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 - En Man Som Heter Ove, 2012

  작가 - 프레드릭 배크만

 

 

 

 

 

  30초마다 웃음이 터진다는 광고 문구에 끌렸었다. 그런데 음, 처음에는 웃음이 좀 나긴 했지만, 나중에는 웃을 수가 없었다. '오베'의 지나온 삶과 '소냐'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알고 나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한 여인에게 평생 동안 마음을 바친 한 남자의 이야기에 웃는다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어머, 어쩜…….'이라든지 '괜찮네.' 또는 '하아, 감동적이야.' 같은 감탄사만 나왔다.

 

  오베는 스웨덴의 한 마을에 살고 있는, 며칠 전에 정년퇴직을 한 59살 먹은 남자이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의 가르침을 따라 남의 일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않고 원칙을 지키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비록 자동차에 관한 그의 독특한 사고관과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성격덕분에 오랜 시간 알아온 이웃사촌 루네와 말을 하지 않게 되었지만, 그는 절대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물러서지 않았다.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는 것이 목표였던 오베.

 

  그런 그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바로 이웃에 새로 이사 온 가족, 특히 그 집의 젊은 부인 파르바네가 옵저버처럼 그의 주변을 맴도는 것이다. 그것도 꼭 그가 자살하려고 마음먹은 순간마다! 오베의 유일한 소원은 얼마 전에 병으로 죽은 부인 소냐의 뒤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을 매달아 죽으려고 밧줄을 걸때도, 배기가스로 질식사를 하려고 자동차에 가스를 틀어도, 파르바네는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의 집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어떤 핑계로라도 그를 밖으로 끌어내고, 온갖 마을의 사건사고에 휘말리게 한다. 적어도 오베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책은 오베의 과거와 현재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오베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째서 그렇게 무뚝뚝하고 까칠한 성격으로 자랐는지, 소냐를 만나 그의 삶에 어떤 의미가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의 운명이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흑백이었던 그의 삶에 소냐라는 물감이 들어와 모든 것을 총천연색으로 바꾸어버렸다. 다른 사람에게는 차갑지만 내 여자에게는 따뜻한 남자인 오베.

 

  그리고 소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금. 작가는 오베의 결심과 그것을 무너뜨리는 일련의 사건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파르바네였다. 파르바네 때문인지 아니면 덕분인지, 오베의 자살 시도는 번번이 무산되고 그의 삶에는 여러 사람과 한 마리의 고양이가 끼어들어온다. 무뚝뚝하고 까칠하고 옹고집이지만, 오베는 그들이 안고 있는 고민과 그에게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외면하지 못한다. 마치 츤데레처럼, 오베는 툴툴거리면서도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고나 그들이 주고받는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대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웃기보다는 마음 한구석이 훈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최고의 까칠남이라고 책 뒤표지에는 적혀있지만, 자기감정을 잘 표현 못하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 서툰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고집도 있고, 확고한 자기만의 세계도 있다. 그래서 남들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남들도 그를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아니, 이해하려고 했기 때문에 어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그냥 그를 있는 그대로 본다면, 가까워지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마치 파르바네와 옆집 사는 지미 그리고 아드리안처럼 말이다.

 

  오베라는 한 남자의 삶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오베나 파르바네, 지미 그리고 아드리안 심지어 고양이마저 각자의 영역이 있었다. 각자 삶의 범위를 그리는 커다란 원이 있다면, 그 원은 겹치기도 하고 아주 살짝만 닿아있기도 했다. 그들은 그 범위 안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았다. 애정과 존경, 그리고 배려를 통해 서로의 삶을 존중하면서 더불어 살아갔다.

 

  그들은 서로에게 최고의 이웃이었고 이웃사촌이었고 가족이었다.

 

 

  이 책에 나오는 남자들은 가끔 멋진 말을 내뱉는다. 특히 소냐의 아버지가 재혼을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 대사가 참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평생 혼자 살았다고 한다.

 

  “난 여자가 있어. 지금 집에 없다뿐이지.”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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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02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인용문장 재밌네요.
나는 궁하지않다고 말하던 어떤분 기억나요. 허세가 귀여운ㅎㅎ

바다별 2015-07-02 11:54   좋아요 0 | URL
이 책에는 저런 재밌는 대사가 많이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