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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 - 재활용 시스템의 모순과 불평등, 그리고 친환경이라는 거짓말
미카엘라 르 뫼르 지음, 구영옥 옮김 / 풀빛 / 2022년 4월
평점 :
영화 Wall-E가 떠올랐습니다. 버려진 지구, 쓰레기로 뒤덮인 지구를 책임지고 있는 청소 로봇 Wall-E. 청소 로봇 Wall-E는 여기저기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정리합니다. 안타깝게도 지구는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행성으로 전락했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다른 곳으로 떠나 우주선 안에서 말 그대로 게을러터진 삶을 살면서 그게 전부인 것처럼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청소 로봇 Wall-E는 우연히 식물 하나를 발견하고 가꿉니다. 그 쓰레기 더미 지구에서 또다시 생명이 탄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식물도 자랄 수 있다는 뜻이며, 생명이 살 수 있는 지구로 변화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떠나고,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니 다시 생명이 피어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얼마나 이기적인지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플라스틱 천국입니다. 우리나라 면적 15배가 넘는 쓰레기 섬이 태평양에 두 개나 있다고 합니다. 별생각 없이(오로지 돈에 미친 것처럼 보입니다) 만들고 사용하고, 사용하다가 쉽게 내다 버리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의 환상적인 조합이 빚어낸 결과를 우리는 후폭풍처럼 얻어맞고 있습니다. 쓰레기 없는 세상은 아무리 상상하려고 해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우리에게 길은 있는 걸까요? 이 쓰레기 문제를 자세하고 면밀하게 조사한 후 고발하듯 펴낸 책을 만났습니다. [당신의 쓰레기는 재활용되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작고 가볍지만 크고 무거운 책입니다.
저자 미카엘라 르 뫼르는 베트남 '민 카이'라는 쓰레기 마을을 답사합니다. 그의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기 위한 걸음이었지요. 이 걸음이 그의 생각을 바꾸어놓았고, 우리에게 쓰레기의 진실을 들려주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래전부터 부지런히 분리수거에 힘썼습니다. 아주 작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일이지만 지구를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분리수거라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비를 줄이기도 하고, 전기도 아껴 사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급적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고, 재활용 과정을 거쳐 새롭게 탄생한 제품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일 중 가장 대표적인 일이 '쓰레기 분리수거'입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습관처럼 분리수거해서 쓰레기를 내다 놓으면 그 쓰레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종종 궁금했습니다. 제대로 재활용되긴 할까? 일종의 호기심과 궁금함도 같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로는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더 철저하게 분리수거해야 제대로 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씻고, 재단해서 분리수거에 열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여전한 궁금함을 끌어안은 채.
프랑스와 유럽에서 생산된 쓰레기가 분리수거라는 과정(제대로 된 분리수거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을 거쳐 베트남 민 카이라는 마을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쓰레기를 수출하고 수입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2020년 1월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 필리핀에 단기선교 다녀왔습니다. 가난한 자들에게 약을 나누어주었습니다. 이미용을 하기도 하고 음식도 나누어주었습니다. 그때 방문한 곳 중 한마을이 필리핀 쓰레기 마을이었습니다. 몇몇 곳에서 의료봉사를 했었습니다. 마을마다 질병 분포가 달랐습니다. 그때 방문한 곳 중 가장 열악한 곳이었던 쓰레기 마을에 사는 그들은 호흡기 질환과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곳 공기와 물이 얼마나 더러운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 쓰레기가 필리핀에서 생산된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순진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물론 필리핀에서 생산한 쓰레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수입한 쓰레기일 수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습니다.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도 커졌습니다.
이 책이 대안을 알려주는 것은 아닙니다. 실상을 고발하는 르포에 가깝다고 해야 정확할 것 같습니다.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치가 없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할 때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다는 면에서 볼 때 이 작은 책은 충분한 가치를 가질 뿐 아니라 소명에 충실하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합니다.
자본주의와 소비주의의 환상적인 콜라보 아래 우리는 끝없는 성장을 부르짖습니다. 한도 끝도 없이 성장할 수는 없는 노릇일 텐데 어떻게든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말합니다.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고, 제3세계가 노예로 전락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텐데 눈 한 번 깜빡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나만 좋으면 된다는 생각, 나만 아니면 된다는 끝이 보이지 않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의 결과가 철퇴로 돌아오고 있어도 제대로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과학이 발전하면 쓰레기 문제가 해결될까요? 양질의 교육을 통해 지성을 일깨우고 이성과 양심을 일깨우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지구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인식하면 이 문제 해결에 관한 실마리가 보일까요? 이 땅을 살아가는 수많은 기독인이 이 땅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알고 이 땅을 돌보고 섬기면 어떨까요?
인도주의 차원에서 나의 욕심을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쓰레기 더미를 선물로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잘 살아가는 방법과 길을 함께 모색할 수는 없을까요? 우리나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지구촌을 이웃으로 나의 또 다른 모습으로 바로 보면 어떨까요? 쓰레기가 우리를 이런 식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면 더 좋은 것으로도 얼마든지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각 나라의 지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붙들길, 우리 각 사람이 자신이 살아가는 자리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갈 뿐 아니라 바른 삶의 태도를 지향하길 응원하고 기대합니다.
"더불어 잘 살아가는 지구,
지속 가능한 지구,
다음 세대가 잘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위해"