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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공놀이 노래 ㅣ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7년 7월
평점 :
원제 -
惡魔の手毬唄, 1960
작가 - 요코미조 세이시
전에 읽은 '이누가미의 일족', '옥문도', 그리고 '팔묘촌'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외딴 마을, 대립하는 세력, 얽히고설킨 불륜 관계
그리고 연이은 살인. 덧붙이자면 긴다이치 코스케는 살인마가 다 죽이려는 대상을 거의 다 죽인 다음에야 범인을 밝혀낸다.
이런 말이 있다. 혹시 여행을 가는데 일행에 김전일과 코난이 있으면 그 일정을 다 취소하라! 그런데 그건 긴다이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어쩌면 그건 명탐정이라 이름을 날린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포와로도 은퇴하고 호박을 기르다가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을
해결했고, 홈즈 역시 비슷한 일을 겪는다. 어쩌면 그들에게 휴식은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일 중독자이거나 죽음을 부르는
사신일지도.
휴양을 하러 한적한 시골 마을을 추천받아 쉬러 온 긴다이치. 처음 며칠은 유유자적하게 쉬는 것 같았지만, 촌장의 죽음을 시작으로 마을의 젊은
아가씨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간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들의 살해 현장이나 수법이 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동요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그 배후에는 20여 년 전에 마을 유지에게 사기를 치다 죽음을 당한 한 남자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과연 동요에 맞춰 아가씨들을
죽이는 범인의 정체는 무엇인가? 그리고 왜 그들을 죽이는 것인가?
꽤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 그 중의 한 사건에서는 엘러리 퀸의 소설이 떠올랐다. 범인이 쓴 트릭이라기보다 피해자가 평소에 하던 짓이 이
소설에서도 비슷하게 나왔다. 자세히 쓰면 엄청난 스포일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동요라는 것이 옛날에는 무척이나 음산했다는 생각을 했다. 서양의 ‘마더구스 mother goose’도 그렇고, 이 책에 나온 동요도 가사가
도저히 아이들에게 들려줄 내용이 아니었다. 해맑은 얼굴로 공놀이를 하면서 그런 노래를…….
남자는 세 끝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는데, 이 이야기는 그걸 함부로 휘둘렀던 사람 때문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다. 아니, 함부로가 아니라
계획적이라고 봐야할까? 사실 그건 긴다이치의 추측이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하여간 그걸 마구 휘둘렀던 사람 때문에 온 마을은 죽음의
공포에 휩싸이고, 미모의 젊은 아가씨들은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 와중에 집안끼리의 알력으로 중요한 힌트를 줄 수도 있었던 사람은 입을 다문다. 그 놈의 가문이 뭔지…….
그러니까 잘 생긴 외모에 말만 번드르르 잘하는 사람은 믿을 게 못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