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텐션
조셉 칸 감독, 데인 쿡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원제 - Detention, 2011

  감독 - 조셉 칸

  출연 - 조쉬 허처슨, 데인 쿡, 스펜서 로크, 제스 헤이만



  뭐라고 딱 정의하기 힘든 영화이다. 분명 십대가 나오는 슬래셔물인데, 그러면서 엽기적으로 웃기고 온갖 패러디가 들어있다. 그 뿐인가? 시간 여행까지 하고, 지구를 멸망에서 구하기까지!


  영화는 시작부터 학교 퀸카의 하루 일과 소개와 영화 캐릭터인 신데헬라에 의한 살인을 경쾌하고 밝게 보여준다. 살인 장면이 이렇게 유쾌하고 리듬감 있게 나오는 건 오랜만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존재감 없는 역대 찌질이 2위의 빛나는 여학생 라일리의 등굣길. 뒤이어 학교의 온갖 장소에 출연배우와 제작진의 이름이 나타나는 오프닝도 재미있다.


  똥배가 나온 여학생에게 교장이 ‘고딩 주제에 임신이라니!’라고 설교하는 장면에서는 갑자기 눈에 습기가 차올랐다. 남 얘기 같지가 않아……. 대못이 박히는 기분이야. 거기에 학교 복도에서 목을 매달았지만 아무도 알아차리지 않는 라일리는 정말 불쌍했다. 살인마가 돌아다닌다고 하지만, 역시 아무도 믿어주지 않고.


  천재와 병신, 허세남과 외톨이, 된장녀와 여왕벌, 또라이와 살인마 그리고 반만 인간인 괴력의 소년이 공존하는 그레즐리 레이크 고등학교. 교장을 비롯한 선생들은 시니컬하고 비관적인 대사만 내뱉고, 아이들의 대사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이다. 관심 밖의 일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영화 초반은 그냥 고등학생들의 연애, 학교생활, 친구간의 갈등에 간간히 살인마도 등장하고 괴력을 가진 불운한 소년의 안타깝지만 웃음이 나는 최후가 살짝 긴장감을 준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진행 속도가 빠르고, 재치 있는 대사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중반쯤에는 사고 현장에 있던 아이들이 근신처분을 받아 도서관에 집합하면서 분위기가 바뀐다. 갑자기 학교에 박제되어 있는 곰이 외계인과 만난 과거가 나오더니, 그들의 도움으로 엄마와 몸과 영혼이 바뀐 소녀의 이야기가 나온다. 거기다 이십년 동안 도서관에서 근신 처분을 받은 남자와 교장의 불행했던 고등학교 시절까지. 그러다 갑자기 살인마가 나타나서 살인을 벌이고,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정신이 없다.


  후반에서는 엉뚱하게도 아이들은 지구 종말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알게 된다. 이십년 동안 도서관에 갇혀있던 사람이 수식을 풀었는데, 10분 후에 모든 것이 파괴된다는 것이다. 그것을 막기 위해, 아이들은 박제 곰을 가장한 시간여행기를 타고 1992년으로 간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애들은 90년대를 너무도 좋아한다. 진정한 복고는 90년대라면서, 엄마와 영혼이 바뀐 애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좋아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2011년에 있던 애들도 그 당시 영화나 배우 이름을 얘기하면서 그 때가 좋았다고 말한다. 노래도 90년대 것이 흐르고, 치어리더들도 그 당시 춤을 춘다. 심지어 졸업 무도회와 살인마와 싸우는 장면에서까지!


  처음에는 황당하고 웃긴다고 생각했는데, 문득 다른 관점으로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가끔 소설이나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보면, 예전 영화나 소설의 한 대목을 인용하는 배역이 있다. 엘러리 퀸만 봐도 라틴어 구절이나 외국 명언 내지는 책의 구절을 인용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생각한다. 예전 자료의 구절을 다 알다니 똑똑하구만!


  이 영화의 아이들 역시 그런 게 아닐까? 그들에게 1990년대는 겪어보지 못한 과거일 뿐이다. 다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에 의해 간접적으로 맛만 봤던 그런 시기. 인간은 자기가 겪어보지 못한 일이나 과거는 미화하고 현재 자신이 겪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힘들고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90년대를 동경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는 과거를 바꾸는 길은 현재를 바꾸는 것이라 말하며 마무리를 지으려고 했다. 살아남은 아이들 모두 각자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이런!


  끝까지 황당하고 엽기 발랄함을 잃지 않는 영화였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에 내가 죽은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영미 옮김 / 창해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むかし僕が死んだ家

  작가 - 히가시노 게이고



  가가 형사 시리즈를 다 읽고 나서, 뭔가 허전하고 아쉬워서 고른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다.   


  제목부터 뭔가 섬뜩하다. 내가 죽은 집이라니. 그리고 표지 또한 으스스하다. 제목과 표지를 보고 ‘설마 이거 폐가에 머무는 귀신 이야기?’라고 의아해했다. 설마 이 작가가 예전에는 미스터리뿐 아니라 호러물을 썼었나? 전에 읽은 소설 ‘방과 후’는 깔끔한 추리 소설이었는데? 그런 다양한 잡생각을 하면서 책을 펼쳤다.


  마지막 장을 다 읽은 다음, 다시 한 번 앞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살폈다. 그러면서 ‘아, 이게 그래서 그런 거구나.’ 내지는 ‘이게 그렇게 해석되는구나!’ 등등의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글 전체가 복선이자 암시였다. 이런 대단한 사람 같으니!


  물리학 조교수이자 자유 기고가인 나. 어느 날 내 앞에 예전에 사귀었던 사야카가 나타나 도움을 요청한다. 어린 시절의 기억이 없는 그녀는 아버지가 남긴 열쇠를 가지고, 나에게 어느 집을 같이 가보자고 한다. 어쩌면 육아 노이로제에 아이를 학대하는 것이 기억에도 없는 어린 시절의 일 때문이 아닐까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그녀와 동행한다. 둘은 외딴 곳에 있는 묘한 분위기의 집에서 과거를 캐내는 여행을 시작하는데…….


  만 하루 동안 폐쇄된 집에서 두 남녀가 밝혀내는, 20년도 더 된 과거의 비극적인 가족사. 그런데 남녀가 하룻밤을 같이 보냈다고 해서, 뭔가 19금적인 일이 생기지는 않았다. 하긴 이 사람의 소설에서 그런 장면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겠지만.


  책을 보면서 ‘혹시?’했는데 그게 맞았다. 하지만 이 작가는 그런 독자를 위해 또 다른 장치를 숨겨놓았다. 설마 했었는데 헐……. 진짜로 그럴 줄이야.


  두꺼운 분량이었지만, 도저히 중간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결국 앉은 자리에서 다 보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은 팽팽했고, 강약의 완급 조절 역시 훌륭했다. 적절한 복선과 암시 그리고 그 해결이 나타났다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읽는 내내 추리하고 생각하고 유추하게 만들었다.


  다 읽고 나서 가만히 되짚어 보니, 소설 속에는 과거라는 희끄무레하면서 형체 없는 망령이 맴돌고 있었다. 귀신은 아니지만, 그보다 더 질퍽거리고 끈적이면서 꽁꽁 사람을 옭아매고 있었다. 귀신은 깜짝 놀라고 제령이나 퇴마를 하면 사라지지만, 기억이라는 건 기억상실증에 걸리거나 최면을 걸지 않는 이상 잊히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귀신은 나올 확률이 희박하지만 기억은 그게 아니다. 더 나쁜 놈이다, 기억이라는 건.


  약간은 씁쓸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라서 더 마음이 아팠다. 부모가 자식을 낳기는 했지만,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 아니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어서 비극이 생기는 거다.


  책을 다 읽은 다음 든 생각은 딱 한 문장이었다. 제길, 너무 멋지잖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저주받은 도시
존 카펜터 감독, 크리스토퍼 리브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원제 - Village Of The Damned, 1995

  감독 - 존 카펜터

  출연 - 크리스토퍼 리브, 커스티 앨리, 린다 코즐로브스키, 마이클 페어

 

 

  1960년에 만들어진, 울프 릴라 감독의 동명의 영화를 존 카펜터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존 카펜터 감독은 영화 ‘괴물 the thing'이라든지 영화 ’매드니스 in the mouth of madness'등을 만든 사람이다. 이 두 영화는 진짜, 대박 멋지다. 그러고 보니 두 작품의 감상문이 없는데, 조만간 날 잡아서 다시 보고 적어야겠다.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과 비슷하다.

 

  평화롭던 미드위치에서 마을 축제가 열리는 날, 사람들이 일제히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마을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에 들어서면 무조건 다 잠이 든다. 이상함을 알아차린 정부에서 마을을 통제하며 원인을 알아보려 하지만, 실패한다.

 

  그리고 얼마 뒤 엄청난 사실이 밝혀진다. 갑자기 열 명의 여자들이 단체로 아기를 가진 것이다. 남편이 외국에 나가있거나 아직 미성년인 소녀까지. 엄청난 격론 끝에, 여자들은 출산을 결심한다. 정부의 책임 관리와 물질적 보상을 해주겠다는 달콤한 약속도 한몫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같은 날, 아홉 명의 아이들이 태어난다. 불행히도 한 명은 태어나자마자 죽어버렸다. 아이들은 은발을 가진, 무척이나 똑똑하고 자기들끼리 결집력이 강한 아이들로 자라난다. 그들의 능력은 엄청났다. 마인드 컨트롤은 물론이고, 남의 생각 엿보기, 염동력 등등. 남자 여자 짝을 지어 나란히 줄을 맞춰 동네를 활보하는 아이들은 이제 공포의 대상이었다.

 

  아니, 어쩌면 꼬맹이 주제에 남녀 커플로 염장을 지르고 다녀서 싫어한 것일지도……. 짝이 없어 혼자 다니는 남자애의 뒷모습은 어쩐지 어깨가 축 늘어진 것이 안쓰러워보였다.

 

  자기들에게 해가 될 것 같은 어른들을 하나씩 죽여 나가는 무서운 꼬맹이들. 결국 공포에 질린 어른들은 아이들을 죽이겠다고 달려들지만…….

 

  원작과 거의 비슷하게 진행되어갔지만, 늘어난 상영시간답게 이것저것 첨가가 되었다. 마을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심리적 불안감, 그리고 정부 요원의 역할이 덧붙여졌다. 특히 임산부들의 악몽과 갈등이 자세하게 나왔다. 불안하지만 아가에 대한 사랑. 그와 반대로 아빠들이 느끼는, 자기 아이가 아닌 존재에 대한 혐오와 불안감.

 

  또한 전편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심리전을 주로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정부와 시민들과의 갈등이 곁들여졌다. 그러면서 스케일이 더 커졌다. 원작에서는 주인공 교수가 아이들을 관리하고 관찰 대상으로 보았다면, 여기서는 정부에서 마을 전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들은 엄청난 비밀을 오랫동안 숨겨오고 있었다. 그리고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자기들만 살 궁리를 하고 말이다.

 

  사람을 사람이 아닌 관찰하고 실험할 대상으로 보는 정부. 아이들과 돈을 맞바꾼 어른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점점 기이한 능력을 발휘하는 무서운 아이들. 이렇게 삼파전이 벌어졌다.

 

  어떻게 보면, 아동 학대 영화였다. 낙태를 무조건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돈이나 과학적 욕심 때문에 무작정 애를 낳다니. 거기에 애들이 좀 자기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태어나면서부터 꺼려하고 무서워하고 더 나아가 죽이려고 하고. 아이들이 더욱 더 자기들끼리만 똘똘 뭉칠 만 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마치 섹스는 좋지만 육아는 자신 없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갖다 버리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은발에 가끔 눈이 초록색이나 붉은색으로 변하면서 초능력을 발휘하는 비슷하게 생긴 아이들 아홉이 길을 걷는다면, 아마 나도 무서워서 피할지도 모른다. 아, 나도 별수 없는 차별주의자인 걸까?

 

  특이한 점을 꼽자면, 짝이 없는 소년의 방황하는 심리를 다루었다는 것이다. 인간의 감정을 약간이나마 느끼고, 조금은 공감하며, 단체에서 일탈행동을 하기도 한다. 같이 있기로 되어있던 소녀의 부재가 그의 정신적 상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추측만 할 뿐이다.

 

  그리고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을 꼽자면 아이들이 애기일 때는 무척이나 귀여웠는데, 크면서 조금 실망스럽게 변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는 주인공 의사의 딸이 리더인데, 아기일 때는 무표정한 얼굴이지만 무척이나 귀여웠다. 자기에게 너무 뜨거운 먹을거리를 준 엄마에게 벌을 주고 씩 웃는 모습이 압권이었다.

 

  그런데 조금 크니 볼이 통통한 것이 잡아당겨주고 싶을 정도였고, 덕분에 장난스런 이미지가 되었다. 마치 생글생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어른들에게 ‘trick or treat!'를 외치는 분위기였다. 원작에서는 차가운 도시 소년이어서, 쌩쌩 찬바람이 불고 무표정하니 무서웠는데!

 

  감독의 성향답게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해를 끼친 어른들은 잔혹하게 죽어나갔다. 특히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격돌 장면은 화려하면서 잔인했다. 역시 호러 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다웠다.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 겨뤄보자는 소녀의 말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른 생물을 죽여야 자기들이 살아남는다고 했다. 인간도 다른 생물을 죽여서 식량으로 삼으니 뭐. 언젠가 어떤 종족이 나타나서, 인간을 장난삼아 사냥한다거나 가죽을 벗겨 옷을 만들어 입는다거나 식량으로 삼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 이 영화의 주인공을 영화 ‘슈퍼맨’에서 슈퍼맨 역학을 맡았던 크리스토퍼 리브가 맡았다. 그의 쌩쌩하고 건장한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득의 배신 -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남는 마케팅 성공 전략
케빈 앨런 지음, 이은주 옮김 / 레디셋고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원제 - The Hidden Agenda

  부제 - 비즈니스 전쟁에서 살아남는 마케팅 성공 전략

  저자 - 케빈 앨런

 

 

  제목을 읽었을 때, 이 무슨 역설이냐면서 신기해했다. 설득을 했는데 잘 안되었다는 말일까? 그런데 원제를 보니 배신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떻게 보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괜찮은 제목이고, 다르게 보면 내용과는 영 상관없는 제목 같았다.

 

  저자는 꽤나 유명한 광고를 여러 개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마케팅이 주를 이루는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나 자신을 남에게 잘 팔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을 판다고 해서 19금적인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건 금물이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소비하면서 동시에 파는 시대이다. 내가 가게에서 뭔가 살 때는 소비자이지만, 동시에 직장에서는 서비스나 재화를 만들어 내는 생산자가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광고 회사를 다닌 경험을 바탕으로 한 마케팅 전략을 말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실생활에서도 다양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 하다못해 부모님과 용돈 협상을 할 때부터 시작해, 애인에게 이벤트를 해줄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럴 땐 어떻게 하라고 매뉴얼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사람 사이에서 이럴 때는 이렇게 하라고 정해진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사람이 열이면 생각하는 것이 열이 넘을 테니, 한 가지 상황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나 반응도 다 다를 것이다.

 

  대신 이 책에서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상대방의 숨은 의도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영제인 The Hidden Agenda가 바로 그것이다. 독심술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상대방이 말하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을까 의아했다.

 

  그러다 ‘아!’ 했다. 저자는 광고를 맡기 위해 대상을 철저히 분석하고 파악했으며, 그들의 현재 상황이라든지 기업 이념 등등을 연구했다. 그리고 광고주가 어떤 대상으로 물건을 팔고 싶은지, 그 주 고객들의 인지도는 어떠한지 시장조사까지 했다고 나온다.

 

  그러니까 ‘관심’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어필하려면, 그 상대가 어떤 것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도는 알아야 할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을 주려면, 평소에 그 사람이 어디에 흥미를 갖고 있는지 정도는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조카가 셋이 있는데, 얘들이 성향이 다르다. 어렸을 때 가게를 데려가 보면 반응이 다 다르다. 첫째는 과자나 초콜릿을 사달라고 말을 못하고 ‘저거 먹는 애들 좋겠다.’ 이런 식으로 반응을 보인다. 둘째 역시 ‘고모 돈 없잖아요. 안 먹어도 괜찮아요.’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막내는 ‘고모 이거 사주라. 계산해, 빨리’ 이런 식이다.

 

  둘째가 괜찮다 했다고 ‘그럼 그냥 가자.’라고 한다면, 빵점 고모다. 먹고 싶지만, 사달라고 조르면 착한 아이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다. 저기서 조카의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하고 과자를 사주면, 고모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사람이 된다.

 

  저자가 말하는 것도 위와 비슷한 것이었다. 다만 이 책이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며 확실하게 분류가 되어 있다는 게 다르다.

 

  무작정 밀고 들어가서 이거 해주세요라고 하면, 욕만 먹기 십상이다. 눈치도 있어야 하고, 상대도 잘 분석해야하고, 상대에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도록 얘기도 미리 준비를 해야 한다. ‘손자병법’에도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知彼知己 百戰不殆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

 

  점점 더 머리를 쓰지 않으면 살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어쩌겠는가. 현명하고 요령 있게 살아가는 수밖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2 - 어느 살인마의 가족 이야기 - 아웃케이스 없음
롭 좀비 감독, 말콤 맥도웰 외 출연 / 프리지엠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원제 - Halloween II, 2009

  감독 - 롭 좀비

  출연 - 타일러 메인, 스카우트 테일러-콤튼, 말콤 맥도웰, 크리스 하드윅

 

 

  할로윈 1편을 리메이크한 작품의 2편. 뭔가 복잡하다. 그러니까 새로운 할로윈 2편이라는 말이다. 감독은 리메이크 1편과 마찬가지로 롭 좀비가 맡았다. 그래서 영화 전반에 흐르는 노래와 영상의 조화는 멋졌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어린 마이클 마이어스는 배역이 바뀌었다. 전편보다 더 귀엽게 생겼지만, 포스는 줄어들었다. 그 점이 제일 아쉬웠다. 전편 아역의 광기어린 공허한 눈빛이 짱이었는데.

 

  마이클 마이어스의 손에서 살아남은 로리.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약을 복용해야한다. 1편에서는 범생이스타일로 살았다면, 이번 편에서는 그냥 살아가는 느낌이었다. 욕도 잘 하고, 예전에는 단정한 여고생 패션이었는데 지금은 대충 입고 다니는 그런 분위기. 어쩌면 그게 그녀와 친구들사이에서는 최신 유행일지도 모르겠지만.

 

  마이클에 대한 책과 강연으로 먹고 살던 루미스 박사는 1편과는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마이클을 잘 돌보지 못한 죄책감이 보였지만, 이제는 그런 감정이 보이지 않는다. 책에다가 로리와 마이클의 가족 관계를 밝히고 말이다. 거기에 그녀의 사진까지! 로리는 몰랐던 사실인데!

 

  한편 모두가 죽었다고 생각하지만 살아있는 마이클은, 자살한 어머니의 환상을 보면서 동생 로리를 찾아 헤매는데……. 물론 그 와중에 살인은 기본이다.

 

  2편은 1편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이다. 1편이 그냥 마이클의 어린 시절과 살인 행각을 보여주면서 살인마가 만들어지는지 타고나는 것인지 말하고 있다면, 2편은 이후 살아남은 사람의 정신과 육체가 어떻게 황폐화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 날의 사건 이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술과 약물에 의존하고, 자꾸만 꿈에 나오는 마이클과 엄마 그리고 처참하게 죽어가는 자신에 대한 악몽 앞에서 무너져가는 로리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가 말하고 있다. 강한척하는 게 싫다는 그녀의 절규는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약물의 영향인지 아니면 집안의 유전인지, 로리는 마이클의 살인 환상을 공유한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에 마이클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을 죽이는 악몽을 꾼다.

 

  마이클 역시 천사 같은 옷을 입은 엄마와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본다. 그리고 엄마의 말대로 동생을 찾아 길을 떠난다. 그에게 엄마는 정신적인 지주였고, 언제나 자신의 옆을 지켜주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가 갈 길을 인도해주는 등불이고. 그래서 그녀가 내린 가족을 되찾으라는 명령을 어길 수가 없다. 그는 절대로 그녀가 자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상하게 로리에게도 엄마와 어린 마이클의 환영이 보인다. 가족이기에 그런 걸까? 가족이기에 서로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신적 감응을 하고 더 나아가 정신병도 공유하는 걸까? 설마 그녀도 마이클처럼 미치는 걸까?

 

  마이클의 환상과 로리의 불안한 심리가 교차되면서, 조금 지루하다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불안함이 극에 달해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은 로리를 보면서, 고개를 저을 수도 있다. 영화는 천천히, 하지만 몇몇 장면은 아주 노골적으로 야하고 잔인했다.

 

  마지막 부분에 팝송 ‘Love Hurts’가 흐르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상처투성이가 된 로리와 그녀의 멍한 눈동자. 그리고 엄마……. 어쩌면 마이클이 원한 것은 사랑하는 엄마와 여동생과 함께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단지 방해가 되는 사람들을 죽여서 그 소원을 이루려고 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일지도. 그가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알았으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으로 슬픈 가족의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