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연 33일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바오징징 지음, 홍민경 옮김 / 시그마북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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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원제 - 失戀33天

  부제 - 새로운 사랑이 찾아오는 시간 33일

  저자 - 바오징징((鮑鯨鯨)

 

 

  과연 33일 만에 지난 과거를 잊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표지에 적힌 부제를 보면서 이런 의문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 이야기나 경험에 비춰 봐도 한 달은 넘게 걸리던데, 어떻게 33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실연의 상처를 극복했을까? 이런 궁금증을 갖고 책을 펼쳤다.

 

  이야기는 주인공 황샤오셴의 시점으로 진행된다. 웨딩 플래너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백화점에서 자신의 남자친구와 자신의 가장 친한 죽마고우가 다정하게 데이트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다. 배신감과 충격에 일상이 파괴될 지경에 처한 그녀. 급기야 회사 사장의 전화에 폭언을 퍼붓는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직장에서 잘릴까봐 전전긍긍하지만, 다행히 그런 위험은 없었다. 그 와중에 평소에 게이 같다고 싫어하던 직장 동료 왕샤오졘과 한 커플의 결혼을 전담하게 되는데…….

 

  샤오셴은 씩씩하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당찬 성격이다. 그렇지만 실연을 당하면서,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자책하고 소심해진다. 과거 친구나 애인과 갔던 장소, 나눴던 대화, 비슷한 상황이 되면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이제는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없다는 슬픔과 상실감, 그들이 자신에게 가한 배신감, 좀 더 잘했어야 한다는 후회로 눈물을 흘린다.

 

  그런 그녀를 받쳐준 것은 사장과 팀을 이루게 된 왕샤오졘이었다.

 

  어떨 때는 다독여주기도 하고 다그치는 사장의 마음씀씀이는 그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이유를 알게 된다. 이혼 후 제대로 만나지 못한 딸. 그 애가 실연을 당했을 때 해주려던 말과 행동들이었다.

 

  “이걸 보렴, 네가 실연을 당해도 맛있는 음식이나 술이 이 세상에서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냐. 실연은 치통과 같은 거란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을 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죽지는 않아.” -p.56.

 

  사실 실연당한 사람에게 저런 말은 금방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받아들이고 긍정하면서 자신의 현재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좀 더 자신을 소중하게 생각하게 된다.

 

  샤오셴도 그랬다. 마음을 추스르고, 세상을 전과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다. 첼로를 배우고, 전에는 관심도 없던 직장 동료들을 다시 보게 되고.

 

  게이 같다고 싫어했던 왕샤오졘의 꼼꼼하고 섬세한 성격이 사실은 배려이자 유머 감각의 표현이었음을 새삼 느끼고 다시 보게 된다. 그와 친구 결혼식에 가서 전 남자친구에게 창피를 주는 장면에서는 낄낄대면서 웃기도 하고, 잘못했다고 그와는 헤어졌으니 용서해달라는 친구에게 대응하는 부분에서는 ‘오-멋있는데!’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물론 일적인 면에서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그 와중에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고 성장한다.

 

  예를 들면, 첼로를 배우면서 사람사이의 관계에 힘 조절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무조건 자기 말에 따르고 베풀어달라고 요구했던 과거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그녀를 보면서, 다음 사랑에서는 남을 좀 더 배려하는 성숙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 확신하게 되었다. 기특하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었다. 또한 결혼을 앞둔 커플과 금혼식을 앞둔 부부와의 관계를 통해, 사람과 사랑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도 갖고 말이다.

 

  그녀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준비가 된 마지막 장까지 읽고 생각했다.

 

  역시 주위에 좋은 친구들을 둬야해. 애인에게만 올인해서 다른 사람들과 연을 끊는 건 어리석은 일이야. 실연은 두려워할 일이 아니야. 그냥 자연스런 성장 과정 중의 하나일 뿐이야.

 

  큰조카가 대학에 들어가더니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그 때, 옆에서 힘이 되어줄 고모가 되어야겠다. 샤오셴이 33일이라는 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주위 사람들의 격려와 도움 때문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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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 - [초특가판]
존 카펜터 감독, 제이미 리 커티스 외 출연 / 리스비젼 엔터테인먼트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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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Halloween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도널드 플레전스, 제이미 리 커티스, 낸시 키즈, P.J. 솔즈

 

 

  가면 속 누군가의 시점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할로윈 날, 엄마아빠가 나간 사이 한 소녀가 남자친구와 므흣한 장면을 연출한다. 그걸 지켜보던 누군가는 부엌 서랍을 열고 식칼을 집어 든다. 그리고 혼자 방에 있는 소녀에게 다가간다. 미소를 지으며 누군가를 부르는 소녀. 하지만 그녀는 비명을 지른다. 바로 가면을 쓴 누군가가 그녀를 칼로 난자해 죽이기 때문이다. 돌아온 부모가 그 가면을 벗겨보니, 놀랍게도 그는 그녀의 여섯 살 난 남동생 마이클이었다.

 

  세월은 흘러 흘러 15년이 지난 어느 날, 정신 병원에 납치감금 격리되었던 마이클 마이어스가 탈출을 한다. 그리고 옛날에 자기가 살던 집으로 돌아와 무차별 살인을 시작한다.

 

  영화는 어린아이가 살인을 하는 충격적인 장면과 정신병원에서 환자들이 웅성거리를 초반을 제외하고는 한동안 조용하다. 의사가 사람들에게 마이클이 얼마나 위험한지 얘기하는데, 별로 호응이 없다. 아무래도 15년 동안 병원에서 쥐 죽은 듯이 얌전히 있던 애가 얼마나 위험할까 하는 모양이다.

 

  이후 중반은 숨어서 지켜보는 마이클과 그의 존재를 느끼는 로리 그리고 그를 뒤쫓는 담당 의사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로리는 부동산 중개인인 아버지의 부탁으로 마이클이 살던 집을 보러올 사람을 위해 열쇠를 놓아두러왔었다. 그러다가 그의 눈에 띄었다.

 

  로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섬뜩할 것이다. 키가 큰, 하얀 가면을 쓴 사람이 고개를 돌릴 때마다 자기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친구들에게 “야, 저거 봐.”하면 사라져있고.

 

  무엇보다 신기한 건, 6살 때부터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던 마이클인데 차를 운전할 줄 안다. 병원에서 그런 걸 배웠을까? 하지만 의사의 말에 의하면, 그는 그곳에서 그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서 배웠지? 거기다 15년 전에 살던 집을 기억할 수 있나? 6살 때 나와서 한 번도 돌아가 보지 않았는데?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건, 한국의 경우인가보다. 미국은 안 그런 듯.

 

  영화는 별다른 일 없이 할로윈 전날의 로리의 하루를 보여주고 있어서 지루할 뻔 했지만, 잊을 만하면 튀어나오는 할로윈 주제곡과 마이클의 모습 덕분에 그러지는 않았다. 그리고 마을이 참 쓸쓸했다. 어째서 거리엔 낙엽만 뒹구는 지.

 

  후반에서 할로윈 밤이 되자, 마이클은 본격적으로 살인을 시작한다. 불쌍한 로리의 친구들이 목표다. 로리는 비명을 지르며 도망 다니고, 의사는 언제나 한발 늦는다.

 

  마지막 결투. 승자는 누구인가? 죽어도 죽지 않는 마이클 마이어스. 하얀 가면을 쓴 그는 영화 시간 내내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더 섬뜩하게 느껴진다.

 

  영화 ‘나이트 메어’의 프레디는 너무 수다스러웠고,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제이슨은 가끔 둔하다는 느낌을 주는데, 마이클은 아예 말을 안 하고 날렵하다. 신출귀몰하게 로리가 가는 곳마다 앞질러서 가 있거나, 잘 따라다닌다. 하다못해 신음도 안 내고, 뛸 때 숨소리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인간이 맞는 건지 의문이다. 도대체 15년 동안 병원에서 뭘 했기에! 그런 궁금증만 남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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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 - <파우스트>에서 <당신들의 천국>까지, 철학, 세기의 문학을 읽다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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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 김용규



  제목이 참으로 낭만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 외국 드라마 ‘천사들의 합창’에서 여자애 하나가 ‘낭만적이야’라고 말하는 사진이 들어가면 적절할 분위기다. 그러나 그 사진이 없으니 넘어가자.


  대개는 문학작품에서 철학을 찾는데, 이 책의 제목은 그와 반대였다. 하지만 어쩐지 카페와 문학, 그리고 철학이라는 세 단어의 조합이 어울리게 느껴졌다. 그렇다, 아주 낭만적이다. 내용은 조금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는 총 13개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가 1,2부로 나뉘어져있지만, 하나로 보았다. 그리고 각각의 작품들 속에서 말하고 있는 철학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책머리에서 저자는 작품에 대한 비평이 아니라, ‘철학적 해석’이라고 말한다. 다른 비평서처럼 이 작품은 어떻고 시대적 의의가 이렇고 작가의 숨은 의도는 저렇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철학을 발견하여 그에 따라 작품을 재해석한다고 해야 할까?


  분석이 아니라 해석이라고 저자는 말하지만, 난 그것도 비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으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차이를 잘 모르겠다. 해석을 해야 비평이 가능한 게 아닐까? 아, 그러면 이 책의 저자는 해석까지만 언급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 다음 단계는 독자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책을 읽는 내 눈에는 이미 저자가 작품에 대해 비평을 하고 있다고 보였다. 해석과 비평에 대해 한참 동안 고민하다가, 그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책의 구성에 대해서는, ‘어린 왕자’를 예로 들어보자. 맨 위에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만남’의 의미, 관계의 미학]이라는 제목이 적혀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 싶은 ‘만남’에 대해 잘 드러나 있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면서, 작가에 대해 조금 언급하고 철학적 해석을 시작한다. 그 와중에 다양한 철학자의 이론이나 일화, 또는 비슷한 내용을 들어있는 다른 작품들을 예로 든다. 소설뿐만 아니라, 명화까지 그 범위가 걸쳐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저자가 무슨 의도로 그 사람을 언급했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다. 왜 이렇게 연결이 되는 걸까? 어떻게 여기서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리고 어떤 대목에서는, 이런 접근법에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문득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러다보니 궁금해졌다. 저자는 어떤 독자를 대상으로 책을 썼을까? 문학 전공자 내지는 아는 것도 좀 있고 관심이 많은 사람? 아니면 철학 전공자이거나 그 쪽 방면으로 좀 많이 아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두 가지 다 관심을 갖고 있거나 나름 아는 게 많은 사람?


  나만 그럴지 모르지만, 너무 광범위하게 철학 얘기를 풀어놓다보니 의미가 확실히 와 닿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조금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A 철학자 얘기하다가 갑자기 B 철학자를 언급하고, 그러다가 다시 원래 A 철학자 얘기로 돌아오고.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다가, 작가에 대해 얘기도 하고, 다른 작품 얘기도 튀어나오고.


  읽기 어려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가끔 왜 갑자기 여기로 튀는 걸까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저자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니 넣었을 것이다. 아마 내가 아는 범위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해서, 이해를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저자가 주도면밀하게 자신이 이끌고자 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고 문단을 배치했던 걸지도 모른다. 자신이 내린 해석의 방향대로 사람들이 따라오길 바랄 테니까. 그게 사람들이 책을 쓰는 목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말하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동의하거나 고개를 끄덕여주길 바라는 것.


  그냥 편안한 기분으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껴보려던 처음의 의도와는 빗나간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런 접근법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더 많은 사색과 공부와 독서가 필요하다는 각성을 할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생각난다. 알아야 면장을 해먹는다고. 그래서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공부한다는 말이 나온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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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 - 타임패트롤 시리즈 3 행복한책읽기 SF 총서 16
폴 앤더슨 지음, 강수백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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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IVORY, and APES, and PEACOCKS

  작가 - 폴 앤더슨

 

 

 

  타임패트롤 세 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 겨우 세권으로 끝이라니, 화가 난다. 책 맨 뒤에 시리즈 일람을 보니 아직 번역이 안 된 이야기가 두 개가 더 있던데, 제발 나와 줬으면 좋겠다. 혹시라도 행복한책읽기 출판사 관계자분이 이 글을 보신다면 제발…….

 

  이번에는 두 개의 중편이 들어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와 ‘몸값의 해’이다.

 

  두 편 다 시간 범죄자인 메라우 바라간이 등장한다. 일명 ‘고양주의자’라는 무리를 이끄는데, 과거를 바꿔서 자기들이 원하는 미래를 만들려는 사람이다. 고양이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 이들에 대해서는 1권에서도 간략하게 언급이 되어 있지만, 본격적으로 나오는 건 이번 책에서이다. 이 자들도 타임머신을 갖고 있기에 과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어느 시대를 공격해야 자기들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궁리한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곳이 바로 솔로몬 왕이 다스리던 기원전 10세기의 티레였다. 도시를 폭파시키겠다는 협박문을 과감하게 내밀며, 막아보려면 막아보라는 그들을 막기 위해 에버라드가 파견된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위험에 빠지지만, 눈치 빠른 길거리 소년 품마이람의 도움으로 빠져나온다. 이게 첫 번째 이야기인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새’의 도입부분이다.

 

  두 번째 이야기 ‘몸값의 해’는 음, 읽는데 좀 복잡했다. 1955년 스페인의 피사로가 잉카의 왕을 인질로 잡고 몸값을 요구하는 사건이 배경이다. 그런데 메라우 바라간이 이 보물을 가로채기로 결심한다. 그러다 우연히 패트롤인 스티븐과 스페인 군인인 카스텔라르가 그들의 인질이 되고 만다. 다행히 둘은 타임머신을 이용해 탈출하지만, 카스텔라르가 스티븐을 협박하여 타임머신을 가로챈다. 이제 에버라드는 세 가지 문제에 직면했다. 카스텔라르를 막아야 하고, 스티븐을 구해내며, 또한 메라우를 잡아야 한다.

 

  이 이야기가 왜 복잡했냐면, 세 사람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스티븐의 시점, 에버라드의 시점 그리고 스티븐의 조카 시점. 각각의 시간대에서 벌어진 다른 사건들이 하나로 연결되는 부분에서는 ‘오’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시간대를 맞추기 위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짠하고 나타났다는 에버라드의 대사에서는 웃음도 나왔고, 뜻밖에 열린 마음으로 시간 여행에 대해 받아들인 카스텔라르의 태도에 놀라기도 했다.

 

  시간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과연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다면, 뭘 할 것인가? 카스텔라르처럼 자국의 영광을 위해 몸을 바치겠는가 아니면 메라우 바라간처럼 마음에 안 드는 역사를 바꾸려고 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유유자적하게 놀러 다닐 것인가?

 

  어쩌면 과거를 바꾸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인 과거이건 국가적인 과거이건 말이다. 아니면 미래를 엿보려고 할 수도 있다. 사람은 자신의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니까.

 

  그런데 그런 것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내가 바란 미래의 모습이 아니면, 아마 바꾸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그 결과가 어떨지 확실하지 않은데 말이다. 그래서 다시 미래를 엿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시 바꾸고…….

 

  문득 영화 ‘백 투 더 퓨처’가 떠올랐다. 과거를 바꾸었기에 미래가 바뀌고, 그래서 사람들의 운명이 다 변하는 내용이었다. 영화는 주인공 편이기에 그와 그의 가족이 잘 되는 것이 옳은 길이라는 뉘앙스를 주었지만, 과연 그럴까? 주인공에게 당한 애는? 그러고 보니 영화 ‘나비 효과’도 생각난다. 바꾸면 바꿀수록 엉망진창이 되는 미래. 손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냥 로또 번호만 몰래 알아오면 세상은 평화로울 것 같다.

 

  아! 기-승-전-로또의 감상문 구성,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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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카인드 리와인드
잭 블랙, 미셸 공드리 / 아트서비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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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 Be Kind Rewind

  감독 - 미셀 공드리

  출연 - 잭 블랙, 모스 데프, 대니 글로버, 미아 패로우, 시고니 위버



 

 

  이번에는 애인님이 추천해주신 영화를 보기로 했다. 코미디 영화는 안 본 지 꽤 오래되었으니까 한 번 보자는 마음도 있었고, 호러 영화만 보면 세상 살기가 겁이 나니 따뜻한 영화를 보면서 살맛난다는 감정을 되살려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처음에는 뚱한 표정이었지만, 결국에는 보기 잘했다는 훈훈하고 기분 좋은 미소가 절로 피어나는 영화였다.


 

  대니 글로브가 경영하는 비디오 가게. 모스 데프는 거기 점원이고, 잭 블랙은 모스의 친한 친구이지만 사고만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 또는 잉여 인간. 미아 패로우는 가게 단골. 동네 사람들은 그냥그냥 살아가고, 꼬맹이들은 갱단 흉내만 내고 있다. 그 와중에 비디오 가게 건물이 너무 낡아서 헐어버리겠다는 시청의 통지가 날아온 상태.


 

  대니 글로버가 제일 좋아하는 재즈 뮤지션의 추모일 행사에 간 동안, 가게를 맡은 모스와 잭은 그만 사고를 치고 만다. 잘못해서 비디오테이프의 모든 내용들을 지워버린 것. 어쩔 수 없이 그들은 영화를 직접 찍기로 하는데, 말하자면 맞춤식 영화 제공 서비스!


 

  처음에는 그냥 저예산으로 영화 패러디해서 만드는 것이 다인가라는 생각을 했다. 이건 그냥 그런 코미디 영화구나. 이런 결론을 살짝 내려 보았다. 그런데 후반으로 가면서, 뭔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저작권법’이라는 반드시 지켜야하지만 어떻게 보면 무서운 법을 들이미는 시고니 위버가 나타날 때부터였다.


 

  그 이후, 영화는 방향이 바뀌었다. 소수가 이끄는 것이 아닌, 다수가 이끄는 영화로 바뀐다.


 

  영화라는 것이 소수가 만들어 '자, 이걸 봐. 우리가 너희를 위해 만들었어. 닥감하고 우릴 찬양해줘'라는 것이 아닌, 다수가 참여를 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이루어냈다는 동질감을 주기 위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동질감이 맞나? 동지애? 팀워크? 음, 뭐가 좋을지 모르겠다.


 

  영화나 소설 등이 사람들에게 가장 공감을 얻을 때가 바로 사람들이 극중 인물에 동화가 되거나 공감을 느낄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모여서 영화를 보고 환호를 하고 박수를 쳤던 것이다. 비록 설정이지만, 하나도 어색하지가 않았다. 억지 감동을 끌어낸다는 생각도 조금은 들었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영화는 몇몇 사람들의 영화가 아닌, 마을 사람 모두의 영화였으니까.


 

  한 명의 천재도 좋지만,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면서 이루어내는 것도 괜찮다는 걸 다시 한 번 생각했다. 그렇다. 평범한 사람들도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다.


 

  스크린에 비친 흑백 영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웃는 장면에서는 영화 ‘시네마 천국’이 떠올랐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에서 리사가 자기 신문을 만들어서 파는 내용도 생각났고.


 

  음, 내가 푹 빠져 사는 호러 영화는 죽어가는 희생자나 살인자에 초점을 맞추면서 대리 만족을 준다. 내가 살인자가 되어 스트레스 해소를 하기도 하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살인자를 죽일 때는 역시 정의는 이기는 거라고 나름 뿌듯해한다. 하지만 그런 류의 영화는 대개 한번만 보면 끝이다.


 

  반면에 이런 식으로 감동이나 생각할 거리를 주는 다른 장르의 영화는 나중에 또 보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다시 보면, 그때마다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면서 감동을 받는다.


 

  그래, 가끔은 이런 영화도 보자. 오늘의 교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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