의 약자가 여성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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